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논문 링크부터: https://arxiv.org/abs/2502.06137
이름은 Hannah Cairo. 현재 만 17세. 트랜스젠더 소녀임.
대학 조기입학 같은 건 따로 안한 고등학생인데 UC 버클리에서 수학 공부를 쭉 해 왔음
MTC는 Harmonic Analysis에서 80년대에 제시된 오래된 난제임. 일반적으로 참이라 가정되는 추측이었고, 이게 참이라면 해당 분야의 여러 중요한 추측들이 다같이 딸려오는 류의 핵심적인 추측이었음.
Hannah는 작년 가을학기 버클리의 Ruixiang Zhang 교수의 Topics in Analysis (Math 278 - 버클리에선 100번대 과목이 실해석, 복소해석까지의 일반적 학부과정이고, 200번대부터는 리군, 심플렉틱기하, 위상 같은 대학원이랑 겹치는 커리임. 300번대는 없음) 수업을 들으면서 Fourier Restriction 이라는 분야를 접했고, 거기서 Mizohata-Takeuchi 추측의 간단한 특수 케이스를 증명하는 걸 과제로 받았음. 거기에 optional problem으로 MTC의 풀버전 (정확히는 f=1이 아닌 경우)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얘가 여기에 꽂힌 거임. 몇달간 시도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고, 그래서 반례를 찾는 데 매진하기 시작함.
“몇 달 동안 그 결과를 증명하려고 애쓰면서, 왜 그토록 어려웠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때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어쩌면 그 명제가 거짓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그 성질을 만족하지 않는 반례를 구성해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그 명제가 보편적으로 참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El Pais 기사 인터뷰
처음에는 반례를 하나만 찾았는데, 그 반례가 왜 그렇게 생겨먹었는지 고민하다 그런 반례들을 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일반적 방법을 발견함. 사실 반례 하나만 찾았어도 논문은 쓸 수 있음. 근데 아예 새로운 띠오렘을 증명해버린 거임. 사실 어지간한 0.1티어 박사들도 이런 걸 박사때 쓰면 차기 유망주 등극하는데 얘는 고딩임.
해당 결과는 지난 6월 9일부터 13일까지 열린 12th International Congress on Harmonic Analysis and Partial Differential Equations 에서 Cairo에 의해 직접 발표되었고, 이건 50년째 열리고 있는 Harmonic Analysis 분야의 최고 학회 중 하나임.
Hannah가 갑자기 이렇게 된(?) 건 아니고, 사실 좀 특별한 과정을 거쳐 대학 학부과정의 수학을 상당 부분 뗀 경험이 있었음. 여기서부턴 El Pais 기사를 그냥 요약해봄.
Hannah는 원래 바하마의 Nassau에서 태어나고 자라 미국에는 이미 고등학생 나이가 되어서 온 이민자 1세대임. 늘 수학자가 되고 싶다 생각했지만 추상대수 교과서를 접하기 전까진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고 함. 그리고 그 전에, 사실 13-14세 때는, 정수론을 하고자 해서 논문까지 써 봤지만, 사실 아무도 관심 안 가지는 trivial한 문제를 증명했단 걸 깨닫고 접었었다고 함.
그러다 코로나 때 Berkeley Math Circle이라는 프로그램 (대학입학을 하지 않은 학생들이 수학과 전공과목을 수강하며 어려운 문제들을 함께 푸는 여름 프로그램)이 비대면으로 열렸고, 덕분에 바하마에 살던 카이로도 (당시 13세) 여기에 참여할 수 있었음. 카이로는 이 때 학교 수학과는 전혀 다른, 암기식이 아니라 마치 아이디어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은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함.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게 아니라, 그냥 무언가를 이해하는 게 목표 자체인, 그런 협동적 과정을 겪으며 수학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임.
한편 이 프로그램의 또다른 목적은 수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찾아 그 재능을 일찍 싹틔워 주는 것에 있었고, 여기에서 눈에 띈 카이로는 프로그램의 alumni로써 가르치는 입장에서 다시 참여하라는 초대를 받게 되었음. 이걸 몇년째 하면서 다른 학생들의 질문이나 문제들을 함께 풀기 위한 다양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일부는 독학으로, 일부는 버클리의 지원을 받으며 16-17세에 이미 학부 최상위 과정 수업을 우수하게 소화하는 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던 것. 즉 혼자 고고하게 자기 문제에 빠져 사는 그런 이야기 속의 천재가 아니라, 남들을 가르치고 설명하고 협력해서 문제를 푸는 과정으로 성장한, 사교성 밝은 아이임. 의외로 버클리의 수업을 수강하는 건 간단했는데, 그냥 자기가 무슨무슨 책을 지금까지 읽었는데 해당 과목을 수강해도 좋겠냐는 이메일을 보내 승낙받으면 수강생으로 인정되는 식이었다고. 그 중 하나가 Zhang교수였고,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은 위에 말한 대로임.
실제로 얘가 남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는 데에 몹시 능숙하다는 걸 느낄 수 있던 건 바로 이 영상임.
https://youtu.be/3ZeH_8sTyKA?si=ibJDeNcznhXvpkTa
원숙한 수학자들이 ppt에 LaTeX로 짠 수식을 갖고 발표할 때 얘는 아이패드로 쓴 손글씨 문서에 예쁜 그림으로 발표하는데, 진짜 너무 참신한 거임. 이게 알파세대 감성인가 싶고.
아주 원론적인 질문 - fourier restrictions의 기본적인 motivation과 가정들 - 에서 MTC의 기본 개념과 함의까지 아주 평이한 언어로 출발해서 정확한 formalization까지 너무 자연스럽게 넘어간 뒤, 바로 아주 투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사고과정으로 반례의 구성, 그리고 그 반례의 특성들을 관찰한 내용들을 설명하고... 그리고 나서 엄밀한 증명을 보임. 진짜 어지간한 명저자 소리 듣는 저자들도 이렇게 설명을 잘 쓰는 경우는 드문 것 같음.
Ruixiang Zhang 교수의 Topics in Analysis 수업 과제들은 여기 있으니 본인이 수학과 고인물이다 싶은 사람은 한 번 보셈
https://sites.google.com/view/ruixiang-zhang/home/teaching/math278_fall2024
얘가 처음에 푼 건 Problem set 1의 4번 문제임.
그리고 쟤 발표 영상은 꼭 꼭 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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