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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A용 시뮬레이터의 최종 조정 작업을 마치고 정시 퇴근한 플로리안이 사원 기숙사의 자기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한 일은, 일단 책상의 컴퓨터를 켜는 것이었다.

행거에서 받았던 파일의 상세 내용은 이러했다. 그리드 086에서 RaD 발테우스와 교전해버린 사건으로 인해 실전 테스트 시의 변수 작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되었고.

BAWS 본사가 전권을 위임해줄테니 담당 아키텍트와 테스트 파일럿의 재량 하에 임의의 독립 용병 3명을 고용하여 일주일 뒤에 벨리우스 남부의 시가지형 시험장 - 오염된 시가지를 재활용했다 - 에서 모의전을 행하라는 것.

그러니 가장 먼저 할 일은 성간 통신망에 접속하여 BAWS의 NEST - 모회사인 올 마인드 도산 후에도 자체적으로 유지 중이다 - 공식 계정으로 해당 미션에 대한 공시를 내거는 것이었다.

루비콘 3의, 아니. 인류의 생활권 내라면 거의 모든 독립 용병이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본래는 부장급의 인사부터 계정의 액세스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에는 특례로써 허가되었다.

"의뢰주는 BAWS.... 전투 구역은 벨리우스 남부의 자사 소유의 시가지형 시험장.... 목표는 양산 시작기와의 모의전, 승리 시 추가 보수 지급.... 보수는...."

NEST를 켜고 공시를 작성하던 플로리안은 여기서 홀로키보드 위의 손가락을 멈추었다. 본사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해도 어디까지나「적절한」수준의 보수를 내걸어야 할 터. 멋모르고 예산을 펑펑 썼다간.

'BASHO로 거열형이다.'

혹은 시말서를 621장 정도 작성하게 되거나 연봉이 상응하는 만큼 깎이겠지. 어느 쪽이든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일단 어느 정도가 가장 적절한 보수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플로리안은 일단 NEST의 기업용 공시 게시판 페이지를 백그라운드로 넘기고 별도의 - 도저 시절에 만들어둔 본인 것이다 - 계정으로 접속해 독립 용병용의 미션 아카이브를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올 마인드 운영 시부터 온갖 용병들이 올려둔 기업이 발행한 미션에 대한「평가」들이 올려져 있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성간 통신망에 접속하면 보이는 맛집 평가 사이트 - 루비콘 3에는 없다 - 와 유사한 것이다.

보수가 좋아서 갔더니『속여서 미안하지만...』을 당해서 죽을 뻔 했다던가. 하는 일에 비해 보수가 너무 짰다던가. 잡졸 토벌만 시키는데도 꽤 보수를 짭짤하게 준다던가. 이런 저런 정보를 비교 분석하고 취합한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정보라고는 하지만 현장의 일은 현장의 당사자가 가장 잘 알지 않겠는가. 플로리안은 스스로의 경험을 생각하며 검색 속도를 끌어올렸다.

2시간 뒤.

결론이 나왔다.

"95,000 COAM."

너무 많아서 회사 상층부로부터 욕을 먹거나 용병들에게 기업의 함정 의뢰라고 의심받지 않고, 반대로 너무 적어서 무시당하지도 않을 딱 적당한 금액.

이거면 되겠지. 곧장 밀어두었던 NEST의 공시 게시판으로 돌아가 보수 부분을 작성하고 업로드한다. 살다살다 기업의 의뢰 중개인 일까지 하게 될 줄이야. 플로리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씻으러 갔다.

퇴근한 직후부터 모의전 의뢰 공시의 건을 파고든 탓에 여태 씻지도 않고 AC의 유압유가 묻어 있는 정비복을 입고 있던 것이다. 이 무슨 자발적인 노예 근성인가.

플로리안은 스스로를 자책하면서도 이걸로 일이 끝나는 게 아님을 확신했다.

아무리 BAWS가 루비콘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양대 기업 중 하나라고 해도, 독립 용병들의 입장에선 지금의 루비콘 3에는 딱 적절한 정도의 금액이 책정된 이번의 모의전보다도 더 고액의 의뢰가 널려있는 마당이다.

굳이 이 의뢰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최악의 상황에는 일주일 내내 아무도 공시에 답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전권을 위임받았는데도 성과를 내지 못한 책임을 물고 BASHO 거열형, 시말서, 연봉 삭감 행이다.

그렇다면 직접 지명하러 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리고 루비콘 3에 있는 지인 중 용병 상대의 중개인 역할을 해봤던 사람은 딱 한 명 밖에 없다.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와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은 플로리안은 옛「동지」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악한 웃음이 지어졌다.






아실은 근래 들어 행복했다.

코랄을 노린 외성기업과 행성 봉쇄 기구의 압제도 끝나고, 고향은 활기를 되찾아 재건 중이며 무엇보다도 세상에 하나 뿐인 사랑. 쯔이와의 결혼이 이제 코 앞이었다.

이미 신혼집은 재건되고 있는 신 수도「벽」근처의 시가지에 구해둔 참이고, 식만 올리면 될 터. 옛 해방전선의 가족들을 전부 모아서 조촐하게나마 파티를 여는거다.

그리고 파티가 끝나면 돌아가신 수부 돌마얀과 갈리아 댐에서 전사하신 더넘 씨를 추모하는 걸로 마무리를 짓는다. 더 이상 이 루비콘에 슬픔은 없으리라고 고하는거다.

물론 아직 도저 집단들과 독립 용병들이 각지에서 제멋대로 설치고 있다지만 이것도 머지 않아 끝날 터. 고향의 미래는 밝다. 가만히 있어도 콧노래가 나올 지경이다.

그렇게 매일 웃는 얼굴을 짓던 아실은 주머니에서 작은 진동을 느꼈다. 이제는 잘 쓰지 않는 해방전선 시절의 군용 암호화 통신 단말이었다. 이걸 쓰는 건 3년 만일까. 아실은 그리운 감정을 느끼며 전화를 받았고.

『아실, 나다. 알고 있는 용병 목록 좀 리스트업 해줘.』

일단 당황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플로리안 큐비스. 해방전선 시절의 동지이자 전사다. 전후에는 BAWS에 취직해 아키텍트로 일하고 있다고 들었건만 갑자기 용병 목록이라니. 아실은 심상치 않은 무언가를 느끼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예, 예...? 갑자기 용병 목록을 준비하라고 하셔도..."

『미안하다. 하지만 급한 일이다. 일주일 내에 3명을 구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안 그러면....?"

『내가 잘린다. 경우에 따라선 딸려 있는 꼬맹이도 같이.』

플로리안은 태연자약하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급한 일이긴 해도 잘릴 일은 아니었고, 설령 그가 잘린다 하더라도 935마저 잘릴 일은 없었다. 하지만 플로리안은 아실의 심성을 알고 일부러 진실을 섞어가며 말한 것이었다.

이렇게 한다면 최소한 거절받을 일은 없으리라고.

"그으.... 렇습니까. 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미안하다. 이미 그쪽으로 가고 있어.』

"예!?"

아실은 두번, 세번 놀랐고. 플로리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몰아붙였다. 오늘은 시간이 안된다고? 스케줄 상 7일 내에 3명을 구하자면 오늘이 아니면 안된다. 그러니 되게 해주마. 왜냐하면 이미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자세히 들어보니 통신에선 미미한 로터음 같은 것이 들리고 있었다. 아마 헬기로 오고 있는 것이겠지. 아실은 자신이 헬리콥터 조종사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원망했다. 그리고 전율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일 수 있나.

혹시나 싶어 고개를 들어 창문 밖의 하늘을 바라본다.

정말로 오고 있었다. 아니, 이미 착륙 태세에 들어갔다.

"이런....!"

쯔이는 다행히 친구들과 쇼핑을 하러 나가있다. 아실은 가장의 각오를 굳히고 결연한 표정으로 집을 나섰고, 앞마당에 착륙한 수송 헬기로부터 신혼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적이 걸어나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여어."

바라만 보았다. 그래도 해방전선의 동지.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데 매몰차게 내쫓는 건 아실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

"좀 난폭하게 찾아오긴 했는데. 말했듯이 엄청 급한 일이라서. 목록은 있겠지? 우리 중개인님."

"예.... 뭐, 일단 들어오세요."

플로리안은 넉살 좋은 - 다크서클과 피로감이 침착되어 있는 - 얼굴을 하며 말했고, 아실은 마지 못해 그를 집안으로 들여보냈다. 원하는 게 용병의 목록이라면 쥐어주는대로 사라질 것 아니겠는가.

커피 - 밀윔 가루를 볶고 커피향과 카페인을 첨가해 만든 대용품이다 - 를 내온 아실은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서랍장을 뒤지기 시작했고. 플로리안은 그 틈을 타서 태블릿으로 NEST에 올려둔 공시를 확인했다.

알람은 꽤 많이 떠 있지만 중요한건 알맹이다.

죄다 쭉정이면 의미가 없다.

"어디보자...."

일일히 공시에 달린 지원서를 체크한다.

『이카로스 // AC : IC-X_AC-MK.9_MRTE』

이름이 길다. 그리고 지구? 지구 기업들이 몇 진출해 오곤 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PCA 본진이 아닌가. 탈락.

『히노토리 // AC : 차지!』

파탄난 설계에도 당하는 바보를 고용할 예산은 없다. 그때는 운이 좋아 살아남은 모양이지만 이번에는 탈락.

『블러디 // AC : 블러드 나이프 W』

랭크권 외의 용병만 가득한 도적단이 용케 명함을 내밀었군. 이건 청소용 공시를 걸어달라 하든가 해야지. 탈락.

『클랩 // AC : 레시드』

무난하긴 하지만 그걸로 끝이라는 게 문제다. 그리고 본사가 내민 고용 한도는 최대 3명이다. 미안하지만 탈락.

『레기온 // AC : 레이저 샤워』

머리 이외에는 전부 같잖아. 동형기끼리 붙는 싸움이 될 뿐이다. 그리고 이 커스텀 헤드 요즘 유행인가? 탈락.

『존 유진 애셔 // AC : 디어 헌터』

냄새를 잘 맡느니 뭐니. 아니, 일단 약쟁이잖냐. 이걸 고용하려는 녀석은 제정신인지 살펴봐야 한다. 탈락.

『부보 // AC : 마스커레이드』

이쪽도 지구 냄새가 난단 말이지. 그것도 기업 쪽이 아니라 정부. 혹시 모르니까 떨어뜨리는 편이 낫겠지. 탈락.

『루덴스 // AC : 에피쿠르』

전쟁광 짓을 935가 보고 배우면 큰일이다. 외성 기업에 후원받고 공작하는 정황도 있고, 레이븐을 불러라. 탈락.

『4NrB9Q2924f2 // AC : 플레저』

NEST 사이트가 고장이 났나. 파일럿 이름이 이상하게 뜨는데. 실적은 완전히 삼류 아닌가. 예산이 없다. 탈락.

『카파론 // AC : 아라쉬』

해방전선 시절부터 거래해온 용병이라면 믿을만 하겠지만, 또 라이플에 미사일이면 다양성이 부족하다. 탈락.

『샤키 // AC : 모비다운』

코랄 전쟁 때 G2 나일을 격퇴한 전적 있음. 견실한 중장형 기체. 좋긴 한데, 이만한 네임드는 비싸다. 미안. 탈락.

....죄다 써먹을 수가 없잖아.

실적이 삼류인건 그렇다 치자, 뒷꿍꿍이가 보이는 놈들도 뭐 좋아. 하지만 광인의 비율이 너무 높지 않은가. 아무리 독립 용병이 제정신으로는 못하는 일이라도 정도가 있다.

그나마 괜찮아보이는 물건은 둘.

『사르트르 // AC : 노 엑시트』
『오토랑크 // AC : 락 트러블』

하나는 목성 전쟁 참전 경력이 있는 전 펄롱 무장 선단 출신의 노병으로 그야말로 검증된 인재. 다른 하나는 프로이트의 라이벌을 자칭한다던가 살짝 맛이 간 것 같지만 이 정도면 루비콘 3의 용병 업계에서 양호한 편이다.

오히려 살짝 맛이 가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그렇게 위험분자들은 에어를 통해 레이븐에게 신고해두고, 둘을 고용 체크리스트에 넣어두자 아실이 방에서 나와 소파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던 플로리안에게 녹색의 USB를 건네주었다.

"필요하시다고 하던 목록입니다."

「그러니까 빨리 나가주세요」라는 말이 목구멍 바로 밑까지 올라왔다는 표정을 본 플로리안은 USB를 받아들고 곧장 일어서 나갈 채비를 했다. 아무리 그래도 전화하자마자 헬기 강습은 너무 심했나.

"그리고."

"어? 뭐야."

"목록 중에선 원 아이드 잭이라는 남자를 추천합니다. 발람의 전속 용병처럼 굴던 경박한 남자지만, 월벽의 사전 작업에도 투입됐었습니다."

"....과연, 고맙다."

별 말씀을 이라는 대답은 없었다.

그렇게 신 수도「벽」- 조만간 돌마얀 시로 개명된다고 한다 - 을 떠난 수송 헬기는 벨리우스 남부의 갈리아 시로 향했다.

코랄 전쟁 당시에는 인근에 전력을 공급해주던 갈리아 댐과 변전 시설이 있었지만 발람 사의 공격으로 파괴된 곳. 그리고 인덱스 더넘이 전사한 곳이다.

전후에는 해방전선의 중진이 장렬하게 전사한 곳이라는 상징성 - 하마터면 이쪽도 더넘 시가 될 뻔 했다 - 과 지리적 이점을 살려 벨리우스 남부의 중핵 도시로 재건되고 있는 곳이며 ....고용할 마지막 한 명이 있는 곳이다.

아실에게 추천받고, 헬기에 올라타자 마자 NEST를 통해 지명 의뢰를 여럿 넣었지만 응답이 없었다. 건네받은 용병 목록의 세부 사항에 따르자면 도박사라던가. 도박장에서 포커 치는데 열중했는지 단말이 꺼져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직접 끌고 올 수 밖에. 아실이 준 목록에도 쓸만한 인간은 이 녀석 정도였다. 뒤가 없단 말이다.

수송 헬기가 착륙한 건 도시 북부 외곽의 헬리포트였다.

놈이 도박사라면 물고기가 물에 있듯이 - 다만 알레아 해는 자일렘 추락의 여파로 해역의 물고기가 전멸했다 - 도박장에 있을 터. 그렇다면 이 곳 밖에 없다. 카지노 응쟈무지. 이 갈리아 시 최대의 도박장이다.

퇴역하고 폐기 처분될 예정이었던 HA-T-102 저거노트의 3번기 - 1번기는「벽」아래에서 격파, 2번기는 레이븐이 부숴먹었고, 4번기는 수도 방위용으로 현역이다 - 를 매입해 건물로 삼은지라 유독 눈에 띄는 곳이었고.

플로리안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선글라스를 쓰고 재킷 등짝에 하트 에이스 마크를 붙여둔 남자. 아실에게 받은 인적 사항과 일치한다.

4명이 모여 있던 원탁의 도박판에 스리슬쩍 합석한 플로리안은 미리 준비해온 포커 카드 - 평소의 야바위에 쓰려고 군용 광학미채를 칠해둬서 압력에 따라 내용을 바꾸게 할 수 있게 한 특주품이다 - 를 꺼내 판에 끼어들었다.

"허어, BAWS 사원이 정비복까지 입고서 이런 벽지 도박장까진 무슨 일이래?"

원 아이드 잭이 물었다. 카드가 오간다.

"지명 의뢰를 넣었는데 답 한 통도 없는 인간이 있어서 말입니다."

플로리안이 답했다. 카드가 오간다.

"....지명 의뢰? 너 이 새끼. 날 알고 온거냐?"

"아무렴, BAWS 사는 독립 용병의 정보라면 얼마든지 알고 있으니까요."

카드가 멈춘다.

"그럼 미안하게 됐네. 카드 치는 거 말고는 별 관심이 없는 인간이라서. 아마 잊어버렸나 보다. 대신, 하나 제안을 하지."

제안. 카드를 보고 있던 플로리안의 시선이 올라간다.

"지금 들고 있는 패를 겨뤄보자고. 즉발적인 승부야말로 운이 모든 걸 결정하지 않겠나. 여기서 이기면 의뢰, 반값으로 해주마."

그러자 플로리안은 웃었고, 판 위에 패가 올라갔다.

스트레이트 플러시.

"반값, 녹음했습니다."

원 아이드 잭은 말을 잇지 못했다.






원 아이드 잭에게 NEST의 전자 서명을 시키고 약속대로 반값 의뢰를 계약한 뒤. 곧장 갈리아 시를 떠난 플로리안은 평소의 퇴근 시간을 아득히 뛰어넘은 새벽 3시에 BAWS 제 2공창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새벽 5시에 출발했으니 장장 22시간 만이었다.

오는 길에 하늘에서 보니 일부 야근하는 사우들이 있는지 몇 개 구역은 점등되어 있지만 불은 대부분 꺼져 있었다.

포토맥 반장도, 935도, 박사도, 케이트도 잠들어 있을테지. 이 시간에 깨어있는 거라곤 회사의 MT 부대 당직조와 눈 앞의 닌자 정도다.

착륙한 헬기에서 나온 플로리안은 AC에 탄 채 야간 경비를 서고 있는 로쿠몬센을 향해 짧게 손을 흔들었다.

"오래간만입니다 로쿠몬센 공!"

『오, 귀공이야말로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소만. 소인이야 자청해 여기 있는 것이지만 귀공은 이제 야근은 하지 않는 것 아니었소?』

"그럴 일이 생겨버렸지 뭡니까. 덕분에 하루 종일 개고생이었습니다."

그러자 로쿠몬센은 껄껄 웃더니 AC의 손을 내밀었다.

『그럴 일이라는 건 935 양을 말하는 것이오? 안 그래도 아침부터 플로리안 공을 찾았소이다.』

"하."

플로리안은 AC의 손 위에 올라가 손바닥의 손잡이를 잡으며 짧게 한숨 쉬었다. 생각해보니 935에게 출장 다녀온다고 말하는 걸 까먹었었다.

"뭐라덥니까?"

『오면 알려달라며 하루 종일 눈밭에 서 있으셨소이다. 결국 박사가 담요로 꽁꽁 싸매서 데려가서 망정이지.』

로쿠몬센은 AC의 가속을 천천히 붙여 사원 기숙사 근처까지 날기 시작했고. 벨리우스 북부의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쳤다. 꽤 추웠을텐데,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니.

"....이거, 돌아가면 사과해야겠습니다."

『아무렴, 안 하면 소인이 귀공을 카이샤쿠하러 갈 생각이었소이다. 그리고....』

"그리고?"

사원 기숙사의 6층 난간에 손이 맞닿고, 손가락을 교량 삼아 내려간 플로리안은 로쿠몬센을 마주 보았다.

『그녀 덕분인지 요즘 따라 기운을 많이 차리신 것 같아 다행이오. 오늘처럼 야근에 외근까지 불사하시고, 3년 전에는 꽤 끔찍하신 몰골 아니셨소.』

"...."

『그럼, 안녕히.』

닌자는 사라졌다.

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가자.

"....오셨습니까. 아키텍트."

이불에 둘둘 말려 침대에 던져져 있던 소녀가 입을 열었다. 비에 쫄딱 젖어도 감기 하나 걸리지 않았고, 집 안에만 뒀어도 건강에는 지장이 없었겠지만. 그래도 박사의 오지랖에는 감사해야 할 듯 했다.

그건 그거고.

"말도 없이 사라지셔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소녀의 소심한 투정을 받아줘야만 했다.







분량 조절 또 실패했네 씨발거

그래서 모의전 본편은 다음 편으로 넘어가게 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