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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햇빛이 창문에 스며드는 가운데 까마귀가 깍깍대고 있었다. 전신은 무슨 오토 밸런서가 고장이 난 AC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욱신대고 있었고, 코랄 즙이 쪽 빨린 밀웜처럼 몸에 힘이 영 들어가지 않았다.

....옆에는 나신의 앨리스가 있었고, 어이없게 동정을 빼앗긴 지금. 플로리안이 처음으로 한 생각은『지금이라도 할복해야 하나』였다. 지금 몸 여기저기에 손톱하고 이빨 자국이 남은 건 둘째 쳐도 말이다.

MT의 수리 작업 직전에 미리 문자를 보내뒀다고 해도『늦는다』라고 말해버렸으니, 935는 어떻게든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버릇이 있어서『늦긴 한데 오늘 안으로 오겠다』로 알아들었을 가능성이 높단 말이다.

그래서 말한대로 정시에 취침하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다가 포토맥 반장, 박사, 로쿠몬센 중 하나에 발견되고.... 로쿠몬센이 지1옥참마도를 뽑고.... END OF RUBICON이다. 플로리안은 두려움에 떨었다.

시계를 보니 오전 8시.

"....어떻게든 빨리 들어가서 머릴 박는 수밖에."

그러면 적어도 몽키스패너로 몇 대 얻어맞는 걸로 끝낼 수 있을 거다. 935에게 가져갈 선물도 챙겨야겠군. 여태 같이 살아도 정작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지만. 빠르게 상황판단을 마친 플로리안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옷을 거의 다 갈아입었을 무렵. 잠들어 있던 앨리스가 깨어났다.

"어라, 벌써 가는 거야?"

평소에는 포니테일로 묶어두던 금발이 흐드러져 묘한 색기를 풍기며 어깨에 펼쳐져 있었다.

"서둘러 가지 않으면 무서운 닌자가 제 목을 치러 오는 마당이라서 말입니다. 당신도...."

플로리안은 앨리스를 보면서 말하다가 무심코「당신」이라고 말한 것에 몸정 무섭다는 게 이런 것인가 하고 살짝 전율했고, 말을 이어갔다.

"당신도?"

"아무튼,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흐응."

앨리스는 침대에 걸터앉아 요염하게 다리를 꼬았고, 여우가 다 잡은 먹잇감을 보는 듯한 - 루비콘에 여우는 살지 않지만 관용구적으로 - 눈빛으로 보다가 이내 햇살과 같이 방긋 웃었다.

"뭐 좋아. 어차피 돌아올 테니까. 잘 다녀와."

"...."

뭔가 중간에 위험한 말이 섞여 있지 않았나. 플로리안은 애써 생각을 흘려내며 돌아가는 길에 935에게 가져다줄 사과를 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5일 뒤. 벨리우스 남부의 시가지형 시험장. 테스트를 위해 마련한 빈터가 내려다보이는 정비실 안에서, 935는 동력이 끊긴 인형처럼 소파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녀에게도 중요한 모의전을 코앞에 두고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거부감은 있었지만. 엊그제부터 무너진 컨디션에 박사는 시뮬레이터의 사용 중단과 절대 안정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그 덕에 935는 격일로 외출하던 플로리안을 붙잡을 수 있었지만, 글쎄. 결국, 그에게 935의 생활 보조는 어디까지나 업무였던 반면.

아키텍트가 외출해 제 2공창 밖의 사람과 만나는 것은 그가 귀중한 여가를 쪼개 하루씩 할애할 만큼, 사적으로 중요한 일이었다.

불가해한 불안이 935를 엄습했다.

몸 곳곳에 난 손톱자국, 물린 듯한 상처, 낯설어진 그의 체취, 전화를 받을 때마다 짓는 미소. 그런 흔적들에서 외출에서 있었던 일을 반추할 때마다, 935는 플로리안이라는 사람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이해와 현실의 간극을 줄이자니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플로리안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그 주제를 매번 피했고, 포토맥이나 박사도 짐작하는 바를 입 밖에 내는 일은 없었다.

눈 딱 감고 최근의 외출을 직무유기라고 우겨 그를 옆에 붙잡아둘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자신의 뒤치다꺼리로 고생하고 있는 그에게, 935는 이 이상 무언가를 요구하고 싶지 않았다.

"아, 여기 있었냐. 조금 있으면 모의전 시작이야. 슈트 입고 AC 탈 준비하자고."

그런 생각의 흐름을 끊은 건 당연히 플로리안이었다. 왼팔에 깁스 - 외박하고 돌아온 날 격노한 로쿠몬센이 목검으로 후려쳐서 부러졌다 - 를 한 그는 밝은 표정으로 태블릿을 들고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

시체처럼 무거운 몸을 틀어 935는 플로리안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봤다. 저 웃음 섞인 표정에, 자신의 지분은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막연히 떠오르고.

"....요즘,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반 무의식 상태였던 그녀의 입이 날것 그대로의 생각을 옮겼다. 말을 돌리게 두지 않겠다는 듯이, 소파 위에서 그의 옷자락을 필사적으로 붙잡은 채.

"좋은 일인가...."

갑자기 얘가 왜 이러지. 좋은 쪽의 변화인 것인지. 나쁜 쪽의 변화인 것인지 모르겠네. 나중에 박사에게 상담해볼까. 웃는 표정을 짓다 갑자기 옷자락을 붙잡힌 플로리안은 그리 생각하고선 말을 이어나갔다.

"뭐, 있다면 있지. 월급이 올랐거든."

그거하고는 앨리스 정도일 텐데, 친구긴 하다. 하지만 때때로 MT 정비를 봐주다가 잡혀서 쥐어짜이는 게 실실 웃을 정도의 좋은 일은 아니지. 그러니까 좋은 일이라면 역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월급이 오른 일이려나.

옷자락을 쥔 작은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동시에, 평소대로의 감정 없는 눈이 조금 가까워진다. 어째서인지, 그 유리 같은 눈이 슬퍼 보인다는 생각을 한 순간.

"아키텍트."

"응?"

"제가 아는 것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저는 아키텍트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지.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 팔이 부러진 것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플로리안은 뒤통수를 슬쩍 긁었다. 이런 건 난생 처음이다.

"....삼가주시길 바랍니다. 그런 거짓말은."

굳이 옛날 기억을 끄집어내자면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아버지가 어머니들에게 둘러싸여 추궁받던 것과 비슷한데, 이걸 어찌 대답해야 할지. 플로리안이 고민하던 찰나. 포토맥 반장이 바깥에서 외쳤다.

"기체의 메인 테넌스 종료! 내보낼 테니까 빨리 와라! 이 쓸모없는 바람둥이 자식아!"

"....제가 늦게 들어온 건 맞아도 바람은 언제 피웠다고 그러십니까! 정말이지. 미안, 나가본다!"

플로리안은 바깥을 향해 소리치곤 그대로 뛰쳐나갔다. 그날 이후로 포토맥 반장은 플로리안을 계속 바람둥이 자식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는 애당초 여태 연애를 한 적도 없고, 바람을 피운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옷자락을 붙잡았던 손은 어느새 풀렸다.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935가 뒤따라 일어났다. 소녀의 파란 눈은 이미 닫힌 문 대신 본심과 함께 뻗었던 자신의 손을 멍하니 담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모를 그녀의 본심을.

몇 분 뒤. 935는 스노우 화이트의 싸늘한 콕핏 속에 있었다. 사전에 들은 대로 모의전의 모든 기체의 무장에는 페인트탄과 고무탄이 장전되어 있어 다칠 위험은 없었지만.

그녀는 가슴이 옥죄는 듯한 느낌 - 보통이라면 긴장이라고 했을 기분 - 속에 있었다. 낯선 감각이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935는 자신의 이상을 사소한 것으로 판단해 모의전의 진행을 위해 보고하지 않았다. 당연히 AC의 정비와 ACS의 모의전 조정은 일사천리로 끝났고, 최종 확인을 겸한 아키텍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좋아, 기본적으로 지난번하고 그다지 다를 건 없어.

무장적으로는 블레이드 적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하에 MA-J-200 RANSETSU-RF 버스트 라이플을 기존의 1정에서 펄스 블레이드를 탈거하고 2정으로 강화했어.

그리고 양어깨의 미사일을 한 체급 더 올려서 BML-G2/P03MLT-06. 6연장 미사일을 2문 장비했으니까. 예전과 비슷한 감각에 4발 정도가 더 늘어났다고 생각해줘.

마지막으로는 아무리 모의전이라지만 실기를 사용하니까. 뭔가 물어보거나 말할 게 있으면 미리 말해둬. 몸 상태가 안 좋다던가. 뭐 그런 거 말이야.』

『이상 없음. 모의전 상대는?』

『잠깐 기다려. 데이터 취합.』

플로리안은 어젯밤에 한 팔로 타이핑해 태블릿에 입력해둔 자료를 취합해 곧장 전송했다. 팔은 재생 치료를 받으면 3시간 정도면 다시 붙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모의전을 준비하기 위해선 3시간도 부족했으니.

『오토랑크 // AC : 락 트러블

봉쇄령 해제 이후 입성한 지구 출신의 독립 용병. 실적은 평범한 삼류. 발람과 아르카부스제 부품을 혼용한 AC를 사용. 어설프게 프로이트를 따라할 뿐이라 위험도는 하.

사르트르 // AC : 노 엑시트

펄롱 무장 선단 출신의 독립 용병. 목성 전쟁 참전 경력 있음. 펄롱의 장거리 투사 교리를 접목한 아종 코어 이론에 의거한 AC를 사용. 전쟁에 숙련되어 있어 위험도 상.

원 아이드 잭 // AC : 하트 에이스

발람 전속 출신의 독립 용병. 코랄 전쟁 때 월벽의 사전 작업에 고용된 경력 있음. 발람제 MELANDER C3 프레임 기반 근접주병주의를 표방한 AC 사용. 위험도 중.』

플로리안이 보낸 자료를 넘기던 손가락이 멈칫한다. 그다지 좋지 않은 평가의 첫번째 용병은 몰라도 나머지를 상대론 승산이 얼마나 될지 모를 싸움. 935는 잠시 망설인 끝에 짧은 말을 보냈다.

『이길 수 있는 상대?』

단순히 자신의 승산을 묻는 말. 어떻게 보더라도, 935와 가장 가까운 사람인 플로리안조차도 그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돌아온 대답은 그녀의 자신감을 북돋기 위한 상냥한 말이었다.

『오히려 내가 질 리가 있냐고 말해주면 고맙겠는데. 뭐, 어차피 모의전이니까 긴장하지 말고 실력대로만 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플로리안이 935의 생활 보조를 내버려둔 채 앨리스와 뒹구는 동안. 뒷전으로 밀려나 홀로 삐뚜름히 자라난 그녀의 마음은 플로리안이 쓴 사소한 단어들에서까지 불안의 소재를 캐내었다.

자신만만하게 있어달라던 농담은 질 리가 없어야 한다는 압박이 되었고, 제 실력대로 하라는 격려는 투자 대비 성능을 평가하겠다는 선고로만 들렸다.

돌멩이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감수성에서 이제야 유년기를 새로 시작하는 935에게. 플로리안의 물리적, 정서적 부재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다.

여리디 여린 소녀의 감수성이 유일하게 의존하는 플로리안이 그녀가 모르는 무언가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모습은, 당사자들의 무자각 속에서 935를 좀먹고 있었다.

물론, 입밖에 내기는 커녕 935 자신도 어디에 묻은지 모를 지뢰를 눈치채줄 사람은 없었다.

박사가 알았다면 길길이 날뛸 일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닥터 스톱을 건 그녀조차 문제의 윤곽을 간신히 잡는 선에 그치고 있었다. 그랬기에.

『확인. 테스트 개시.』

붙잡는 이 하나 없이, 소녀는 전장에 떨어졌다.






게 AC의 움직임이라고? 그럼 나는? 움직여라 락 트러.... 흐아아악!!

첫번째 모의전 상대, 오토랑크. AC의 이름은 락 트러블. 결과는 935의 승리였지만 방심할 수 없는 파일럿이었다.

그러니까, 어떤 상대라도 방심은 금물이란 의미에서.

펄스 아머로 상대의 부족한 화력을 더욱 깎아내 근접전으로 몰아붙이는 전략은 나름 괜찮았다. 지근거리에서의 기습적인 레이저 캐논 발사와 오비트라는 생소한 무기도 조금 대응이 어려운 편이었고.

하지만 부스터 출력에서 상당한 우위였던 스노우 화이트가 상대여선 천천히 갉아먹힐 뿐이었다. 다소 장기전이 되긴 했지만 스노우 화이트에 설정된 가상 AP에는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어쨌든 탄약 소비는 나름 컸고, 피탄도 없지는 않았던 탓에 935는 락 트러블과의 테스트가 끝나자 스노우 화이트에서 잠시 내려야 했다. 보급도 보급이지만 모의전용 가상 시스템의 초기화는 필수였으니.

평소의 그녀였다면 잠깐 생긴 휴식시간을 플로리안과의 상담에 썼겠지만 오늘의 935는 그와 마주치는 것이 불안했다. 오비트의 대응을 시뮬레이션대로 하지 못한 것이 켕기기도 했고.

애초에 실전이라곤 그리드 086의 사건이 유일한 그녀에게 실기의 모의전에서 완벽한 결과를 바랄 만큼 아키텍트와 제 2공창의 사람들은 불합리하지 않았지만. 불안은 언제나 논리보다 강한 법이다.

특히, 불안을 모르던 인형에게라면 더더욱.

가상 AP 초기화, ACS 충격량 재설정, 부스터 재점검, 페인트탄 흔적의 세척 등. 정비팀의 불평이 터져나올 일들은 자잘하지만 제법 많았고, 그래서 935는 점심 식사가 끝난 다음에야 다시 콕핏에 앉을 수 있었다.

『메인 시스템, 전투 모드 기동.』

COM의 알림과 함께 이명이 찾아왔다.

퀵 부스트의 점화와 함께 스노우 화이트는 가속을 시작했고, 직후 카메라에 잿빛의 AC가 잡혔다. 두번째 모의전 상대. 노 엑시트. 파일럿의 이름은 사르트르.

아키텍트가 강적일 것이라 평가했던 AC였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노 엑시트는 그녀가 한가히 긴장을 곱씹을 틈을 주지 않고 스노우 화이트를 향해 초장부터 끊임없이 미사일을 쏟아부었다.

기체의 시야 정면으로 날아드는 살포형 미사일의 비와 한발 늦게, 꺾어지는 듯한 궤도로 그 뒤를 따라붙는 두 발의 고유도성 대형 미사일.

935는 퀵 부스트로 급히 전진해 화선에서 빠져나왔지만 다소의 피격은 그녀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탄두의 작약 대신 채워진 페인트가 터져나와 새햐안 표면을 더럽힌다.

935는 급히 카메라를 돌려 양 견부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겼다.

노 엑시트의 리니어 라이플도 뒤따라 총성을 울렸지만, 이쪽은 2정. 저쪽은 1정. 총구의 숫자와 연사력의 격차는 쉽게 좁힐 수 없었다.

상승하고 하강하고 지면을 미끄러지고 때때로 폐건물을 벽으로 삼기도 하며 서로에게 총격을 퍼붓길 몇 초. 리로드. 스노우 화이트의 미사일이 다시 날아들었다.

노 엑시트는 상승해 미사일의 추격을 떨쳐내려 했지만, 추진체를 아낌없이 때려박은 펄롱의 미사일은 그의 반응보다 조금 더 빨랐다.

콕핏 모니터에 표시된 노 엑시트의 가상 ACS 부하가 적색에 가까워졌다.

935가 거리를 좁히며 라이플로 적기의 자세를 무너뜨리려 한 순간. 노 엑시트가 무서운 속도로 가속하며, 왼손의 펄스 블레이드에 불빛이 들어왔다.

935는 고출력의 퀵 부스트로 후진해 블레이드의 사거리에서 벗어났지만. 펄스 블레이드를 가동한 노 엑시트는 그 이상으로 따라붙었다.

당황한 935는 재차 퀵 부스트로 거리를 벌렸지만, 잿빛 AC의 추격은 빠르고도 집요했다.

935가 노 엑시트의 기동에 대응하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베테랑인 사르트르야 숨 쉬듯 꺼내 쓸 수 있는 패였지만, 시뮬레이터 외의 AC전은 겪지 못한 그녀에겐 생전 처음 상대하는 묘기였기에.

일명 블레이드 캔슬 부스트. 구세대 AC에겐 없던 기술이다. 플로리안의 설명으로는 AC의 기초 동작 프로그램을 악용한 것 중 하나로 근접전 시 일시적으로 부스터의 리미터가 해제되는 것을 연속적인 입력과 캔슬로 유지.

그동안 통상 이상의 고기동성을 발휘하게 되는 편법이다. 물론 근본이 편법인 만큼 개발 초창기에는 리미터 해제 상태가 길어져 제너레이터에 과부하가 온 끝에 폭발사산한 AC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와선 확고한 AC의 조종 테크닉 중 하나로 인정 받아 최신형인 ALBA 프레임에는 아예 블레이드 캔슬 부스트용 기동 프리셋이 있을 정도.

유감스럽게도, 근접 무장의 적성이 바닥을 기는 그녀에겐 무리인 움직임이었지만.

펄스의 칼날이 기체를 가른다.

피격 판정음과 AP 경고가 935의 귀를 함께 때렸다. 내장된 모의전 프로그램이 합성으로 만든 AR 이미지라곤 해도, 935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도 상대 기체의 ACS 처리 능력 또한 한계였다. 스노우 화이트의 AP는 절반 남짓으로 떨어졌지만 기체를 정지시키고 근거리에서 어설트 아머로 반격한다면.

『강화인간이라고 했던가, 아가씨? 움직임이 괜찮군.』

그런 생각의 와중. 낯선 중년의 목소리가 근접 통신 너머로 들렸다. 935는 눈으로 노 엑시트를 쫓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당신도-』

『아직은 꼬맹이인 모양이지만.』

멋대로 대답을 끊어버린 그에게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935의 시야 밖에서 대형 미사일이 꽂혔다.

'주의를 흐트리려고...?!'

ACS의 과부하에 스노우 화이트가 휘청였다. 935는 조종간을 붙잡고 이어질 후속타에 대응하려 했지만, 노병은 그녀의 생각 이상으로 철저했다.

스노우 화이트의 코어 부근에 발차기가 꽂혔다. 완전히 무너진 균형에 기체가 곤두박질치고 935의 머리가 시트의 헤드레스트에 쳐박혔다.

"윽...!"

어지럽게 도는 모니터 화면. 혹은 그녀의 시야. 또다시 들리기 시작한 이명. 노면에 내리꽂힌 기체 각부가 지르는 비명. 그 한가운데에, 섬뜩한 푸른 빛의 칼날이 있었다.

펄스 블레이드가 콕핏을 꿰뚫고, 설정된 AP의 고갈과 함께 기체가 정지했다. 저 멀리서부터 제 2공창 정비팀의 차량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시끄럽게 울리는 통신 요청을 무시하길 몇 분. 코어의 콕핏이 강제로 열리고, 맑은 공기가 들어왔다. 물에 젖은 솜처럼 걱정을 가득 머금은 아키텍트와 함께.

"935! 괜찮냐!"







응~~~ 5편 써야해~~~~

진짜 5편 찐막으로 모의전을 끝내야 한다

다음 에피 써야 한다고

그리고 씨발 왜 지1옥이 금지어야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