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현실이란 어쩔 수 없는 것
”분명 나는 부탁을 했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는 읊조리듯 맞은편에 서 있는 남성에게 말했다. 그의 말을 듣는지 안 듣는건지 모를 상대는 보온병에 담긴 커피를 플라스틱 잔에 따르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 한 잔은 막시밀리앙에게 권해지듯 건네졌다. 그 잔을 내려다보며 거부의사를 표하려다가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한 잔은 받아두도록 하지.” 라며 커피를 받아 한 모금 홀짝였다.
좀 미심쩍단 생각으로 받아 마신 커피이긴 하지만 이게 은근히 그의 입맛에 맞은 탓일까, 최근 있었던 일에 대해서 따지려고 이 남성을 불러놓은 막시밀리앙은 그 일은 잠시 잊고 은은하고 독특한 향을 잠시 즐길 수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군.” 막시밀리앙의 쓴 웃음소리를 한번 넘어온 목소리를 들은 상대의 건조한 대답이 들렸다. “내가 커피를 좀 잘 타는 편이긴 하거든.” 농담에 가까운 말이지만, 그 말을 하는 목소리는 세월 속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며 인간성이 마모된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막시밀리앙이 못 미덥다는 눈빛으로 받아들었던 잔을 비운 것을 확인한 남성은 말 없이 보온병을 들어올려 한잔 더 마시겠냐 물어보았고, 막시밀리앙은 “괜찮다면 말이지.” 라는 말과 함께 잔을 다시 건넸다.
”그 부탁은 나에게 한 것이지, 그렇지 않나?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 잔에 다시 커피를 따르던 남성의 말에 막시밀리앙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화이트 글린트의 링크스, 아니, 예전 전쟁 당시의 이름으로 불러줘야 하나?” 비아냥거림이 뒤섞인 능글거리는 목소리에 상대방은 자극받긴 커녕 씩 웃으며 받아쳤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도 알 텐데, 나라는 인간에게 진짜 이름은 전혀 없다는 것을.” 잔이 다시 건네지고,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는 그 잔을 다시 받아들었다. “어쨌든, 그 부탁받은대로 나는 릴리엄 월콧과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만.” 그러나 뒤이은 발언에 잔을 받아들고도 입을 대지는 못했다.
”피오나 예르네펠트, 그녀가 접촉을 했다면-” 막시밀리앙이 다시 입을 열었고, 상대는 “그럼 부탁을 할 때, 그녀도 포함했어야지.” 다시 받아쳤다. 쯧 하고 혀를 차고나서 생각해보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는 막시밀리앙의 모습을 본 상대방, 화이트 글린트의 링크스이자 과거 아나톨리아의 용병이었던 남성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그건 내가 대신 사과하지, 그런데 결과만 놓고 보면 너에게도 좋은 일 아니던가?”
물론 막시밀리앙은 커피를 마시다가 그 말을 듣고는 사레가 들려 격하게 콜록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씨익 웃던 아나톨리아의 용병은 과거의 자신이었다면 전혀 유지하지 못할 능글거림을 거느리며 말을 이었다. “오르카 여단의 여단장도 아니고, 컬러드 랭크 1위의 링크스도 아닌, 그저 한 명의 인간 남성으로서 책임지기로 한 결과가 바로 그녀의 생존이라는 것,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레이레너드의 소년.”
꽤나 날카롭게 파고든 말이라, 막시밀리앙은 기침하면서도 그 말에 반박을 할 수 없었다. 비대하던 자존심까지 억지로 구겨가며 이레귤러에게 무릎 꿇고 한 부탁이었고 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기로 했었으니까. “예전에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부탁의 연장선이었을 뿐이다.” 에둘러서 회피했지만 하필 상대가 그런 회피가 안 먹힌다는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 부탁의 연장선이라고 말하고 있음에도 거리조절을 못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의 무의식이 그녀를 원하고 있다는 거다.” 상당히 직설적인, PA 간섭 없이 직격으로 뚫고 들어오는 말에 막시밀리앙은 결국 체통을 지키지 못하고 마시던 커피를 뿜어버렸다. 아나톨리아의 용병은 그 모습을 보며 좀 짜게 식은 표정을 한 채로 티슈를 뽑아주었고, 그것을 받아든 막시밀리앙은 조금 얼 빠진 표정으로 자그마한 참변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무슨, 무슨 소릴 하려는 거냐, 아나톨리아의 용병.” 분명 대화를 하려고 부른 쪽은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가 맞는데, 분위기는 그의 편을 들어주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대화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이자 아나톨리아의 용병은 자조하듯.
”오메르 사이언스제 넥스트를 타고 그런 어중간한 전법을 펼쳐도 괜찮았던 것은 네 실력이 맞다. 하지만 그녀와의 관계에는 그 실력이 통하지 않을거야, 어중간하게 굴다간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하게 되겠지. 참고로 이건 조언이다.”
그 말을 들은 막시밀리앙이 물었다. “조언?” 자신의 선배와 지인, 친구, 수많은 사람들을 제 손으로 장사지낸 지난 시대의 이레귤러가 이런 남녀관계에 조언을? 그러자 아나톨리아의 용병에게 내걸린 미소가 점차 빛을 잃어가더니 복잡한 감정이 스민 얼굴로 변했다. “젊을 적, 은인을 잃고, 지켜야했던 사람을 잃고, 친구이자 전우 되는 이를 잃고, 지키고 싶었던 공간을 잃었다. 그리고 방황했다.” 대화 속에서 마시지 않고 있던 그의 커피는 이미 팍 식어버려 향과 맛이 날아가버린, 그저 씁쓸한 탄맛이 가득한 물이 되어있었다. “그런 내 곁을 지켜준 사람이 피오나였다. 내 방황에 함께해주었고, 그 방황길의 새 정착지이자 휴게소가 된 라인 아크에서도 그녀는 나와 함께해줬다.” 쓴맛 가득한 식은 커피를 들이킨 아나톨리아의 용병은,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링크스 전쟁 동안 인간으로서의 가치관을 버리고 전쟁과 살인을 위한 병기가 된 나에게 안식과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것들을 다시 알려줬던게 그녀였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내가 스스로를 잃어버렸을 때, 그 순간에도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그녀의 존재였음을.” 용병의 시선에 담긴 것은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가 아니었다. 어쩌면 지나왔을 세월에 흔적을 남긴 과거의 자신.
”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그녀의 존재와 가치가 너무 커서,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난 내 진심을 고백했고, 그 이후로 계속 이어지다 지금 현재까지 온 거다.” 왠지 다른 사람의 연애사 뒷배경을 듣게 된 것 같아 일순간 혼란을 받았던 막시밀리앙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물었다. “그러니까,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 오르카 여단 봉기를 이뤄낸 자, 그 이전에 컬러드 랭크 1위이자 오메르의 천재 타이틀을 따냈던 사내 치고는 상당히 바보같고 한심한 반응들이라 이런 인간관계 쪽으로는 경험이나 내성 같은게 전혀 없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던 아나톨리아의 용병은 결국 소리내어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비웃으려는 목적이 아님을 알고 있던 막시밀리앙은 용병의 행동에 그저 의문만을 표할 뿐이었다. “레이레너드의 비원을 이루기 위해서만 살아왔던 건가, 너도 많은 걸 잃으면서 스스로 포기했군.” 어쩌면 동질감을 느낀 걸까, 하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않는 아나톨리아의 용병을 보던 막시밀리앙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닮은 꼴 찾기를 하고 싶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은데. 내게 필요한 요건만 말해라.”
”네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레이레너드 꼬맹이. 그녀, 릴리엄 월콧에게 갖고 있는 감정은 네 옛 지인에게서 이어진 책임감이냐, 아니면 한 명의 남자로서 느끼는 이성을 향한 사적인 감정이냐.” 한 방에 PA를 소멸시키고 메인 부스터를 침묵시키는 일격을 떠올리게 하는 조언에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는 잠시 자신의 생각회로가 굳어버리는 감각을 느꼈다. 이제 서로가 할 말이 끝났다고 생각해서일까, 자리에서 일어난 아나톨리아의 용병은 첨언 한 마디를 덧붙였다.
”월콧 가의 막내가 성인이 되기까지 얼마 안 남은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적어도 내가 한 말에 대한 답을 생일날 전까지 생각해봐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머리는 남아 있겠지.” 그러면서 막시밀리앙의 어깨를 툭 하고 한번 잡아준 다음에 밖으로 나가는 아나톨리아의 용병. 그 모습에 막시밀리앙은 낯익으면서도 낯선 기시감을 느꼈다.
왠지, 레이레너드의 비원을 위해서 과거의 자신을 내다버리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 과거에서 보았던 것 같은 익숙함이었다.
그렇게 밖으로 나갔던 아나톨리아의 용병이 갑자기 다시 돌아오더니, 꽤나 단조롭게 생긴 쪽지 하나를 건네주고는 진짜 마지막인 사담을 덧붙였다. “시간이 된다면 와도 좋다. 바빠서 올 시간도 없겠지만.” 왠지 은근히 자신을 도발하는 것 같아서 헛웃음을 내뱉으려던 막시밀리앙은 진짜 돌아간 아나톨리아의 용병이 주고 간 쪽지를 확인했다. 청첩장이었다. 뜻밖의 상황에서 받은 뜻밖의 청첩장.
에렌베르크의 첫 발사, 그 포성을 시발점으로 하여 미래의 광휘가 인류에게 찾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당연하게 했어야 했던 모든 것들을 오랜 세월동안 마음 속의 상자에 담아둔 채 지내다가, 열어젖혀진 하늘과 함께 찾아온 평화에 의해 먼지 쌓인 상자를 열게 된 것. 왠지 그 사실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생각한 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는, 아나톨리아의 용병이 남긴 말을 곱씹었다.
휴일, 휴일이라고 생각하고 다녀올까. 그렇게 생각하던 막시밀리앙은 자신과 함께 갈 사람도 이미 무의식 중에 정해두었다. 아니, 그 사람 말고는 같이 갈만한 사람도 없었지만.
어쩌면, 정말 어쩌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임을 미리 내다봐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아나톨리아의 용병, 링크스 전쟁의 하얀 새를 이해하기엔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 평범한 범인에 지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하루 종일 들었던 막시밀리앙이었다.
오늘은 말이 괴문서지 옛날 사람이랑 비교적 요즘 사람인 남정네 둘이 대화하는 내용
인데 막시밀리앙이 일방적으로 터키틀딱한테 말로 두들겨맞는
이쪽의 터키틀딱은 저기 평행세계 IF물에서 케밥집 하는 자신과 다르게 자기가 사람들 죽이고 그랬던거에 미안함을 느낄지언정 후회는 없어서 당당하다
그래서 만약 릴리엄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았을 때 죽지 않는 선에서 칼 몇대 정도는 맞아줄 용의가 있는게 이쪽의 틀딱
물론 죽어서는 안될 이유가 바로 옆에 있기때문에 뭔 짓을 당하더라도 죽을 일은 없다
그런 죽을 일은 저짝 인테리올의 남십자성 커플도 그렇고 릴리엄이랑 옷쓰에게도 없으니 안심하고 즐겨다오
“그럼 부탁을 할 때, 그녀도 포함했어야지.” 완벽주의자 오늘도 1패
릴리엄이 엮인 일에 대해서는 의도하지 않아도 반드시 나사가 빠지게 되는 테루밍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쟁의 종식되고 인류의 통합이 필요하다면서 분쟁 억제 기구, 신생 레이레너드의 창설을 선언하는 테르미도를 요구한다
생각해둔게 이미 있다
달다
이건 스위트 아메리카노라는 거다 에스프레소 원칙주의자인 다리오 엠피오라면 입에 게거품을 물게 되는 맛이지
다리오에게 눈높이교육을 해주자면 쇼콜라타 맛 젤라또 정도의 달달함이다...
완벽주의자였지만 현재의 상황은 상정하지 않은 뜻밖의 일이었고, 애당초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이래저래 실수가 터지는 막붕이였고 이 새끼는 쓸데없이 완벽주의자라 지인의 마지막 소원조차 자신의 손으로 이뤄주지 못하고 남의 손에 부탁한 내가 무슨 낯짝으로... 같은 생각으로 묘하게 릴리엄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낮춰보다가 주변에서 뭐 이런 참피멘탈 새끼가 다 있냐고 면박들어먹지 않았을까
그런 면모 때문에 목줄이에게도 릴리엄에게도 한소리 들을 예정
오늘도 이악물고 버티는 테르미도르 하지만 그렇게 버텨도 코가 꿰일때까지 얼마나 남았을진 아무도 모른다
릴리엄의 생일이 얼마 안 남았댔으니 그 생일 전후로 꿰이게 될것...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어차피 완벽주의자 이미지 붕괴했음에도 그 붕괴한 이미지 주워다 어떻게든 기워보려는 테루밍이 한심하게 보이는 연애/인생 선배 틀딱햄... 걸즈토크....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한번 해 볼까...
근황토크를 하다가 어느순간 자신들이 맡고 있는 남정네들 이야기로 옮겨가고 뒷담화 틀다가 한명씩 지목당해서 조곤조곤 상담해주는 급전개 걸즈토크 과연 이 상황에서 릴리엄은 지목당했을때 아무말대잔치를 안 하고 버텨낼 수 있을것인가...
왕가놈에게 가스라이팅 정신교육 당할때보다 더 숨막히는 상황이라 우물쭈물대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릴리엄 그런 모습을 본 윈디가 '그래서 그 얼간이는 확실하게 붙잡은거니' 라고 물어보면서 모든 집중이 릴리엄에게 쏠리게 되는데....
왠지 갑자기 피오나 응디 쥰내 말랑말랑거릴거 같은 생각이 든다... 와이셔츠에 미니스커트에 좀 비치는 검스를 끼고있겠지.. 금발벽안 단발... 응디 되게 크고 말랑할듯.. 옵빠이는 기본과 큰사이즈의 중간쯤이려나..
아침에 맛이 갔었나 나 왜이랬지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