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9학번으로 KAIST 다녔다. 그때 동기들 절반은 과고 2학년 조기졸업하고 온 애들이었음. 솔직히 말하면 좀 쉽게 온 케이스도 많았지. 근데 그중에 한 놈이 갑자기 학교에 적만 걸어두고 다시 수능판으로 감. 이유는 하나였음. 서울대 못 간 게 한이 맺힌 거지. 몇 수를 했는지 3수인지 5수인지 하여튼 오래 돌고 돌아서 결국 서울대학교 재료계열 감. 그때는 다들 와 대단하다 이랬지.


근데 시간 지나고 보니까 뭐 사람 인생이 학교 한 번 바꾼다고 확 달라지냐 하면 그건 또 아님.


 내가 듣기로는 공학 쪽에서 크게 터진 것도 아니고 결국 투자회사 같은 데 가서 적당히 잘먹고 잘산다고 함.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냥 서울대 간다고 갑자기 연구 괴물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거지.


오히려 남아서 묵묵히 버틴 애들 중에 박사 따고 교수 간 애들 꽤 있음. 대기업 연구소 간 애들도 많고. 그중에 서울대 안 간 거 후회하는 애들 몇 있긴 한데 대부분은 별 생각 없음. 왜냐면 결국 갈라지는 건 학부 간판이 아니라 유학 갔다 왔는지 논문 얼마나 썼는지 실적이 어떠냐 이런 거였음.


요즘도 보면 대학 순위표만 붙잡고 서열놀이하다가 멘탈 갈리는 애들 많던데 솔직히 그거 반만 맞는 말임. 입시는 점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입학하고 나서 4년을 어떻게 보내느냐 싸움임. 학교 이름이 평생 캐리해줄 거라 생각하면 착각임. 어딜 가든 거기서 연구를 하든 놀든 인간관계를 쌓든 결국 본인이 뭘 쌓았냐가 남는 거지.


간판은 시작점이고 대학생활 4년이 진짜 게임임. 서울대 가도 그대로인 애는 그대로고 다른 학교 가도 치고 올라가는 애는 올라감. 이름보다 4년을 어떻게 쓰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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