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계산을 해보니 제가 컴프리헨시블 인풋을
주된 방법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게 1월 16일 경이었네요.
날짜 계산기로 계산해보니 정확히 122일 가량이 된거더라구요.
이제부터는 2025년 1월 16일을 기준으로 월단위 후기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여전히 컴프리헨시블 인풋으로 공부중입니다.
시간은 하루에 적게는 4시간에서 많게는 8시간 정도는 하는것 같아요.
직장 생활과 운동, 식사, 집안 일 하는 시간 빼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영어 공부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 보면서 인생 낭비도 하지만
그런 시간은 최소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보더라도 영어 컨텐츠를 소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4개월차의 공부를 한 줄로 요약해보자면
'우매함의 골짜기를 넘어 절망의 계곡에 들어서다' 인것 같습니다.
컴프리헨시블 인풋을 처음 시작할 때는
대부분 한국인은 모르는 걸 내가 안다는 허황된 선 민의식과
나는 조만간에 C1수준에 올라설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 같은게 밑바닥에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런게 싹 사라지고 의기소침함만이 남은 상태입니다.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준 건
팽귄 리더스(영국 출판사)의 Graded reader2 레벨을 읽던중이었어요.
저는 처음에 컴프리헨시블 인풋이라는게
어센틱한 외국인 컨텐츠를 무자막으로 소비를 하면서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를 총 동원해서 상황을 유추하고,
그러다가 아하! 하는 통찰을 얻어내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스테판 크라센 논문도 뒤져보고
스테판 크라센을 논박하는 여러 연구 결과도 두루두루 찾아보고
실제로 인풋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이룬 사례도 대규모로 탐구해보고 하니까요...
컴프리헨시블 인풋이라는게 말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컨텐츠를 소비하는 거더라고요.
물론 외국에 시집장가를 가서 생소한 언어 환경으로 둘러싸여지거나
특정 분야의 오타쿠거나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 광이라서
컴프리헨시블한 인풋이던 이해 불가능한 인풋이든 압도적인 양으로 때려박는 경우는 제외하고
의도적인 학습에 있어서의 얘기입니다.
따라서 컨텐츠 소비에 있어서 내가 문장이나 음성을 정말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제 공부 과정을 메타인지 해보니.. 이해는 개뿔.. 하...
영어 컨텐츠를 이해하는게 아니라 이해한다고 착각하고 있다는것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문장이 그런건 아니고... 정말 번역없이 뇌로 바로 박히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머리 속에서 번역이나 해석 단계를 거쳐야 하는 문장이 있더라고요.
어떤 문장이 그런지를 곰곰히 관찰해보니
현재완료나 과거진행, 과거 완료 정도의 문법을 활용하는 간단한 문장정도는
번역이나 해석이 직관적으로 들어옵니다, 그야말로 컴프리헨시블 인풋이 되는데
높은 수준의 문법이 적용되거나 문장의 복잡성이 증가하면
인풋이 컴프리헨시블 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대안으로 펭귄 리더스 출판사에서 발간한 graded reader 시리즈 원서를 구매해봤어요.
1~6레벨까지를 모두 사서 봤는데 2~3level에서 활용하는 간단한 문장은 직관적이고 편한 이해가 가능하고
level4부터는 버퍼링이 걸리더라고요. graded reader level2면 문장이 정말 간단합니다.
이걸로 공부한다는게 어디가서 말하기 쪽팔릴 정도죠. 그러나...
읽다보니 알겠더라고요.. 이게 나에게는 컴프리헨시블 인풋이라는거라는걸요.
그러다 The puffin keeper라는 책을 읽게 됐는데... 이게 공부에 있어서 정말 큰 반전이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흥미롭고 아름답게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정말 간단한 1~2형식 문장에 기초적인 문법으로만 쓰여있거든요.
그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단순한 문장으로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나는 왜 소화하지 못할 어려운 문장과 복잡한 문법에 집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공부용 자료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크게 낮추고
정말 컴프리헨시블한 인풋에 집중하고자 노력한 것이 인풋 4개월차의 공부였습니다.
제 실력을 차분히 가늠해보니, 수능 문제 풀듯이 구, 절 나누고 주어 찾고 동사 찾고 이런식으로 하면
어찌어찌 렉사일 수치 1100까지는 해석이 가능한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이건 영어 소비가 아니잖아요.
소비할 수 있는 수준은 어느정도인지 보니
사전의 도움 받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렉사일 수치는 대략 600~700사이이고..
사전의 도움없이 편하게 독서를 할 수 있는 수준은 600이하 이더라고요.
여기서 편하게 리스닝으로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은 렉사일 수치를 100~150은 내려서 들어야
제대로 들리는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컴프리헨시블 하게 영어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제 수준은 450 언저리로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라는거죠. 납득했습니다. 그리고 기초부터 다진다는 생각으로
쉬운 책과 자료를 바탕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4개월차 초중반까지는 이해하기 쉬운 단어와 문장들을 소비해가면서 자신감을 키웠는데
또 절망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같은 렉사일 수치라하더라도 어센틱한 컨텐츠들은
이해기가 어려운거에요. 예를들어 제가 매일 듣고 공부하는 1~2분 가량의 영어 리스닝 컨텐츠가
대략 렉사일 500~600인데, 같은 지수의 책이나 graded reader 오디오북 보다 훨씬 이해가 어렵더라고요.
영어선생님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공통된 대답이
같은 난이도라도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구문이나 회화성 발화들이 많은 경우는 더 이해하기 어렵다는거죠.
garded reader는 비유하자면 온실속에서 곱게 다듬어진 문장이잖아요... 연음도 적고요...
하지만 미국 초딩이 수준이더라도 어센틱한 자료들은 야생성(?)이 있고 연음 투성이니 이해하기가 훨씬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이걸 깨닫고 나니... 성인 네이티브가 만드는 어센틱한 컨텐츠를 소비하고 그 수준의 발화를 한다는 목표가 참.. 아득하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침울해질 수 밖에 없었던 4월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건, 좋아요 공부를 하는건 좋습니다.
공부 자체는 꽤나 즐겁기 때문에 아직까지 피로도는 없어요.
하지만 제 주변에 누구도(영어 교사 포함해서) 인풋을 통해 무의식 레벨에서 변화가 일어난 경험을 한 사람이 없거든요.
제 주변 영어 선생님들도, 물론 저보다 유창하시더라도
저와 영어로 얘기를 할 때 어~~~~ 음........... 하면서 머리속에 번역이 진행되고 있는것이 확연하게 보입니다.
컴프리헨시블 인풋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가시적 결과는 최소 7개월 이상의 침묵기를 견뎌야 하는데,
먼저 이 길을 건너가서 제게 손짓해주는 사람이 없다는게 저에게 큰 힘겨움이었습니다.
임용 준비할 때, 저희가 지겹도록 들었던 얘기가
"기출만 제대로 소화해, 기출 다 이해하고 운만 조금 따르면 무조건 붙는 시험이야" 였거든요.
그때는 그런 방법으로 단 기간에 합격해서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공부에 재능없는 사람도 두려움 없이 그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죠.
하지만 컴프리헨시블 인풋은 그게 아닌것 같습니다.
내가 확인하고 닿을 수 있는 거리 내에...
무의식적 수준에서 비약적 변화를 경험한 분들이 없어요.
이 사실이 무척이나 두렵고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딩 저학년 수준으로 풀어쓴 위대한 게츠비와 톰소여의 모험이...
뮬란과 펭귄의 생태를 다룬 다큐멘타리와 기후변화에 대해 쓴 글 따위가
재미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런 책들이 있어서 두렵더라도 즐겁기에 계속 인풋을 해나갈 수 있는것 같아요.
부디 지금과 같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고 노력이 계속 되어서
인풋을 통한 비약적 변화를 증명할 수 있는 한사람이 되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ㅎ ㅠ
4-8시간에 이정도 이해력 있으면 무조건 됨. 실력향상 체감은 계단식으로 다가옴. 바닥 다지는 기간이 월단위가 아니니까 좌절하지 말고. 한국어 안거치고 바로 이해하는 범위가 초교교재 벗어나서 푹 빠질 수 있는 실질적 흥미분야에 도전할 정도 레벨 되서 진심몰입모드 들어가고부터는 장난아니게 실력 늘거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진짜 쉽게 읽히도록 번안된 유초딩용 책이 재밌어서 다행이에요.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나도 요즘 원서 좀 쉽다고 하는것들.. 누가내치즈를 옮겼을까 읽고 뉴베리 읽고 이럴라고하는뎅 퍼핀키퍼 잼있나? 너글 종종보는데 공부하다 좋은책있음 추천좀해주삼
1. Dear mr henshaw 2. Fighting words 3. Wonder
전 영어가 아니라 일본어긴 한데, 어느정도 이해 가능한 상태에서 무자막으로 엄청 듣다보니까 어느순간 일본어로 생각하는거까지 되더라고요. 첨엔 방식에 의심이 있었는데 한 언어로 성공하니까 어떤식으로 이게 이루어지는지도 체감으로 알겠고, 나머지 언어들도 비슷하게 하면 결국 될거라는 확신은 있네요. 근데 문제는 영어 잘하고는 싶은데 그닥 애정은 없다보니 그정도까지 즐기고 들을 자신이 없네요 ㅠㅠ
일본어는 한국인들이 배우기 쉬운 언어라서 더 쉽게 가능하긴함
그쵸 근데 결국 원리는 같다보니.. 굳이 차이가 있다면 영어는 안익숙한만큼 훨씬 더 많이 인풋 해야 한다는거 아닐까 싶네요
오히려 지금시대에는 영어가 더 익숙하지. 일본어는 한국어랑 공통점이 많고 문장 만드는방식이 비슷해서 사고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할수 있고(초중급 까지는...) 영어는 아예 사고방식을 바꿔야함.
영어는 영작이 가장 효율적인 학습법이다. 내가 쓸 수 있는 문장은 읽고, 듣고, 말할 수 있다 https://www.airklass.com/k/D3DUDGM
구구절절 공감한다. 그래서 책 쉬운거 초딩수준 뭐 추천하노 매트하 빼고ㅎ 그건 전 시리즈 다 읽음
음 지금까지 재밌게 읽은 고전 명작중에서 옥스퍼드 북웜 시리즈나 펭귄 리더스 graded reader 2~3 사이에 출간된게 있다면 그걸 읽는게 좋을것 같음. 정말 쉽게 잘 번안해두엊ㅎ음. 저거보다 윗 수준을 원하면 뉴베리 수상작 중 There is a boy in the girls bathroom 추천해봄ㅜㅠ 쌉띵작임
길게보고 가자 - dc App
몰입력 있게 글을 잘 쓰시네요. 공감했습니다. 모두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학습법을 묵묵히 해나가는게 쉽지 않아요. 특히나 comprehensible input을 통해 언어를 습득한 사람들은 아예 주변 사람들한테 말해봤자 이해못한다는걸 깨달아버려서 아예 이야기 조차 꺼내지 않으니 선행자를 만나는 것 또한 힘듭니다.
영어 원서.문장을 읽을때 머리속에서는 한국어로 번역이 되는거야 아니면 이미지가 연상이 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