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원 박사님 글 (페북펌)

“내 조카가 이번에 스탠포드, UCLA, 퍼듀 공대에 동시에 합격했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고민을 했지만 일단 들어가면 학비는 어떻게 될 거라는 생각에 스탠포드로 갈 생각인 모양이다.
남들이 보기엔 '엘리트 코스' 같겠지만, 이 아이의 시작은 전혀 달랐다.

이 아이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로부터 '학습 부진아' 판정을 받고 특수교육기관에 가서 보충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이 아이가 지독한 '수학·과학 너드'였기 때문. 영어 시간에도 자기만의 과학적 논리에 빠져 동문서답을 일삼았고, 교사가 이를 심의에 넘겼고 위원회는 이를 '언어 능력 미달'로 결론지었다.

여기서 내가 느낀 미국 교육 시스템이 한국과 가장 다른 점, 비록 피사 점수는 한국보다 낮아도 결국 먼저 망가지는 쪽이 한국일 것이라는 이유가 나온다. 

한국 같으면 어땠을까. "우리 애가 영재인데 선생이 몰라본다"며 학교에 민원 넣고 난리가 났을 거다. 실제로 한국은 학부모가 거부하면 교사가 보충 학습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오히려 교사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가는 민원 대상이 되거나, 심하면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게 우리네 서글픈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정반대다. 교사가 판단하고 전문가 위원회에서 판단했다면 이는 대체로 무거운 권위를 갖는다. 물론 부모에게 대항권이 있긴 하지만 직접 전문가를 섭외해 내 자식이 부진아가 아님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절차에 따른 대항권을 사용하지 않고 막무가내 거부하거나 등한시하면? 부모가 '아동학대'와 '방임'으로 고발당할 수 있다. 

결국 동생은 별도의 언어교육, 그리고 소통능력 강화를 위한 각종 협력활동, 동아리, 스포츠 등을 시키면서 노력을 증명해 보여야 했다.

또 다시 미국 교사의 비참한 소득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 훨씬 높은 권위를 확인한 순간은 대입 추천서를 넣을 때였다. 미국 고등학교는 담임교사가 없고 진로진학 상담교사가 원서 작성때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그런데 교사는 엠아이티, 칼텍 추천서를 거부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수능에서 수학, 과학은 무조건 만점받는 녀석을 카이스트, 포스텍 원서 거부하는 셈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이 아이는 너무 치우친 아이이기 때문에 치우친 학교, 치우친 학생들 사이에 보내는 건 현명하지 않다. 가능하면  폭넓은 인문계와 같이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UCLA, UC버클리, UC데이비스, UC어바인, 미네소타 대학 트윈스 시티, 스탠포드, 펴듀, 밴더빌트를 썼다. 이중 버클리, 어바인, 밴더빌트를 떨어지고 나머지는 다 붙었다. 

여기서 교사의 자율성, 대학의 자율성을 느꼈다. 우리나라 교사가 학생 추천서를 어느 학교는 써주고 어느 학교에는 못써준다 이렇게 나올수 있을까? 이미 컨설팅 받고 다  써온 추천서에 도장만 찍으라고 강요받아도 어디 하소연 할곳이 없는 지경 아닌가?

그리고 우리나라 같으면 같은 과인데 서울대 붙은 학생이 서울시립대 떨어지고 이런 일이 있을수 있을까? 그런데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우리 학교 특징과 개성에 안 맞으면 안뽑겠다는 대학의 패기도 느껴지는 것이다.
 

스탠포드는 15년 전 '언어 미달' 판정을 받았던 그 꼬마의 눈 속에 숨겨진 도시공학자로서의 잠재력을 정확히 꿰뚫어 봤다. 1514점이라는 SAT 점수보다, 시스템의 압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기만의 스토리를 써 내려온 그 끈기(Grit)에 합격증을 던져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