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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던에서 나온 진우를 만난 후에 세주의 반응은 어땠을까. 다음 중 골라 보세요. (1)우와 TV에서 봤던 사람이다 (2)희주 뒤에 숨어서 덜덜 (3)며칠 주변을 맴돌던 끝에, 잘못했쪄요 엉엉.(..그래 우리 너드미 냥냥한 세주얌, 앞으로 게임은 형한테 꼭 검수 받는 걸로. 응?)


그래도 세주가 동물적 직감은 남달랐나 보다. 퀘스트 주문자로서나 장래 매형감으로나 초이스가 넘나 훌륭했다. 당장 진우가 세주 컴퓨터며 수첩을 뒤질 때의 속도나 사후처리 효율성만 보더라도, 순간 이 사람이 희주 속여먹고 있다는 걸 잊을 뻔 했다...이에 당황했던 나쪼렙. 거짓말은 나빠요, 근데 진우가 없었다면 희주가 세주를 찾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했겠네? 박수를 치기에도 치지 않기에도 어쩐지 어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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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집안 남매들이 맏이 희주한테 굳이 짝지어주려 했다면 정 사람이 없던 건 아니었다. 통칭 공그로라고, 희주 곁에 눌어붙은 오랜 껌딱지가 한 명 있긴 했다. 그럼에도 어린 민주까지 열과 성을 다해 진우 희주를 응원하기에 이르렀는데, 이 위인이 워낙 시원찮은 탓이 크다. ...일단 가장 불편한 점은 이 캐릭터가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재단하고는 그에 따라 온 주변을 깎아내리는 화법을 구사한다는 것.


희주와 진우가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갖는 자리에 나와서는 공그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정희주는 어리버리하다고 폄하해 버린다. 그리고는 바로 유대표에게 발린다... 별장에서는 마음 약하고 책임감 강한 희주를 상태 안 좋은 진우가 붙들고 놓아주지 않아 큰일이란 식으로, 자신이 보고 믿고 싶은 대로 소설을 써제낀다. 마침 그날이 희주의 생일이란 점까지 더해져 이 소설은 진우를 자극하는데 성공했고 결국 둘을 찢어놓긴 한다. 그러고는 다행이라니 과연 그게 누구한테 다행이었다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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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치졸했던 건 자리를 빼앗기는 불안감 때문이었을 거다. 희주가 진우와 가까워질수록 상범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희주는 세주 실종의 전말을 알고도 진우의 확신을 따라 비행기에서 내렸다. 상범이 진우를 등 뒤에서 덮친 뒤로는 한동안 그와 말도 안 섞은 듯 싶다. 진우가 세간의 소문에 토끼몰이를 당할 때는 오히려 할머니와 민주를 설득한다. 저 사람이 워낙 유명해 흠집 내는 거라고. 이에 가족들은 다름 아닌 정희주가 한 말이기에 유진우를 끝까지 믿고 함께 걱정한다.


이런 풍경은 안 그래도 초조함에 잔뜩 쩔어있던 공그로가 더욱 독기를 품게 만들었다. 급기야 열패감이 폭발한 공그로는 희주네 한가운데 수소 폭탄 하나를 던진다. 단지 희주가 가족들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을 부수겠다는 의도 하나만으로, 그 말에 책임도 지지 못할 거면서. 그래서 그 어떤 자격도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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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악의는 그 악의가 너무나 사소하기에 훨씬 잔혹하다. 그날 진우와 희주는 더없이 행복했고 그만큼 아팠을 거다. 진우의 꿀 떨어지는 목소리로 시작했던 두 사람의 데이트는 희주의 설렘과 진우의 기쁨으로 충만할 뻔 했으나 자동 로그인과 서울 복판에서의 추격전이 그들에게 가차 없이 현재를 상기시켰다. 진우에겐 희주마저 사고에 휘말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희주에겐 진우한테 찍힌 낙인이 공고해지고 있단 현실을.


이어 진우는 혼자서는 펑펑 울던 희주가 막상 할머니 앞에서는 애써 어른스럽게 구는 모습을 본다. 아직 어린 민주의 입에서 오빠의 죽음이 오르내리는 걸 듣는다. 무엇보다 희주가 자신을 사랑하고 그 곁을 지킨다는 이유 하나로, 감정에 눈이 멀어 자기 가족은 등한시 하는 정신 나간 사람 취급당하는 걸 목도한다. 상범은 자신을 합리화하려 끝까지 온갖 구실을 다 갖다 붙였지만 글쎄 적나라한 속살은 이랬다. 누군가의 가장 약한 부분만을 건드리는 잔인한 폭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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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진우의 이후 행보는 더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이 상황을 책임지고 마무리 지어야 했다. 게임이 진우의 현실을 넘어서 그 주변까지 집어삼키기 전에 서둘러. 희주의 할머니가, 이 때문에 동맹으로 끌어들인 차교수마저 돌이킬수 없이 위태로워지기 전에 빨리. 그것이 어쩌면 유진우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책임이자 정희주에 대한 자격이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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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도 진우가 희주와의 관계에서 자격이란 문제에 희주 본인보다도 연연한단 느낌을 받곤 했다. 가장 선명하게는 그라나다 퀘스트를 실패하고 난 뒤, 희주가 세주를 자신이 찾겠다고 말할 때. 이게 어째서 진우가 세상 무너진 표정을 지을 일이었는지 의아했는데, 이 사람에 삶의 궤적이 가리키는 방향을 되짚어 보면 이해도 되었다. 


그토록 자존심 세고 자신만만한 사람일지라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게 관계의 문제라. 사랑은 수학과는 달라 백가지 노력을 기울인다고 다 풀리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답은 처음부터 정해졌고 그래서 낭만적이기도 한없이 모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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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우는 이미 실패를 경험해본 사람이다. 물론 그 종결에 탓할 사람들이 아주 없던 건 아니지만 오래된 연인들이 끝나는 이유가 굳이 하나뿐이었을지는. 말하지 못한 상처들과 제때에 도달 못한 엇갈림들이 쌓여 이뤄낸 결이, 이제 더는 한계라고 방향 지은 건 아니었을까.


아무리 잡아보려 애써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를 그저 바라봐야 할 때가 있다. 세상의 선명함과 생생함에 환희했던 기억이 어제 같은데 오늘의 세계는 그저 무채색의 모노크롬일 뿐. 그 순간의 먹먹함, 그리고 그 또한 지난 후 아무 것도 덧그려지지 않는 순간의 허무함. 그렇게 아주 익숙하게 밥을 먹고 익숙하게 잠을 자고 익숙하게 옷을 갈아입는다. 그러다 불현듯 온몸을 휘감아오는 고독함이 너무나 피곤해진다. 차라리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싶다, 이 지긋지긋한 감정이라는 존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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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살, 양주의 말대로 꺾어질 나이의 유대표는 사랑이 얼마나 쓸쓸한 지를 충분히 맛봤을 사람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와 매일 대화를 나누고 눈빛을 교환하듯. 다시금 확인받고 확인하고 싶고 지겹도록 사랑하고 사랑받고도 싶었을 거다. 이것이 어쩌면 진우로 하여금 끝없이 증명해보이도록 그를 내몰았을지 모른다. 희주를 믿지 못했다기보다는 간절해서. 그 모든 시간이 텅 비어버리는 공허함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그의, 두려워서 죽고 싶지 않아서,란 말은 결코 가벼운 무게일 수가 없다. 이젠 행복해지고 싶어서, 희주와 또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서,란 말과 동의어였을 테니.


그렇지만 희주는, 진우의 생각보다 훨씬 성숙했던 사람이다. 흔히 감정은 시소게임 같다고도 한다.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약자일 수밖에 없다고. 오늘이 처음인 것처럼 사랑하라는 말도 오늘이 표현할 수 있는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하라는 말도. 아주 쉽게 보이나 정말 그리 쉽기만 할까. 해서 진우는 희주의 시간이 계속 흐르기를 기원했을지 모른다. 과거 자신에게 그랬듯 시간은 뒷걸음질 치지 못하니 이 또한 지나가길 염원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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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우가 사랑의 쓸쓸함을 안다면 희주는 사람과 희망을 믿었다. 이제는 껍데기만 남은 정훈일지언정 진우에겐 여전히 소중했듯 희주에게도 진우는 그런 대체 불가능한 의미였다. 그러므로 진우에게 희주는 꼭 맞는 답일 수밖에 없었고,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그들에게 단지 추억일 뿐 현재는 아닌 거다.


그런 의미에서 세주의 동물적 직감에는 리스펙트. 너님 진짜 초이스 넘나 잘하는구나. 로또 번호도 잘 찍을 거 같은데 알랴주지 않으렴? ㅂㄹ로 다 갚아줄 수 있는데...(..쓰읍) 1+1 행사래도 좋구 어차피 인생은 고 스탑 고 스탑 중 먹어도 고 못 먹어도 고. 그러니 이번만큼은 나샛도 희주가 되어보는 걸로.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