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부조화때문에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누가 얼마써내는지를 모르니
취직하고 싶으면
내 몸값을 후려쳐야하나 고민하다가
실제로 스스로를 후려칩니다.
너무나도 비참합니다.

이력서 읽씹을 당하다보니
이러다가는 백수되겠다싶어서
희망급여를 낮게 써봅니다.
희망이란건 분명 긍정적인 단어인데
저희에게는 마냥 그렇게 다가오지만은 않네요.

겨우겨우 연락이와서 불러주신 면접에 갔더니
당연히 연차 얘기도 없고 퇴직금 얘기도 없으십니다.
연차와 퇴직금은 중요한 근무조건인것같은데 제 진료실력이 더 궁금하신가봅니다.
진료 얼마나 잘하는지 빨리하는지 물어보십니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연락주신다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몇주를 기다려도 연락이 안오네요.
아무래도 떨어진것같습니다.
불합격통보 해주셔도 되는데 저희 상처받지말라고 차마 연락을 못하셨나봅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다행스럽게도 한곳에서 같이 일하자고 해주셨습니다.
결국 일 시작했는데 근로계약서 쓰자는 말씀은 없으시네요.
모셔온 페닥이니까 근로계약서 쓰지 않고서도 잘 챙겨주실 마음이신가보다 하고 묵묵하게 일을 합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수개월이 지나도 연차가 생기지 않네요. 아 연차는 없는거였구나. 쉬지말고 열심히 배우라는 뜻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또다시 위로해봅니다.

일년이 지나고 이제 퇴사를 하려는데 퇴직금 얘기도 없으시네요.
나는 고소득 의료전문직이니까 퇴직금은 안받아도 되지 하면서 노블리스오블리주 정신으로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같이 일하는 치위생사들은 매달 연차도 꼬박꼬박 쓰고 나갈때 퇴직금도 받아나가네요. 근로계약서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도 나는 모셔온 최고대우 페닥이었으니까 자부심을 가져야지 하면서 작별의 시간을 가집니다.

저희가 너무 이상적인걸까요?
아래의 구인글처럼 되는건 너무나도 이상적인걸까요?

이러이러한 일을 맡기고 싶으며
이러이러한 일을 하루 몇명정도 해주셨으면 좋겠고
경력은 몇년차 이상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러이러한 조건으로 지급가능한 세후급여는 월급(혹은 일당) OO만원 이상입니다. 급여에 대한 부분은 면접시 조율가능합니다.
연차는 법정연차가 지급되고 퇴직금은 포함(퇴직연금을 가입하여 매달 적립하며 근무기간을 불문하고 퇴사시 일시금으로 지급합니다)입니다.
세후급여는 세전으로 환산하여 근로계약서 작성예정입니다.

그냥 지금처럼 하고싶으시다면
차라리 제목에 역경매라고 써주세요
인지부조화는 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듭니다.
최고대우이지만 결국에는 역경매
모신다고하는데 결국에는 역경매
희망급여에 희망은 과연 있는걸까요?

저희는 비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