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면전에서 뒷담화 하기
”오르카 여단의 정기 회의를 개회한다.”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의 회의 시작 선언...이지만, 화상으로 얼굴을 보지도 않고 그저 음성만으로만 진행되는 회의라고 부르기엔 그 수준도 미달에 가까운 가상 회의에 출석 도장을 찍은 것은 오르카 여단 소속이 셋, 인테리올 출신이 둘, 거기에-
”....여기도 컬러드와 다를 바 없구만.” GA, 글로벌 아마먼츠 출신이 하나. 클로즈 플랜이라는 나름 거창한 목표와 대의명분을 철저하게 내세운 오르카 여단도 사무적인 내용물은 거의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해버린 컬러드 랭크 4위, 로디는 낯설면서도 정말 친숙한 분위기의 환경을 느끼며 너스레를 놓았다. “미안하네, 알다시피 우리 환경이 좀 좋질 않아서.” 그런 로디의 너스레를 받아주는 것은 그와 면식이 있고 연식도 비슷한 은옹, 네오니더스다.
”그래도 젊은 친구가 추진력은 좋아서 다행이지.”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를 언급하는 네오니더스의 발언에 로디는 그의 말에 맞장구치듯 웃음소리를 흘렸고, 줄리어스 에머리와 메르첼을 대신해서 회의에 한 자리를 앉게 된 바오 역시 네오니더스의 말에 긍정하듯 짧게 음, 하는 소리를 몇번 연달아 낼 뿐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방해하게 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중요한 정기 회의라고 하지 않았나?” 세 남정네의 분위기 사이로 끼어드는 여성의 목소리는 인테리올 출신 중 하나, 정확히는 레오네 메카니카 출신이자 스트레이드의 링크스를 담당하는 오퍼레이터, 셀렌 헤이즈.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저 사람한테 한 마디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라고 생각한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는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클로즈 플랜은 두 번에 걸쳐서 변경되었다. 스트레이드의 링크스 영입, 그리고 독립 용병 로이 써랜드와의 접촉.” 거기에 막시밀리앙 본인의 사심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비밀이 숨어있긴 했지만 뭐 결과가 좋으니 그 누구도 거기에 딴지를 걸지는 않고 있었다. “덕분에 에렌베르크의 상태는 매우 양호, 현재 1차 발사를 통해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현재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여전히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혼란을 막는 것이다.” 컬러드 랭크 1위 오츠달바의 오만한 목소리가 아닌, 오르카 랭크 1위이자 젊은 혁명가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 특유의 위엄찬 목소리가 이어졌다.
라인 아크 측에 협력 의사를 전달한 건에 대해서 로디에게 묻자, 로디는 그 글러먹은 옛날 친구를 설득하니 어느정도 말이 통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옛날 사람이긴 하지만 그만큼 나이가 들진 않았을텐데. 어쨌든간에 구 시대의 이레귤러였던 화이트 글린트의 링크스, 아나톨리아의 용병이 주도하여 라인 아크의 협력을 얻어낸 것은 정말 희소식이었다. “생존해있는 다른 콜로니는?” 막시밀리앙의 물음. “콜로니의 전체가 동조한 것은 아니지만, 메르첼이 제시한 오차 범위가 허용되고도 남을 만큼의 협조는 받아냈어.” 거기에 답한 것은 또 다른 인테리올 출신, 아니... 인테리올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독립 용병 로이 써랜드였다.
자신도 못 시켰던 과로를 메르첼에게 하게 만들어서 장기 파업을 선언케 만든 남자. 아니, 애초에 메르첼의 과로는 남이 시켜서 한 게 아니라 그 스스로가 ‘이거 가능하겠는데’ 라고 계산 결과를 내놓은 바람에 진행된 일이라, 그가 누군가를 욕한다면 클로즈 플랜을 실시간으로 뜯어고쳐야 했던 메르첼 본인을 욕하는 수 밖에 없었으니 뭐 그건 제쳐두고.
”뭐, 우리 못 미더운 신사분께서 어련히 잘 해주고 있으리라 믿고 있겠네.” 진중함이라고 할만한 것을 내다버린듯한 네오니더스의 발언에 로이 써랜드는 “하핫,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해서 말이지.” 이라 답하며 웃어넘겼다. 이게 회의인지 서로 담소 나누려고 티타임을 가진건지 모를 상황이지만 회의는 진행되었다. 어쨌든 주최를 한 당사자였던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는 이 낯설면서도 낯익은 분위기가 그나마, 그.나.마. 컬러드 시절보다는 단합되고 있는 것 같아 그 누구도 듣지 않을 실소를 흘려버렸다.
그렇게 진행되던 회의는 어느 정도 결과를 내게 된 것 같아, 막시밀리앙은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정리를 하도록 하지.’ 라며 회선을 계속 열어놓은 채 자리를 비웠다. 그가 자리를 비우고, 오르카 외부 인원인 셀렌 헤이즈, 로이 써랜드 역시 자리를 잠시 뜨려는 찰나 로디가 입을 열었다. “컬러드에 있을 때에 비해서 사람이 너무 많이 달라졌는걸, 아니, 원래 저런 남자였나?” 왠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뒤따라 나올 것 같음을 감지했는지, 자리를 뜨려던 로이 써랜드는 무언가에 홀린 듯 다시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셀렌 헤이즈는 자신과 별 관계가 없는 이야기임에도 어째 이 말을 꺼낸 당사자가 그 GA의 로디였던지라 그대로 멈춰섰다.
”흐음, 우리는 기업련 쪽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은 잘 몰라서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살짝 들춰보듯 묻는 바오에게 로디는 “적어도 여긴 회의 진행 전후에 누가 연초를 피운 것을 트집잡아 한 마디씩 던지지는 않아서 말일세.” 라는, 누군가 들으면 기함할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꺼냈다. 현재의 환경이 조금 불안정한 탓에 가상 음성 회의로 진행되고 있는 오르카 여단과 다르게 컬러드는 가상 음성 회의 및 오프라인 회의도 자주 진행했었다. 물론 다양한 소속과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이는 곳 답게 각자의 취향도 확고했고.
그 중에서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 아니, 오츠달바가 꽤나 독한 연초를, 가끔 시가를 피우기도 한다는 것은 컬러드에 몸담았던 입장에선 모를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없는 릴리엄 월콧과 윈 D. 팬션도 오츠달바의 악취미스런 그 취향에 불쾌감을 표시했던 것이 한두번이던가. 물론 오츠달바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시하거나 당당하게 역으로 자신의 기호식품에 대해 여기서 논할 이유가 있냐 따지기도 했다는 둥, 로디가 능글맞게 풀어놓는 사소한 이야기를 듣던 네오니더스와 바오의 입꼬리는 슬쩍 수직상승을 하고 있었다.
”하긴, 윈디도 그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나네.” 로이 써랜드의 지원사격. “내가 여기에 나온다니까 ‘이제는 그 멍청이가 풍기고 다니는 유독가스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된다니’ 라며 은근히 기뻐하더라고.” 그렇게 말하는 로이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잔뜩 스며있었다. 뭐, 그도 용병 생활을 하며 이렇든 저렇든 오츠달바를 직접 만났었고, 그의 기호식품 취향은 잘 알고 있었으니 이런 이야기에 자연스레 끼어들 수 있었겠지. “그녀의 건강은 괜찮은가?” 윈 D. 팬션에 대한 언급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게 된 셀렌 헤이즈의 희미한 걱정 섞인 물음, 아무래도 과거 소속이던 레오네 메카니카의 현 주소가 인테리올 유니온이다보니 까마득한 선배로서 까마득한 후배가 궁금하긴 했던 모양이다.
”뭐, 정말 다행히 괜찮아. 그녀가 원체 강한 여성이기도 하고... 그녀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렇겠지만, 아이는 되게 건강하댔어.” 로이는 자신과 윈디 사이의 아이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에서 행복이란 두 글자를 지워낼 수 없었다. 아니, 지워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못 미더운 독립 용병이 오르카 여단에게 조커 카드 역할을 해줬으리라 상상하겠는가. 아니, 그보다도 그렇게나 기업련들의 평가가 저점을 찍다 못해 바닥을 뚫어버린 그 독립 용병이 유부남이 되는 길을 걷다니, 나이가 좀 있는 편인 세 남정네는 로이의 말을 듣고는 그저 헛헛하게 웃음을 흘리며 좋을 때라고 부추겨주었다.
어쩌다보니 예비 유부남이자 예비 아빠가 된 로이 써랜드의 힘들었던 시절을 넋두리 늘어놓듯 하는 분위기가 되었지만 어르신 셋은 링크스 전쟁 이전의 젊던 자신들의 과거를 떠올리며 그럴만 하다며 잘 이겨내고 있는 로이를 칭찬했고, 셀렌은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면서도 링크스로서 싸우고 투쟁하는 길이 아니라 다른 평화로운 길을 찾아내게 된 윈디의 모습을 떠올리며 엷은 미소를 띄우고 있으려니, 주제는 다른 쪽으로 틀어졌다.
”허허, 우리 여단장 나으리도 언젠간 그리 되겠지.” 틀어진 주제의 발단은 네오니더스에게서 시작되었고, 거기에 한 숟갈 올린 것은 “우리 쪽에 부탁하러 와서 한 말을 보면, 멀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다름 아닌 셀렌 헤이즈였다. 다른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뭐?’ 라는 소리를 내뱉자 셀렌은 어차피 다 알게 될 것이고, 그 개인적인 의뢰를 발주한 당사자가 현재 없는 관계로 어쩔 수 없다는 듯 털어놓기 시작했다. 분명 당사자 되는 나으리가 이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면 세상에 믿을 사람 한명도 없구나, 하고 현실의 쓴 맛을 다른 방향으로 느끼게 되겠지.
그 이야기를 듣던 로디는 “허헛, 그것도 집착이라면 집착이지만, 저기 다른 곳에 있는 영감님보단 낫구만.” 하고 답하는 것이 BFF에 틀어박혀 있을 어떤 노친네를 의미하는 것임을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양반, 링크스 전쟁 시절부터 갖고 있던 그 노욕을 여전히 못 버렸구만!” 네오니더스의 질색팔색하는 그 반응에 로디는 옳다구나 하고 병뚜껑이 열리듯 그간 보고 들었던 것을 술술 풀어놓기 시작했는데, 이를 듣던 모두의 생각은 이건 회의 쉬는 시간에 들을것이 아니라 모여서 술 한잔씩 주고받으며 들어야 더 좋을 것 같다는 거였다. 여기서 한 명을 제외하고 전부 링크스 전쟁을 떠올리고 있을 터.
그런 오래된 냄새가 풀풀 풍기는 옛 이야기는 제쳐두고 컬러드에서 있던 일들을 이야기하던 로디는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주제가 왕 샤오롱에서 릴리엄 월콧으로 옮겨갔는데, 역시 그 중에서 압권이었던 것은 “살면서 어떻게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단 말일세.” 컬러드의 에렌베르크 공략전이 실패하는 순간 정말 오만상 찡그려지는 말을 내뱉으며 도망갔다는 그 미련 가득한 남자에 대한 소리와 그 이후 여러 의미로 뒤집어 엎어져가던 컬러드 내부의 상황이었다.
그때의 이야기를 듣던 로이 써랜드는 “처음에는, 죽은 줄 알고 전부 당황했었지, 지금도 대외적으로는 사망 혹은 실종이라고 못박힌걸로 알고 있는데.” 라며 회고하듯 말했고, 네오니더스는 그건 어쩔 수 없는 정치적 입김의 영향이 조금 닿은거라고 씁쓸함을 슬쩍 드러냈다. “은옹, 그 아가씨의 요청도 있었다는 건 왜 빼십니까?” 바오의 지적에 네오니더스는 그랬나? 싶은 반응을 보이다 멋쩍은지 헛기침을 했는데, 여기에는 비밀이 있다는 의미다.
’개인적인 요청?’ 다른 이들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비밀에 근접한 말이 튀어나오자 네오니더스와 바오는 입가를 씰룩였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순간에 들려온 불청객의 한 마디. “그만, 거기까지.” 돌아왔다는 말도 없던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의 중지 권고에 네오니더스는 아쉽다는 듯 혀를 한번 쯧 차고는 침묵했다. “사람 놀래키는 재주는 가상 회의에서도 드러내는 건가, 레이레너드의 왕자님.” 비아냥에 가까운 셀렌 헤이즈의 말에 막시밀리앙은 일순간 눈가를 움찔했으나 그걸 애써 되돌려 받아치지는 않고 “어느 순간부터 배가 산으로 가길래 멈추라고 한 것 뿐이다.” 라며 한창 진행중이던 뒷담화가 앞담화로 변질되는 것에서 회피하려고 시도했다.
”그래서, 왜 늦었나?” 그러다가 셀렌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막시밀리앙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레일건에 영 좋지 않은, 마치 메인 부스터를 직격당한 스테이시스마냥 경직당하자 거기에 추가타로 날아온 것은 “왕자님이니까, 공주님의 어리광을 받아주고 있었거나, 아니면 공주님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겠지.” 미칠듯한 화력의 남십자성이라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의 회선은 정체 모를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끊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그 속에서 네오니더스는 슬쩍 눈치를 보듯 “어쨌든, 나머지는 천천히 해도 될 것 같은데, 이 쯤에서 해산하는게 어떻겠나?” 라며 제안했고 모두 찬성표를 던졌는데, 회의를 개회했던 막시밀리앙이 들으면 혼절하고도 남을 뒷 이야기가 있다면 분명 회의는 끝났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었다는 거다.
이 후일담에 대해서는 얼마 후, 건너서 소식을 접한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가 ‘어떻게 믿을 사람 하나도 없냐’ 라며 장탄식을 내뱉은 것은 비밀이다.
그리고, 대체 왜 회의 중간에 긴 휴식 시간을 가졌음에도 늦었는지도 비밀이고 말이다.
뭐, 당사자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주 잘 말이다.
모르면 그게 붕어이고 조제남조지 뭐겠는가.
릴리엄은 언급만 되고 등장 하나 없지만 릴리엄이 테루미랑 어쩌고 있었는지는 유추가 가능한 내용
테루미 회선이 끊어진건 키보드 샷건 쳐서 그렇대
암튼 릴리엄이랑 테루미랑 같이 있었던건 맞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어쩌고 있었는지는 비밀이니 알아서 상상하도록
이 괴문서의 릴리엄은 아직은 성인이 아니다
아직은
아직
릴리엄은 나의 어머니가 되어주었을지도 모르는
마침 그 로리콘도 부계분탕충인
ㄹㅇ 샤붕이같네 ㅋㅋㅋㅋㅋㅋ
이 괴문서의 목적은 테루밍 망가뜨리기다
이제 BFF 경량이 나오는건가? ㅋㅋㅋ
'아직' BFF가 될지 레이레너드가 될지는 나도 모름 어쩌면 둘 다일수도 있고(!)
릴리엄의 생일이 지나는 날 테르미도르 방에 있는 선인장에 꽃이 피겠구만
스트레스 10 찍고 붕괴가 터졌지만 도덕성까지 사라진건 아니어서 생일만 기다리고 있는 릴리엄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