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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나쪼렙에게 매력적이었던 건 캐릭터들의 선명함도 한몫했는데, 따지고 보면 대칭되는 캐릭터 거울상 캐릭터 그리고 상보적 사랑까지가 가닥가닥 하나로 이어져 있어. 32부작 아닌 16부작을 하면서, 이걸 가지치기를 제대로 못해 캐릭터들 활용이나 막판 스퍼트가 꼬여들어 다소 아쉬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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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하나가 진우 세주의 관계이기도 했는데 사실 이 작품 속 남성들은 결핍이 없는 인물들보다 결핍이 있는 인물들이 더 많았지. 한 아버지와 한 여성을 두고 충돌했던 진우와 형석 역시 비슷한 갈증에 허덕였었다면, 내가 보기엔 진우와 세주도 아버지의 존재를 일찍이 잃었다는 데 공통점이 있어. 상실의 아픔과 무게가 그 누구에게 가볍겠냐마는, 특히 성장기 소년들에게 아버지의 부재란 어떤 허망함을 안겨 주겠지. 이건 설정집에 나왔던 대목이지만 세주가 AR 게임을 구현한 근본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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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존재감을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게 진우와 형석이 엇갈린 도화선이 바로 차병준 교수였어. 차교수는 심적으론 형석을 크게 애정할지라도 그걸 드러내 표현하진 않던 사람으로 그려지지. 오히려 아들의 친구들 앞에서 가차 없이 뺨까지 때려. 뺨을 맞는다는 게 진짜 기분 나쁜 일인 게 어떤 인간적 굴욕감을 선사한다는 데 있거든. 그런데 하필 차교수는 친구들 앞에서 그것도 진우 눈앞에서 공개처형식으로 아들을 벌주지. 어차피 터질 비극이더라도 이후 가장 최악의 타이밍에 최악의 형태로 발현된 이유는 여기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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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형석도 진우도 병준에 대한 애착을 이어나가. 드라마 초반 형석이 수진을 데리고 차교수에게 인사하러 갔다 냉대만 받던 끝에 울분을 토하는 모습도 그렇고, 진우 역시 병준 때문에 궁지로 몰리면서도 최후의 수단을 쓰는데 망설이거나 파국의 절정에도 순리를 따를 것을 종용하지. 병준이 바닥까지 저열했는가에 대해선 아니었을 듯 해. 그런 사람이었다면 선호 진우 형석이 그렇게 연연했을까. 무엇보다 처음 그라나다에서 진우에 대한 병준의 걱정은 정말 진심으로 보였는걸. 다만 차츰 감정이 눈앞을 가리며 현실을 일그러뜨리고 그런 속에 유라 같은 존재가 계속 찾아와 악의를 속삭이고 복수를 유혹하니 이성이 마비됐겠지. 어쩌면 과거의 진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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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설령 아버지가 더는 내가 아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를 완벽히 부정하긴 힘들어. 그런 아버지상이 진우에겐 병준이었고, 세주에겐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제이원 유진우에게 어떤 동경과 선망을 품었던 걸로 보이고. AR 게임을 차형석에게 팔기 위해 그라나다를 떠나던 날 TV 속 진우의 인터뷰에 눈을 반짝이던 세주의 모습을 보자면, 이 소년에 가까운 청년에겐 차형석보단 유진우가 더 롤모델에 가깝지 않았나 싶어. 그렇다면 난데없는 참극과 맞닥뜨리고는 협상 당사자인 차형석을 놔두고, 그것도 이쪽 역시 모자람 없는 공학박사일 텐데도 불구하고 굳이 덜덜 떨면서까지 시체가 된 마르꼬 품에서 진우의 연락처를 찾아낸 이유도 가늠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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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전개의 후유증(..)으로 희주에게 세주가 유진우가 자기를 왜 찾아왔냐고 묻는 듯이 그려졌지만, 실상은 이거였겠지. 진우 같이 대단한 사람이 세주 자신의 전화 한 통에 그라나다까지 찾아와준 게 진짜였냐고.(...작가니무나 레알;;;) 희주도 상범에게 유진우란 사람이 어떤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는지를 전해 듣는 걸로만 알 때 할리웃 셀럽이냐고 물었었잖아. 그때의 희주와 인던을 막 나온 직후 진우에 대해 들었을 세주가 오버랩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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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실 이 둘의 관계는 묘한 게 세주가 흑마술 뺨치는 게임으로 (매형)진우를 골로 보낼 뻔한 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엔딩은 결국 세주가 진우를 현실로 되돌리는 데 기술적으론 큰 역할을 할 걸 시사해. 그리고 진우가 돌아온 뒤라면 적어도 매형은 처남이 세상과 평범하게 소통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겠지. 더는 그런 게임은 자제하도록. 실제 PTSD에 시달리며 자폐적 증상까지 보이던 세주를 말미에 진우의 대변인 격인 선호가 알 밖으로 나올 기회를 던져줬고. 다만 이 가운데 세주 실종 1년에 이어 온갖 불안증에 시달리는 모습을 봤었고, 진우 실종 1년에 이어 충분한 재활의 시간을 함께 보냈을 희주는 진짜. 저 집 남자들은 희주한테 내내 잘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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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짧게 건드리는 수준으로만 말하고 싶지만 병준 형석 진우 세주로 이어지는 어떤 계보가 있다면, 이 작품에는 수진 유라 희주도 대칭상이긴 해. 특히 수진과 희주는 유라와 결 자체가 다른 경우 같고, 그래서 진우가 유라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여자가 그럴만한 행동을 한 거다고 박하게 평하는 반면 수진의 자살기도에 대해서는 죄책감 비슷한 감정을 보였던 거겠고. 형석의 부고 앞에 부검을 덮자고 윽박지르는 시아버지를 두고 수진은 부른 배를 감싸고 울며 받아들이지. 유라에게서는 이런 느낌조차 나온 적이 없었지만 적어도 수진은. 그래서 진우가 이미 헤어진 부인들을 두고도 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던 게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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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희주와 수진은 또 확실히 다른 게 이수진이란 캐릭터 자체가 감정적으로 더 약해 보여. 더 깨지기 쉽다고 해야 하나. 진우가 자기 사람들을 지키는 방식 중 하나가 홀로 떠안으려 한다는 건데, 이건 성장과정이나 수장으로 책무 또 게임에 있어선 그 위험성과 예측불가능성 등이 뒤엉킨 거라고 생각돼. 결론적으로 말 안 하고 다 끌어안으려 한다는 건데 이게 자칫하면 상대에겐 배제된단 느낌을 남길 수 있거든. 이걸 희주와 수진은 다르게 받아들인 게 아니었을지. 수진은 그래서 자신이 확인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자기 길을 찾아 떠났고, 그러나 희주는 확인받으려기 보단 확인을 시켜줬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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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제된다는 느낌을 희주라고 갖지 못했을리 없는 게, 그라나다 기차역에서 오열. 심지어 희주는 그 모습을 진우가 봤다는 사실조차 끝까지 몰랐어. 그럼에도 희주는 언제나 상대에게 감정을 묻기보단 먼저 자기감정에 책임을 다했지.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해달라고 청하는 게 아니라,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짐을 지겠다로. 그래서 진우가 온갖 오해와 비난에 시달릴 때도 소문이 아니라 사람 자체를 믿었고, 이게 상범의 열폭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또 진우가 목격하며 희주 본인보다 못견뎌했고. 그래서 이어지는 시간들 속에 희주는 그래도 어느 하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진우를 포기하지 않았고 누군가를 탓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자기 자신을 내버리려 하지도 않았고. 12년 소녀가장의 넘사벽 짠내 클래스, 그래서 더 이들이 행복해지길 바랐다. 그 비하인드를 낱낱이 챙겨보고 싶은 이유이기도 했고.


오늘 오랜만에 다시 접하는 생생한 후일담 유쾌 만점이길 바라며즐저녁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