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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마이 보스, 유진우에게..16회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한다던 박선호의 말을 듣고 들었던 생각은 진우가 정말 잘 살았구나 싶었다. 혼자 외롭게 싸울 때는 너무 여유가 없었겠지만 그러나, 아주 많이 사랑받았고 사랑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겠구나. 그러니 그의 사람들이 그냥 놔두지는 않겠구나, 선호도 양주도 제이원의 사람들도 그리고 희주를 쓰러뜨리고 난 후 아마 무서워서라도 인던(..)을 꺼내지도 못했을 세주도. 그날 밤은 오랜만에 축제 분위기였을지 모르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확인할까 두려워 접속조차 어려웠을 희주에겐. 그래서 이젠 다시 기원(=origin, wish, pray, beginning)으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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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1) 이런 경우가 흔치는 않은데...유진우는 정말 드물게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두루 사랑받았다. 잘생기고 똑똑하니까는 이유가 못 되는 게, 잘난 값을 치르는 경우들도 적지않게 봐와서. 그래서 그 옆에 20년 가까이 함께했을 차형석의 어둡고 끈적끈적한 감정들도 짐작은 간다. 빛이 있으면 뒤따르는 게 그림자이기 마련인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자존심 세고 능력도 유대표에 크게 처지진않았을 차대표에겐 이게 과연. 하물며 형석과 피를 나눈 아버지마저 진우에게 크게 매료됐다 싶을 즈음 해선..솔직히 수긍이 안 되는 쪽은 이수진이지 차형석은 아니다. 순간의 선택의 파장이 셋의 인생 모두를 크게 뒤틀어버렸는데 이걸 어떻게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있지, 그렇다고 형석을 크게 사랑한 걸로도 보이지 않던데. 당췌 모르겠..  


어쨌거나 유진우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동성의 또래들에게도. 한번 꼽아보자면 우리 서비서만 해도 단지 페이로만 얽힌 관계가 아니라, 진우의 불행에 함께 울어주고 그의 회복을 기도했고 누가 옆에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유대표를 끝까지 믿었다. 믿어줬다. 그리고 진우는 이런 사람을 잃은 거였다. 그것도 자신의 결정에 따른 동행에 휘말린 끝에. 진우의 이 선택이 실은 지키고자 내린 결단이었지만 되돌아온 건 누군가의 고통과 죽음이었다. 그리고 이 패턴은 기묘한 형태로 내내 반복되며 진우의 숨통을 조여오는데, 아무튼 최초의 시발점은 여기. 이곳. 그래서 자책과 자괴감으로 유진우를 거의 붕괴시키다시피 했던 이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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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2) 그리고 정희주는 이때 유진우가 이상하단 걸 발견했다. 다 죽은 눈빛을 하고도 희주 이름에는 반짝 반응하던 진우였는데, 그러고 나와선 뭔가를 다 내려놓은 듯 쓰게 웃는다. 술과 아마도 안정제로 짐작가는 약이 놔뒹구는 방에 놀랐을 희주는, 진우의 낯빛에 다시 철렁하고 걱정하지 말라고 건넨 자신의 근황에도 전혀 유진우답지않게 반응하는 진우 모습에 그의 균열을 읽었던거 같다. 해서 허락받기 전까진 진우의 집에 발을 디디는 것조차 조심했던 이 아가씨는 망설이지 않고 진우의 방으로 향하여 밥대신 먹고있던 술을 뺏고는, 어떻게든 안정을 시키고자 밥이라도 먹이고자 하는데. ...여기서 또 진우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낯선 얼굴을 희주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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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3) 진우는 아마도 자기를 비웃고 자기를 걱정하는 희주도 조소했던거 같다. 결과적으론 희주가 아니라 자신을 조롱하는 거였겠지, 자기 상처를 계속 후벼파는 식으로. 상처난 곳을 긁어파고 다시 긁어파고 파고 파고. 진우에게 희주와의 순간들은 그가 위태로울 때마다 리와인드 형식으로 눈앞에 펼쳐지곤 했는데, 그것만 보더라도 이 사람이 그 추억들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즈음해선 진우가 자기 손으로 자기 입으로 그 추억에 얼룩을 묻히려 한다. 프로포즈를 비아냥거리며, 그때의 무모했던 희망에 모든 걸 내던진 과거의 자신을 책망하는양 전부를 부정하고. 그럼에도 희주는 그 말에 상처 입으면서도 진우를 응시하는 시선을 돌리질 않는다. 진우를 살피며 그의 내심을 읽어보려 애쓰고. 던지는 비수같은 한마디한마디에 나오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입술이 앙 다물면서도 끝까지 진우를 포기하질 않는다. 


심지어 진우의 마음 약함에도 호소해본다. 이때만 해도 희주가 진우의 마음을 눈치채진 못했을 거다. 중요한 말은 그것이 배려에서든 염려에서든 하지 않던 진우였기에 희주가 진우에게서 자신의 무게를 헤아린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고. 해서 희주는 마치 평소 자기를 예뻐해주는 아는 오빠에게 하듯 떼를 써본다. 생일인데 밥 한번 먹어주면 안 되겠냐고, 작년에도 그냥 지나가버렸는데 올해도 이러기냐고. 희주가 생각하는 진우와의 관계에서 허락받은 선은 그 정도까지였다. 그럼에도 이 아가씨는 진우의 상한 얼굴이 눈에 밟혀서 어떡해서든 그를 끌어내려고 애를 썼다. 정말 힘겹게 웃으며. 이 모습이 진우 눈에도 밟혔겠지만 기어코 벽을 세운다. 자신이 방금까지 희주에게 던졌던 날카로운 말만이라도 감당할 수 없었기에. ....하지만 유진우는 정희주를 과소평가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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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4) 희망과 미래를 잃어버린단 건 그런 걸거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별 차이가 없는, 숨을 쉬는게 아닌 쉬어질 뿐 그러므로 눈을 떠도 감아도 큰 차이가 없는 낮도 밤도 구별이 무의미해지는 시간들. 진우는 자청해서 현실과의 유리를 시도한다. 안달복달이 그대로 드러난 선호의 부재중 연락들도 무시하고 다시 잠자기 위해 술 또는 약을 찾으려 했으나..이때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와 불빛의 기척.


진우의 마음만큼이나 어지러웠던 집이 어느새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한참을 앉아있었던거 같은 희주가 반색을 하며 일어나 반긴다. 아니, 일어나려다 순간 말문이 막힌 진우의 표정을 살피곤 먼저 애교애교한 한방을 먹인다. 잠에서 막 깨어나 얼떨떨한, 그래서 희주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읽히는 진우가 정신을 차리기 전. 또 아픈 말로 두사람을 할퀴기 전에 열심히 혼을 빼놓는다. 희주가 아주 오래 기다렸고 그래서 너무 배가 고프며 오늘이 자기 생일인데 이건 너무한 거란 걸 잔뜩 어필함으로, 진우를 흔들어놓는 걸로.


이게 다 진우 밥 한번 먹이겠다고 이런 거였다. 아는 여동생에겐 은근 약해지는 상냥한 오빠가 있다면 그에게나 부릴 법한 애교로, 희주가 아는 자신의 선은 여기까지였던만큼 딱 거기에서,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걸로 그 부탁에 무게를 실으며. 앞으로의 자신에 대한 걱정은 일도 안하고 매우 정직하게 직구를 던진다. 수줍어하면서도 조심스레 내민 손을 절대 거두지 않는다. 그 작은 손을, 자기보다 훨씬 작지만 얼어붙은 그의 마음을 데워주기엔 충분히 따뜻했을 그 손을 목도했을 때의 유진우 심정이란 그래서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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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5) 그 결과 혼이탈의 상태로 끌려온 듯한 유진우는 국밥집에서 내내 희주에게서 시선을 떼질 못한다. 희주가 수저를 놓으며 왼쪽으로 움직이면 진우의 시선도 왼쪽, 희주가 물 따르며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이면 진우의 시선도 오른쪽. 당황해 눈이 동그래진 희주가 진우를 마주 보아도 이 시선을 수습할 생각도 못하고 음식 나온 뒤에도 밥 한번 흘끗 보았다 다시금 희주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결코 예사롭게 볼 수 없는 반응에 희주가 슬슬 눈치보기 시작하니 국밥에 코를 파묻기는 하는데, 이번엔 또 극과 극으로 저얼~대 고개를 들지 않아 희주를 당황시킨다. 잠깐 살짝 고개들고 눈치를 봤다가도 금세 다시 고개를 숙여버리는 진우. 이런 진우가 어이없다가도 오랜만에 밥다운 밥을 먹는 모습에 마냥 좋은 희주. 희주의 동작 하나하나를 그저 무의식적으로 눈에 새겨넣기 바빴던 진우, 진우 본인보다도 더 열심히 포기하지 않던 끝에 그의 안녕을 확인하고마는 희주.  



나도 이 대목 좋아하는데 휴일에 대본집 궁금해하던 쪼렙을 봤던 거 같아 디렉션 파트만 첨부하자면,


-(수저 놓고 컵에 물 따르다 조용해서 보면)

-(말없이 빤히 쳐다보고 있고)

-(.....?)

-.....

-(당황해서)

...................중간 생략

-...(빤히 보고, 다시 밥 먹는)

-(표정)


이거였다. 대본은 대본대로 좋은 점이 있는데 분명 장면장면들을 잇는 서사는 감독의 디렉팅과 배우들이 넘나 잘 살려준게 아닌가 싶다. 특히 7-8회도 그랬지만 11회 진우 희주가 맞부딪히는 씬은 진짜..영상이 말하는 언어란게 이런 거구나 싶기도. 참고로 책은 어지간하면 절판되는 일은 없지만 이북으로나마 나오지만(..실제 알함 1권은 E북화도 됐다) 영상은 안 그렇다..이건 이미 다들 잘 알고 있을 거라 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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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6) 이 파트에서는 민주 세주 남매에게 애도를 표했다. 아마도 후일담으로 저 두사람은 결혼까지 갔겠지? 갔겠지, 만보 양보해서 진우는 차차하고라도 작가가 직접 희주는 아까운 아가씨라고 했는데 남은 생애 내내 울리는 걸로 매듭지었을 리가. 그랬다면 그거야말로 양심없는 일이 되는 거고. 여하튼 저 두사람과 한집에 살면 내내 저런 모습들을 보고 산다는 건데..저 풍경을 보통 연애와 결혼의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될텐데..저게 기준치가 되면 허들이 넘나 높아지는 건데, 만혼각인가여.....  


앞서 희주의 애교가 원포인트를 따냈다면 이번에는 진우의 설렘지수가 원포인트를 따냈다. 진우 안 굶기기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희주가 뿌듯해하며 혼자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진우가 이내 붙잡았지만, 남을 먼저 배려하는 버릇의 희주가 그리 순순히 말을 들을 리가. 이에 아예 원천봉쇄에 나서던 유진우 씨. 애인이란 단어로 말문을 막아버리곤 손수 차문까지 열어주며 가는 길까지 정해버린다. 급한 마음에 원한다면 언제든 써먹으라고 자기 약점을 손에 쥐어준 희주지만 그게 이렇게 빠를 줄이야. 그래서 어쩔 도리 없이 설레이고 그런데 또 차안의 이 적막함은 대체 어이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리고 나샛은 이 커플이 부부싸움 하는 날이면 왠지 본인들보다 주변이 초토화될듯한 기세라, 그날이 그려지기에 웃음만이 나오고. 그래서 더 그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마침표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