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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개인 축전으로 준비했던 글이야. 크게 뭘 할 생각은 없었고. 다만 종영후에도 남은 물음표들(비 음악 소녀 인형 NA..)이 있었잖아. 그걸 직소퍼즐처럼 풀어보고 싶었거든. 송작이 마지막에 스토리보드를 압축시키지 못한건 아쉽지만. 그럼에도 작진이나 배우들이 온힘을 다해 힌트는 충분히 던져준거 같아. 그렇게 애쓴 작품을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쉽더라고. 겸사겸사 영민한 우리 쪼레비 횽아들과 이걸 구실로 훈훈하니 으쌰으쌰도 함 해보고 싶었고. 


그런데, 지금 나의 멘탈이란...한마디로 혼미하다.......용가리. 더 붙들고 있자니 벅차고 어디다 밀봉하자니 마음에 남고. 그래서 내려놓고 싶어서. 이건 그때의 두서없이 정리했던 그 기록들이야. 자연광 조명등 색감 조도까지..왜 그라나다부터 희주는 '빛'의 이미지가 그렇게 강했을까. 극중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진우를 강조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11회, 빛과 어둠의 일루미네이션. 연출은 무얼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그 호기심에서 출발했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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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진우를 좋아한 이유라면 이 사람이 굉장히 고독해서였어. 그 이야기를 하자면 차형석부터 꺼내게 되고. 차대표는 유진우를 가둬버린 사람이니까. 그 넓은 집에서 가장 좁은 샤워부스 안으로 밀어넣은 장본인이었으니까. npc 차형석은 과거부터 따라온 망령으로 보였거든.


생전의 차형석은 그런 사람이었대. 애송이 마르꼬를 만나는 자리도 격식을 차려 세팅하는 남자. 단 상대에겐 일절 대접하지 않음으로 권위를 뽐내며 관계의 우위를 점하는 이. 하지만 추도식 때 선호는 그를 조금 다르게 기억하더라고. 일면식 없는 사람들로 꽉찬 강의실에 겁없이 뛰어들던 혈기왕성한 풋내기로. 그 간극이 아마 형석을 진우에게로 이끌었으리라고 봐. 


숨막히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열망. 파격으로 느껴질 정도의 영리함에 대한 동경. 자신만만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유로움과 자유분방함. 이를 향한 갈망. 매혹. 병준에게 맺힌 한을 진우에게 풀었다던 형석은, 동년배라도 더 어른스런 진우에게 아버지를 그렸던거 같아. 가만보면 진우는 어리광에 꽤 약하더라고. 정훈이 랩업하기 힘들다고 칭얼댈 때나 양주가 추러스 추천하며 깐족댈 때도 민주가 오디션을 부탁할 때도 진우는 거절 못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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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유진우는 차형석의 아버지가 아니지. 아무리 형석이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도 진우가 받아주는데 한계가 있어. 학창시절이면 몰라. 둘은 사업적으로도 얽히잖아. 아마 이 부분이 두사람이 엇갈리는 계기가 됐던 걸로 보이고. 병준이 개입하면서 더 심해졌던거 같아. 너무 좋아하는데 그만큼 너무 미워서 생기는 상실감과 박탈감. 


그런 동질감이 형석과 수진을 묶는 하나의 축으로도 이어졌을거 같은데..됐고. 이건 형석이 사정이지. 그니까 구질구질한 변명은 그만. 팩트만 놓고 보면 형석은 친구의 부인과 바람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녔어. 이를테면 2~3개월 머리채 붙잡고 조건도 여럿 걸며 뺑뺑이 돌리곤. 양해는 개뿔. 일방통보를 끝으로 쫑. 사과 흉내는 무슨..만약에, 이런 경우가 있다면 상대는 이걸 뭐라고 볼까요?!? 뭐, 그런거지. 그런 마음의 상처, 분노, 배신감. 


진우는 이를 두고 '등 뒤에서 찔렀다'고 표현하더라. 그럴만도 한게, 진우가 애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임지고 헌신적으로 매진하는 순간순간. 그렇게 지어진 울타리 안에서 그들은 진우의 눈을 피해 진우가 힘들여 가지고 온 것들을 탕진하고 있었잖아. 진우를 조롱하면서. 진우가 사랑을 생각하는 그 순간, 그들은 어떻게하면 이번에도 진우의 뒤통수를 잘 칠까 그 궁리를 하고 있었지. 적어도 진우 눈엔 그렇게 비쳤어. 피꺼솟..레알 공감요 유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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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는 진우의 그런 아슬아슬함이 걱정됐을 거야. 누군가 인생이 순식간에 금이 가는 걸 봤다면, 그 사람이 아끼는 존재라면 신경쓰이고 마음 갈 수밖에. 중립적인것 같으면서도 결국 약자 편에 서던 박선호 같은 사람이라면 더. 해서 선호는 진우에겐 유독 약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눈치 빠른 유대표가 이걸 몰랐을리가. 그럼으로 박선호의 가슴앓이 크랭크인. 


자기 필요하면 '명령이야' 이러면서 능구렁이처럼 평소엔 '형' '형' 거리던 동생님. 가끔 정훈이 양주까지 꼬드겨 작당 모의하며 말야. 그래도 박이사는 유진우를 절대 못 이기지. 이길 생각도 없었고..욱하다가도 진우 걱정으로 낯빛이 돌변하던 걸. 두번째 결혼으로 사생활이 더 막힌 진우를 누구보다 안쓰럽게 생각했고. 그런 동생의 그나마 숨구멍이 자신들이란걸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이 때문에 유진우의 원죄의식은 필연적이 될 수밖에 없었어. '그애가 차형석의 이름을 내뱉은 순간 사실 이미 결정된 거다.' 그 순간은 진우의 감정이 이성을 압도했겠지. 그 결과 진우 인생은 물론 회사까지 위태로워졌고. 정확히는 그 안에 사람들이. 그래서 진우는 모든걸 되돌려놓고자 고되고 긴 여정을 시작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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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같던 비서는 죽었고. '정훈이가 죽었다! 그런데 너는 그 수습도 안하고..' 형마저 진우를 책망했지. 선호의 눈에는 진우가 게임을 핑계로 차게식은 정훈을 두고 도망친걸로 보였으니까. 물론 말만 그렇지 이후로도 선호는 진우를 지키고자 애썼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람은 오로지 진우만을 위할수 없는 입장이었기에..각박한 경쟁이 일상인 도심 마천루. 그 배경의 유리벽과 책임을 상징하는 큰 데스크에 사방이 막혀있던 선호.(..를 보여주던 연출b) 


그래서 선호는 진우에게 차라리 도망치라고 부탁해. 아니, 애원하지. '제발'이란 말까지 덧붙이며. 그때 진우의 참담함이란..옛날엔 그랬어. 진우 옆에는 바늘과 실처럼 형석이 붙어다녔고. 정훈이도 있었어. 그들과 진우는 이런저런 일들을 벌였고. 양주까지 가세하면 규모가 더 커졌을 거야. 그 수습은 선호의 몫이었고. 대자로 입술이 나온 선호를 보다못한 차교수가 슬며시 훈수를 둘 때도 있었겠지. 라돌체비타(달콤한 인생)..그러나 어느날 모두 다 사라지고 어둠만이 남았다. 진우만을 남겨두고 다 떠나버렸다. 눈물조차 얼어붙는 막막함. 그리고 그 막막함을 위로해주듯 모여들던 빛 무리와 그를 위해 달려와주던 작은별(에스테르)' 희주.


이 드라마의 타이틀이자 희주, 또 엠마가 연주하던 기타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는 원작자 타레가의 로맨스가 비하인드로 있다고 해. 타레가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어. 그 슬픔을 달래려 떠난 여행중 알람브라 궁전을 들렸고 그곳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노래가 바로 '알궁추'. 단조에서 장조로 끝나는 마무리는 작곡가가 어둠속 긴 통로를 지나 헤네랄리페 정원의 아세키아 중정에 도달한 순간 비쳐온 환한 빛을 모티브로 했다던데. 절망 끝 희망을 노래한 거래. 그러니까 작곡가가 멀리있는 연인을 그리워하며 지었던 이 노래에는 어둠을 지나 빛으로 향하는 은유가 담겨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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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슨 사이에요?' 인간관계에 있을법한 부침이란 부침은 다 겪어본 진우로선 그 자체가 하나의 트라우마였어. 그래서 희주에게 두사람이 무슨 관계였고 관계이며 어떻게 될지를 한번쯤 물어보고 싶었을 거야. 이에 대한 희주의 대답은..기다림이 필요하면 기다려줬고. 먹어야 할 상황이면 함께 먹어줬고. 우산이 필요하면 그냥 씌워줬어. '괜찮다. 이제 괜찮다. 아니라도 지나고 보면 다 괜찮아질 거다'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전하던 여자. 어둠속 외로움이 사무치게 추워 울지도 못하던 사람이 눈물이라도 흘릴수 있도록 따뜻하게 안아주던 사람. 그 어둡던 지하감옥에서 피투성이로 떨던 진우 앞에 불빛을 흘려보내 구해냈듯, 늘 빛이 됐던 존재.


하여서 어둠(진우)과 빛(희주)의 조우, 일루미네이션. 울지 못하는 어둠과 함께 있어주던, 흉내내지 않은 진실된 빛. 그들의 어우러짐이 빚어낸 환상 마법. 어둠이 있어야 하는, 밤의 거리에서만 가능한 빛의 향연 루미나리에. 그 미쟝셴을 통해 작진은 어떤 밤은 낮보다 더 아름답다는 걸 전하고 싶었나봐. 7개월의 시간을 통해 그들의 밤은 그 어떤 낮보다도 아름다웠다는 걸 보여주려고...그래서 잘 받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이고이 애지중지하고 있었는데, 증말..안구에 쓰나미가 몰려오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