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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상대는 모자랐다.
터무니없을만큼 모자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제 위치에 만족하고 있었다.
라고 생각했더니만...
"...라이벌?"
"같은 실력이라고는 생각 안 하지만 말이죠."
"내 말이."
"하지만 동기부여는 된 모양이네요, 레이븐."
"...그럴려나...그래도 정말 만족하고 사는 모양이던데 괜히 건든 건 아닐까 몰라."
"적어도 나쁜 변화는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그랬으면 좋겠네."
에마와의 짧은 대화로 마무리 된 첫 대전은 나름 만족스러웠다.
띠링.
"어, 메일."
"아마 글로벌 코텍스에서 보낸 걸 거라 생각합니다."
"어라? 진짜네, 크레딧도 같이 왔어."
랭크가 위로 갱신될때마다 한번씩 크레딧을 상금으로 지급하니까요."
"오...그건 좋은 이야기네."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자금을 모을 수 있다.
무엇보다 죽을 일 또한 없으니 좋은 이야기다.
나는 싱글벙글하면서 메일을 열어보았다.
"KWG...키사라기인가보네."
"어..그렇게 좋은 이미지의 기업은 아니죠."
무장 일람을 찾아 본 결과, 하윗저였다. 그것도 네이팜.
"오버히트로 죽이는 무기인가."
"AC의 외장을 녹일 정도는 당연히 아니지만, 기능을 정지시키는 데엔 충분하다고 하네요."
"그런가, 그럼 아레나에서만 쓰는 게 낫겠네."
"탄약값도 있고, 다른 이유도 있고, 그렇게 되겠군요."
"좋아, 바로 다음 차례나 준비해볼까."
새로운 무장도 받았겠다, 쉬지 않고 바로 다음 아레나를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에마가 그런 나를 신경쓰듯이 물어보았다.
"괜찮겠어요? 연전은 힘드실텐데, 저번에 실버 폭스 씨에게 구른 건도 있지 않으십니까?"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아직 할 수 있어."
"알겠습니다, 그럼."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에마가 다음 아레나를 준비했다.
두 번째 아레나는 2시간 후에 치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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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이지만 오늘은 할 기분이 아니야, 네가 이긴걸로 해도 좋으니 그만하지.]
"뭐야...?"
두번째 상대는 같잖은 이유로 기권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는 것 쯤이야 알지만, 그래도 2시간이나 기다렸는데 2분도 채 안돼서 끝났다.
모처럼 들뜬 마음이 가라앉고 말았다.
.
.
.
"원래 그런 놈이였다고?"
"예에...자존심은 높은데 실력은 전혀 아닌 레이븐이에요."
"내가 너무 기대를 했나, 그 밑에 있는 녀석은 마인드라도 좋았는데."
"이런 저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죠."
"하아, 팍 식네. 네 말대로 그러려니 하는수밖에 없나.."
열 받는 녀석이였지만 미션 도중에 만난 것도 아니고, 죽고 죽이는 싸움도 아니니 그럴수도 있다 생각하고 말기로 했다.
"그럼 여기서 그만둘까요?"
눈을 반짝이면서 쉴 각을 찾아보는 에마였으나-
"아니, 한판 더."
내가 내뱉은 한마디에 쉬는 시간은 철회되고 말았다.
"아니이...쉴 날 없다고 생각이야 했지만 사람을 얼마나 부려먹을 생각이십니까? 에잉."
내 대답을 들은 에마가 투덜대면서 가상스크린을 두들겼다.
물론 그 부분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시작한 이상 멈추고 싶지 않았다.
"그거는...부탁이니까 해주십쇼!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도 있잖아!"
그래서 에마한테 빌었다. 무릎도 꿇었다. 절까지 할 생각이였다. 자존심은 아무래도 좋았다.
"언젯적 말을 꺼내시는거람, 이미 등록해놨으니까 기다리세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에마의 대답을 들은 나는 일어나서 깍듯이 인사했다.
"그걸론 모자란 거 아시죠?"
"예..."
별 수 있나, 해달라는 건 다 해주는 수밖에.
세번째 아레나는 조금 빠르게, 1시간 후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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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상대는 신비로웠다.
그리고 뭐라고 해야될까...애처롭기도 했다.
"...기억이 없다고?"
"네, 과거에 어떤 인간이였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 레이븐, 그러니까 그녀는 기억상실증이였다.
"다만 확실한 건...'레이븐'이라는 말이 그렇게 낮설지가 않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래서 레이븐이 된 거군."
"예, 그렇게 되겠네요."
내 자리에 마주앉은, 나와 대화를 하고 있는 그녀는 평온해 보였다. 나이는 아직 반반해 보였으나, 그 사람은 마치 세상살이를 끝내기 전의 노인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 이야기 중에 죄송합니다만..무슨 이유로 이쪽의 레이븐을 만나고 싶다고 하신건가요?"
에마도 슬쩍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도 궁금한 건이긴 했다. 이 사람은 무엇 때문에 나를 만나고 싶다 이야기 한 걸까?
"아, 그건..다름이 아니고..."
그녀는 잠깐 머뭇거렸으나 이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좀 더 알고 싶었습니다."
"...?"
"그게 무슨 이야기신지.."
첫 말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에마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것이...앞서 말했다시피 저는 기억상실증입니다. 다만 뭔가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그것에 온 생각이 쏠려서 멍 때리는 일이 잦아져서 말입니다."
"앗, 그렇다면 방금 아레나 때에도..."
"좀 자주 멈추시긴 하셨죠."
두번째 말을 듣고 나서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저도 이렇게 많이 떠오른 건 처음인지라...직접 마주한다면 좀 더 떠오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녀는 조각난 기억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기억 중 가장 확실했던 '레이븐'으로 살아가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아니였던 모양입니다. 직접 마주했는데도 여전히 희미하네요."
"그거는 유감이네...나라고 한들 레이븐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예에...그래도 어렴풋이 확실한 뭔가를 떠올릴 순 있었습니다."
"어떤 걸 말인가요?"
에마의 질문에 그녀가 대답했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또다른 '레이븐'이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나이기도 했을 겁니다."
"레이븐..인가.."
"동료였었나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요."
"하기야, 동료가 오늘내일하는 게 우리들인걸."
"그래도 성격머리는 당신과 조금 비슷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어...그래? 그런부분까지 떠올릴줄은."
아무래도 나와 닮았다는 소릴 듣고나니 조금 쑥쓰러워졌다.
"그만큼 기억나셨다면 중요한 사람이 아니였을까요?"
기억 이야기에 슬슬 흥미가 생긴 에마가 질문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다만..."
"다만?"
그녀는 잠깐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아마...그 사람하고 조금 심하게 싸웠던 것 같습니다."
"앗...그거는 괴로운 이야기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셨고...찾아서 이야기를 해볼 수도 없겠네요."
"예에, 그래도 언젠간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언제가 될 줄 알고? 말이야 찾아다니는거라지만, 죽었을 수도 있잖아?"
"레이븐, 그런 소리는 하는 게 아니에요."
"아니 그거는...아니..생각해보니 그렇긴 하네..미안."
다시 생각해보니 질문이 선을 넘었다. 나는 마주앉은 그녀에게 사과했다.
그녀는 조금 가만히 있나 싶더니, 이내 질문에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죠. 죽었을 수도 있겠죠."
"...죄송함다..."
"어쩌면 우리 중 한명이 먼저 연을 끊었을 지도 모르고, 같은 레이븐으로서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게 된 걸지도 몰라요."
"끙..."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좀 더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그 사람은...터무니없이 강하거든요. 저와는 다르게, 규격 외의 인간이라 느껴질 만큼 말이에요."
"....그렇다는 건..."
에마의 중얼거림에 그녀는 대답했다.
"네, 그 사람은 타의로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 분명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장담한다는 듯이 확신에 찬 웃음이였다.
"...그렇구나, 그 정도의 신뢰를 보일 줄은 몰랐네."
괜한 질문을 한 나는 좀처럼 머쓱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있잖아, 당신. 그래도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아니, 레이븐..."
"이번엔 그런 의도 아니야!"
에마가 한숨을 쉬었다. 물론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재빨리 해명하긴 했지만, 여전히 실례될 법한 발언이라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후후, 그건 말이죠...딱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 중요하지 않다니?"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내 질문에 흔쾌히 대답해주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는가...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 사람은 죽을 일 없는 사람이니까, 저도 살아있다면 언젠간 만날 겁니다. 무엇보다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면, 내일을 좀 더 열심히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대답을 하는 그녀는 지금까지 표정변화 없이 평온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녀는 과거를 찾아다니면서도,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그런 강한 이였다.
"당신은...강한 사람이구나, 질문한 내가 바보같아졌네."
그녀에게 있어 내 질문은 실로 괜한 질문이고 걱정이였던 것이다. 슬슬 시간이 되었기에 일어서기로 했다.
"모쪼록 기억을 되찾길 바랄게, 그 사람도 무사히 만나길 바래."
"감사합니다, 두 분. 기억할게요."
에마도 따라 일어나서 마주앉은 레이븐에게 인사했다.
"언젠가 다시 만나서 같이 이야기해요, [버널 플라워] 씨."
그 사람은 짧은 손짓을 하면서 우릴 배웅해주었다.
그렇게 시간은 오후 10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시간이 늦었기에, 에마와 나는 서로 합의하고 쉬기로 했다.
다음 날도 아레나 건으로 바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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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차.
네번째로 만난 레이븐은 대단했다.
AC가 아닌, 파일럿이 말이다.
"그게 진짜야?"
"그 레이븐과 같이 다니는 선배가 알려준 이야기니까요. 그런 이유에서 팬들도 있다고 하네요."
"아하...그래서 관객이 좀 있었던거구만, 대단한 사람이네."
중얼거리면서 방금 전에 맞붙었던 AC를 회상했다.
오로지 미사일로만 무장하고 있었던 AC, 킬러웨일.
생각해보니 미사일 회피는 테스트모드에서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훈련 내지는 도전에 가까웠던 아레나였다.
원체 피하기 힘들만큼 미사일이 날아들어왔지만, 그 할배가 실컷 굴린 덕분일까, 배워먹었던 회피기동을 어떻게든 써가면서 최소한의 피격으로 녀석에게 파고들 수 있었다.
이후 왼팔의 블레이드로 악착같이 지지고 나서야 승리할 수 있었다.
"...빡셌지."
"그랬었죠."
AC보다 몸이 먼저 힘에 부치는 싸움이였다.
"그래도 만족스럽네."
"다음 아레나도 등록해드릴테니, 잠깐 쉬죠."
"땡큐."
에마의 말을 들은 나는 휴게실에서 잠깐 쉬기로 했다.
다음 아레나는 2시간 후, 12시 직전 시간대에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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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로 만난 레이븐은 우직했다.
그리고 상당히 매서웠다.
"진짜 큰일나는줄 알았지."
"뭣도 모르고 싸웠다면 말이죠."
"내 말이, 이래서야 매일 할배한테 감사하고 살아도 모자라겠네."
삭신이 쑤시는 몸을 휴게실 소파에 눕혔다.
이번엔 AC가 실컷 두들겨맞았다. 체인건을 다발로 맞고, 로켓을 서너발을 맞고, 하윗저도 두들겨맞았다.
하지만 옆자리 창가에 비치는 AC의 상태는 각부와 완부 부분이 손상된 것 이외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정통으로 맞은 공격이 없다시피 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몸은 어떠십니까? 그렇게 뛰어놓고 OB까지 쓰셨잖아요?"
"괜찮을리가 없지. 아직도 온 몸이 쑤셔."
그리 대답하며 누운 채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이제는...뭐, 익숙한 천장이다.
"그러면 좀 길게 쉴까요?"
"끙..."
"...일어나는것도 힘든 모양이시네, 어쩔수 없네요 이건."
어쩔수 없다는 둥 아쉬운 말을 꺼내는 것 같았지만...에마 저 녀석, 싱글벙글하고있다.
"...에잉, 그래...이번엔 좀 쉬자."
아무리 근성에 연전으로 올라왔다지만, 몸은 정말 힘든 모양이다. AC는 가볍게 두들겨맞았을뿐인데, 고생은 파일럿이 더 한다니...
이 건에 대해선 앞으로의 해결책을 생각해보는 수밖에.
"모처럼 쉬는 시간도 생겼으니 눈 좀 붙이세요, 잠은 삶의 보약이니까요."
"어..그래...땡큐..."
놀 생각에 히죽대는 에마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힘빠진 대답과 함께 그대로 뻗었다.
다음 아레나는 5시간 후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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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로 만난 레이븐은 강했다.
사람이 아닌 AC가.
"허리가 휘는 줄 알았어..."
"그거, 맞으면 허리가 접힌다고 하더라구요."
"진짜냐..."
확실히, 그건 일반적인 레이저 캐논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했다.
그 거대한 빛 기둥이 내 AC를 스쳐지나가 뒤편에 쳐박혀서 난 굉음이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질 않는다.
"꼴랑 10발이 한계인 비상식적인 무장...대신 한 대라도 맞으면 반드시 반죽음...이건 제정신으로 만들 수 있는 무장이 아닌거 같은데."
상당히 섬뜩한 무장이다. 그저 '반드시 죽이기 위해' 쓰는 무장이라는 인상이 상당히 짙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당 무기는 EN병기의 진수인 미라쥬 사가 아닌 실탄병기 위주의 크레스트 사가 만들어 냈다는 겁니다."
"뭐어? 익숙치도 않은 기술로 저런 걸 만들어? 뭐 하는 놈들이래?"
"기업은 기업이니까요, 아마 그만큼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한 또라이 하는 녀석들 뿐이네.."
그렇게 에마와의 대화가 이어지던 도중..
띠링.
메일 도착 알림이 울렸다.
"어라?"
무슨 일인가 싶어 메일을 열어보았다.
혹시 글로벌 코텍스에서 장비를 지원해준걸까 싶어 싱글벙글했지만...
"...뭐야, 이 새끼?"
잠깐의 기대는 완전히 구겨지고 말았다.
"명백한 도발이네요."
"솔직히 말해서 저급하기 짝이 없구만, 이 녀석은 뭐하는 놈이래?
"레이븐의 바로 위 랭크의 랭커, 기믈렛입니다."
"......바로 위엣 놈이라 이거지?"
그런 말을 하면서 에마를 마주보았다.
"...준비할까요?"
뻔한 질문에는.
"알면서."
뻔한 대답이 오기 마련이다.
"좋습니다, 바로 준비해드릴게요."
말을 마친 에마가 가상스크린을 두들긴다.
기믈렛이라고 했었나, 뭐하는 자식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이겨주겠다고 다짐했다.
마침 메일을 보낸 그 녀석도 준비되어 있었기에, 다음 아레나는 30분 후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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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다. 처음으로 졌다.
압도적인 실력차 같은 이야기가 아니였다.
처음으로 겪어본 AC의 성능차이였다.
"...."
"...입 다물고 있는다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아요, 레이븐."
"알아."
"삐졌어요?"
"아마도. 설마 그렇게 벌집마냥 당할 줄은 몰랐거든."
옆 창가에 비치는 AC의 외장은 머신건의 비를 견딜 순 없었다는 듯이 상당한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하...양산형 초기장비에 비용이 안 들어서 망정이지, 보통은 저런 거 잘못되면 금액이 장난 아니게 까인다고."
"비용을 글로벌 코텍스에서 지원해주는 '아레나'라서 다행인거죠, 레이븐. 저것들도 따지고 보면 전부 돈이니까요."
"그거 아니였으면 내 계좌에서 까였다는거구만..."
"결과적으로 무손해니 다행이라 생각하죠."
에마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잠깐 머리라도 식히기로 했다.
"그래도 말이지, 그렇게 잘 싸우는 놈은 아닌 것 같더만, 너는 어떻게 생각해?"
"예에, 소문으로는 그저 하위권 레이븐들을 괴롭히는 걸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직접 보고 난 감상까지 더하면 소문이 아닌 사실같네요."
"으."
아무래도 그런 녀석에게 지고 말았다는 사실이 분하다.
지금 아레나로 모아놓은 자금을 장비에 투자해야될 때인가 생각할 때에-
띠링.
"...또 무슨 헛소릴 할라고."
그 자식한테서 메일이 날아들어왔다.
"......."
모름지기 레이븐이라면 이래저래 구르고 다니는 게 일상인 용병답게 이런 메일을 보더라도 인내심이 상당하기에 참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성인군자라면 두말할 것도 없겠지.
"...레이븐?"
"...이 개새끼가."
하지만 난 아니다.
"무슨 내용이길래...아."
메일 내용을 보고 벙찐 에마를 뒤로하고 장비 거래 스크린을 띄운다.
"지금껏 모은 크레딧...장비는..."
패배한 것도 열받는 와중에 사람 신경을 들쑤시는 메일을 보냈다. 그런 놈한테 해야 할 짓이라곤 하나밖에 없었다.
"에마, 구입한 장비는 보통 언제 도착해?"
"어...? 아, 그거는 길어봤자 6시간이 최대입니다. 적어도 크레스트나 미라쥬는 말이죠."
"잘됐네, 오늘 아레나는 여기까지만 하고 쉬자."
"쉰다구요? 재도전이 아니...아하, 무슨 이야긴지 알았습니다."
의문을 잠깐 표한 에마였으나, 내 앞의 가상스크린을 보고서 이해한 듯이 대답했다.
분명 완벽한 복수혈전을 꿈꾼다면 패배를 맛본 장비들로 재도전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건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
정면에서 쳐부숴주겠다.
누가 먼저 박살나든 상관없을만큼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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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생각하는거지만 액션신을 낙서로 때우는건 쉬운데 글로 때운다는건 참 어질어질한 이야기같음
꼬라박지만 않았음 좋겠네
나는! 나는! 똥글을 썼다!!
아레나 등반으로 이렇게까지 재밌게 글을 엮을 수 있을줄은 몰랐는데..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립헌터와 엮지 않더라도 좀 안타까운 레이븐이긴 하더라
더 써오라고!
버널 플라워가 찾고 있다는 레이븐이 전작 주인공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