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서사란 면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이야기는 '미녀와 야수'일 것이다.

디.즈.니의 많은 이야기 중 미녀와 야수만이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구한다는 설정이니까.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신데렐라' '라푼젤' '잠자는 숲속의 공주' 모두 위기에 처한 혹은 불우한 처지의

여자를 어디선가 나타난 멋진 왕자님이 구해준다는 내용이다.

'인어공주'는 왕자와 맺어지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이야기이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그런 면에서 '미녀와 야수'와 닮아 있다.

누군가는 이 드라마가 유진우란 남자가 홀로 게임하는 이야기이고 정희주란 여자는 그저 그런 그를 기다리거나

눈물 흘리는 것밖에 하는 역활이 없다고 폄훼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마법에 걸린 유진우를 오로지 끝까지 믿어주는 정희주란 여자로 인해서 진우가

끝내는 그 마법으로부터 풀려나 자유로워진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벨이 진정한 사랑으로 야수를 마법에서 풀어주고 왕자로 돌아가게 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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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우선 벨은 공주님이 아니다.

자신을 구하러 와줄 왕자님을 기다리고만 있을 신분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벨은 온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책에 빠져 늘 꿈을 꾸며 살아가는 아가씨다.

정희주도 마찬가지.

물론 유진우는 그녀를 늑대에게 문을 열어준 '공주'라 칭했지만, 그녀의 이제까지 삶이란 공주의 그것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면서도 그러나 그녀는 어릴적 기타에 대한 꿈을 완전히 져버리진 못한다.

그녀는 기타리스트 대신 기타 공방에서 기타를 만들면서라도 그 꿈을 간직하려 한다.

벨처럼 그녀도 꿈이 없인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벨도 정희주도 바로 그 공주님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주님들은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줄 안다.

눈에 보이는 것 이면의, 그 너머 더 중요한 것들을 말이다.

벨은 야수란 겉모습 안의 따뜻한 인간적인 마음과 순수함, 다정함에 그를 사랑하게 됐고

정희주는 유진우의 겉으로 보이는 자신만만하고 냉철한 사업가의 모습 너머에 상처받은 소년같은 그럼에도,

여전히 타인의 따뜻한 온기를 필요로 하는 면을 발견하고 그에게 이끌리며 끝까지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유일하게 그를 온전히 믿어주는 한사람이 된다.


바로 이 지점이 그토록 오랜 시간 사람들이 '미녀와 야수'를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단순히 남녀 설정이 뒤바뀐 상대를 구해준다는 구원의 환타지보다 상대의 겉모습보다 내면을 봐준다는 것.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이는 그토록 귀하고(긴시간 동안 기다려도 야수를 사랑해준 여자는 벨이

유일했으니까) 그렇기에 그 댓가는 그토록 달콤하다는 것.

벨은 이제 장미가 가득한 그 성에서 왕자님과 그리고 같이 마법에 빠졌던 성 안 식구들과 행복하게 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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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희주란 아가씨는 어떻게 됐을까?

진우가 처음 그 이상한 게임의 진실을 알게 됐을때, 진우는 병원에서 비를 맞으며 차형석에게 쫒기다 죽음을

받아들이려 했었다.

그 최초의 포기를 막아준 것이 바로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정희주란 여자다.

그 이후로 진우는 점점 더 비참해져가는 현실 속에서도 미치지도 포기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건 곁에 가족도 친구도 없는 그가 정희주란 여자를 알고 그녀가 곁을 지켜주었을 때의 온기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고 자신만의 사람으로 곁에 있길 바랬기 때문에.

그래서 끝에 끝까지 포기하려 하지 않던 그가 정희주의 다른 모습인 '엠마'앞에서 한 그 선택도 결국은

그녀의 세상을 온전히 지켜주려 한 것이라 생각한다,


야수는 갇혀있던 성에서 풀려나 왕자로 돌아갔다.

그것을 정확히 보여주지.

그러나 유진우는 갇혀있던 게임 속에서 나온 것일까?

그저 벨의 사랑이 진실했듯이 정희주의 사랑도 진실하고 절실했음을 믿는다.

일년여의 시간 동안 계절이 바껴도 성당을 찾아 진우가 돌아오기를 기도했을 그녀의 모습들.

야수가 마법에서 풀려나는 조건이 오직 '진실한 사랑' 하나였듯이 진우가 인던에서 길을 잃지 않고 현실로

돌아오는 조건도 다른 거 필요없이 정희주의 사랑 하나면 되었을 것이라고.

그래서 정희주란 아가씨는 그토록 바랬던 대로 진우를 만나고 그와 함께 남은 생을 살아갔을 것이라고.

벨과 야수가 그러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