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이론적인 걸 다들 많이 싫어하진 않는 듯 하니 하나 써볼까 합니당


뭐니뭐니 해도 언어를 논할 때 문법을 빼놓을 순 없겠죠

물론 비문법파는 문법을 극혐하겠지만, 학문적인 내용을 보여주고 싶은 거니까 실용학파(?)들은 뒤로가기 누르시면 됩니다.


사실 저도 전형적인 학교문법은 안 좋아합니다. 다양한 사례를 덮기엔 부족함이 있죠.

그렇다고 모든 사례를 덮을만한 이론을 차용하기엔 너무 어렵고요.

결국 간단하고 애들 수준에 맞게 다듬을 수 밖에 없습니다만..


그래서 좀 더 치밀하고 그럴듯한, '학계에서의 문법'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단순히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문법이 아닌, 대학교 언어학 전공에서 다루는 문법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것이죠. 물론 관심없는 사람들한텐 노잼입니다.



학계에서 '문법'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언어를 어떻게 깔쌈하게 해부하는가 하는 것이며,

결국 학자들마다 이견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법 모형들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대표적으로 두 줄기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1. 보편문법

보편문법은 간단합니다. 그저 문장을 둘로 둘로 둘로 쪼개나가는 방식이에요.


I ate the apple. (사과를 먹었다.)

= [I] [ate the apple]

= [I] [[+ed][eat the apple]]

= [I] [[+ed][[eat][the apple]]]

= [I] [[+ed][[eat][[the][apple]]]]


괄호가 여러번 겹쳐지니 보기 어렵다구요?
그래서 보통은 다음과 같이 둘로 둘로 쪼개나가는 그림을 그립니다. ('수형도'라고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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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te the apple" / "난 그 사과를 먹었다"를 수형도로 표현한 모습]

CP = Complementizer Phrase, C = Complementizer (보문소)

NP = Noun Phrase, N = Noun (명사)

TP = Tense Phrase, T = Tense (시제),

+pst = past (과거형) (현재형은 과거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pst"로 표기)

VP = Verb Phrase, V = Verb (동사)

D = Determiner (한정사)


사실 이걸 보면 수많은 의문이 생길 겁니다.

"보문소"가 뭐지? 왜 저렇게 쪼개지?? 시제가 독립적인 요소라니! (+pst, -pst) 한국어 왜 저렇게 쪼갬??"

등등


근데 솔직히 이걸 다 말하려면 언어학 개론 앞부분을 통째로 뜯어와야 하므로 생략하겠습니다.


보편문법의 창시자는 촘스키라는 할아부지인데, 이름이 '보편'문법인 이유는 모든 언어를 저런 식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영어, 한국어는 서로 너무나 달라보이지만,

위 그림상 갈림길에서 좌우방향은 무시하고 봤을 때 상하계층은 똑같이 나타납니다. (즉, TP, VP 등이 같은 타이밍에 나옴)

즉 모든 언어가 저런 뼈대를 보편적으로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보편문법입니다.

(촘스키는 모든 언어의 심층구조가 저렇게 생겼으며, 따라서 모든 언어는 동일한 문법구조를 갖는다고 주장함)




2. 인지문법

제 이름이 인지무새인 이유이기도 한 인지문법!

제가 인지언어학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촘스키 할아버지한텐 죄송하지만 제 취향이 아니세요(?)


촘스키의 관점을 간단하게 키워드로 요약하면

#모든언어는_심층구조가_같다 (= 보편문법)

#문법은_문법으로만 (촘스키는 문법에 있어서 '의미'를 고려하지 않음. 문법과 의미는 서로 분리될 수 있다고 주장)

대충 이렇습니다. 하지만 인지언어학은 전혀 반대죠.


인지언어학은

#오직_표면구조 (즉, 수형도 같은 계층을 인정하지 않으며, 문장을 직선 형태로만 바라봄)

#문법_의미_문맥_골고루 (문법구조에 의미가 반영된다고 봄)


따라서 인지언어학은 당연히 위와 같은 그림을 따르지 않습니다. 수형도 개나 주라지

얘네는 모든 언어 요소 하나하나에 의미, 상징성이 있다고 봅니다. -ed에게 조차 의미가 있죠.

모든 언어 요소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고, 인지(cognition)를 반영합니다.

따라서 언어를 설명할 때도 이미지를 빼놓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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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you"의 도식 구조]


ㅗㅜㅑ 이미지 개크네

쨌든, 인지언어학은 문장을 설명할 때 '도식(image schema)'을 사용합니다.

즉 이미지를 사용하죠. 이러한 도식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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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 over the bridge"의 도식화]

*TR = Trajector(탄도체) : 초점이 되는 대상

*LM = Landmark(지표) : 배경이 되는 대상


over 같은 전치사도 당연히 도식화가 가능하며

be도 가능하고 the, any 처럼 그림으로 나타내기 어려울 거 같은 애들도 도식화가 가능함


인지문법에서 문장의 구조란 결국 이런 의미들의 결합입니다.

즉 인지문법에서는 [문장구조 = 의미구조]인 셈이죠.




앞으로 영어에 대해 이런 저런 글을 쓰겠지만

저는 거의 후자의 관점(이미지 중심)으로 얘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전자 쪽으로는 잘 알지도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