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이게 진짜 킬링 포인트임. 뭐 마케팅에 불과한 건 나도 아는데 그래도 성균관 오리지널 건물이랑 실제 캠퍼스랑 연결된다는 건 진짜 큰 거임. 그래서 Since 1392 그것도 사실 짜친다는 생각보다 “와 대단한 상징성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음.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육기관이 아직도 현존한다는 게 뭔가 가슴뛰고 뭐 그런 게 있음. 안에 조선 누가 심은 은행나무 고목 같은 것도 진짜 멋있고. 역덕이라 막 숙종 시절 지부상소가 여기서 이루어졌다, 대과 급제자를 저기서 뽑았다 이런 역사적 장소들이 되게 흥미롭고 감명깊었음


근데 또 뭐… 학교 자체는 그거와 별개인 게, 유학대학이 있긴 한데 그뿐이고, 정작 중요한 철학과는 전임교원 고작 네 분임. 그래도 성대 철학과 유명했었고 (정암학당 아는 사람은 알 거임) 국내 유일 수리철학 하는 교수가 있긴 했는데 그 분도 몇년전 대학 옮겼음. 정작 학교 랭킹은 “글로벌경영” “글로벌리더“같은 진짜 별 ㅈ같지도 않은 과들과 수원과기원 공대가 캐리하고, 아무리 봐도 오리지널 성균관의 맥을 잇는다는 의지는 보이지가 않음. 


뭔가 민사고처럼 컨셉을 단단히 잡았어야 하는데, 그걸 놓치고 평범한 인서울 1을 만들어 놓았다는 느낌? 하튼 나는 가서 보고 캠퍼스에 구체적으로 실망한 부분이 조금 있음. 건물도 지으려면 작정하고 한옥 스타일로 지을 수 있는데 그것도 걍 벽돌 석조 유리로 환장하고 지어놓은 것도 그렇고. 뭔가 약간 잠재 포텐셜보다 현실이 더 실망스러운 경우. 작년 경희대도 한의대 면접 보러 갔을 때 한국에서 가장 예쁜 캠퍼스래서 기대했는데 일부 건물만 주변과 동떨어지게 고풍스러울 뿐, 나머지 건물은 평범해서 걍 놀이동산 보는 느낌으로 봤던 기억이 있네. 


학교가 자기 원래 모습을 찾고 싶으면 일단 구라를 치면 안 됨. 한국 대학 캠퍼스에 노틀담드파리를 세워놓고 싶으면 주변 건물들과 조화가 맞아야 하고, 아니면 아예 분리를 시켜 역사가 다름을 상기시키는 조성을 했어야 하는데 가짜로 고풍스럽게 지은 건물들 중 평범한 시멘트건물이 껴 있으니 이상해 보이는 것. 마찬가지로, 성균관대는 이 반대 방향으로, 오리지날 성균관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기준으로 언덕 구릉을 따라 올라가는 한옥 컴플렉스를 지었으면 진짜 멋있지 않았을까 싶음. 


성균관대는 캠퍼스를 지을 때부터 마스터 플랜이 여러 번 바뀜. 그게 미적으로는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음. 이번에는 진짜 큰 유리건물 올린다는데 그게 기존 건물들보다 조금 더 조경에 맞게 지어진다면 아름다울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