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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가 눈을 뜬 건 평소처럼 이른 아침이었다.

벨리우스 평원 남부에 위치한 그리드 135, 루비콘 3의 해방 이후 거주지로 재건설 되는 과정에서

다수의 독립용병들도 몰려와 형성된 용병의 도시가 지금 그가 지내는 곳이다.


그는 평소와 같이 밀웜 커피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하며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주파수를 맞추기 위해 소형 단파수신기의 주파수 다이얼을 돌리자 지지직 소리와 함께 여러 목소리가 시시각각 바뀌어 간다.


"오늘의 모닝 뮤직은 ...ㅇ님이 신청한 곡 Milkㄹ..."


"...말이야. 이런... ....시대에 아직도 귀신을 밑ㄴ...."


"동무들이여... 각성하라! ...함께 자본주의 기업을 ㅁ..."


여러 주파수가 잡히지만 공식 방송은 루비콘 신정부의 뉴스 방송 하나 뿐이고

다른 외성산 음악 방송, 독립용병의 사설 방송, 반기업주의자의 선동 방송 등등은 당연하게도 허가되지 않은 불법 방송이다.


루비콘 정부 벨리우스 공식방송의 주파수가 잡히자 여성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안녕하십니까. 벨리우스 평원의 시민 여러분. 루비콘 해방 3주년 기념식 이후에도 우리들의 마음은 여전히 뜨거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늘 너머에서 기어들어오는 외성 기업은 여전히 이 별을 향해 더러운 침을 흘리고 있지만, 우리들은 단호히 맞설 것이며 자유와 평화를 치켜낼 것입니다.

그럼 오늘의 아침 방송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한 선전 문구 다음에 이어질 내용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각 지부의 순조로운 재개발 진척과 정부에서 발표한 식량품 공급과 공공의료 확대 과정에서의 성과 발표,

독립용병의 임무 수행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대한 소식과 비난, 그리고 새로 창립된 루비콘 정부군의 승전 소식이 순서대로 나올 것이다.


정부의 입맛대로 걸러진 정보만 전하는 방송이라도 독립용병과

루비콘 정부군의 행동에 대한 소식은 그에게 귀중한 단서를 제공하곤 했다.


절여진 밀웜고기 구이를 먹으며 조용히 시청 중인 그는 곧이어 이어지는 소식에

씹는 것조차 멈추고 라디오에 귀를 가까이 했다. 최우선 제거목표, 레이븐에 대한 소식이었다.


"...중앙빙원 북부에서 염치도 없이 코랄과 기술연구소의 끔찍한 병기를 탈취해 운송 중이던 한 외성 기업의

운송부대를 레이븐이 신속히 습격해 섬멸함으로써 코랄과 위험한 병기가 기업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냈습니다.

적이 언제 어디서라도 저희의 손에서 소중한 것들을 빼앗으러 달려들지라도 두렵지 않습니다!

저희에겐 해방의 영웅 레이븐과 함께 해방군의 자랑스러운 전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루비콘 신정부가 눈을 부릅뜨고 지키는 것을 훔쳐 가려 하다니 시도는 좋았지만 역시 무모했다.

그는 유추해 어떤 기업의 행위인지 알아차렸고 자신의 작은 비밀노트에 뉴스의 해당 내용을 메모하였다.


현재 신정부에서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역시 외성 세력이 코랄과 루비콘 기술연구소가 남긴 유산을 손에 넣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점차 적극적인 행동을 시작한 외성 기업들에게 레이븐의 활약을 알려 외성 기업을 향한 경고이자 레이븐을 향한 두려움을 키우는 목적도 있다.


식별명 '레이븐'

PCA(행성 봉쇄 기구)의 블랙리스트의 최상단에 위치한 이름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한 존재이자 우선 제거 대상이다.

그리고 그가 언젠가 자신의 동지들과 함께 반드시 그 날개를 꺾어 뜯겨낼 날을 기다리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렇게 레이븐에 집착하는 듯한 이유는 그가 식별 코드명: '부보Bubo' 라는 이름을 가진

독립용병으로 위장해 루비콘 3에 파견되어 밀정 역할을 수행중인 PCA 요원 중 한명이기 때문이다.


아침 방송이 끝남과 함께 그의 아침 식사도 끝났다.

설거지를 마치고 부보는 노트를 펼쳐보며 오늘의 활동 계획에 대해 고민한다.


루비콘의 토착기업 엘카노 파운드리와 BAWS에서 루비콘 3의 독립용병 미션 공시 사이트인

'네스트'에서 공고된 신형 양산 시작기와의 모의전 미션에 모의전 참여자로 신청했건만 탈락하고 말았다.


해당 모의전에 참여헤 그 신형기에 대한 좋은 전투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기회가 아깝게도 날아가 버린 것이다.


자기 외에도 테스트 상대로 더욱 적합한 상대가 있었다는 것이겠지만, 자신의 정체를

눈치 채고 걸러냈을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가능성이 그의 머릿속에서 차갑게 경고를 울린다.

만약 그렇다면 루비콘 정부의 정보수집기관에서 부보를 요주의 인물로 주시할 것이고, 앞으로의

모든 접근 방식은 물론이고 독립용병으로서의 활동에서까지 불이익과 목숨을 잃을 위험이 커지게 된다.


'이제야 시작선을 넘었는데... 벌써 물러날 때가 온 건가?'


루비콘 국가정보원에게 잡혀 들어가 고문당할 바엔 눈치 채지도 못하게 조용히 이 행성을 떠나는 것도 차선의 방책이다.


PCA 상부에서 값진 정보 하나 없이 돌아온 그에게 엄중한 평가를 내리겠지만,

스스로 죽지도 못한 채 고문을 견디지 못한 자신이 동료를 팔아넘기는 것보단 나을 것 아닌가?


'우선 정비소로 가보자. 결정은 그 다음에 내려도 늦지 않겠지.'


부보는 겨울용 검회색 재킷을 걸치고 거친 질감의 크로스백을 매고서 자신이 머무는 집을 나선다.

임무 외 외부이동이 제한된 독립용병 거주구 외각에 위치한 집도 PCA의 또 다른 정보원을 통하여 얻어낸 방이다.

방음재 시공이 되어 있어 내부의 소리가 유출될 가능성도 적고 정기적 보고 통신이 전파 납치될 위험에 대비 되어있다.


그의 성격대로라면 감사의 술이라도 한잔 사줬겠지만 정보원 간의 접촉은 최소화 되어있다.

몇몇 소수를 제외하고 서로가 어느 기관 소속이고 누군인지 아는 일조차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문을 닫고 도시의 중심부를 향해 걸어가며 부보는 조심히, 부자연스럽진 않은 태도로 주위를 살핀다.

아직 감시 카메라가 충분히 설치되진 않았기에 몰래 자신을 뒤 따라오는 자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한동안은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기에.


여느 때처럼 코랄로 물든 하늘이었고 구매한 신문지와 함꼐

캐터필러 장갑버스에 타올라 목적지인 도시 남부의 정비소로 향한다.



02.


3년 전, 외성 기업을 대표하는 발람과 아르카부스가 물러난 여파인지도 몰라도 올마인드 사의 용병 지원 시스템의 기능은 점차 축소되었다.

지금은 그저 용병 라이선스 관리와 미션 알선 서비스 정도만을 수행하는 중이다.


올마인드 라는 독립된 단체가 과거처럼 AC 파츠 및 무장 판매,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한 트레이닝과 아레나, 무엇보다도 정비와 수리와 같이

독립용병에게 유용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선

루비콘, 외성 기업, 이도저도 안되면 도저 측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밖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어느 한 세력에 붙어 사실상 전속용병이 된 독립용병이라면 사정이 한결 편하겠지만

부보와 같이 어느 누구든지 공시하는 미션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양쪽의 눈치를 어느 정도 보게 된다.


용병이 A의 B를 향한 타격 미션 이후에, A 세력을 향한 B의 미션을 접수해 A를 공격하는 행위 일지라도

그저 충실히 임무를 수행한다는 신뢰를 기반으로 일하는 독립용병에겐 책임을 묻지 않는다가 이 바닥의 불문율이지만

항상 예외는 있기 마련이고, 보통의 행성국가 정부라면 무기를 지니고 치안을 어지럽히는 독립용병이 모여드는 상황 자체가 껄끄럽다.


장갑버스는 노선을 따라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정차와 출발을 반복했다.


부보의 AC를 맡긴 정비소 근처의 정류장에서 멈추었고

몇 남지 않는 탑승객 중에서 부보가 펼친 신문지를 접어 걸친 가방 안으로 넣었다.


부보가 현재 이용하는 '카미소리 정비소'는 엘카노와 BAWS가 운영하는

루비콘 3에서 독립용병의 광장이라고 불러지는 구역 내부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그가 사적으로 잘 아는 정비원이 일하는 곳이기도 했다.


"빌리 씨, 안녕하심까! 좋은 아침입니다!"


부보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회색 수리부엉이 앰블럼이 새겨진

자신의 검은 AC '마스커레이드'를 바라보는 익숙한 정비원을 향해 인사한다.


그의 이름은 '빌리 엔도'. 전에 술집에서 어느 독립용병과의 마찰로 인해

곤경에 처한 그를 부보가 도와주게 된 계기로 서로 친분을 쌓아 지금 같인 관계가 되었다.

루비콘계 기업의 방침 상, 독립용병과의 사적인 관계는 주의되는 일이나

자주 마주치게 되면 결국 이런저런 대화를 시작하게 되고 서로 가까워지는 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여어, 부보. 반갑다. 아침밥은 먹었나?"


"물론임다. 독립용병은 밥심 없이는 일하지도 못 함다!"


부보와 빌리 둘 다 즐겁게 웃음을 나눈다.

부모에겐 윌리는 사적으로도, 공적으로도 좋은 사람이었다.

오늘 하루는 이것부터 시작하도록 하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부보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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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보 // AC 마스커레이드 ] 설정


부족한 필력이지만 한번 써보고 싶은게 생겨서 연재해봄

이 주인공은 원래 현재 다른 분이 쓰는 아코문학 갤기장 대회에 신청 넣었던 캐릭터

이번 화만 부모가 떨어진 걸 소재로 쓴거지 생각해둔 설정도, 앞으로의 전개도 연관없이 진행될거임

그리고 원래는 소설 소재로 쓰라고 적은 거였으니까 그 작가 분도 원하면 언제든 부보 설정을 가져다 써도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