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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갤에서 헌차사자가 짱깨란 것을 눈치채고 처음으로 만든 짤방이 이것이다.


"every 3 seconds(원문에는 -s가 없으나 落字인듯 하다) for 9 seconds"

라는 문장을 누군가 우리말로 해석해 달라고 요청,

헌차사자는 자신있게 아래와 같이 답을 준다.



헌차사자 : 내매 3초마다; 제 3, 6, 9초에



여기서 의문 1. '내매'란 과연 무엇인가?

나는 열심히 찾아봤지만 우리말에는 '내매'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내매'의 '매'는 아마 every의 뜻을 가진 '每'일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렇게 되면 뒤에 오는 '3초마다'에서 의미가 중복되기는 하지만, 한국어에서 그정도 의미 중복은 용납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내'는 무슨 글자인가? '매'가 한자라면, '내' 역시 한자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나는 여기서 난감함을 느꼈다. 우리말에서 단어 첫머리에는 'ㄹ'로 시작하는 글자가 오지 않는다. 이것을 두음법칙이라 한다. 단어 첫머리에서 'ㄹ'은 'ㄴ'으로 바뀌고, 예외로 모음 'ㅣ'나 반모음 'ㅣ'(ㅑ,ㅕ,ㅛ,ㅠ등에 포함된다) 앞에서 'ㄹ'은 탈락해서 'ㅇ'으로 표기된다.

* 참고로 두음법칙에는 그밖에도 몇 가지 정의가 더 있지만 이 글에서는 중요히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음법칙을 비웃듯 'ㄹ'로 시작하는 서양 외래어가 많이 들어왔지만, 아직 한자나 한자어는 이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즉, '내매'의 '내'는 한자음 '내'와 '래'의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 한글 윈도에서는 위의 음을 가진 한자가 모두 10개밖에 되지 않아 하나씩 대입해볼 수 있었다. 이윽고 나는 '내'의 정체를 밝혀냈고, 헌차사자가 원래 표현하고자 했던 내매는 바로 '乃每'였음이 드러났다.

이미 그 전부터 나는 헌차사자가 중국인일 것임을 믿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구글 번역에 저 단어를 집어넣어 보았고 그 결과로 '각각'이라는 우리말 단어를 얻을 수 있었다.



자, 의문 1의 답은 중국어로 '각각'이다. 

그런데 질문자는 분명히 우리말로 번역을 해 달라고 했을 텐데 어째서 헌차사자는 중국어로 번역을 하였는가?

나는 오래 전에 이러한 의문을 제기했지만, 그는 약 4시간이나 걸려 고심한 끝에 "단순한 오타였다"고 변명을 했다.



여기서 의문 2. 단순한 오타로 '매'를 '내매'라고까지 쓸 수 있을까?

한글 2벌식 자판에서 ㅁ과 ㄴ이 가깝게 붙어 있기 때문에 처음에 글쇠를 잘못 눌렀을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 입력된 상태 1 : ㄴ

이 글에서는 최대한 헌차사자가 실수했음을 염두에 두고 여러 가지 방향으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제 아래의 두 가지 가정이 있다. 

가정 a. '백스페이스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눌러지지 않았다' 
가정 b. '본인이 부주의한 관계로 미처 오타임을 인식하지 못했다'

가정 a의 경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백스페이스가 눌러지지 않더라도 커서를 왼쪽으로 옮긴 뒤 딜리트 키를 누르면 되니까. 그렇다면 딜리트 키 역시 먹히지 않을 경우는? 이런 가능성은 영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가정 b의 경우는 어떨까? 오타가 난 줄 모르고 있었다. 이 말은 가정 a보다는 설득력이 있다. 평소에도 헌차사자는 오타를 내길 좋아한다(그의 취향이니 존중하자). 가정 b를 토대로 논리를 계속 이어가 보자.

헌차사자는 ㄴ을 누르고도 자신이 ㅁ을 눌렀다고 생각하고, 이어 ㅐ를 누른다. 그러면 헌차사자의 머리속에는 '매'가 들어 있지만 화면상에는 '내'가 표시되게 된다.

- 입력된 상태 2 : 내

그런데 이 상태에서 스페이스바를 눌러 '3초마다'를 쓰면 될 것을 어째서 다시 한번 더 '매'를 쓴 것일까? 여기서는 한 가지 가정밖에 해 볼 수 없다.

가정 b-a. '내'라고 잘못 쓴 것을 이제야 인식하고 뒤늦게 백스페이스를 눌렀지만 역시 눌러지지 않았다. 

이 경우는 위의 가정 a와 유사하기 때문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설득력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근본적으로 깔아둔 가정 두 개가 모두 들어맞지 않았다. 애초에 가정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여기서 가정 c가 나타난다.

가정 c. 헌차사자는 처음부터 '내매'라고 쓸 마음이었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순히 오타로 치부하기에는 'every=각각'이라는 뜻을 가진 중국어 '내매'와 관련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실수로 저렇게 썼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헌차사자의 뇌 속에는 every라는 영어 단어가 乃每라는 중국어와 일대일 대응이 되어 있어서, 내매가 중국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겉으로 나온 것이다. 

우리가 중학교 시절 영어를 배울 때 every가 '모두, 각각'이라고 배우고 지금도 every 3 seconds를 '각각 3초마다, 각 3초마다' 등으로 번역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헌차사자라도 모국어가 튀어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저때 당시에는 자신이 중국인이라는 의심을 크게 받고 있지 않았을 때였으므로 주의를 쏟지도 않았던 걸로 보인다.




이번 글에서 내매와 제 3초를 모두 다룰 계획이었는데 내매에만 벌써 이렇게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제 3초는 다음에 시간이 나면 마저 이야기해 보기로 하며 이만 짧은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