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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일주일, 이 '유예 시간'동안 무엇을 할 지 생각해보았다.



분명히 쉴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이긴 했다. 하지만 어떻게 쉬어야 좋게 쉬는지도 모르는 내 입장에선 너무나 사치스런 잡생각일 뿐이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으."




한참을 이불을 덮은 채 뒹굴대면서 어떻게 하는것이 좋을까 수차례 고민한 결과-





"의뢰 첫 날에 죽을 지도 모르니까..."



적응이 필요했다. AC에 대한 적응이.




////




"테스트 말씀이십니까?"


"어, 테스트."


"테스트장이라면...평소에 비는 날이 없을텐데..."



잠깐 중얼거리던 담당관 에마는 능숙하게 가상키보드를 두들기면서 차트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마침 시간이 빈 자리가 있네요, 선점해둘까요?"


"부탁해."


"알겠습니다, 현재 시간에서 4시간 정도 지나면 테스트장으로 입장이 가능해질 거에요."


"감사."


짧게 대답하고 잠깐 주변을 둘러보았다.

현재 이 장소는 글로벌 코덱스 사내의 광장.

에마와 나는 그 광장의 구석진 카페..?라 불리는 장소의 바깥 원형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


후줄근한 차림, 깔끔한 차림, 혹은 세련되거나 고급져보이는 차림의 인간들이 곳곳마다 보인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회사원같은 차림을 한 이들과 길을 같이하고 있었던 걸로 보아 레이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광장의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짧고 굵은 숨을 내쉬고 생각했다.


간혹 의뢰 수행 도중에 적으로 같은 용병업을 하는 레이븐을 만나게 된다고 한다.
어떤 이는 지인, 혹은 친구, 최악의 경우 가족을 상대로 싸우게 된다고들 하는데...




다 마신 채 들고 있던 음료수 캔이 손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만일 저들과 아는 사이가 되었다간 언젠가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되고 만다면...

용병으로선 그런 생각은 같잖은 이야기라고 하지만...


(주변인의 죽음엔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역시 익숙해지기 싫다, 그런 건.

괜시리 미간이 살짝 찌그러지고 만다.




"......."





.....?

문득 이상하리만치 조용해진 걸 깨닫고 에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마는 그저 말없이 나를 관찰 중이였다.




".....왜요?"


"...뭘 왜요야, 너야말로 뭐하는거야? 뚫어져라 쳐다보고."


"왜기는, 어디 아픈 사람처럼 얼굴이 찌그러졌으니까요."


"어..그렇게 보이나?"


"아니면 딱히 쳐다보거나 하지는 않죠."



에마는 대답을 곧잘 하면서 노란색 음료수...그러니까 망고? 아무튼 그런 내용물이 담긴 걸 들이킨다.

듣자하니 지상으로 올라오게 되면서 새로이 등장한 신상이라 하던데...저게 무슨 맛이길래 저렇게 맛있게 마신담?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까...




"?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생각해보니 에마는 글로벌 코덱스의 인간임에도 정장차림이 아닌 사복이였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왜 너는 정장차림이 아닌가 해서."


"~~~아~눈치 없으시네."


"뭐?"


...임마가 지금 뭐라고 하는거야? 눈치? 없어??


"이래봬도 우린 아직 휴식 기간이라구요, 리사 씨. 오히려 이른 때에 AC에 타려고 하는 당신이 특이 케이스라니까요?"




그런 말을 당연한 투로 말하면서 다시 음료수를 마신다.




"아니, 보통 살 사람 생각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잖아? 그거말고 할 수 있는것도 없고."


"그래서 좋긴 하죠, 다른 이들 같았으면 흥청망청 쉬다가 갑자기 강화인간행이거나, 아니면 죽거나 둘중 하나였을 겁니다."


"많이 봐 왔던 것처럼 말하네."


"선배들이 말해주는 경험담이니까요."


"섬뜩해라..."



강화 인간인가...확실히.

살아남더라도 인간성이 망가질 지도 모르는 빚을 지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리사 씨는 그렇게 길바닥에 나않지는 않으실 것 같아요."


"그거야 뭐, 내 입으로 말했으니까."


"그럼요. 그래야죠, 암."



대화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에마의 컵에 담긴 물이 바닥났다. 살짝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으나, 가만히 앉아있자니 어색하다 싶었는지 에마는 권유하듯 나에게 물어보았다.



"좀 더 둘러볼 장소는 없으세요? 4시간 후에 테스트라고 해도 일단은 휴식하는 시간이기도 하니까, 여기저기 흥미있는 장소라면 둘러보셔도 좋아요."



"어, 그래도 되나?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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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자는 겁니까, 이게?"



에마는 상당히 심통이 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냐니, 구경해도 된다며?"


"아니 제 말은-!...에이 됐다, 텄다 텄어."




현재 위치는 AC테스트장의 스크린이 펼쳐진 좌석.

이것저것 둘러보는 척하다 테스트장으로 직행한 탓에, 에마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같다가도 좀체 토라진 얼굴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모처럼 노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이런 건 너무하다는 생각 안하십니까?"


"융통성 없어서 미안하게 됐네, 그래도 가급적이면 눈대중으로 볼 만한 기술이라도 찾아봐야하지 않겠어?"


"그런 건 1시간 전에 찾아와도 문제 없습니다, 지금은 2시간 전이고요. 그러니까 1시간 더 놀 수 있었는데, 으 진짜!"


"알았어, 알았으니까 다음에 노는걸로 하자."


"에휴. 약속하신겁니다?"


"끙..."



성내본들 결과가 바뀌진 않는 법이다. 그런 것 쯤은 잘 아는 것처럼 한숨을 내쉰 에마는 지금 상황에 수긍하기로 한 모양이다.


언제 맛깔난거라도 사주던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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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을 본다.

테스트용 더미 MT 2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에 막 개발하게 된 MT라고 하네요, AC테스트와 같이 진행중인 것 같습니다."



에마의 말대로 처음 본 MT였다. 적어도 글로벌 코덱스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해준 가상책 덕분에 저것이 무슨 MT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본래는 펄스무장 위주의 기동형 MT지만 바주카 사용을 위해 무거운 외장을 덧댄 MT...바주카를 사용 가능한 MT 한 종류를 독자적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싸게 먹히는 방법이다.

비효율적이라고 볼 순 있으나, 바주카의 무장으로서의 성능을 생각해보면 좋은 판단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파일럿의 기량에 따라 장갑을 벗어제끼고 기동전으로 몰고 간다는 선택사항 또한 생기니 말이다.

그렇지만 외장과 같이 떨궈지게 되는 바주카가 많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MT 2기의 앞에서 제 차례가 왔다는 듯 AC가 바닥의 게이트에서 올라온다.


저 AC는...다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플롯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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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한 무장은 머신건과 라이플로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저건 힘들다. AC의 입장에서 힘들다.




"장갑 대책이 전혀 없어."


"말 그대로다. 어쩔 도리가 없지."


"?"




중얼거리듯 뱉은 말을 주워담아 돌려준 자는 옆자리에 앉은 남자였다.




"당신 누구야?"


"? 누구냐니...어라, 누구...신가요?"




정장차림인 걸로 보아선 직원일 거라 생각했으나, 에마도 모르는 걸로 봐선 외부인에 가까운 모양이였다.




"그냥, 지나가던 레이븐이지."


"..그런것 치고는 담당관이 보이질 않는데, 아저씨?"


"아저씨? 하하, 벌써 그렇게 나이 든 얼굴로 보일 줄이야...반드시 담당관 나으리가 동행할 필요는 없지, 그렇지 않나?"


"어, 그렇긴 하지...미안."



레이븐이라고는 하나 행여 거짓말인가 싶어 한 술 떠 보았으나 정론으로 맞수를 당했다. 머쓱해진 얼굴로 남자를 향해 사과했다.



"으이그, 초면인 사람한테 아저씨가 뭡니까, 아저씨가?"


"아잇 왜!? 그렇게 보일수도 있지!"


"화기애애하구만. 테스트도 막 시작하려는 것 같으니 같이 보자고."



"엇, 진짜네."



MT와 AC 헤드에 빛이 들어온다. 그 플롯 AC의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시작과 동시에 플롯 AC가 재빠른 움직임을 선보이며 MT를 향해 머신건과 라이플을 쏴제끼지만 아니나 다를까, 덧댄 장갑이라 한 들 튼튼하기 짝이 없다는 걸 증명하듯 몇몇 탄이 도탄되어 튕겨져나온다.

역시나다. 저래서야 수차례를 더 들이부어야 장갑이 망가질까 싶은 수준이다. 하지만 상대 MT의 경우 탄을 어느정도 막아내면서 바주카를 쏜다는 건 좋았으나 플롯의 원체 빠른 속도 탓에 쏘는 탄들이 전부 AC가 지난 경로를 통과할 뿐이였다.


"저래선 긴 소모전이 될 뿐일텐데..."


"아니지, 충분해."


하지만 남자의 판단은 달랐다.


"? 무슨 소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테스트중인 AC의 코어 후면이 열렸다. 마치 빛줄기가 역류하듯 코어의 후면에 집중되어 이내 빛이 퍼지면서 AC가 막 발사된 총알처럼 빠르게 큰 회전을 한다.


"OB코어?"


급커브를 꺾으며 MT의 후면으로 돌아 들어온 AC는 때를 놓치지 않고 뒤에서 총알을 퍼붓는다.

저런다고 해도 소모전이 될-아니, 그런가, 뒤가 약한건가!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뒤를 잡혀 단박에 외장이 터지듯 분해되어 벗겨진 MT가 남은 펄스 암으로 AC를 조준하려 해도 한 마리의 야생마처럼 날뛰는 AC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였다.

순식간에 라이플탄이 MT의 헤드에 직격하는걸로 시작해, 머신건의 비가 다발로 밀어붙여 형태가 망가진 벌집이 되고 말았다.


"오..."


실로 멋진 움직임이다. 가속도를 이겨낸 움직임이라니, 속으로 그렇게 감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옆자리의 남자는 아쉬운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너무 신났군, 저건 지나쳐."


지나쳤다고? 그게 무슨...


남자의 말에 의문이 생겨 질문하기 전에 쇳덩이가 처박히고 비명지르듯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뭐야?!"


뭣모르게 놀라 다시 스크린을 보니 속도를 이기지 못해 벽에 옆으로 꼴아박은 바람에 플롯파츠의 옆면이 뭉개져 땅을 시원하게 긁어놓은 모양새를 한 채 널부러져 있는 AC가 보였다.



"...맙소사."

"우와...이건 심하네요."



에마와 내가 경악하는것도 잠시, 교통사고가 일어난 AC의 열린 콕핏에서 헤롱대며 기어나오는 파일럿이 보였다.



"저건 하루종일 쉬어도 모자라지."



예상이라도 한 듯 손깍지를 끼며 웃음짓는 남자는 말했다.

이렇게나 잘 알고 있을 정도면 이 남자는 평범한 인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신 경험담이야?"


"한때 그랬지, 저 순간만큼은 나만의 세상 같았거든. 너무나 빨라서 하늘도 내 손에 닿을 수 있을거라, 그리 믿고 바랬던 때가 있었지."



좋은 날을 회상하듯이 잠깐 천장을 올려다 본 남자는 이어서 말했다.



"그러다 하늘 너머의 높은 하늘을 본 후로, 내가 믿었던 세상은 그렇게 끝났지만 말이야."



잠깐 꿈을 꾼 듯이 씁슬한 이야기를 한 남자는 그럼에도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맑은 표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뭐, 적어도 그건 내 세상일 뿐이고, 이 세상이 끝난 건 아니지. 그렇지 않나?"



이쪽을 슬쩍 보면서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끝마쳤다.

하늘 너머의 '높은' 하늘인가...내가 레이븐이 되고 만 이유였다.



"...나와는 반대네, 아저씨."


"...반대..?"



잠깐 의문스런 표정을 하던 남자는 이윽고 너털웃음을 하곤 내게 손을 건넸다.



"그런건가...핫하하! 그건 좋은 이야기군. 우린 생각보다 말이 잘 맞을 지도 모르겠어."



남자가 건넨 손은 악수의 의미였다.



"먼저 통성명을 하는 게 맞지 않겠어?"


슬쩍 농담을 던지면서 남자의 손을 잡았다.


"아직은 아니지, 난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았거든."


용병에게 있어 알게 되는 사이란 그런 것이다. 얼굴을 알게 되더라도 이름만큼은 꺼내지 말 것, 반대로 이름을 알게 되더라도 얼굴을 드러내지 말 것.


"이럴 땐 참 아쉽네, 레이븐의 삶이란 건."


아쉬운 웃음이 나온다. 행색이 나쁜 인간같지는 않았기에 더더욱 모르고 살아야만 하는 처지가 아쉽다.


"아쉬워 할 것 없지, '관리자가 이 세상에 있는 한, 우린 다시 만나게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남자는 그저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갑자기 관리자라는 이름이 등장했기에 잠깐 의구심이 들었다.


"관리자?"


"하하, 그저 인삿말일세. 너무 신경쓰지 말자고."


그랬었나, 이 남자의 인사법인가. 난 으레 납득하고는 남자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적어도 전장에서 다시 만나지 말자고."


나는 남자의 얼굴을 직시하며 약속하듯이 말했다.

이윽고 남자는 그저 웃는 얼굴로 손을 슬쩍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스트장을 나가는 복도로 향했다.

그 남자의 뒤를 지켜보다 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뛰어온 구호반과 정비사들의 인파에 남자의 모습이 감춰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에마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

에마도 나와 마찬가지로 남자를 지켜보고 있었던 듯 하다.




"어떤 사람이였을까요?"


"글쎄, 적어도 평범하진 않았어."


"음, 그것도 그렇네요."


고작 10분 남짓 할 시간이였으나, 그 시간동안 만났던 남자에 대한 기억은 하루종일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선점했던 테스트장은 방금 전 사고의 수습 탓에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늦게 테스트장에 입장 할 수 있었다.


그 남자의 말이 귀에 걸려버린 덕분일까, 다행히도 시험 때처럼의 허접끼를 보이지 않고 무사히 테스트를 끝마칠 수 있었다.

아직 많이 모자란 놈인 걸 알기에, 그저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할 따름이였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신비로운 만남을 가진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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늒네 레이붕은 아직 토끼뜀이란 고오급 테크닉을 모른다...


남은 6일동안 토끼뜀을 배우지 못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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