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시리즈-가상이메일1] 진우야, 나다.


진우야, 나다.


여기 몰디브에 온지 벌써 두 달째에 접어든다. 6개월은 연락하지 말라더니 왜 이메일은 보내냐고? 그건 회사일로 나 소환하지 말라는 거였고, 그리고 너도 예상은 했을거다. 6개월이나 너랑 연락을 안 하고는 내가 못 견딜 거라는 걸.


그럼 그간은 왜 조용했느냐고? 몰디브 리조트에서도 인터넷은 아주 환상으로 잘 터져서, 니 기사랑 우리 넥스트2가 연일 포털 메인에 걸리니 굳이 연락 안해도 니 근황이 확인이 되어서지. 너랑 희주씨가 지난번에 같이 찍은 부부화보까지 아주 잘 봤다. 예전에 전국민이 파파라치가 된 거 같은 너희 부부 사진들 검색해보면서 사진들이 도촬이라 그런지 한결같이 희주씨 실물을 못 담아낸다고, 차라리 화보를 한번 찍어주는 게 낫겠다 툴툴대더니 인제 속시원하냐?


나는 여기서 뭘 하냐고? 일부러 바다가 바로 보이는 창 옆에 침대가 있는 방을 골랐다. 아침에 일어나면 코발트색 투명한 바다가 제일 먼저 보이고, 그 다음 하늘을 바라보고 오늘도 날이 좋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느긋하게 나가 리조트 안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마음 내키는 대로 낚시도 하고, 바다에 들어가 지천으로 있는 물고기들을 구경하며 스노클링도 하고, 산보도 한다. 인피니티 풀이 있는 베란다가 서쪽 방향이라 해가 질 무렵이면 풀장에 몸을 담그고 느긋하게 일몰을 본다. 지루하지 않느냐고? 너 때문에 2년을 미룬 계획이다 임마. 아직은 전혀 안 지루해. 너한테 말한 대로 6개월은 더 이러고 살 수 있을 거 같다.


그럼에도 말이다 진우야. 나는 여기서도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제일 먼저 집어든다. 니가 없던 그 시간동안 그랬듯 말이다. 그때는 혹여라도 니가 연락을 해올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여기에서는 니가 돌아온 게, 그리고 건강하게 한국에, 희주씨 곁에 있다는 게 혹 내 꿈일까 싶어 인터넷을 열고 니 이름을 쳐본다. 요 두 달 동안은 아주 매일이다시피 니 기사가 검색이 되어서, 그걸 보면 꿈은 아니구나 하고 다시 안심이 되곤 했다.


이제야 말하지만, 2년 전의 그 날, 희주씨가 전화로 떨리는 목소리로 너를 찾았다고 하던 그 날은 내가 이 나이까지 살아오며 제일 믿기지 않는 날이었다. 강남 회사에서 일산 희주씨네 집까지, 급한 마음에 기사도 마다하고 내가 직접 운전해서 갔었는데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나중에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더라. 사고나 안 낸 게 천만 다행이지. 잠들어서도 희주씨 손을 놓지 않는 너를 보며, 희주씨가 깨면 연락드리겠노라고 미안해 하는데도 꼬박 열 두 시간을 기다렸다. 혹시 집으로 돌아가면 이 모든 게 꿈일까 싶어서. 그리고 눈을 뜬 너는 형, 하고 씩 웃자 마자 다다다 회사일을 묻기 시작했고, 내가 다음 달에 퇴직한다고 하니 미쳤느냐고 불같이 화를 냈지. 그렇게 발목 잡혀서 넥스트2 출시까지 내가 2년을 또 노예같이 일했으니 난 이 정도 휴가는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고 본다 이 녀석아.


사실 혼자만의 이런 달콤한 시간도 다음 주면 끝이긴 해. 와이프랑 아들 놈들이 다음 주면 와. 혼자만 이런 호사를 누리기도 미안해서, 아이들 방학하면 바로 오라고 했다. 저 투명한 바다에 그 녀석들을 풀어놓으면 얼마나 좋아할지, 벌써 눈에 삼삼하다. 종일 지들이 물고기라도 된 양 신이 나 헤엄쳐대겠지. 한국에서는 먼 길이긴 하다만, 너도 애가 조금만 더 크면 희주씨랑 식구들이랑 다 같이 한번 와. 하긴, 그때쯤이면 둘째도 생겨서 또 좀 미루어야 될 수도 있겠다만. 몰디브는 어디 가지 않으니까.


너한테 너도 식구들이랑 가 봐라, 하는 말을 할 수 있어서 내가 얼마나 기쁜지, 그건 아냐. 너희 결혼식날 희주씨가, 저희는 아이 많이 낳아서, 대가족으로 북적거리며 살 거예요, 하고 활짝 웃으며 말했을 때 나는 희주씨한테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물론, 희주씨한테 절이라도 하고 싶었던 게 그날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생떼같은 청춘의 희주씨가 매일 너만 기다리며, 기타만 죽어라 만들며 사는 게 애처롭고 미안해서 그만 너 포기하자고, 나는 포기했다고 했을 때도 희주씨는 그랬다. 너는 돌아올 거라고, 그게 언제든, 자기는 믿는다고. 겉으로는 그러지 말라 했지만 그때 희주씨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겪었던 그 모든 마법같은 일 속에서도 희주씨의 그 믿음이 결국 너를 찾아낸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너는 이 이메일을 받으면 또 아 형 메일 제목 좀, 하고 툴툴대겠지. 니가 없는 동안 내가 보낸 그 이메일들, 내용은 회사 주별 보고서마냥 상세하고 다양하면서 왜 제목은 다 한결같이 진우야 나다, 냐고. 심지어 니가 돌아온 이후에도 왜 너한테 보내는 모든 메일 제목이 진우야 나다, 인 거냐고, 내용에 따라 제목 좀 다양하게 붙이라고 몇 차례나 궁시렁거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난 계속 이 제목을 고집할 거 같다. 확인하고 확인해도 읽지 않음, 으로 남아있던 1년간의 그 메일들, 그 메일이 니가 돌아온 다음 날 모두 읽음, 으로 바뀌었을 때 내가 느꼈던 그 안도와 행복을 다시 되새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진우야, 나는 여전히 너한테 보낸 내 메일이 읽음, 으로 바뀌는 게 참 좋다.


이제 밤이 깊어간다. 몰디브 사진 몇 장 동봉하마. 몇 년 내로 이 끝내주는 바다에서 니 아이들과 내 아이들이 같이 놀 날도 오겠지.


P. S. 1) 아, 처제한테 타레가 싸인 씨디 좀 우리 집으로 보내달라고 해 줘라. 우리 큰 놈이 아주 요새 타레가 광팬이 되어서, 민주 만나게 해달라 난리란다. 아빠가 돌아가면 주선해보겠노라고, 근데 그 누나가 요새 너무 바쁜 거 같더라 일단 달래놨는데 싸인씨디라도 좀 안겨줘야 믿고 기다릴 거 같아서 말이지.


P. S. 2) 며칠 후에 니 생일이지? 생일선물은 집으로 보냈다. 희주씨가 못 먹여 소원하던 홍합미역국 많이 먹어라 이 녀석아.


P. S. 3) 그런데 회사일로 6개월간 나 찾으면 인연 끊겠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유진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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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2018tvn&no=48688,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2018tvn&no=48770) 속편을 계속 생각은 했는데, 이건 내용상 인터뷰보다는 이메일이 되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서. 쇼케이스 이틀 전에 유진우 대표 복귀, 라는 빅픽처를 그려놓고 몰디브로 튀어버리신(...) 박선호 이사가 유진우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임.


사실 나는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서비서 못지 않게 마음이 쓰인 캐릭터가 박이사였음. 정훈이는 진우만 보고, 진우만 믿으며 행동하면 되는 입장이었지만, 박이사에게는 진우 말고도 생각해야 할 게 많았으니까. 무엇보다도 또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한 회사를 책임져야 할 입장이기도 했고. 진우의 친구라는 입장과, 회사의 넘버2라는 입장 사이에서 박이사가 느꼈던 딜레마가 상상이 되었거든. 사실 우리도 살다보면 진우같은 입장보다는 박이사같은 입장이 될 일이 더 많은 거니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이사가 끝까지 진우의 편이어서, 진우를 배신하지 않아서 참 많이 기뻤음.


끝까지 사람 마음을 졸이게 하던 우리 블레가 마침내 성사가 되어서 꿈같이 기쁘고, 진짜 마지막 수량 보고 나도 여러번 눈 비비며 확인함. 쪼렙 니네들 블레 성사시키는데는 만렙이었던 거니 그런거니 ㅎㅎ 물론 내가 좋아서 쓴 거지만 인터뷰 시리즈가 블레 영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더 감사하고. 이번 글은 블레 성사시키고 다들 피곤함에 지쳐 있는 거 같은 갤에 자축 의미로, 그리고 우리 유댑 생일도 미리 축하하는 의미로 올려봅니다. 다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