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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겼던 소녀의 눈이 떠졌다. 보이는 것은 수술대의 무영등과 처음 보는 두 인영. 단단히 마취된 모양인지, 소녀의 머리 아래로는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이 이번의 실험체인가.」

「예, 자료에서는 ■■■의 ■이었다는 것 같습니다.」

「과연, 예의 루트로부터인가. 이제 뇌 심부 코랄 디바이스도 재활용된 3세대형 밖에 남지 않았다.」

「살아남는다면 좋겠습니다만.」

「뭐, 그런 것이다. 시작해볼까.」

불안한 덜컹거림과 함께, 수술대의 불이 켜졌다.






....935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귀에는 수술의 잡음 대신 어떤 여자의 인터뷰가 들렸고, 눈앞에는 척 보기에도 단단한 남자의 허벅지와 무릎이 있었다.

"....아키텍트?"

어쩐지, 평소보다 얼빠진 목소리였다.

"어, 이제 깼냐?"

플로리안은 태블릿으로 읽던「확장신체학 - 강화인간 개론」을 소파에 놓고 무릎 위의 935를 내려다보았다. 그 모의전으로부터 열흘 뒤. 루비콘의 임시 국경일이자 BAWS도 사내 휴일로 지정한 섬 돌마얀 서거일이었다.

"아키텍트? 아까의 두 사람, 아니. 그 시술은...?"

뇌에서 감정을 희석시킨 구세대형 강화인간에게 꿈을 꾸는 일이란 없다. 전원의 ON/OFF만 있을 뿐. 더군다나 그녀에게는 강화인간이 되기 전의 기억도 없었기에 935에게 꿈이란 처음 겪는 낯선 현상이었다.

그렇다곤 해도, 남의 무릎에 머리를 뉘인 채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는 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었지만.

"무슨 소릴 하는건지 원. 꿈이라도 꿨냐? 잠이 덜 깬 모양이구만."

플로리안은 꿀밤을 한대 먹여줄까 생각하다 그냥 가볍게 쓰다듬어주었다. 이번만 봐주는 거다. 열흘 전에 비하면 아주 안정되었다고 봐도 좋을 935다. 여기서 괜히 꿀밤 한 대 때렸다가 뭔가 건드렸다간 좋을 게 없지.

935는 그 말에 입을 꼭 다물었다. 뭔가 생각하는 게 있는 모양인지, 무릎 위에 뉘인 머리에서 침음성이 흘렀다. 그러면서도 양손은 검은 머리칼을 헤집는 손을 부드럽게 붙잡았지만.

그나저나 꿈인가. 분명 강화인간 개론에는 구세대형은 꿈을 꾸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는데. 신기한 일이다.

TV 화면에「수부 돌마얀 서거일 특집 다큐멘터리, 그날의 전쟁 ~ 루비콘 해방 전선 전격 취재 ~」의 제목을 달고 띄엄띄엄 부자연스럽게 말하는 레이븐과 그걸 통역하는 에어와 함께 나오는 시간은 오후 1시.

딱 점심을 먹을 때였다.

"점심으로 뭘 먹긴 해야 하는데."

플로리안은 소파에서 일어난 뒤. 부엌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뒤져봤다. 텅 비어있었다. 어차피 뭐가 들어 있어도 밀웜 뿐이었겠지만 0과 1의 차이는 아주 크다.

고개를 돌려보니 935는 밥 달라는 강아지 같은 얼굴. 이걸 어쩌면 좋지. 냉장고 문을 열어두고 전력 낭비와 함께 고민을 계속하던 찰나. 띵동하고 도어벨 소리가 울렸다.

누구지. 오늘은 휴일이라 올 사람이 없을 텐데.

그렇다고 침입자가 올 만큼 어디에 원한을 쌓아둔 것도 아니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경비실에서 잡혔을 것이다. 일단 플로리안은 벽면의 인터컴을 켜 확인해보았다.

"....앨리스?"

『달링~ 문 열어줘!』

인터컴 화면에 보이는 건. 양 손에 보따리를 바리바리 싸들고 온 앨리스였다. 935의 집중적인 멘탈 케어에 들어갈 때『여동생 일이 있어서 당분간은 만나기 힘들다』라고 했었건만. 본인이 직접 왕림하실 줄이야.

아니, 이럴 때가 아니다. 일개 도저인 앨리스가 이 BAWS 사원 기숙사의 정식 출입 허가를 받고 들어왔을 리 없지 않은가. 뭔가 우회했거나 부수고 들어왔을 터. 플로리안의 뇌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앨리스! 미안!"

"우왓!"

문을 열고. 허리를 붙잡아 끌어당겨 빠르게 집안으로 넣고. 문을 닫는다. 기숙사 경비 시스템에 들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요 근래 대기 중 코랄 농도가 짙어진 탓인지 조금 오락가락하니 그것에 걸어볼 수밖에 없다.

"....후우, 일단은."

"일단은?"

앨리스는 집안에 들어오고 나선 익숙하다는 듯이 가져온 보따리를 부엌에 풀어놓았다. 안에 든 건 음식. 물론 죄다 밀웜이었지만 도저들의 향토 음식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꽤 그리운 맛들이 여기저기 포진해 있었다.

"어떻게 들어온 거야? 경비가 삼엄했을 텐데."

그러자 앨리스는 조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상큼한 미소로 바꾸며 답했다.

"서전트 점프로!"

플로리안은 내색하진 않았지만 기겁했다. 3m 짜리 전기 펜스하고 무인기로 보호되는 사원 기숙사를 고작 서전트 점프로 돌파하는 게 가능했던 거냐. 조만간 회사 경비부에 펜스 높이를 더 높이라고 제안해야겠다.

"....서전트 점프란 말이지."

"응, 더해서 사랑의 힘?"

"경비실부터 다시 가자. 정식 출입 허가를 받아야 돌아갈 때 등 뒤에서 개틀링을 안 맞ㅈ-"

사랑의 힘인가. 그날부터 묘하게 달링이라던가. 그런 낯부끄러운 말을 앨리스에게 자주 듣고 있다. 플로리안은 피식 웃으면서 신발을 신고 경비실로 향하려 했지만.

그때, 플로리안의 옷소매를 무언가가 끌어당겼다. 경계심을 그대로 얼굴에 드러낸 935가 플로리안의 팔을 붙잡으려 한 것이었다.

"....저 분은?"

역시, 경계심이 가득 담긴 떨리는 목소리로.

"엇, 그러네. 쟤는 누구?"

이쪽은 호기심이 가득 담긴 밝은 목소리로.

"아 맞다. 둘이 소개를 한 번도 안 했었지. 앨리스. 얘는 935. 남이 듣기에 이름이 좀 이상하긴 한데 일단은 여동생. 친남매는 아니지만."

플로리안은 그 질문에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935의 머리 위에 손을 텁하고 얹어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935. 쟤는 앨리스. 내 친구."

"그래, 아직은 친구지. 반가워 여동생 양."

그 말에 앨리스는 오묘한 미소를 짓고선 무릎을 살짝 굽혀 935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935의 얼굴 위로 미묘한 불만의 기색이 드러났다. 소녀는 손을 맞잡지 않고, 눈앞의 침입자를 쳐다보며 플로리안에게 말을 걸었다.

"....정정을 요구합니다. 아키텍트. 아키텍트께서 제 생활 보조를 맡고 계신 것은 사실이지만, 저희의 관계를 남매 관계로 격하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앨리스가 플로리안을 마주 보았고.

플로리안은 입을 열었다.

"공창에서는 아키텍트랑 테스트 파일럿 관계야. 사내 기밀이라서 함부로 말하기가 뭣했거든."

"즉, 저희는 서로에게 필수불가결한 파트너입니다. 이해에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아키텍트의 지인 분."

"흐응. 꽤 깜찍한 여동생이네. 알았어."

앨리스는 입가에 호선을 그리고 935를 슬슬 쓰다듬다가 손을 떼며 플로리안의 답변에 선선히 납득했다. 원체 기업이란 이것저것 비밀이 많은 법이다. 소중한 사람에게도 말 못할 기밀이야 있겠지.

"그럼 935. 나는 앨리스랑 경비실 다녀올 테니까 집 잘 지키고 있어. 5분 정도겠지만."

"네....?!"

집에 있으라는 말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5분이야 5분. 돌아가는 길에 얘 등에 방위 무인기가 개틀링을 쏘게 할 수는 없잖아. 잠깐 출입증만 발급하고 올테니까 얌전히 기다려. 알겠지?"

플로리안은 미약한 한숨을 내쉬며 머리가 헝클어질 때까지 양손으로 쓰다듬어주었고, 앨리스는 살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5분의 약속은 지켜졌다.

자로 잰 듯 딱 5분 만에 둘은 출입증을 받아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서 조금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었다. 935는 조금 의존증이 있고, 말을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버릇이 있어서 제때 돌아가지 못하면 그다지 좋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 말에 앨리스는 어쩐지 공감하는 듯했고. 출입증을 받아서 돌아오는 동안 별일 -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듯이 기습적으로 입맞춤을 한 걸 빼면 - 은 없었다.

"935, 나 왔다."

홍채 스캔으로 잠금을 풀고. 덜컥, 문이 열린다.

방으로 돌아온 플로리안을 반긴 것은 파란 두 눈이었다. 현관에서 멍하니 선 채로 기다리고 있던 935를 보며, 플로리안은 앨리스를 처음 만난 날의 그녀가 떠올랐다.

그 때의 소녀는 따뜻한 현관이 아닌 한겨울의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앨리스는 먼저 들어가 부엌에 펴놨던 음식 보따리를 식탁에 차리기 시작했고, 플로리안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족인가. 지금은 시간의 사토에 바스러진 석비의 잔해와 같은 단어다. 하지만 지금 이 장면을 보고 있자니 잔해와 같은 단어가 마음속에서 조금이나마 맞춰진 것 같았다.

뭐, 그때도 어머니들과 형제자매들뿐이었지 아버지는 없었지만.

플로리안은 한동안 멍하니 현관에 서 있었다.

그리고 손에 맞닿은 부드러운 촉감이 플로리안의 상념을 깼다. 935의 하얀 두 손이 허공에 멈춰선 플로리안의 손을 품었다.

"들어가죠. 아키텍트. 오래 서 계시면 다리가 불편해질지도 몰라요."

그 뒤로는 식사의 향연이었다. 포토맥 반장이 본다면 뭔 놈의 밥이 죄다 밀웜 투성이냐고 불평하겠지만 루비코니언들에게 밀웜은 곧 생활이다. 앨리스의 요리 솜씨는 상당해 플로리안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마쳤다.

앨리스는 그걸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반대로 935에는 썩 유쾌한 식사가 되지 못했다.

935는 식탁에 앉고 나서도 앨리스를 줄곧 경계 어린 시선으로 쳐다봤으니 그런 와중에 음식의 맛을 음미하기란 당연히 무리였다.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흐흥."

식사가 끝난 뒤. 935는 뭔가 지기 싫다는 표정으로 식기를 수거해 식기세척기에 넣으려 했지만, 높이가 플로리안의 신장에 맞춰져 있던 탓에 한 끝 차이로 닿지 못했고. 앨리스가 대신 집어넣어 식기세척기를 가동했다.

우우웅. 초음파가 울리는 소리.

셋은 아까의 소파에 앉게 되었다. 원래 플로리안이 침대 대용으로도 쓰던 것이라 자리는 충분히 남았다.

그리고 기묘한 배치였다.

중앙에는 플로리안이, 양옆에는 두 여자가. 둘 사이에 낀 플로리안은 아까의 평온함은 어디로 갔는지 그 불편한 분위기 속에 질식할 듯한 기분을 느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분위기를 환기하려던 플로리안은 TV 리모컨으로 손을 뻗었다.

뭐라도 트는 게 낫겠지. 아까의 다큐멘터리는 계속하고 있을까. 애써 생각을 계속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리모컨에 손이 닿는 것보다 앨리스가 플로리안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는 것이 더 빨랐다.

"....?!"

굳은살은 조금 있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손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은근히, 스치듯 쓰다듬던 그 손은 조금씩 대담하게 바뀌었다. 리드미컬한 스트로크. 마사지하듯 꾹 누르고, 손가락을 요염히 놀린다.

"큼, 크흠."

엿됐다. 근 열흘간은 935의 케어에 바빠 해피타임도 가지질 못했는데. 플로리안의 두뇌에 경종이 울리는 중에도 손은 멈추지 않았고, 서서히 자극을 가하고 있었다.

"저,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그 와중에도 옆의 순진한 소녀는 헛기침 한번에 그의 걱정을 시작했지만. 플로리안이 자기 입으로「어디가 불편한지」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괜찮아."

슬슬 결정하라는 듯 앨리스의 손짓이 멈추자 플로리안은 빠르게 상황 판단했고, 밝은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지갑에서 지폐를 몇 장 꺼내 주곤 말을 이어나갔다.

"참, 요새 너무 붙어 있었으니까 잠깐 혼자서 바람 좀 쐬고 오는 건 어때? 대청소를 좀 해야 할 거 같아서."

대청소를 하겠다는 말에 935는 순순히 자리를 비켰다. 구세대형 강화인간인 그녀에게 집 안 청소에 대한 지식은 당연히 없었고, 따라서 고집부려서 남아도 플로리안을 힘들게 만들 뿐이란 판단이었다.

그 기특한 생각처럼 정말로 대청소를 할 리는 없었지만.

"돈은 괜찮습니다. 스노우 화이트의 조정에 맞춰 시뮬레이션을 하고.... 저녁쯤에는 돌아오겠습니다."

어쨌든 고개를 꾸벅 숙이곤 935는 현관을 나섰다.

나서버렸다, 라고 해도 되겠지.

오후 2시 30분의 일이었다.






5시간 뒤. 저녁 7시가 가까워질 무렵. 어스름해진 하늘 아래 나신의 앨리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플로리안은 기가 쪽 빨렸는지 침대에서 영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고, 간신히 정신줄을 붙들고만 있는 처지였다.

앨리스는 샤워를 마치고 나왔고, 그런 플로리안을 깊은 애정을 담은 - 조금 섬뜩할 정도로 - 눈길로 내려보며 말했다.

"지쳤어?"

"....조금, 아니 많이."

플로리안은 그 말에 다소 힘겹게 답했다. 5시간의 강행군을 버티는 게 어디 여간 일이던가. 삐걱대는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곧 935도 공창에서 돌아오겠지. 집 청소도 해야 하고 씻기도 해야 한다.

"그럼 조금 쉬고 있어."

하지만 툭. 앨리스가 양손으로 살짝 밀자 도로 자빠졌다.

"확실히 그럴지도.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야."

앨리스는 그 모습을 보고 쿡쿡 웃었고,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뒤. 플로리안에게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

"오늘이 '당신' 휴일이라서 다행이야. 처음 만났을 때는 실력 좋은 정비사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한눈에 반해버렸지 뭐야."

"그래서 덮쳤고?"

앨리스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뒤. 현관 문고리를 잡았다. 나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건데 꽤 간단하게 말하시네. 그런 점도 좋은 거지만. 플로리안은 생각했다.

"아무튼, 당분간은 휴일일 거야. 나중에 봐."

플로리안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철컥. 삐리릭. 그 말을 남기고 앨리스는 사라졌다. 도파민과 피로로 멍한 머리에 들어오는 문장. 당분간은 휴일이라는 건 도저 바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샤워. 그리고 침대하고 방 청소가 시급했다.

샤워실에 들어가 씻고 나온 뒤. 침대 커버를 벗겨 세탁기에 넣고, 여기저기 흩어진 옷가지도 같이 넣고, 바닥을 쓸은 뒤. 로봇청소기를 돌린다.

청소를 다 끝내고 보니 딱 저녁 7시 30분이었다.

"....애가 늦네."

저녁까진 돌아온다더니. 공창에 가봐야 하나. 플로리안은 적당히 챙겨입고선 문을 열었고.

그 순간.

『웨에에에에-에엥!』

공습 경보가 울렸다.

환몽을 꾼 것처럼 둔해진 오감을 두들겨 깨워 현실로 끄집어내는 찢어지는 듯한 소리. 거기에 들리는 건 총성. 포성. 빔 병기의 발사음. 전쟁의 북소리다.

"이런 때에 공습이라-"

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서쪽. 레이븐 구(區)로부터 전화(戰禍)가 퍼지는 게 보였다. 앨리스가 일하고 있는 도저 바가 있는 곳. 그곳이 공격당하고 있는 건가? 아니다. 그렇다면 레이븐 구 안에서만 분쟁이 일어나고 있을 터.

전화의 흐름을 관측한다. 끝이 어딜 향하는지 보는 거다.

....BAWS 제 2공창이 목표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이 될 리가 없다. 방에서 망원경을 가져와 보니 아직 AC가 출격하진 않았고, 회사의 경비 MT 부대와 도저로 추측되는 적 혼성 MT 부대가 공창의 방벽을 사이에 두고 접전을 벌이는 중이다.

공창의 방벽은 방어 시설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기업의 AC 부대가 쳐들어와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도저 상대라면 AC가 와도 당분간은 버텨줄 테지.

플로리안은 빠르게 목표를 설정했다.

"935부터 구한다."

앨리스는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잘 피했을 것이다. 하지만 935는 여전히 공창에서 지시를 기다리면서 벌벌 떨고 있겠지.

공창 습격의 여파로 정전이 왔는지 정지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뛰어 내려가 지하 격납고의 MT에 탄다.

사원 기숙사에서 935가 있을 공창의 제조 단지까지 MT로 간다면 대략 5분 정도가 걸린다. 5분. 단 5분을 저 방벽과 경비부대가 버텨주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전압 체크, 유압 체크, 온도 체크, 연료 전지 정상, 자체 진단 프로그램 스타트, 사출 좌석 정상, IFF 확인, 사내 데이터 링크 활성화, 시스템 올 그린. ....간다."

플로리안은 이를 꽉 깨물며 밖으로 나갔고.

그 순간.

저녁 하늘을 가르는 빛의 창이 벽을 허물었다.

오버드 레일 캐논.

그리고, 포격의 착탄과 동시에 공창 쪽에서 AC의 추진광이 하나 날아올랐다.







레이븐 구는 루비콘 전역에 같은 이름의 행정구역이 621개 정도 있다

길고 길었던 피폐의 시간이었다

이 서늘한 감각

투쟁의 AC로 돌아올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