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의 해방자 엔딩 후일담, 많은 것들이 희망차게 풀려가고 긍정적으로 생각되는 전개이므로 취향에 안 맞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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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러 월터에게.
안녕하세요, 핸들러 월터.
직접 인사드리는 건 처음이네요.
최근에 드디어 저를 위한 소체가 완성되어, 인간형의 몸에 적응하기 위해 글을 써보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숙련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오래 전부터 당신에게 쓰고 싶었던 편지를 씁니다.
저는 코랄 변이 파형, 실체를 가지지 못했던 루비코니언,
그리고... 독립 용병 레이븐, 강화인간 C4-621의 지인, 에어입니다.
레이븐이 워치 포인트 델타를 습격한 그 날부터, 그와 소통이 가능하게 되어 남몰래 교신하고 있었습니다.
네. 그가 당신에게 말했던 묘한 목소리, 그게 저에요.
레이븐은...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루비콘 해방 전선-이제는 재건 사령부로 불리는 곳에 소속되어, 사실상 현장의 리더이자 최중요 전력으로 활약하고 있어요. 다시 코랄을 노릴 외부 세력에 대비한 전력 증강, 전쟁으로 상처입은 루비콘 곳곳의 혼란 수습, 그리고 코랄 증식으로 인한 우주 오염을 해결할 방안까지. 아버지가 맡긴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재수술은 미뤄두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감정을 찾아가고 있어요. 하루가 다르게 풍부해지는 그의 문장을 듣고 있자면, 행복하면서도 제가 뒤떨어질까 봐 조금은 걱정됩니다. 그가 타는 AC의 콕핏은 복좌식으로 개조되어, 저는 그와 함께 AC에 앉아 각종 기계의 보안망 침투 및 해석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저에게 실체가 없을 때부터, 자일렘에서 단둘이 있고 싶어 '천천히 찾아보라'고 권했던 저니까요.
재건 사령부에는 새 전력들이 속속들이 들어와, BAWS와 엘카노의 공창들은 외성 기업과 봉쇄 기구, 그리고 루비콘 기술연구소가 남긴 극히 일부의 코랄 기반이 아닌 기술력까지 끌어모아 상시 가동 중입니다. 기존 AC 파일럿들은 훈련 커리큘럼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러스티가-터미널 아머를 장비하고 있어, HAL에 저격당하며 기체는 사용 불능이 되었으나 탈출에 성공했습니다-섬 돌마얀과 시뮬레이터를 반복하며, 코어 이론을 중심으로 전투 교리를 만들 데이터를 쌓고, 레이븐과 검토하며 만들고 있지만, 언제나 양산형 MT로는 불가능한 기동을 상정해버리는 탓에 러스티가 힘들다고 합니다.
코어 이론을 중심으로 하는 이유는, 에너지 무기를 주력으로 장거리 교전을 선호하는 아르카부스에게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지금의 레이븐은, 다른 세력이라면 몰라도 아르카부스만은 다시 찾아온다면 철저히 박살내리라 벼르고 있어요. 그 날, 아버지를 세뇌시킨 아르카부스만은.
발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는, G6 레드와 휘하의 일부 잔당뿐입니다.
해방 전선의 진격에 합세해 아르카부스를 몰아냈으나, 귀환한 레이븐을 매우 적대시하고 있었습니다. 미친 사람처럼 레이븐에게 덤벼드는 걸 겨우 제압, 기절시킨 채로 충분한 식량과 목적지가 입력된 우주선에 태워 지구로 돌려보냈습니다. 레이븐은,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걸 싫어합니다.
RaD는, 해체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유능한 지도자를 잃자, 도저들은 남은 마약용 코랄들을 챙겨 자신들의 방에 틀어박히거나, MT들을 끌어모아 보스의 원수를 갚자며 재건 사령부를 이따금씩 습격하다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이따금씩 레이븐이 출격하여 상대하고 있지만, 그 빈도도 점점 줄어가며 그리드 086은 폐허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그 곳의 설비도 활용하고 싶기에 사령부는 열심히 회유책을 펼치고 있으나, 성과가 좋지는 못합니다.
당신과 레이븐이 밀항한 날 사용한 로더 4의 프레임은, 대부분의 무장을 제거했습니다.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과거 루비콘의 유산을 탐구하며, 이따금씩 나타나는 과거의 병기들은 미사일과 백병전으로 적당히 제거하고 있습니다. 비무장 전투라면 바쇼의 팔이 효율적일 거라고 다들 말하지만, 아버지께서 맡기신 일에는 이 기체가 제일이라면서 매번 4연장 미사일 두 개만 단 로더 4를 사용합니다. 기술자들의 필사적인 설득으로, 제너레이터와 부스터만 바꿨지만 기존의 것은 따로 보관중입니다.
그러고 보니, 한 번은 V.I 프로이트와 그 상태로 마주쳤습니다.
프로이트는 그 자신이 파일럿이자 아키텍처인 사람이기에 어떻게든 록스미스를 유지시키고 있었으나, 그 한계가 다가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장난하지 말라며, 나와 싸울 거라면 그에 걸맞는 어셈블리로 오라면서 레이븐에게 마구 화를 내기에, 레이븐은 그에게 레이션과 물을 조금 주고 귀환했습니다. 쓸데없이 희생자만 늘어나니 자신이 갈 때까지, 그에게는 손대지 말라고 재건 사령부에 당부하면서.
레이븐의 근황은 이 정도네요. 집적 코랄에서 아이비스 시리즈와 조우한 그 날 당신이 했던 말대로, 레이븐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여 행동하고 있습니다. 결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해도, 당신의 아들 621과 루비콘의 해방자 레이븐이라는 두 자신을 모두 지켜나가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저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제 파동에 이상이 생깁니다. 그를 잘 아는 당신이라면, 그가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지, 그리고 저는 어째서 그 말을 들으면 사고가 이상해지는지 알려주실 수 있었을까요.
한 가지 더, 최근에 레이븐에게 취미가 생긴 모양입니다. 당신과 일할 때 쓰던 시스템에 있던 이미지 에디터로, 새로운 AC 파일럿들의 엠블렘을 제작해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엠블렘도 스스로 만들어, 탑승하는 모든 기체에 손수 도색하고 있습니다.
자일렘이 추락한 날, 당신은 레이븐이 평범한 인생을, 지인들과 감정을, 의지를 주고받는 인생을 살길 원했습니다. 지금의 그가 즐겁게 몰두할 때의 표정을, 당신이 루비콘의 하늘 어딘가에서 지켜보시리라 믿습니다.
코랄들-저의 동포들은,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재건 사령부에 나름대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반발하는 자들도 있었으나, 인간들과 직접 소통하는 건 우리가 우주의 위협이 아니게 될 때로. 그렇게 모두가 합의하고, 코랄이 필요한 지역에는 기꺼이 자원이나 식량으로써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코랄이 생명체라는 사실을, 당신은 생의 마지막까지 알지 못했습니다. 만약 알고 있다면, 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하겠지요. 당신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핸들러 월터, 수십 년을 이어온 강한 의지로 살아가는 사람이자, 수많은 죽음을 넘어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당신이라면 코랄이 무엇이었다고 해도, 설령 이 별의 주민이 아니라 세계를 지탱하는 무언가였다고 하더라도, 지인들의 유지를 이어나가려 했겠지요.
부디,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지금은 저의 동포들도 당신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진정으로 인간, 혹은 제 3의 다른 지성체들과도 공존할 수 있는 존재가 되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모순될지도 모르겠지만, 코랄의 오염으로부터 인류를 지킨다는 당신의 의지는, 이 루비콘의 모두가, 코랄들까지도 함께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소체가 생긴 후, 저도 인간에 대해서 더욱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재건 사령부의 사람들은 저를 환영해주었습니다. 매일매일 많은 것을 기록하고, 또 질문해가며, 역시 전산망들만으로는 판별할 수 없는 인간의 면면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한때, 인간은 인간과 투쟁하기 위한 형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한한 도태와 선택을 반복하며, 진화를 향해 싸워나가는 종이라고. 그러나, 지금의 저는 그것에 조금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AC와 MT, 인간의 모습으로 싸우는 병기들의 통신망을 통해서만 인간을 접했기에 과거의 결론을 내렸던 것일까요.
인간의 몸이 되어 만나는 사람들. 힘을 잃어가면서도 죽음에 저항하는 나이의 섬 돌마얀부터, 저를 언니라 부르며 어린아이의 시선을 알려주는 어린 쯔이, 나이에 상관없이 그렇게 지낼 것만 같은 별난 로쿠몬센까지. 그들은 모두 투사이면서도, 싸우지 않는 시간의 인간을 저에게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힘들면서도, 함께하기에 즐거워보이는 모든 시간들을, 투쟁에 의한 선택 혹은 도태를 기다릴 뿐인 시간이라고 말한다면, 레이븐은 분명 화내겠지요. 소중한 건 무엇이든 지키려 하는,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욕심쟁이가 되기로 선택한 그이니까요. 그렇기에, 결론을 미루고 더욱 고민해보려 합니다. 고난의 길을 추구하는 당신의 아들 곁에서, 함께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그러니 부디, 핸들러 월터, 당신이 이 루비콘을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의 아들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지켜낸 별에서,
당신의 의지를 이어, 더욱 높은 이상과 자유를 추구하는 루비코니언들을.
621의 지인, 루비코니언 에어로부터.
추신. 며칠에 걸쳐 이 글을 쓰고 고치는 사이, 워치 포인트 알파 어딘가에 숨어있던 V.III 오키프가 망명했습니다. 코랄 릴리즈라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그에 대한 정보를 가져왔고, 그걸 취합하며 세워진 새 목표와 계획을 오늘 브리핑한다네요. 혹시 당신은 이게 무엇인지 알고 계셨을까요.
와 시1발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별생각없이 읽다가 마지막즈음에는 그렁그렁해지네 말투 존나 찰떡인거 에어 접신했냐고ㅋㅋㅋㅋㅋㅋㅋ
개추다 개추
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