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College of Arts and Sciences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과거에 "서울대 문리대" 가 있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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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에 박정희가 관악캠 만들면서 슥 사라졌지. 그러니까 이원복 교수님이 서울대 다니던 시절에는 마로니에 거리에 문리대가 있었다. 


말 그대로 문과 이과가 합쳐져 있는 거임. 옛 서울대 문리대 소속 학과들은 다음과 같았다.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 독어독문학과, 불어불문학과, 철학과, 사학과, 고전학과, 사회학과, 정치학과, 외교학과, 경제학과

수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생물학과, 지질학과, 천문학과 


보다시피 경제학과, 공대 등의 오늘날 인기있는 학과들은 없는 걸 볼 수 있다. 

문리대가 곧 경성제대고 공대는 공릉동의 경성공업전문학교 (현 과기대) , 상경대는 종암동의 경성경제전문학교(현 서울사대부고 부지) 였어서 사실 "대학"이라 하면 동숭동 대학로 캠퍼스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애초에 경성제대가 서울대로 바뀌는 과정에서 (서울대를 미국의 주립대를 모델로 한 "국립대"로 만든다는 명분 아래) 과거 전문학교들이던 경성공전, 경성경전 등을 경성제대와 통합한다 하니 아는 사람이면 알 '국대안 파동'이 2년간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문리대)는 제국대학인데, 쟤네 (공대, 상경대) 는 전문학교였거든. 급이 다르다는 말이었다.


지금은 그 반대로 서울대 인문대나 사회대보다는 경영대 (그리고 경제학과), 자연대보다는 공대가 더 인기있으니 뭔가 역사의 아이러니랄까. 천시받던 전문학교가 이제는 구 문리대 후신의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를 먹어버리는 꼴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발전한 것도 있지만, 역으로 사회가 본질적 가치나 철학을 잃고 실용, 돈을 좇아 퇴보한 것도 있지 않을까. 


하튼 이 "제국대학"은 유럽식, 서구식 학제로부터 따온 College of Arts and Science, 즉 문리대를 의미했다.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이걸 다 쪼갰고, 서울대를 따라 타 대학들이 모두 쪼개면서 (예외적으로 연세대, 서강대는 처음부터 인문대와 자연대가 분리되어 있었다) 전국에는 문리대가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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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 예술가의 집? 이란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옛 서울대 문리대 캠퍼스 본관 건물임. 갠적으로 여기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너무 좋았을 것 같은데... 


"문(文)과 리(理)가 융합된 문리대의 요체(要諦)는 자유로움과 다양성이었다. 이 둘은 절대 떼어놓을 수가 없다. 자유로움에서 다양성이 생기고, 다양함을 인정해야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문리대의 해체는 곧 자유와 다양성의 상실을 의미했다." -'아, 문리대! 1: 1961~1963', 송철원 지음 


한편 이런 역사를 겪지 않은 미국은 어땠을까? 

당연 문리대가 모두 살아 있다. 공대 등의 특수 단과대를 제외한 모든 학부과정을 the college, 즉 문리대에서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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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유명한 하버드의 학부대학 Harvard College다. 보다시피 문리대의 정체성은 Liberal Arts + 순수과학 교육이다. 그래서 미국의 명문 종합대학들은 다 안에 LAC를 하나씩 물고 있다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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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코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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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듀크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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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조지타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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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NYU다. 






문리대가 살아 있는 모든 대학들에서는 문리대가 그 대학의 핵심이다. 

그리고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문리대의 작은 학생수다. 아무리 공대 등을 뺐다지만, 우리나라의 자연대나 사과대는 미국에선 문리대 소속인데, 코넬이 4700명, 조지타운이 3500명, 그리고 가장 큰 NYU가 7600명으로 서강대 전교생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