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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출근과 야근을 불사하며 독립 용병을 끌어모아 고용한 건 좋았다. 하지만 뒤에 가서 생각해보니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데드라인은 6일 뒤. 하지만 플로리안은 그것을 단 하루 만에 끝내버린 것이다.

이대로 조금 쉴까.

플로리안은 생각했다.

근래 들어 그다지 쉬어본 적이 없었다. 정확히는 935와 박사가 엘카노에서 파견되고 그녀의 생활 관리를 떠맡아진 뒤로는. 그 전까지는 어딘가의 닌자가 말하던 것처럼 항상 정시 출근에 정시 퇴근. 물에 물 타듯이 별 의욕도 없이 살았는데 어찌 된건지.

아무튼, 앞으로 6일 동안은 딱히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사운을 건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회사의 전권을 위임받은 특명을 수행하고 있으시다는데 누가 막겠나. ....일단은 기숙사에서 나가보자.

문을 열고 나가보니 오랜만에 눈이 그쳐 있었다.

벨리우스 북부의 가혹한 겨울도 이제 끝이 오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격납고로 향해 MT에 올라탄다. 아이비스의 불 이전의 루비콘 3에선 주로 자동차를 썼던 것 같지만, 이젠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대재앙과 오랜 전란으로 제대로 된 도로가 거의 남아있지 않고, 어딜 가든 도저들이 들끓는 바람에 이왕이면 하프트랙 장갑차나 가능하면 MT를 타는 게 좋은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주차장이라는 단어는 쓰이지 않는다.

"전압 체크, 유압 체크, 온도 체크, 연료 전지 정상, 자체 진단 프로그램 스타트, 사출 좌석 정상, IFF 확인, 사내 데이터 링크 활성화, 시스템.... 올 그린."

그렇게 평소에는 잘만 생략하던 기동 시의 확인 복창을 기묘한 기분 속에서 전부 마친 플로리안은 MT를 몰아 공창을 한 바퀴 돌고 그대로 도시 쪽으로 나가기로 했다.

예로부터 사람이 모이는 곳이 곧 도시라.

루비콘 곳곳에서 재건 사업이 벌어지는 가운데 BAWS의 공창은 곧 노동자들을 끌어들이는 거대한 자석 같은 것이 되었고, 점차 사람이 모이다 못해 아예 BAWS 제 2공창을 중심으로 소도시가 세워진 것이다.

도시에는 어지간한 시설은 다 있다.

전문 의료기관, 음식점 - 파는 건 전부 밀웜 뿐이지만 -, 시뮬레이터 스포츠 클럽, 도저식의 과격한 불법 유흥시설까지.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은 필연적이다. 뭐, 막상 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지만.

MT의 콕핏 모니터에 공창이 스쳐 지나간다.

ALBA의 시뮬레이터가 들썩이는 걸 보니 935는 모의전에 대비해 한창 연습 중인 모양. 그리고 포토맥 반장이 헤드 브링어를 해체하려는 걸 케이트가 온 몸으로 막아서고 있으며, 로쿠몬센은 AC 어깨 위에서 티 타임 중.

인덱스 더넘 호가 출항하는 가운데 섬 돌마얀 호는 오버홀을 마치고 재기동 시험에 들어간 모양인지 도크 안에서 떴다 내려앉았다를 반복한다.

신기한 일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 풍경 속에 있었는데 6일 정도의 휴가가 주어졌다고 저들에게서 격리된 느낌이다.

공창을 빠져나와 도시에 진입한다.

그 때까지도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플로리안은 결국 MT의 내비게이션에 찍힌 최근 기록을 뒤졌고, 공창 내의 이동 기록만 한가득인 내비게이션에서 하나를 찾아냈다. ....도저식의 과격한 불법 유흥시설이다.

찍힌 날짜는 2년 전. 코랄 전쟁 이후 자포자기하고 BAWS에 입사한지 얼마 안됐을 무렵이다.

그럼 과거의 나를 보러 가볼까. 플로리안은 생각했다.






쿵! 굴강한 남자가 지름 2m 정도의 북을 막대기로 때리자 무대 양 옆에서 허벅지를 노출시킨 차이나 드레스 - 차이나가 뭔지는 모르겠다, 다펑냥냥도 저런 걸 입는다 - 를 입은 십여 명의 반라 폴댄서들이 나타났고.

천박한 나팔의 퍼즈 톤을 배경음악 삼아 봉에 다리를 휘감는 듯한 음란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원형 테이블의 하나에는 커버올 타입의 세이지 그린색 BAWS 정비복을 입은 남자가 한 명. 플로리안이다. 그는 그 광경을 시야에 담으면서도 초점을 맞추지 않고 흘려 보내고 있었다.

"웰컴 드링크 나왔습니다!"

바니걸 복장을 입은 칵테일 서비스 종업원이 플로리안의 테이블로 다가간다. 바니걸은『웰컴 드링크는 무료』어깨띠를 걸치고 있다. 과연, 공짜로 주면 좋지.

플로리안은 가볍게 인사하고 이런 도저 바답게 코랄이 섞여있는지 붉은 빛을 띄는 보드카 칵테일을 받았다. 사실 루비콘에선 보드카 이외의 주류가 전무하기도 했다. 밀웜 말고 키울 수 있는 건 감자 뿐이었으니.

일할 때 가끔 씹는 껌을 빼면 코랄은 어지간해선 입에 안 대고 있었는데. 플로리안은 묘한 붉은 빛에 비치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꼴보기 싫어져 그대로 원샷했다.

먼저 목을 태우는 듯한 루비코니언 보드카의 알코올이 넘어가고 뒤통수를 때리듯이 알싸한, 마치 스파이스 같은 코랄의 피드백이 비강과 두뇌를 덮쳐온다.

"켁."

생각보다 코랄 함유량이 많은 것 같은데. 플로리안은 머리를 한대 얻어맞아 스태거 상태가 걸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폴댄스 무대 아래로 시선을 옮겼다.

그 곳에는 익숙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강철이 강철끼리 부딪혀 바스러지고, 기름과 불꽃이 튀며 초연이 피어오르는 냄새. MT를 이용한 불법 투기장이다.

이러한 미등록 불법 MT는 치안을 악화시키는 최대의 요인 중 하나로 신정부와 BAWS 사가 엄격히 단속하고 있다지만 실상은 공창 코 앞에서도 이런 게 벌어지고 있다.

AC전보다 한참 굼뜨고 스케일도 밋밋하지만 워낙 오락거리가 부족한 곳인지라 사람들은 열광하고 있었고.

BAWS 경 2각 MT를 베이스로 전신을 화려한 마젠타색으로 도색하고 양 손에 킥커의 파일벙커를 단 MT와 어디서 줏어온건지 구 RaD제 전기톱 4기를 단 붉은색의 중장 4각 MT가 공방을 펼치고 있었다.

"어느 쪽이 이길려는지 원."

"그야 당연히 붉은색 쪽 아니겠수?"

고개를 돌려보니 RGB 순으로 물들인 트리플 모히칸의 남자가. 플로리안은 단정했다. 딱 봐도 도저다. 도저 출신이기에 알 수 있는 게 있다. 쓸데없이 자아가 크고 허리춤에 총이 있다면 그것은 도저이다.

"붉은색이 이긴다니?"

그러자 RGB 트리플 모히칸의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청산유수로 말하기 시작했다.

"거 보쇼. 댁도 회사에서 기름밥 꽤 먹었을거고, 3년 전에 개지랄이 멈추기 전까진 이래저래 싸울 일도 있었을 거 아뇨. 저 4각이 든 전기톱은 원래 칼라 년이 만든 AC용 물건인데, 그걸 4개나 뜯어서 달았지. 상식적으로 저 마젠타색이 이길 리 있겠수?"

플로리안은 조금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아래의 전투를 부감해보기 시작했다.

두 MT 파일럿의 실력은 비등비등해보이지만 아무리 개조가 가해져도 낼 수 있는 성능의 상한선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기본적인 출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그나마 AC용 전기톱을 4개나 얹은 탓에 나사가 빠져버린 4각의 하중 밸런스가 유일하게 2각이 노릴 구석이지만 2각의 파일럿은 그걸 눈치챌 시간도 없이 끝없이 몰아치는 맹공을 피하는데만 전념하고 있고.

말을 잇는다.

"과연, 그 말대로 붉은 녀석이 이기겠는데."

그 순간, RGB 트리플 모히칸이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동시에 촥 펼친 건 도박용 배당판과 돈통. 어째 스리슬쩍 들러붙나 싶더니 전문적인 꾼이었나. 이 모히칸.

"맨날 정배만 하면 무슨 낙으로 살겠수! 지금 저 마젠타의 배당은 62.1배! 해방자의 숫자! 걸면 존나 많이 딸 수 있는 기회야 형씨!"

플로리안은 재차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굳이 마젠타 MT에게 걸 이유가 없다.

밑져야 본전이고 어지간하면 잃고 끝나겠지.

그런데 도박이 상식적인 행위던가?

"RC도 받아?"

"루비콘 크레딧, 레드 링, 발람이나 아르카부스 같은 기업 경제권 화폐, 뭣하면 탄약이나 부품도 다 받지!"

플로리안은 1000 RC 지폐 - 기존 루비콘 내의 거래에서 화폐로 쓰이던 코랄을 담은 고리「레드 링」을 대체하기 위해 신정부에서 발행한 화폐다 - 세 장을 꺼냈고.

모히칸이 그걸 받는 동시에 마젠타 MT는 산산조각났다.

"....니미."

잃고 끝났다. 눈 깜박할 새에 모히칸은 시야에서 사라져 저 멀리에서 돈을 세고 있었고. 플로리안은 눈을 두번 깜박이다가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는 길은 투기장의 MT 격납고를 거쳐가야 했다. 길을 지나가는 동안 양 옆에서 고쳐지는 MT들을 보는 것 또한 실감나는 경험. 요컨대 세일즈 포인트인 것이다.

가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아까의 마젠타색 MT가 눈에 띄었다. 전기톱에 얻어맞아 개박살이 났었을텐데.

어찌어찌 코어 모듈은 멀쩡한건지 파일럿인지 아키텍트인지 모를 더티 블론드색의 포니테일에 때가 탄 흰색 탱크탑을 입은, 비슷한 나잇대의 여자가 조잡한 공구로 박살난 팔다리를 고쳐보려 아등바등 애를 쓰고 있었다.

시선이 마주친다.

그 순간 여자의 얼굴이 플로리안의 코 앞까지 와 있었다.

"너! BAWS 아키텍트지!"

"....맞는뎁쇼."

"그럼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까 좀 도와줘! 아까 내 정비사가 도망쳐 버렸다고!"

뭐지, 이 여자. 플로리안은 당황했다. 이래서야 마치 지난번의 아실과 내가 아닌가. 단도직입적으로 들어오는 태도에 미처 대답을 하지 못한 플로리안은 그대로 탱크탑 여자의 손에 이끌려갔고. 박살난 MT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 녀석, 살릴 수 있을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은 했다. 적절한 부품이 갖춰진다면야 일도 아니다. 조잡하기 짝이 없는 개조가 조금 덧대졌을 뿐이지 저건 자사의 제품이었으니까.

하지만 플로리안은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묘했던데다 아까 크게 잃은 탓에 지금 기분이 그닥 좋지 않았고, 설령 부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절하려 했다.

간절한 표정과 동시에 뭔가 출렁이는게 눈 앞에 들이대지기 전까진.

"....가능은 할 거 같은데요."

"그래? 그럼 부탁할게!"

"아니 그...."

"이름을 말하는 거면 앨리스!"

"....플로리안입니다."

이제 시간도 오후 5시. 슬슬 돌아가야 하는데 이상한 여자에게 잡혀버렸다. 이대로 또 다시 말없이 늦게 돌아가게 된다면 로쿠몬센이 날 죽이러 올 터.

플로리안은 그리 생각하며 휴대 단말을 꺼내『오늘은 늦게 귀가할지도 모르니까 정시에 취침해』를 보냈다. 그리고 파우치의 공구를 꺼내 폐자재가 되다시피한 MT의 팔다리와 코어를 살펴보았다.

일단 돈은 있다고 했었지.

"우선...."

"우선?"

"....그렇게 들이대시지 좀 마시고요. 부담스러우니까."

휴대 단말의 메모를 켜서 부품 목록을 작성한 플로리안은 앨리스에게 그걸 보여주며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이 팔다리에서 쓸만한 부품은 얼마 없습니다. 잘해야 파일벙커 기구 정도. 그래서 부품을 새로 사야겠네요. 목록 보셨죠? 그걸 조달해주세요."

부품 목록에 적힌 건 이 투기장의 투사라면 그간 벌어둔 파이트 머니로 어찌어찌 충당이 가능한 레벨의 액수. 조금 빠듯할지도 모르겠지만 BAWS 사원을 보고 돈은 얼마든지 준다고 했을 정도니 어떻게든 되겠지.

"응.... 으음.... 음...."

아닌가?

"알았어!"

아니군. 설마 돈도 없는데 사람을 불렀겠나. 앨리스는 짧게 고민하다가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플로리안은 그새 팔다리에서 아직 쓸 수 있는 부품들을 뜯어다 갈무리하고, 찌그러진 코어의 장갑판을 토치로 열을 가해 폈다.

"문자는 보내뒀는데.... 괜찮으려나."

작업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935가 신경쓰이는 것이다. 말했듯이 문자를 보내두긴 했지만 또 이상하게 해석해서 잠도 안 자고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닌지 원.

AC나 MT의 장갑을 펼 때 쓰는 고압 토치인지라 시력 보호를 위해 용접 마스크를 쓴 플로리안은 작업이 끝나자 땀에 푹 젖은 채 마스크를 벗었고, 때맞춰 앨리스가 부품이 가득 실린 카트를 끌고 돌아왔다.

"당연히 괜찮지! 부품 갖고 왔어! 이제 고칠 수 있는거지!"

"예, 뭐."

카트에 실린 것들은 새것이라기엔 조금 사용감이 있었지만, 아마 중고품을 사왔겠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이라 해도 별 건 없다. 가져온 부품으로 팔과 다리를 새로 조립하고 도로 끼워넣은 뒤. 배선을 연결하는 정도. 그다지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은 아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옆에서 말을 걸어대도 된다는 것도 아니지만.

"저기, 어디서 이런 건 배운거야?"

"현장에서요."

"현장 어디?"

"....예전에 도저 짓 좀 했습니다. 됐죠?"

"헤에, 너도 도저 출신이었구나. 나도 도저인데."

"그건 이미 알고 있지만요."

까놓고 말해 도저가 아니면 이런 지하 MT 투기장에서 왜 싸우겠나. 앨리스는 그 답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그 어색한 얼굴 위에 장난스런 표정을 덮었지만. 통통 튀는 듯한 목소리가 다시 귓가를 스쳤다.

"그런데, 잘생긴 얼굴로 왜 그리 죽상이었어? 안 어울리게. 아! 혹시 나한테 걸었나?"

"....잘 아시는 분이 왜 그리 지셨습니까?"

"미안하게 됐네요. 아니, 애초에 진 쪽에 건 사람이 나쁜거지! 누가 나한테 걸라고 했어?"

"머리카락이 RGB 색이던 트리플 모히칸이었습니다. 딱 보니까 전문 꾼이던데 오기로 걸었다가 꼼짝없이 당했죠."

"엑. 그 녀석이었나. 나도 처음 왔을때 대판 깨졌단 말이지. 뭐! 그 손해만큼 메꾸려다 또 이렇게 잃었지만!"

자세를 낮췄는지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좀 더 가까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밝게 말할 이야기는 아닐텐데. 후회나 짜증같은 너저분한 생각들은, 그녀에게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다.

"....그건, 좀 운이 안 좋았네요. 그리고 미안합니다."

"뭐가?"

"괜히 안 좋은 옛날 일 말하게 했잖습니까."

"오, 미안하면 공짜로 해주게?"

동시에, 만지고 있던 배선 위로 희색이 가득한 얼굴이 나타났다. 비현실적인 크기의 흔들리는 중장형 코어도 함께. 놀라 삼켜버린 침이 플로리안의 목울대를 지났다.

"....반값까진 검토해보죠."

"진짜?! 그냥 한번 해본 소리였는데! 땡큐!"

"그러니까 이제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플로리안은 바로 눈앞에 위용을 드러낸 중장형 코어를 애써 무시한 채, 어째서 도저를 그만뒀냐느니, 오늘은 왜 도박장에 왔냐느니, 어디 사냐느니, 같이 사는 사람은 있냐느니 등의 시시콜콜한 질문의 답을 적당히 해주며 MT 정비에 집중했고.

오후 8시가 되었을 무렵.

"....정비 완료입니다."

그녀의 MT. 마젠타 래빗을 완전히 고쳐두는데 성공했다. 이젠 돈만 받아서 가면 되겠지. 플로리안이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을 때. 앨리스는 조금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쭈뼛대고 있었다.

"그으...."

"사실은 돈이 없다고만 하지 말아주실래요?"

"....돈이 집에 있어! 그러니까 같이 가서 받아 가."

플로리안은 영 믿음이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별 수 있나. 이대로 도박장에 가서 돈은 돈대로 털리고 늦게 들어오게 된다면 정말 로쿠몬센에게 목이 달아날텐데. 적어도 돈이라도 쥐어주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플로리안은 그녀의 집『토끼굴』에 들어갔고.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나자 급히 뒤돌아봤다.

"미안, 돈이 없어. 대신...."

섬유 조각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

"대, 대신 뭘...."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분명 시작은 우연일지라도 아무래도 함정에 걸려버린 것 같다고. 생각해보니 MT를 고치기 시작했을 때부터 눈길이 이상했다.

어머니들의 선례를 왜 기억하지 못한거지. 이 행성의 여자란 마음에 든 남자를 보면 일단 덮치지 않던가.

"흐아아아아아아아!!"

유년기의 끝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다.






한편, 늦디 늦은 새벽. 까맣던 하늘에 쪽빛이 돌기 시작하고, 부지런한 몇몇 이들에겐 하루가 시작될 시간.

BAWS 제 2공창 사원 기숙사의 6층 발코니에, 한 소녀가 어제를 붙잡은 채 오도카니 서 있었다.

그 뺨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차게 식어 있었고, 양 눈 아래는 거뭇거뭇하게 변했지만. 소녀는 그저 제2공창 입구 방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얼어붙은 바람이 소녀를 휩쓸었다. 검은 머리칼이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렸다.

실내용의 가벼운 옷차림은 벨리우스 북부의 날씨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차게 식은 돌바닥과 대기 사이에서 붉게 물든 맨발은, 이제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늦는다고는 들었지만 오늘 안엔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티길 몇 시간째. 그를 마중하고 싶다던 가벼운 마음은 걱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젠 전화를 몇 통이나 걸었는지, 메시지는 얼마나 보냈는지. 소녀는 셀 수 없었다. 아니, 세고 싶지 않았다. 숫자로 구체화된 불안의 크기에 삼켜질 자신이 없었기에.

다시 식어가는 숨을 흘린다. 두 시간만 눈을 붙이자. 그리고, 포토맥과 박사에게 부탁해 연락해보자. 그 둘의 연락도 받지 않는다면 보통 상황이 아닐테니. 정식으로 수색 요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눈처럼 흩날리는 입김은 소녀의 목소리처럼 사라졌다. 소녀는 그저 입김이라도 그에게 닿길 바랐지만. 겨울의 칼바람은 그 소망을 무정히 흩어놓았다.

한 시간 뒤. 제 2공창의 지평선에서 해가 보였다.

플로리안은 함께 오지 않았다.







분량 조절 실패라는 말은 이제 없다

이제 뭘 써도 정상 분량인거야

다음 에피 빌드업 탓에 모의전은 또 다음 편으로 넘겨졌다

그리고 작중에 대해 변명을 하자면 루비콘은 북두신권(AC)이 남녀노소 보급된 북두의 권이나 메카 김성모 월드 같은 곳인지라 남녀의 연애관이 현대랑 많이 다르다

거기에 남녀간의 무력 차이도 없고 머릿수가 중요한데 일단 야스를 떠서 묶어둬야 나중에 남자가 뒤져도 애는 남으니까 저 꼴이 된거임....

시바 4편 쓰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