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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의 소원 희주의 소원 

그리고 나쪼렙의 소원...그래서, 

자신을 두려워했던 남자와 

그런 그가 전혀 두렵지 않던 여자. 

그런 두 사람의 영원한 해피엔딩.  

그리고 모두의 Happily Ever After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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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희주의 곁에서 진우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잘나가던 제이원의 유대표 시절 모두의 워너비였을 진우는 자신만만한 한편으로 어딘가 들뜨고 날카로운 분위기가 없진 않았다. 그래도 6층 추락 이후부터보다야 나았다. 처음 보인 표정은 두려움이었고 그 다음은 불안정함, 그리고는 쓸쓸함과 그늘짐. 또 무거움, 다시 열정적으로 불이 붙는 듯 싶더니 오히려 더욱 황량해졌다. 아슬아슬함이 전해질 만큼 절박했었고 다급했다. 그랬던 진우의 눈빛이 정말 차분해졌다. 표정에도 오랜만에 여유가 생겼다. 유진우에게 정희주란 이런 의미였고 이런 존재였다.


한편으로, 그러다 보니 안 그런 척 굴던 이 양반의 별 모습을 다 보게 된다. 그 순간이 얼마나 믿기지 않았으면 자기 호텔로도 못 돌아갔을까. 말이야 바로 합시다. 공방 쇼파가 불편해서 잠을 설친 게 아니라 한 지붕 아래 희주가 있다는 사실이 못내 싱숭생숭하게 만들었겠죠. 그 쇼파는 쇠로 만들고 거실 쇼파는 솜으로 만든 것도 아닌데. 왜 어떤 때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고 다른 때는 별 상관없단 말입니까. 괜히 까다로운 남자 코스튬으로 여유있게 굴려다 아저씨 한마디로 녹다운이나 당하고. 그리고는 주렁주렁에 삐친 희주에 은근 의기양양해진 유진우 씨. 사실은 희주가 한껏 꾸미니 너무 예뻐진데 당황했던 거였으면서. 


이쯤에서 이 두 사람의 만남을 되짚어 보면 처음, 자다 만났다. 다음, 불타는 전화 메시지에 이어 화장실 문짝 타임이 찾아왔다. 그러고는 한 사람은 비에 흠뻑 젖어 울고 있거나 다른 사람은 술에 거의 목욕을 하고 있거나. 심지어 유대표, 희주 보고 처음에 무어랬더라. 그래서 진우는 자기 말에 표정이 확확 바뀌는 희주가 더 좋았나 보다. 눈가에는 장난기가 자글자글해서는 희주가 무슨 말을 해도 좋다고 웃고 계신다. 희주의 불만을 심각하게 듣는 척하다 결국 터져버리는데 희주 본인은 흥분해서 이걸 또 모른다. 다 큰 어른들이 왜 이리 풋풋하신지. 마치 소년소녀마냥 서투르게, 그 사랑스러움에 보는 사람마저 심쿵해지도록.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 가질 못했다. 그 순간이 계속 이어지길 바랐기에 오래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미 자주 다치다 보니 자기 상처 따윈 신경 쓰지 않던 진우와 그런 진우이기에 더욱 눈물 흘릴 수밖에 없던 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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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언제부터인가 희주는 진우와 연락이 닿질 않으면 불안해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날도 새벽까지 연결되지 않던 전화에 가슴이 떨려 황급히 내려왔건만 그 주인공님께서는 태평하게 십 분만 놀다 가랜다. 그냥은 절대 말을 안 들을 남자를 가만 보던 희주, 실력 발휘에 나섰다. 왕년에 철부지 둘을 거의 키우다시피 한 누님의 실력을. 그래서 이제는 잠이 올 줄 알았는데. 늘 추워보이던 사람을 한데서 재우지 않아도 되니 만족스러워 편해질 줄 알았건만 웬걸. 이상하게 잠은 더욱 안 온다. 이 가운데 유진우 씨는 어느새 보니따 유대표 시절로 홀로 회춘하셨도다. 대놓고 까다로운 남자의 재림.


그래도 희주는 무슨 일이 있든 떠나지 않겠다는 진우라서 좋았다. 그런 진우가 안타깝고 걱정되는 한편으로 그가 자신을 홀로 두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 같아 든든했다. 그날 아침, 솔직하게 다정해지는데 어색해하는 진우를 보면서 희주는 불유쾌한 현재에도 오랜만에 웃음이 나왔고 포근해졌었다. 희망을 품었다. 공방에서 이야기했던 내일과 함께 먹던 식탁의 온기가 손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다. 진우가 그리 다치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희주가 모르는 내내 홀로 피 흘리고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


희주가 처음으로 발 디딘 진우의 세계는 총과 칼이 난무했고 진우는 여기저기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이 남자가 늘 얼버무렸던 거다. 얼렁뚱땅 세주를 찾겠다고 나갔던 거다. 사방에 적들뿐인 가운데 게임 밖에서도 안에서도 쫓기는 진우를 보며 희주는 비명이 나오려는 걸 참았다. 여기서 시선을 끌어 그를 더 곤란해지게 해선 안 된다. 그러나 눈물이 터지는 것까지 막진 못했다. 이런 상황 자체를 진우가 아무렇지 않아 한다는 것도 희주를 아프게 했다. 남의 일에는 화를 내는 사람이 왜 자신의 일에는 무뎌질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을 상상하며 희주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래서 이제 희주에게도 게임은 진우의 메시지가 돼 버렸다. 그가 말할 수 없는 너머를 읽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아침에는 돌아오겠다던 진우가 한낮이 되도록 그 종적을 알 수 없던 날, 그러므로 희주는 사방을 뒤지고 다녔다. 그냥 유저 메시지만 찾으면 됐다. 진우가 희주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아도 괜찮으니 다만 메시지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좋았다. 총에 맞아 죽고 맞아 죽어도 그걸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늘을 향해서도 빌었다, 간곡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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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3) 다시 필사의 각오로 뛰어들었다고 언제 죽을지 모를 현실이 두렵지 않을 리는 없다. 그런 가운데 진우는 사선을 넘어온 연인을 만났다. 기어코 그곳까지 따라온 희주를 봤다. 그때만큼은 희주의 눈물에 진우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보단 아팠다. 자신 때문에 자꾸 울게 되는 것 같아, 그래서 그 사람을 위로하고 위로를 구하고도 싶었다. 


희주가 또 따라다니지 못하게 차키까지 뺏으며 거짓말을 했지만 그 약속만은 진심이었다. 이 광기에 종지부를 찍고 꼭 돌아가고자 했다. 진우 자신이 버그란 말만 듣지 않았다면, 자기가 죽어야 평화가 도래할 거란 말을 희주한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지금도 동생과 진우의 안녕을 간절히 빌고 있을 그 사람에게. 


대체 어디서부터가 시작이었을까. 무엇이든 결론은 하나였다. 로그인해서는 절지 않게 된 다리가 말해주듯 진우 자신은 게임과 빠르게 동조화되고 있었다. 그리고는 마치 너무나 예리한 칼날같이 주변이 썩둑 베여나가고 있었다. 차형석이 죽었다. 정훈이가 죽었다. 세주는 실종됐고 수진이는 자살을 기도했다. 컨트롤하려할수록 상황은 통제 불능으로 치달았다. 


마침내 차병준 교수까지 죽었다, 그것도 자기 아들의 손에. 자식을 잃은 슬픔에 미친 아버지가 그 아들에게 찢겨 나갔다. 그리고 그 기점엔 유진우 바로 자신이 있었다. 잇따른 비극이 두려워졌다. 스스로도 모르겠는 유진우란 존재가 가장 무서워졌다. 


자신은 그래서 이제 사람인가 버그인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소중한 삶들이 파괴되고 박제됐다. 거기로부터 자신은 정말 무결할까. 끝까지 그럴 수 있을까. 희주는 또 어떻게 될까. 지금도 진우 곁에서 함께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있는 희주는,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은.


게임을 시작한 이후 진우의 정신적 붕괴는 이미 한계치까지 쌓여있었다. 무엇보다 진우는 희주하고만은 같이 죽고 싶진 않았다. 그녀의 기다림에 불빛을 보면서는 더욱 그랬다. 정희주는 유진우에게 기쁨이고 환희이며 위로이고 그리움이었다. 그런 존재의 세계가 영속되길 바랐다, 비록 진우 자신은 더는 함께 할 수 없을 지라도. 


그러므로 신께 기원했다. 밤을 새워 어둠을 태울 기세의 불빛을 계속 보다가는 모처럼 독한 결심마저 무너질까 두려워 가까스로 발길을 돌리며 성상에 빌었다. 정희주 그녀의 곁에 부디 평안과 위안과 행복을, 너무 오래 슬퍼하지는 않기를 너무 깊게 아파하지는 말기를. 그렇게 유진우 자신의 이야기는 이곳에서 종결짓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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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4) 세주의 귀환은 희주에게 기쁨이고 동시에 희망이었다. 진우의 소식을 알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는 유저 메시지에 기댈 수만은 없을수록, 동생은 그래도 실마리를 쫓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세주가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진, 진우가 그토록 필사적으로 깬 퀘스트가 그를 돌려주진 않는단 사실을 알기 전까진.


도무지 어디로 가야 진우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의 연락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밤, 그날 밤. 희주가 잠시잠깐 졸던 새 진우는 다녀갔다. 아니 사라졌다. 마치 희주가 이상한 느낌에 떨어지지 않던 발길을 겨우 재촉해 모임에 끌려나갔을 때와 똑같이 진우가 없어져버렸다. 그때보다 오히려 더 나빴다. 선호가, 진우의 친구가 희주에게 뭔가를 자꾸 숨기려 했다.


그리고는 엠마가 죽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희주가 진우를 인도했던 길을 따라가다 그가 죽었다고. 그럴 리가 없었다. 세상이 그럴 수는 없었다. 진우는 분명히 희주 자신과 약속했었다. 그런데 다름 아닌 설계자인 세주가 그런 말을 한다. 유진우는 삭제됐을 거라고. 육신도 찾을 수 없는 연인의 소멸을, 그러니 희주에게 믿으라고.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분명 아침이면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그 비명조차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그래서 기도했다, 이 악몽에서 깨어나게 해달라고. 그 다음엔 빌었다, 진우를 되돌려 달라고. 이윽고는 기원했다. 진우가 돌아올 날이 하루라도 더 앞당겨지기를. 부디 희주가 살아 그날을 볼 수 있는 때까진, 부디. 왜냐하면 진우는 분명 희주 자신에게 말했으니까. 


정희주는 그랬다. 세상 그 누가 믿지 않아도 그녀만은 유진우를 믿었다. 사람들이 그를 보고 미쳤다고 해도 그가 살인자일지 모른다고 의심해도 희주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희주의 그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번에도 틀릴 리 없었다. 떠나지 않겠다던, 꼭 돌아오겠다던 진우의 약속은 분명 지켜질 미래였다. 내일이었다.


그날만을 기다리며 희주는 열심히 살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면서도 매일을 충실히 보냈다. 언젠가 돌아온 진우가 혹여 자신을 보고 아파하지 않도록. 그 순간의 어쩔 수 없을 선택에 후회로 다시금 진우 자신을 찌르지 않도록. 그래서 더 희주는 무너질 수가 없었다. 매일을 단단하게 또 단단하게 기다렸다. 돌아온 진우를 환한 웃음으로 반길 날을 고대하며.


다시 만난 진우는 어쩌면 희주가 알던 유진우가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희주는 믿었다. 진우가 그런 존재여서가 아니라, 희주 자신에게 그런 의미이므로 포기하질 않았다. 앞으로 진우가 자신을 믿지 못한다면 희주가 그만큼 더 믿어주면 되었다. 진우의 칼날이 언젠가 눈이 먼다면 희주 자신이 영원한 그의 칼집이 되어주면 됐다. 


그러므로 정희주는 유진우가 전혀 두렵지 않았다. 다만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유진우의 서사는 정희주로 완성되는 거였다. 결국 진우가 희주 곁으로 돌아오는 걸로, 그렇게.


그날 밤 그들은 행복했을 거다. 양주 팀장 선호 세주 민주까지 오랜만에 다들 한껏 웃을 수 있었겠다. 이후로 매일이 늘 행복하진 않을지라도 그들은 그 웃음을 계속 이어갔겠다. 아마 지금도 이어가고 있을 거다. 왜냐하면 진우와 희주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가 멀리 있어도 그들을 연결시켰으니, 그 모습을 함께 지켜봤으니. 그게 기적이라면 기적인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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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다 우연히 부딪혔어도 그냥 스치는 인연으로 끝났을 두 사람. 그렇게 서로 너무 다르게 시작했던 두 남녀가, 서로가 참 낯설었던 두 사람이 가랑비에 젖듯 서로에게 물들어가다. 하늘을 뚫는 폭우를 만나 서로의 온기만으로 버티고. 그렇게 익숙해지는지도 모르고 익숙해지던 끝에 사랑인지 모르고 사랑에 빠졌다. 그걸 깨달았을 때는 너무 깊이 하지만 또 멀리. 이별 후에 깨달은 사랑의 갈증에 긴긴 기다림으로 허덕이다 다시금 엇갈림으로 애타게 서로의 주변만을 맴돌다. 이윽고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이기지 못해 부딪히고 충돌하고. 그 순간이 영원으로 멈춰지길 진정으로 바라게 되고. 그래서 그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고자 각자의 방식으로 또 나아가고. 그래서 이뤄낸 기적. 그리고 다시 봄.




##그리고 나쪼렙의 봄은 블레로..너무 길어져서 여기다 적을수가 없었오, 나샛 어쩔..ㅠㅠ 에잉 모르겠다 어쨌든 ㅂㄹㅅ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