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식 학제는 교양교육을 고등학교에서 시킴. 그러니까 지금 대학들에서 전공만 남겨놓고 모든 교양/기초수업은 고등학교 4학년 때 하는 식임. 그래서 중딩때부터 대학 가려는 애들만 따로 선별해서 김나지움이든 프레파든 대학진학준비반에서 4년제 기준 대학 1,2학년 수준의 공부를 시키는 시스템이라, 실제 유럽의 대학은 3년제고 커리큘럼도 선택지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 돌림. 시간표 짜는 거 없고 걍 같은 전공이면 모두가 같은 수업을 들음. 이런 시스템에선 전공별 선발을 하는 게 맞지. 예과에서 본과 진입하는 느낌임 거긴 대학진학의 의미가. 그래서 좋은 김나지움, 세컨드폼 칼리지, 프레파 들어가려고 경쟁이 심함. 


반대로 미국은 고등학교까지는 의무 기초교육만 시키고, 대학에서 교양 전인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있음. 그래서 교양과목이란 걸 만든 거고. 애초에 대학에서의 교양커리큘럼이란 개념 자체가 존스홉킨스, 시카고대 등의 19세기말-20세기 초 교육개혁에서 비롯된 거임. 이걸 미국 모든 대학들이 점차 도입해서 한국까지 영향을 끼치고, 그래서 미국대학은 전공선택이 자유임. 핵심은 무슨 전공을 쥐어 주든 그거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갖는 학생을 키워낸 뒤 전공을 정하도록 시키는 거지, 처음부터 전공별로 선발하지 않음. 미국은 어차피 문리대 (college of arts and science) 개념이 남아 있어서, 수학과나 물리학과나 영문과나 철학과나 같은 모집단위로 뽑음. 단과대마다 다르게 모집하긴 함 대신에.


근데 한국은 선발은 유럽식으로 과별로 나눠서 하고 복전도 막는데, 교육은 정작 대학에서 교양도 가르치는 미국 시스템임. 그러니까 스텝이 꼬임. 원래 일본에서 유럽식 학제를 받아왔다가 미국이 도로 바꿔놓은 거라, 뭔가 이상해진 거. 하튼 이 꼬인 스탭을 정상화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임. 유럽처럼 진짜 교양 포기하고 딱 한 전공만 집중해 배우도록 하던가, 아니면 미국처럼 자유롭게 전공선택을 열어두던가. 전자는 한국 고등학교 교과과정이 너무 하향평준화되어서 어렵고, 후자는 대학들이 입시에 민감한 이상 현실화시키기 어려움. 


서강대의 특징이라 여겨지는 자유전공제도 사실 뭐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게 아니고 미국대학에선 당연한 걸 도입한 게 한국 맥락에서 특이하게 된 거임. 미국 교수 총장이 만든 초기 서강대에선 아무도 이상하다 생각 안 하고 도입한 제도였는데, 이게 과마다 점수가 매우 달랐던 기존 대학들과는 차이가 났던 것. 근데 전통이니까 계속 안 바뀌고 유지가 되어서, 지금까지도 무한복전 허용하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