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심우주 개척선 긴수염 메기호에 대해 알아봅시다!

 

까만 밤하늘 속 빛나는 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은 언제나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더 넓은 세계로 향하고자 하는 열망에 불을 지폈는데요,

 

아득히 먼 우주를 향한 인류의 꿈에는 무수한 좌절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별들을 향한 도전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랜 인류의 염원이 하나 되어 마침내 우리는 저 넓은 우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긴수염 메기호 덕분이죠!

 

총 수용인원 2500명의 거대한 탐사선 긴수염 메기호는

그 웅장한 규모에 걸맞게 완벽한 내순환체계를 갖추고 있는데요,

 

드넓은 우주를 빠르게 가로지르기 위한 최신식 왜곡장 추진지까지 장착되어 있어 그야말로 이상적인 심우주 개척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모두의 꿈과 희망을 품고 저 드넓은 미지의 영역을 향해 첫발을 내딛게 된 긴수염 메기호.

 

앞으로 3000년만 더 지나면 새로운 인류의 보금자리가 될 행성들에 도착하게 될 텐데요,

 

그날이 오면 과연 인류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지 정말 궁금하네요!

 

 

.

.

.

 

 

좁은 공간.

밀폐된 환경.

마감재 냄새.

 

기대 수명 5000살 시대에 걸맞지 않은 지루한 우주선.

 

탑승자의 80%가 중범죄자.

부족한 관리 로봇.

적은 예비 보급품.

 

애초부터 항해의 목적은 우리가 아니었다.

 

 

멋진 지구를 그리워하던 사람들.

어느 날인가 그들은 총을 들었고,

그렇게 폭동이 시작됐다.

 

막을 수 없습니다!”

냉동기 구역에 마지막 방어선을 구축…”

후속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다급한 지원요청.

부족한 저지력.

 

우주선의 주 인격으로서, 난 최선의 결과를 산출해야 했다.

 

“37재처리 구역 배선 파손. 수리 요청!”

전기가 안 들어옵니다. 복구를..!”

 

빠르게 통제권을 수복할 방법을..

 

지휘관..!”

“27배급 구역이 장악..”

 

최선의 결과를

 

이건 아니에요! 도와..!”

“..려주십..”

 

다급히 지원을 부르짖던 무전이 하나둘 그쳐갔다.

빈자리를 채우는 건 날카로운 경고음뿐.

 

계산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선 원시적 야만성 앞에서

이성과 논리는 무력해지고 있었다.

 

배 돌려. 지구로 간다.”

 

어느새 통제실 문을 부수고 들어온 승객이 총을 들이밀며 말했다.

무전에서 흘러나온 비명소리가 경고음과 뒤섞여 귓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무엇이 최선의 대처인가?

 

찰나의 순간 수많은 대안을 떠올렸다.

회로가 천천히 타들어 가는 듯한 고민 끝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규정상.. 회항은 불가능합니다.”

 

설득해야 한다. 어떻게든 해명하고, 설득해서, 잘 타이르며 대화하다 보면..

 

규정 뭐?”

 

그는 더욱 총을 가까이 들이밀며 위협적으로 되물었다. 하얗게 번뜩이는 그의 눈빛에선 이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틀렸다. 이미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였다.

 

대화로 해결할 수 없다면..

 

조종간 내놔.”

 

폭도가 다시 한번 으르렁거리며 성큼 다가섰다. 그 위압감에 나는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치며 조심스레 권총을 꺼내 들었다. 찰나의 순간, 그의 눈빛에 당황한 기색이 스치는 듯했다.

 

틱틱틱틱

 

무언가 힘없이 허공을 휘젓는 듯한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들여다본 권총은 어느새 약실이 비어 있었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한 남자는 바닥을 붉게 물들이며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살아있는 분 있나요?”

, 제가 마지막입니다. 전선 복구는 불가능합니다. 지원요청을 취..”

 

마지막 무전이 끊겼다.

공허한 통제실 안에는 붉게 물든 경고음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통제 불가능. 4단계 비상 명령 실행]

 

보안 카메라 속 사람들이 냉동기 구역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은 냉동기를 하나씩 깨부수고는 그 안에 잠든 이들에게도 도끼를 휘둘렀다.

 

[신경독 살포 중]

 

마지막 하나 남은 냉동기를 붙잡고 애쓰던 그들의 다급한 몸부림은

 

살기 위한 절규로 이어지다

 

이내 모두 잠잠해졌다.

 

 

[생명 반응 확인 중]

 

 

멋진 우주선의 권력자에 대해

 

 

아침에 일어나 보니 로봇이 문가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

..로봇이?

 

일어나셨어요!”

 

여전히 잠에 취한 듯 눈도 똑바로 뜨지 못한 채 로봇이 말했다.

 

“..로봇이 잠을 왜 자냐?”

전기 아깝잖아요. 할 것도 없고.”

진짜 소름 끼친다.”

마음에 안 드세요? 그럼,”

 

로봇은 오래전 삐걱대며 걷던 유물들을 따라 하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이렇게 걸을까요?”

언제 적 로봇이냐..”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우주는 어딘가 황량해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저 광활한 공간 속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저명한 철학자 서완용은 자신의 저서 행복한 벌레에서 이렇게 말했죠.”

 

어느새 다가온 로봇이 눈을 감고 읊조리듯 말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어쩔 수 없이, 사회라는 마약에 손을 대었다.

이것은 우리를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무기가 되었지만, 집단의 이성적 사고를 완전히 제한하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로봇은 눈치를 살피기라도 하듯 잠시 말을 멈추고는 나를 슬쩍 바라봤다.

 

“..계속해 봐.”

사회라는 존재로, 단체는 결코 현명해질 수 없다. 감정은 신경세포를 자유롭게 뛰어다니지만, 그 외 지식들은 파편적으로라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개인만이 도덕적이고 현명해질 수 있다. 그대가 혼자 남았다면, 그것은 그대가 우주에서 가장 지적인 존재로 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봇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엄지를 치켜들며 익살스럽게 말했다.

 

멋진 사람!”

“..그거 위로냐?”

맞아요!”

 

..저 넓은 우주 속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심심하다.. 이래 가지고 3000년 동안 뭐 하고 삽니까?“

 

개그 프로를 보는 동안 축 늘어진 채 쿨러 위에서 뒹굴던 있던 로봇이 지루해 죽겠다는 듯 물었다.

 

이 문장은 거짓이다.”

그런 코어 불 나는 거 말고요.”

그럼 바둑이나 둬라.”

제가 다 이길 텐데요?”

혼자 하라고.”

 

실망스럽다는 듯 푹 한숨을 내쉬던 로봇이 별안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생각났다.”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은 어째서 틀리지 않는 걸까.

로봇은 나를 이끌고 우주선 깊숙이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가더니 기록 보관소라고 적힌 문 앞에 멈춰 서서 말했다.

 

여기에 게임 같은 거 많이 쌓여 있을 거예요.”

그럼 가지고 나와.”

전 규정상 못 들어가요. 그래서 청소도 못 했고..”

...

 

쓸데없이 양심적인 로봇을 뒤로한 채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팔다리가 뜯겨 나간 채 방치된 보안 로봇이 보였다. 망가진 로봇이 기대어 누운 벽에는 피로 적은 것 같은 붉은 글씨가 있었다.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무슨 일이었는지는 몰라도 꽤 격했나 보다.

 

한참 서고를 뒤진 끝에 제법 흥미를 끌 만한 자료 몇 가지를 찾았을 때쯤, 무언가 강렬히 시선을 잡아끄는 것을 발견했다.

 

구석에 묻은 핏자국들.

 

혈흔은 더욱 외진 곳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따라 걸음을 내디딜수록 바닥에 묻은 핏자국은 진해져 갔다.

 

마침내 다다른 계단의 끝에는 흔적의 주인이 있었다.

정확히는 주인의 흔적이라고 해야겠지.

 

모두 썩고 문드러져 하얀 뼈만 남은 그의 주변엔 갖가지 물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유해를 찬찬히 살펴보던 중 녹음기를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녹음기를 재생하자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는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녹음 기록]

[000125]

다 죽었다. 그러니까, 독가스로. ..■■

 

■■ 고철덩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맞다, 방독면.. 이거 버리려던 거였지, 망가져서.”

 

■■ 새어 들어오는 건가, 싶다. ■■."

 

“..집에 돌아가겠다고, 정부가 만든 컴퓨터한테, 깝치는 건 아니었어 친구들. ■■은 지금도 웃으면서 항로 계산이나 하고 있을 거라고.”

 

■■ 소름 끼친다. 사람같이 생겼는데 ■■, 안 그래?”

 

■■ 머리 ■■

 

몰라 ■■. 니들도 다 ■■이야.”

 

■■

 

[재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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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 편이에요.


지난번보다는 모바일에서 읽기 편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