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블레건 관련해서 엔딩도 그런데, 이 드라마까지 다시 한번 도매금으로 평가되는 분위기가 안타까워서 내가 생각하는 알함의 의미를 정리해 볼까해.
주관적인 평가이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작품을 평가할땐 12회까지와 그 이후로 나뉠거고 그 이후는 작가의 잘못이 맞아.
그 부분은 정확히 구분해야되고 무엇이 진짜 자격없다고 생각하는지 정리할거고.
그치만 작품 전체는 아니라고 생각해.

때론 그 이전과 그 이후를 나누는 기준이 또렷할 때도 있지.
또 아닐 때도 있고.
후일 시간이 좀 지난 즈음 아 그정도 즈음, 그 몇개의 작품들이
기존드라마들과 다른 새로운 것들도 시청자의 반응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해 보였구나 하고 평가되는 때가 올거란걸.

시청자의 눈높이는 점점 올라가고 있고
굳이 그렇게 일상에서 내 곁의 사람이 똑같이 말하면
때려주고 싶을 말들을 드라마 남주라는 이유만으로 하지 말라고 하고 싶을때가 있단걸.
그것이 때론 아무리 잘 쓰여진 수사로 된 것일지라도.
무슨 말인지 대충 알거야.

그렇다면 왜 엔딩도 그따윈데, 알함이 일년 동안이 아니라 내가 봐 온 드라마를 모두 통틀어 유일은 아닐지라도 손에 꼽는 작품이 된걸까(12회 이후 후반부가 그렇게 작가 스스로 작품을 통제하지 못하고 오래 써온 필력 믿고 마무리한 수준인데도-처음엔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출발은 했겠지. 이건 난 인정하는 부분이야. 솔직히 제작보고회에서도 김ㅇㅅ배우 평가처럼 한국 작가들 다 천편일률적인 소재에 매몰된거 맞잔아.
로맨스면 다 통하는 줄 알거나 그게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 다루면 그것조차 너무 어디서 본 듯한 사회고발 내용을 다루는 거라 공감은 해도 그 부패, 교육현실, 병원 배경 인간애 감동적인데 아 이거 처음 본다고 느낄 정도의 새로운건 아니란거. 고민의 깊이도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알함은 소재의 출발도 그렇지만 기존 한국 드라마를 넘어 영화에서도(솔직히 요즘 제작되는 한국 영화의 그 천편일률은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보지 못한 장면이 나와.

가장 기억나는 것 중에 몇가지를 말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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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추락하는 장면
5회 빗속에서 차형석을 가로막는 방패이자 보호자로서의 희주, 전편을 걸쳐 유진우에 비해 희주가 수동적으로 묘사됐다 하나 이 장면에서 만큼은 그 관계가 완전히 역전되지.
남주를 구해주는 존재로서의 여주인공.
오히려 빗속에서 수동적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남주이고 유일한 구원자로서 희주가 등장한거야.

이토록 절대적으로 여주가 아니면 반드시 죽게 될 상황에 처한 남주를 본 적이 있어? 아니 난 처음이야.
반대의 경우는 너무도 많이 봤지. 언제나 여주가 어떤 위기에 처하면 어디선가 나타나 구해주는 남주. 멋있어. 근데 아무리 멋있어도 식상해. 처음이 아니니까.
근데 이건 여주가 갑옷 입고 칼 들고 나타난건 아니지만 구원의 여신같이 빗속에 갑자기 나타난거야.
이게 11회에 다시 한번 데칼코마니처럼 나오지.
빗속에 그리고 세상 속에 홀로 버려진 남주을 향해
우산을 들고 다가오는 여주의 존재.

왜 이 두 장면이 그토록 내게 긴 여운을 주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래서였어.
관계의 역전.
비를 맞는건 여자, 우산이나 겉옷을 벗어 씌워주는건 남자.
적이 위협하고 공격하는 여자를 나서서 구해주는 남자.

근데 이걸 반대로 비튼거야.
그리고 누굴 구할때 남자가 칼과 총을 들고 등장하는 것처럼
여자도 무기 들고 등장해야 그게 꼭 역활의 전환이 아니란것도.
그냥 우산 하나면, 믿는다는 말 한마디면 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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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보니 너무 길어질거 같아서 일단은
여기까지만 할게.
그리고 이건 그냥 내 생각을 정리한거라서 다 생각이 다를거야.
지나치게 좋게만 과장되게 평하는거 아니냐 느낄 수도 있을거고.
그치만 어차피 모든 평가는 객관을 가장한 주관적 취향에 의존하는 거라고 이해해주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설정 중에 하나가
게임 속에서 적과 같이 싸우는 여전사라서 말야.

그리고 이렇게 의존적인 남주로 묘사됐는데도 진우가 하나도 나약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알지?
저런 상황에서 보통 사람은 미치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니까.
그래서 진우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가를 우린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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