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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에 위화감을 느낀 건 3일째부터였다.
어제 아레나 랭커들의 전투를 눈으로 다시 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걸을 수 있다.
뛸 수도 있다.
점프도 되고 부스팅도 할 수 있으며 날 수도 있다.
잠깐 사용해 본 OB의 감각은 익숙해지진 않지만 버틸 만도 했다.
그런데...뭔가가, 뭔가가 이상하다. 마치 중요한 나사가 없어 비행 중 공중분해당해서 사방으로 흩어진 헬기 모형이 된 기분이라고 해야되나.
[문제 있으십니까?]
"어, 많이."
[보아하니 움직이는 게 불편하신가 보네요.]
에마의 질문에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에마 또한 대강은 눈치채는 듯한 분위기였다.
다른 게 문제가 아니였다. 눈으로 본 움직임을 해내지 못한다는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현재 위치는 AC테스트장.
AC에 탑승해 있는 나는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 갈피를 못 잡은 채 뻔한 조작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가르쳐 주는 선생같은 이도 없었기에 마음에 걸린 돌은 '이런 같잖은 움직임으론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라는 거대한 산바위가 되어 불안감을 높히기만 하고 있었다.
초조해진다. 슬슬 '유예 기간'이 반 남짓할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래선 어제와 똑같이 진전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만다.
[[제한시간 경과.]]
"뭣..아니 잠깐만..."
방황하면서 전전긍긍하다 시간 경과 알림이 울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었다.
[아쉽지만 시간이 됐어요, 레이븐.]
"...염병할."
이래선 택도 없다. 이런 꼴이여서야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을 뿐이다. 어떻게든 수를 쓰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어떻게?
"이래선 안돼..."
좋은 대책이 생각나질 않는다. 지금 해먹는 움직임도 그저 누군가를 표면적으로 따라할 뿐인 나에게 있어서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시간에 쫒겨다니는 용병 하나를 위해 뒷걸음따윈 치지 않는 법이였다.
오늘은 그만두고 돌아가려던 그 때에, 반대편의 바닥에서 무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다음 차례였던 AC였다.
실례를 끼쳤다 생각해서 통신망을 열고 말했다.
"미안, 금방 나갈 테니까..."
하지만 그 AC의 파일럿은 내 말을 비집고 통신을 보냈다.
[자네, 이걸로 3번째인가?]
중후한 노년의 목소리다. AC의 색도 칙칙한 회색인 만큼 파일럿의 목소리는 더욱 늙어보이는 듯이 들렸다.
그런데 뭐라고...? 세 번째? 날을 의미하는건가?
"어..3일째긴 한데, 그게 왜...요?"
늙은 사람이라는 걸 인식하자마자 저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와버렸다.
[...그런가...가르쳐 주는 이는 딱히 없었나? 완전히 허수아비 꼴이긴 하지만, 그 정도라면 충분할 것 같군..]
한번 슥 긁고 내 알바 아니라는 뉘앙스로 말하는 노인의 말을 듣고는 발끈했다.
"그 정도로 충분하다니, 이런 움직임의 어디가 충분하다는건지 모르겠는데? 이래선 의뢰 첫 날에 죽게 생겼다고, 알아?"
[역시나, 자네도 본인이 얼마나 우스꽝스런 모양의 기동을 하는지 아나보군 그래.]
"윽..."
너무 뻔하기도 했지만 그런 대충 던진 노인의 말에 보란듯이 낚여버린 입장에서, 바닥을 긁듯이 올라오는 쪽팔림을 참기가 어려웠다.
"초면에 사람 속 박박 긁으면서 말할 필요 없잖아?"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들어주는 이가 통 없어서 말이지."
그냥 대충 미안하다고 말이라도하지, 그런 말도 없이 본인 딴에 합리적인 변명을 하고 있었다.
"칫."
심통이 나 혀를 차며 AC의 발걸음을 게이트로 옮기려던 그 때에 재차 통신이 날아들어온다.
[아직 시간은 있나?]
"무슨 시간."
바닥의 게이트의 문이 열리고 발판에 올라타려던 그 때에 노인이 대답했다.
[그 삐걱대는 움직임을 교정시켜주지, 어떤가?]
.
발이 멈췄다.
"..레이븐? 나오지 않고 뭐 하시는겁니까? 가만히 있으면 다른 분께 폐가 된다구요."
에마의 목소리는 분명히 들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눈 앞에 놓인 이상 이대로 나올 순 없었다.
"...조건은?"
처음 만난 사이에다가 사람을 낚는 듯한 말투를 하는 노인네의 말이 좋게 들릴 리 없었다.
이는 모종의 거래로 들려 올 뿐이였기에 애꿎은 뒤통수를 맞지 않기 위해 먼저 조건을 제시하기를 원했다.
[자네의 10분.]
...제기랄, 낚이길 기다린 듯한 즉답이다. 조건마저 이가 썩을 수준의 단내가 난다. 내가 무슨 소릴 할 지 다 알기라도 하는건가? 만약 강화인간이라도 초능력자 같은 건 없다고...
실로 당황스러웠지만 그런 조건을 그냥 넘길 이유도, 그럴 여유마저도, 내게는...
게이트의 발판은 누구도 들이지 않은 채 문을 닫았다.
"딜."
[딜? 딜이라니, 아니 잠깐 레이븐? 왜 도로 테스트장에-]
"에마, 지금이 아니면 안 돼."
[그게 무슨 소리...!...그런 의미였군요, 알겠습니다.]
당황하는 듯 싶었지만, 오퍼레이터인 만큼 눈치가 빨랐다. 나더러 오래 살아있으라고 말한 녀석이기도 하니까.
[테스트모드, 재설정, 20분에서 10분으로.]
[[테스트모드 리셋, 20->10분, 확인.]]
"후...."
앞으로 다가올 테스트에 심호흡을 하고, 노인의 AC를 마주보았다.
솔직히 말해 AC 자체에는 별 감흥이 들진 않았으나 내용물의 차이 때문일까, 노인의 AC는 도장이 벗겨진 듯한 컬러임에도 나는 여지껏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장벽처럼 느껴졌다.
[게임을 하지, 자네가 탄을 맞는 횟수가 40발을 넘어간다면 지는걸세, 어떤가?]
"어떻고 자시고도 할 것 없지, 이기든 지든 살아남을 수단이 늘기만 한다면 말이야."
내가 이런 택없는 장난에 어울려 주는 것도 살기 위해서다. 그 외의 이유는 나중이다. 아직 남은 시간동안은 죽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저 내 앞날만 생각할 뿐이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승낙한 걸로 받아들이지.]
"하, 능글맞은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테스트 모드, 재차 기동합니다.]
[[테스트 모드 기동.]]
다시금 AC테스트가 시작되었다. 노친네를 끼고 말이다.
[...살펴본 결과, 상대 AC의 무장은 핸드건 한 정, 그것 외에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당신을 눈여겨보고 접근한 겁니다, 레이븐.]
에마의 통신을 듣고 나서야 AC의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이다. 짧고 뭉툭해보이는 총 하나가 전부였다.
"봐줄 생각 만반인데 그래? 그러다 넘어지는 수 있어, 영감."
[자네 앞가림부터 잘 하게, 젊은 친구, 난 자네가 탄 기본적인 AC로는 한쪽 무릎이 꿇릴 일도 없으니 말이야.]
"그만 좀 긁어 영감탱이, 그런 건 나도 잘 아니까."
대충 비아냥대고 AC의 상태를 재점검한다.
제네레이터는 멀쩡하다.
각부도 문제없다.
속도는...어쩔 수 없다 치자.
'얼마든지 쏴보시ㅈ..?..영감...진짜 나를 놀릴 생각이야?"
잠깐 정색을 하고 쳐다본 스크린 앞 노인의 AC는 그저 가만히, 손에 든 핸드건을 두 손으로 잡고 사람이 할 법한 정조준 자세를 한 채 날 겨냥하고 있었다.
때문에 생각만 하고 있던 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그냥 게임이지 않나, 너무 열만 내지 말고 잘 피해보게. 나이가 나이지만 자네 생각보다는 잘 맞추거든.]
맞는 말이지만, 백번 양보해서 맞는 말이겠지만! 사람 신경을 계속 건드는 저 말버릇을 참기가 힘들다!
[일부러 도발한다는 느낌에 가깝지만...솔직히 저도 열받네요.]
에마도 그런 말투가 영 거슬렸는지 한 마디 던졌다.
그런 에마의 말에 덩달아 맞장구를 친다.
"그치? 에어컨 빵빵한데 더워 죽겠어 아주."
저 영감탱이의 얼굴이 무슨 표정을 하고 있는 지 몹시 궁금해졌다. 만일에 면상 까고 만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무조건 한방 멕인다..."
언젠가 다가올 그날을 위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
.
.
.
.
텅!
먼 거리에서 효력없는 탄이 또다시 명중한다.
"이익!"
이걸로 17발째.
[언제까지 스케이팅만 할 건가? 꺾는 게 느리지 않나!]
탕!!
다시금 효력없는 먼 탄환이 날아들어온다.
"으그극-"
어떻게든 방향을 꺾으려 들어도 이미 가속이 걸려버린 부스팅 상태에서 방향을 꺾기란 쉽지 않은 행동이였다.
땡!
이번엔 헤드에 맞았다.
[18발째, 스나이퍼 라이플이였으면 카메라가 망가졌을거다!]
"이 진짜, 나도 안다고!"
똥개훈련에 꼽주는 노친네의 지적을 듣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더 빨리 꺾어야 한다. 아니면 덜 치명적인 부위로 맞기라도 하던가.
[이걸로 30발 쐈군, 슬슬 발사간격을 좁히기로 하지.]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시금 자비없는 탄들이 날아온다.
"이 씹-"
생각할 겨를도 없이 19번째 명중, 그 다음 20발, 21, 22...
.
.
.
어느 새 30발째 피격, 18번째부터 지금까지 빗나간 탄은 없었다.
하지만 먼 거리의 핸드건의 탄이였던 덕분에 손상은 경미, AC는 그저 다음 탄을 기다리며 피할 준비를 할 뿐이였다.
하지만 AC의 내부, 그저 손발만을 움직일 뿐인 내 몸은 어느 새 지쳐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학...하악...이 염병할.."
[버겁나? 버겁다면 이쯤 하는 건 어떤가?]
속을 박박 긁는듯한 노인의 말이 들려온다. 명백한 도발이다.
"학, 지랄 마 할배, 이대로 끝낼 생각이였으면 처음부터 여기에 서 있지도 않았으니까-헤엑..."
[마찬가지인 입장입니다. 여기서 물러나면 이 사람의 생존은 보장되지 못하니까요.]
물론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켜보는 에마 또한 마찬가지인 입장임을 밝혔다.
[드문 정신머리의 친구로군, 그 부분은 진심으로 마음에 들어.]
"..하, 칭찬해줘도 뭐 안 나오거든...후..."
대충 비아냥대면서 숨을 다시 고른다.
말이야 비아냥댔어도 나름 만족했다. 무엇이 되었든 저 누군지도 모를 열받는 노익장한테 근성 정도는 인정받았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담 그 뭔가가 나올때까지 어울려주는 수밖에.]
탕!!
다시금 노인의 핸드건에 불이 작렬했다.
"이익!"
부스팅을 아무리 한다고 한들, 저 노인네의 예측사격이 너무나 말도 안 된다.
탱!
"---!!!~~~"
다시 맞았다는 사실에 또다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오늘 해먹을 욕지거리를 전부 내뱉은 기분인데, 이게 맞나?
"...진짜..헥, 터무니없잖아..."
벽을 느낀다. 내가 초짜인 것도 있다지만...저 노인의 터무니없는 실력에 거대한 벽을 느끼고 있었다. FCS로도 커버가 안될 터인 먼 거리의 핸드건인데도 이 꼴이다. 도대체 저 노인은 뭐하는 작자란 말인가?
그리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노인의 통신이 들려온다.
[자네는 움직임이 너무 뻔해.]
"흐엑-뭐? 뻔하다고?"
[그래, 평면적으로 움직일 생각만 하다가 공격을 제때 피하지도 못하고 방향을 꺾는 새에 맞는거지.]
"그게..헉..무슨..."
노인의 지적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난 곧바로 반박했다.
"후욱, 택없는 소리야! 분명히 방향도 섞으면서 피했어! 영감탱이 당신도 봤을 거 아냐!"
분명히 난 자신이 움직인 방향 정도야 기억하고 있었다. 앞이며 뒤며 좌우까지 어떻게 움직이고 피하려 했는지 말이다.
그런데도 저 노인네는 대부분을 명중시켰다. 아직도 그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던 것이다.
[근성은 합격점이건만 생각머리는 아직이로군... 꼭 지상만을 달릴 필요가 있는건가?]
하지만 노인이 던진 다음 말로 그 의문이 싸그리 씻겨져 내려갔다.
"!...그건...그런건가..."
정신없이 피하느라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분명히 제 정면으로 날아들어오는 탄은 피할 수 있었으나 언제나 그 다음에 이동경로를 따라 들어온 탄은 무조건 맞고 말았었기에, AC가 기본적으로 느려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였다. 그저 지상에서만 놀고 있었기에 예측이 너무나도 쉬웠던 것이였다.
나는 부끄럽게도 '내 실력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자부하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쪽팔리지만 노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잠깐동안 내보였던 본인의 오만함을 반성한다. 지금부터 해야 할 행동은 공중까지 이용해서 공격을 회피하는 것이다.
"....후....."
숨을 다시 고른다. 부스팅 중에 공중을 날라는 것 까진 깨달았다. 허나 그 상태에서 피격을 피하려면 착지하는 순간에 방향을 확 꺾어야 한다.
그런 행위를, 과연 내 몸이 버틸 순 있는 건가? 충격이 누적되어 몸이 망가지진 않을까?
본인의 안전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틈에 노인의 통신이 다시금 들려온다.
[냉혹한 소리다만 우리는 부품일세, AC의 코어의 코어파츠기도 하지.]
"...그게 무슨 소리야?"
[자잘한 안전 따위를 신경쓰면 안 된다는 것일세, AC가 죽으면 우리 또한 매우 높은 확률로 죽게 된다는거다.]
"그런 건 지금 AC를 모는 누구든지 다 아는거 아냐? 무슨 소릴 하는거야?"
의문을 가진 나의 질문에 노인은 텄다는 투로 말했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세. 좀 더 설명해준다면 자네가 알아듣기야 하겠지만...아쉽게도 이 늙은이는 그 감각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 지 잘 모르겠군, 자네가 느껴보는 수밖에 없네.]
"이 할배가 진짜 설명을 해도 뜬구름잡듯이-"
탕!
"아니, 야!"
깡!
시험 전 날에 벼락치기나 하는 수험생이 된 기분이다. 방금 맞은 것까지 계산해서 게임에서 지기까지 앞으로 8발, 이런걸로 성내봤자 한대 더 맞았다는 사실은 변함 없었다.
[어찌되던 내가 알던 레이븐들 모두가 거쳐간 '과정'일 뿐이네, 젊은이. 자네 또한 머지않아 깨닫게 될 걸세.]
어차피 게임은 진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8발' 이내에 저 영감탱이가 말한 것의 의미를 알아내지 못하면 잠자리가 상당히 불편해질것만 같은 기분이다.
부품? 내가? 사람이?
탕!!
다시금 격발음이 들렸다.
"! 이번엔!"
각부와 코어 부스트의 출력을 올린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바로 뜨지 못한다. 필요한 건 약간의 도약이다.
각부의 조작을 건드리자 AC는 잠깐 덜컹거리는 충격과 함께 빠르게 위로 날아올랐다. 날아오른 사이 탄환이 AC와 지면 사이로 날아들어갔다.
격발된 지 0.3초도 되지 않은 시간, 마침내 노인의 공격을 회피하는 데 성공했다. 충격을 각오하고 힘이 들어간 몸도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이건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마침내 조작법 하나를 익혔다.
기술을 깨닫는다는 건 좋았다. 그렇다 해도 좀 높게 떠오른 탓이였을까, 내려오는 데엔 살짝 시간이 걸렸다.
탕!
노인의 핸드건은 무심하게도 AC가 착지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탄을 내뱉었다.
"뭣-아니 잠깐만-윽!"
쿠웅- 탱!
착지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AC가 자세를 안정시키다 그대로 한 대 더 맞고 말았다.
"..염병할..."
기분 한창 좋을 때에 완전히 물먹은 고양이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방금 전에 예상했던 결과기도 했다.
이것 또한 언젠가 겪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눈 뜨고 봐줄 리가 없겠지, 특히나 실전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리 생각하며 언짢아 할 때에 노인의 통신이 들려왔다.
[음, 엉성하지만 이 정도면 습득력은 매우 빠른 수준이군. 막 걸음마를 뗀 기분은 어떤가?]
"전혀, 방금것까지 피했다면 장난 아니게 째졌을텐데."
지금도 생각하는거지만, 이 할배는 말하는 뽄새가 너무 열이 뻗친다. 덕분에 핑핑도는 머릿속에 노친네의 말이 아주 쏙쏙 들어오는 게 문제지만.
노인의 AC가 다시금 사격자세를 잡는다.
[그건 정말 아쉽군 그래, 40발까지 앞으로 7발 남았네. 긴 말은 필요없겠지?]
"당연하지."
감각은 익혔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피할 수 있다. 그 사실 하나면 내겐 충분하다.
탕!!
다시금 노인의 핸드건에서 불꽃이 튄다.
어차피 지는 내기라면...최대한 피해주마!
.
.
.
.
"수고했네."
"...으, 시끄러워 영감. 어찌되던 진 몸이야."
현재 위치는 테스트장 대기실.
결과는 예상대로 패배, 40발째 피격이 되기까지 총 63발을 쏘게 만들었다.
대충 떠 보듯이 쏜 12발, 조작법을 기억한 이후에 11발로, 총합 23발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AC가 와리가리짓을 하면서 파일럿인 나 또한 이리저리 흔들린지라 온 몸이 쑤신다.
몸은 아프지, 게임은 졌지, 이 노친네 말투는 열받지...심통이 쉽게 가시질 못해서 또다시 마주앉은 영감탱이한테 비아냥댔다.
"똥개훈련은 즐거우셨나 몰라, 할배."
"똥개훈련? 누가 똥개를 죽을상이 될 만큼 훈련시키겠나?"
뭐지? 신종 놀리기 말투인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노인을 슥 보았으나...저 인간, 파일럿 슈트를 그대로 입고 나온 바람에 얼굴이 보이질 않는다.
"아니 농담정도는 구분을-에이 됐다, 입만 아프지."
"뭐어, 나름의 성과도 있었으니 좋은 셈 치죠, 레이븐."
옆자리의 에마는 그건 딱히 별 문제가 되지 않는듯이 이야기했다.
그건 그렇지, 적어도 이 사람 덕분에 조작법의 수준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회피법을 익힌 이후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으니 말이다.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실버 폭스]."
에마가 마주앉은 노친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뭐..잠깐, 실버 폭스? 이 할배가?"
모르지는 않았다, 직접 본 적이야 없지만 명단에 적힌 리스트로만 알고 있었을 뿐이지.
얼척없는 사격 명중률을 보건대 상위권이라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싸가지 없게 말하는 노인네가...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그래서 왜 나를 신경쓴거야? 언제 넘어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놈을."
내 질문에 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그것 말인가? 단순히 관심이 생겨서일세. 자네같은 신입이 일주일이란 시간을 줬는데도 쉴 생각은 커녕 아레나 경기장을 탐방하러 오질 않나, 대뜸 AC테스트장까지 와서 연습부터 할 생각을 하질 않나 해서 말이야."
"아니, 그거는 보통 살고싶으면 누구든지 그렇게 하지 않겠어?"
"그래, 누구든지 그렇겠지, 하지만 자네하곤 달리 열심이지는 않은 법이네."
"...그거는..."
...나는 아무래도 이런저런 이유로 레이븐들 중에 별종으로 보였던 듯 했다.
"적어도 내 생각대로 쉽게 죽을 친구가 아닌 걸 확인했으니 만족하네."
내가 말을 잇지 못할 때에 노인이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시는건가요?"
"음, 그래야지. 짧은 시간이다만 만나서 반가웠네, 에마 시어즈 양."
"예, 저도 반가웠습니다, 실버 폭스."
둘의 짧은 인사가 끝나고 노인이 돌아가려는 때에 못 다한 말이 있는지 나를 돌아봤다.
"..? 왜, 영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생각해보니 말인데, 나한테 한방 멕이고 싶다고 말했었지, 아마?"
아, 맞다. 그랬었다.
"...지금같아선 당신 발치에 다다르는것도 어려워."
"완전히 딴 사람이로군, 자신이 없는겐가?"
"솔직히 말하면...그래, 초기형 AC가 아니였더라도 영감탱이를 이기긴 어려웠을 거라 생각하거든."
부끄럽다. 결과적으로 노친네에게 한방 먹이긴 커녕 내가 앞으로 고꾸라진 꼴이지 않은가? 본인도 그걸 잘 알듯이 바닥을 기는듯한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하게 되었다.
"뭐어, 그 정도로 기죽지 말게, 나와는 달리 살 날도 많지 않나? 내가 좀 많이 가지고 놀긴 했지만, 자네가 시간을 들인다면 언젠가 그것도 옛날 이야기가 되겠지."
"..."
"당장 대답할 필요는 없네, 자네가 한 만큼 결과가 나오면 그때 말해도 될 이야기니 말이야."
노인의 말대로, 지금의 내가 할 말은 없었다.
지금의 나로선, 내가 저 영감탱이가 말하는 만큼 강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늙은이를 실망시키지는 말아줬음 하네. 자네도 일찍 단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겠지?"
"...당연하지."
하지만 나는 살고 싶다. 좀 더 하늘을 보면서 살고 싶었기에 AC에 매달렸을 뿐이다. 그건 지금도 변함없는 마음이다.
"그래, 그걸로 충분해."
노인은 내 대답을 듣곤 만족스런 소리로 말했다.
"그럼 언젠가 아레나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지, [리사 발렛트]."
노인은 내 이름..그러니까 레이븐명을 불러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저 사람은, 나와 마주하기 이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후우, 완전히 눈에 찍혔네요, 레이븐. 소감은 어떠신가요?"
아무래도 상위권의 인간이 눈도장을 찍고 간 만큼,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는 듯 에마가 한숨을 쉬면서 물어보았다.
"말할 거 뭐 있냐? 적으로 안 만나길 빌어야지."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긴 하네요."
뭐어...내가 할 말이 뭐가 더 있을까, 그녀는 예상은 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내 대답을 들어주었다.
...아레나에서 다시 만나자...인가.
문득 생각났기에 에마에게 물었다.
"있잖아, 에마."
"? 뭔가 필요한가요?"
"어, 아레나에 나 좀 등록시켜줄 수 있어?"
"...지금 말입니까?"
"되도록이면 빠르게 부탁해."
"이럴 때만 바쁘게 부려먹으시네요."
에마는 됐다는 듯이 웃어제끼고는 가상스크린을 조작하면서 내게 말했다.
"오늘중으로 등록 요청을 하면 빠르면 내일, 늦으면 모레부터 아레나 참가 가능 레이븐으로 등록되실겁니다. 문제 없으시죠?"
"문제없어."
"좋습니다, 앞으로의 일에 무운이나 빌죠, 우리."
"그래, 그러자고."
우리는 그렇게 앞으로 벌어질 일을 각오했다.
노인의 말대로 아직은 긴 삶이다.
그렇담 죽지 않을 만큼 뭔가를 해보는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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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이 개십창이라 필자도 무슨 이야기가 하고싶은건지 모름
이 똥글의 끝을 못 볼지도 모름
근데 이미 싸질렀잖아? 나도 할 만큼은 하겠지..
찌벌 재밌었다.
실버폭스가 주인공이 토끼뜀을 배우거 도와준것임?
모양 빠지는 무빙이긴 한데 정황상 그런데스
빨랑 다음편 써오셈 세레 크로왈 내사랑을 문학으로 만나고 싶음
에마를 애마로 읽어버린 나란녀석
올라탄다서 박는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상관없을 듯
저 노인네 나중에 와일드캣처럼 등장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