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발

한강의 다리 난간에는 자살을 막기 위한 글들이 적혀있다.
그 중 하나인 작은 삽화와 함께 다리난간에 쓰여 진
‘긴 터널에 끝이 있으니 견딜 만 하다.’라는 글은 만화가 허영만 씨가 쓴 것이라 한다.

이러한 글들의 직접적인 방지효과는 자살시도자만 알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그리 많은 방지가 될 것 같진 않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택하기 까지 많은 고민을 했었을 것이다.
자발적인 죽음이란 빵집에서 빵을 고르는 것 같은 단순한 결정이 아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때 + 이것 말고는 다른 해결 방도가 없을 때 극심한 고통 속에서
선택하는 길이 자발적인 죽음이다.

이 죽음을 결정하기 위해선 죽음보다 큰 고통이 있어야 결정을 할 수 있다.
(심리적인 문제이거나 신체적인 문제이거나 두 가지 모두 해당해야 이 결정이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은 이 글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진 않더라도 그만큼 유명한 글이다.

‘죽을 용기로 살아라.’

이 말을 한 사람은 자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말은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더라도 1차적인 부분에서 멈추었다는 근거다.

죽음은 ‘용기’로 택하는 게 아니다. 나는 보통의 경우가 ‘절망감’이라 생각하지만
사람마다 경우가 다르기에 나도 확실하다고 말을 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의 목숨을 ‘용기’나 ‘절망감’ 따위의 단어로는 표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살 시도의 과정을 ‘용기’로 표현한다면 그 용기위에 다른 무언가가 있기에 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그게 죽은 사람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다.’

내가 만약 죽음을 선택한다면 그 이유는 절망과 억울함 등의 감정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영화 ‘1987’을 본 사람이라면
배우 김 윤석(극중 박처감)의 대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 가족이 죽어 가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고,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는 게 가장 큰 고통이다’였던가.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인물 ‘박처감’은 이 가족이 빨갱이에 의해 죽는 것을 목격하고,
소위 ‘빨갱이’를 극도로 싫어하며 핍박한다.

‘그 빨갱이의 기준에는 무엇이 있을까?’

박처감은 가족을 죽인 사람만 빨갱이로 보지 않는다. 그것에 동의하는 사람, 그것에 같은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본인이 판단하는 모든 것을 빨갱이로 간주한다.

그 이유는 보통의 피해자의 가족들은 알겠지만 가해자로 생각되는 주체는 피해를 입힌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에 동조하는 사람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나는 오늘 방에서 동생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여러 명의 고학년 아이들이 내 동생을 둘러싸고 번갈아가며 넘어뜨리며 웃고 있었다. 일어나면 다시 뒤에서 등을 떠밀고 다시 일어서면 다시 등을 떠미는 것이다.

나는 내 동생이 괴롭힘 당하는 게 참을 수 없었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달려 나갔다.
동생의 모습을 보니 얼굴과 옷은 눈으로 범벅이 되 있었고, 눈물을 흘리며 두 겹 세 겹
뭉친 눈덩이를 맞고, 날이 시퍼런 칼날 같은 눈밭에 굴려져 손과 얼굴이 부어있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마지막으로 목격한 동생을 민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나는 동생을 때린 녀석을 20초 정도 때렸고, 그 사이 다른 가해자들은
모두 도망간 이후였다.

맞은 녀석은 주먹질을 멈추자마자 곧바로 자기 부모에게 전화로 고자질을 했고, 나는
그 부모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고 그 자리에 남았다.

그 녀석은 맞으면서 신고를 하기까지 계속 나에게 내 욕과 부모님 욕을 했다.

나는 그동안 분노에 다른 가해자를 물색하고 있었고,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다수가 때릴 때의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전부 형이 나타났다는 공포감에 줄행랑을 친 후였다.

도망친 녀석들이 형 누나들에 둘러싸인 채 도망도 못가고 오직 비명과 울음으로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공포와 불안감 자신이 맞고 있다는 상황을 알려야하는 동생의 그 공포감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 녀석들은 그 상황 그 장소를 피하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변명과 이유는 필요 없었다.

모두 미성년자의 학생신분이기에 소년법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피해자 형의 응징을
피하기만 하면 된다고 느꼈던 것일 거다.

6학년이 1학년을 집단폭행한 사건의 법의 심판의 무게가 당한 아이의 형의 분노보다 무섭지 않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나는 작년의 여러 가지 미성년자 폭력 사건을 보며, 언젠가는 법의 무게가 바뀔 줄 알았다.

하지만 법은 바뀌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피해자는 늘고 있다.

이 사회는 어떠한 사건에 대해 누군가가 죽어야만 이슈화가 되고, 큰 사건으로 이어진다.

2017년에 일어난 부산여중생 폭행사건을 기억 하는가? 많은 미성년자 폭행 사건의 경우에
드물게 이슈화가 되어 크게 알려진 사건이다.

이 사건과 더불어 네티즌들이 찾으며 이슈에 오르던 것들이 있다.

하나는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경찰’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호통판사 ‘천 종호’씨다.

왜 이 페이지와 인물이 이슈에 이르고, 네티즌들이 이 이름을 외쳤는가?

부산경찰의 페이지는 평소에 부산 시 경찰관들의 선행과 사건해결을 페이지에 업로드하며 경찰들의 자랑거리를 늘어놓는 페이지였다.

‘우리가 이렇게 일 잘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범인을 잡는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사건을 수사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업로드 되면 페이지 이다.

사건은 부산 시에서 일어난 폭력사건이었고, 모든 네티즌들의 관심은 그 사건을 맡는 부산 경찰들에게 향했다.

정황이 궁금한 것이다.

정의로운 부산경찰 분들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셨을까, 이런 사건 재발의 방지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셨을까 계속 기다렸던 거다.

하지만 부산경찰 페이지에는 그 사건이 전혀 언급 되지 않았다.

오직 자랑거리만을 늘어놓는 페이지였기 때문이다.

사과문이나 사건수사 진행 등은 전혀 업로드 되지 않았다.

시민들의 치안을 책임지고 그들의 안전을 보장한 경찰이 이 사건을 조용히 덮고 지나가려 한 것이다.

소년법의 가벼운 무게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의 싸움에선 누구하나가 피터지고, 멍이 들고, 찢어져도, 어떠한 고통 속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그저 가해자는 전학가면 끝이었다.

나의 초등학교 학창시절에도 폭력사건으로 강제 전학을 온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다시 자연스럽게 ‘일진’이라는 무리에 어울리게 된다.

그들에게 범죄에 대한 죄책감은 없다.

사람은 자신의 저지른 잘못의 무게를 느껴야 비로소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그 가치관이 자라가고 자리 잡는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 이다.

그 청소년기에 이러한 사건을 가벼운 장난으로 여기고 미래를 생각해 가볍게 솜방망이 처벌하는 사회 때문에 요즘 사회에서 이런 강력 범죄가 생긴다고 나는 생각한다.

생각이 다 자라지 못한 미성년자라서 이해를 해준다?
언제 가해자가 한번이라도 당하는 입장을 이해하려 했던 적이 있던가?

생각이 다 자라지 못했기에 어떻게 자라는 지는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책임을 질 문제다.

그 머릿속에 자리 잡을 생각에 ‘집단폭행’등 왕따 사건을 ‘전학가면 해결 될 장난’으로
인식 시키든 ‘하면 큰 처벌을 받는 범죄’로 인식을 시키든 그건 어른들의 문제이다.

부산경찰과 더불어 이슈가 된 ‘천종호’판사는 국민들이 가장 믿을 수 있는 판사였기 때문이다.

‘아 이 판사라면 어떤 사건이던 가볍게 생각하지 않을 것 이다. 이 판사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다.’라고 느꼈기에 그를 찾았고, 그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해자에게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네티즌들이 그의 이름을 외치는 것에서 우리 사회는 느껴야 한다.

제발 어떠한 사건에 ‘특정 판사’가 언급 되는 게 아니라 마음 편히 법의 판단에 맡길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제발 정당한 법의 심판에 나와 가족의 안전을 맡길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피해자가 고통 받고 가해자가 웃는 사회가 아니라, 이 사회의 천 종호 판사처럼 배트맨 이나 슈퍼맨 같은 특정 영웅을 기대하는게 아니라

경찰과 법원에게 믿고 사건을 맡길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언젠가 되었으면 하는 게 나의 유일한 바램이다.

나는 나의 주먹질을 후회하지 않는다.

주먹에 실린 것은 동생을 괴롭힌 아이들처럼 단순한 장난이 아닌 나의 ‘소신’이었고, 이 사회에 대한 ‘분노’였다.




이제 한강만 가면 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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