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거국 이상을 가야 하는 이유는 소위 "공부를 왜 해야 되요"라는 삽소리 질문에 대한 유튜브 쇼츠용 대답인 "공교육 12년 간 학업 성취를 유지한 성실성을 보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배우는 내용 자체가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서 "협의의 문과"들이나 "교대/사범대"는 제외합니다. 거기는 학생들의 참여율 차이가 있을 뿐, (박사 이상에서) 해외와의 직접 경쟁을 통한 학문적 성취를 겨루는 분야들이 아니기 때문에 잡대나 이름 있는 대학이나 배우는 게 거기서 거기입니다. 즉, KCI에 등재되면 땡인 분야들이라서 "학부 과정의 난이도"라는 개념이 약합니다. 게다가 예술 분야면 한국은 세계적 예술 학교가 없으니 교수 수준이 학교 수준에 비례하지도 않죠. 하지만 상경계나 이공계는 다릅니다. 학교 레벨이 배우는 내용 자체를 좌우합니다. (이공계 일부는 박사 이상 레벨이 해외 선진국과 직접 경쟁이 되기도 하지요.) 여기서부터는 학생들의 미적분학 등 기초 선행 지식의 차이가 너무 커요.
가령 일반물리학에서 스톡 정리를 통한 보존장과 ∇×F=0의 관계에 대해 이해해야하는 상황이 있다고 칩시다. 50명의 자연대+공대 1학년 학생들이 있다고 할 때 제가 느낀 체감상 이해도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서카포: 45/50명이 이해함. 5명은 공부하면 이해할텐데 공부 안함.
→ 등록금보다 장학금 환수액이 더 커서 등록금으로 운영되지 않는 소위 연구중심대학들
2. 연고~서성한: 20/50명이 이해함. 20명은 공부하면 이해할텐데 공부 안함. (어차피 취직할 건데~)
→ 학교 분위기 상 취직러들이 1보다 월등히 많음. 그 차이는 영재고 비율 등 동급생 + "자대 대학원 진학이 의미 있는가"의 차이가 원인인 듯.
3. 건동홍~지거국: 10/50명이 이해함. 나머지 20명은 공부하면 이해할텐데 공부 안함. 20명은 이걸 이해할 선수 지식이 (놀랍게도) 없음. 어차피 이 급간 부터는 인생 목표가 대기업 취직임.
→ 이 구간부터는 임용된 교수들이 "뭔가 잘못됐다"를 체감하기 시작. 학생 입장에서는 그래도 할만함. 동기 대다수 취직러들이지만 상방이 막혀있지는 않음. 유학/KAIST/로스쿨 여전히 가능.
4. 국숭세단~준지거국(경상대, 부경대 라인): 2/50명이 이해함. 40명 이상은 이해할 선수 지식이 전혀(!!) 없음.
→ 여기까지도 할만함. 바늘 구멍처럼 희박하지만 상방이 막혀있지는 않음. 몇 년에 한 명 정도 KAIST에 진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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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소위 지잡대 라인: 0/50명이 이해함. 50명 전체가 내용을 이해할 선수 지식이 없음. 2명은 이해하려는 노력은 함. 4명은 필기하는 척을 함. 나머지는 어차피 지방 공기업밖에 못갈 건데 이런 걸 왜 하지? 하는 표정. 의치대를 제외하고 폐교가 되어야 마땅하지만 나머지의 등록금으로 의치대 연명시키는 중이라 의치대 유지도 위험한 학교들.
6. "지거국 다음 지잡대"도 아닌 나머지 리얼 지잡대 라인: 기안84 만화에 나오는 논두렁 옆 기안대들.. 뭐 곧 폐교 되겠죠. 나머지 학과들의 등록금으로 간호대 등 보건 계열 연명시키는 학교들.
4번부터는 추천하지 않으며 교수가 느끼기에 '수업을 이해했다'는 학생들의 수가 0으로 수렴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본인이 휘둘리지 않는 성격이라면 괜찮습니다. 커리큘럼이 여전히 서울대/KAIST와 유사하고(그러나 오류 범벅인 번역판 교재가 많음), 공부 안하는 학생들 틈에서 정신만 차리면 n년에 한 명 정도는 상방 도약, 즉 해외 명문대 진학 등이 가능하니까요.
문제는 5번 지잡대라인 부터임.. 이거는 상방이 아예 접근 자체가 막혀있고 교수들이 포기하고 "가르쳐야 하는 내용을 안가르치는데" 학생들은 그것을 모릅니다.. 그저 지방 공기업이라도 가서 평생 지방에서 부족처럼 지내도 만족하는 부류들이지요. 그래서 지잡대 4.5/4.5가 상위 대학원 면접에서 떨어집니다. 10분 물어보면 전공 소양이 부족하다는 게 드러나거든요. 이건 학벌 라벨링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게 아닙니다. 메디컬이라 해도 지잡메디컬을 왜 가는지 모르겠음. 거기 나와봐야 지방소멸도시 시장통에서 1차 개업의 하다가 죽는 엔딩 아닌가..
이공계는 기초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능이 되야함. 노력으로 일부 커버가 되지, 그 이상은 안됨. 서울대에서 영재고 싹쓸이 해가는 이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