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녀석이 왔다. 모두 준비해.]

최강급이라는 링크스 전력이, 스트레이드를 잡기 위해 모였다. GA, BFF 코퍼레이션, 오르카 여단, 그리고.. 나도 참가했다. 그와의 끝을 봐야 했다. 나에겐 책임이 있었으니까. 그를 바른길로 이끌지 못한 책임이, 있었으니까.

그런 책임이 있었다.

허나, 두려웠다.

내가 정말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정말 그를 죽이려 할 수 있을까?

···

···

···

"하아...하아..."

얼마 가지 않아, 모든 이들이 이 아르테리아 카팔스의 땅과 바다로 추락했다.

남은 건, 이제 나 혼자다.

아니.. 이걸 혼자 남은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알 수 있다. 그는 날 죽이지 못하는 게 아니다.

죽이지 않는 거지.

선생으로서의 정이란 건가...

"대답해 줘. 나의 링크스."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나도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다. 그는 상냥했지만, 과묵했으니까.

그래도 일말의 기대감마저 품지 않았냐고 한다면, 그렇진 않다.

그의 상냥한 목소리가.. 다시 나에게 닿기를 바랬는데..

내 목소리는 이젠 너에게 닿지 못하는 걸까?

아니, 닿아야만 한다. 그를 막아야만 한다.

"...기억해? 우리 첫 만남.."

그 순간, 그의 넥스트의 움직임이 잠시 요동쳤다.

기억하고 있구나... 하긴, 잊을 리가 없겠지... 잊을 수가 없겠지..

"인테리올 유니온의 실험실에서 널 발견한 그날.. 그날을 절대 잊을 수 없어... 그때 넌 어렸고.. 모두를 믿지 못했지."

말하면서도, 넥스트는 움직인다. 퀵 부스트가 난무하고, 그는 나에게 블레이드를 찔러 넣으려 접근한다. 그럴 때마다 레일 건으로 회피를 강제한다. 그렇게 시간을 끌어가며. 난 말을 걸었다.

"...그때 너의 눈을 봤을 때, 너의 눈엔 아무것도 담기지 않았어. 살고 싶단 욕망도,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널 데리고 나왔지. 그날 카스미 스미카는 죽고, 셀렌 헤이즈가 테어난 거야."

카스미 스미카.

나의 옛 이름.

그리운 이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그립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내가 그 이름을 가지고 있던 당시의 기억은... 좋지 만은 않았으니까.

"그때 너가 내 넥스트의 콕핏에 들어왔을 땐.. 넌 정말.. 작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큰걸까."

"네가 자랑스러웠어. 성장한 너가, 자랑스러웠어."

"조금 늦었을진 모르겠지만.. 미안 해, 링크스로써 일하게 한 것도 미안 하고.. 그 당시에 너에게 좋은 말을 해주지 못한 것도.. 미안 해. 이런 일에 엮이게 한 빚을 아직 갚지 못했는데..."

"그래도, 이 말을 해주고 싶어."

···

"넌.. 좋은 녀석이야. 상냥하고.. 강하고.. 어엿한 남자가 되었어. 여기서 정말로 너가 이긴다 해도, 너에게 당하는 거라면.. 나쁘지 않아... 유망할 거라 기대했으니까.. 당연한 거겠지.."

어느새, 레일 건의 잔탄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녀석이 탄 03-AALIYAH가 아무리 구형이라도 그 기동성은 알아주는데. 한번 실수만 해도 녀석의 블레이드가 날 덮치겠지. 심지어 내 기체는 기동성이 높다고 보기엔 애매한 Y01-TELLUS를 바탕으로 한 녀석이니, 한번 접근을 허용하면 치명적일 것이다.

이젠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역시나, 아무런 소리도 돌아오지 않았다.

레이저 라이플의 잔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니, 모든 무기의 잔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우린..."

결국, 레일 건의 탄환은 바닥을 보였다. 이제 녀석의 접근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미사일은 그가 회피할 것이고, 남은 레이저 라이플과 펄스 건또한 그럴 것이다.

이젠, 방법이 없다.

어떻게 그리 쉽게 판단하느냐고?

당연하다, 이미 녀석의 레이저 블레이드가 내 눈앞에 있었으니까.

"큭!"

순식간에 AP가 뭉텅뭉텅 깎여나갔다. AP는 내 정신력의 한도이자, 나와 연동된 AMS가 받아 넘길 수 있는 최대 정신 부하, 이 이상을 넘으면 AMS는 역류하여 링크스의 뇌에 막심한 부하를 걸고, 뇌를 구워 버린다.

물론, 예외는 존재했다. 그런 정신적 부하를 이겨 내고, 넥스트의 재기동을 일궈낸 존재를 적으로 상대했지 않는가.

난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미 녀석은 접근하여, 떨쳐 낼 방도가 없다. 이젠 펄스 건 마저 잔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른 무기들의 탄약은 진작에 바닥을 보였다.

녀석이 나에게 접근해 왔다. 펄스 건을 들고 저항해 보지만 더는 그를 막을 수 없다.

이젠, 받아들여야겠지.

"네가 낸 답이야. 나는 그걸로 족해..."

사뿐히, 눈을 감았다. 죽는다면 부디, 큰 고통이 나에게 오길, 그를 이렇게 만들어 버린 나에게 큰 고통이 따라오길. 그걸 바랄 뿐이다.

···

···

···

···

"....?"

이상하다.

나는, 죽은 건가?

아니야, 뭔가 달라.

"하앗...!"

눈이 떠지고, 난 흥건한 땀과 함께 일어났다.

잠깐, 일어났다고...?

"이게 대체...."

눈을 뜬 곳은, 다름 아닌 작은 방이다.

방을 나와 주위를 살폈다.

아무래도, 방이 두 개 딸린 집인듯했다.

주방도 있고, 욕실도 있다. 심지어는 TV와 컴퓨터도 있다.

창문은 없다. 그렇다면 이곳은 코지마 입자 방비 처리가 된 곳이거나 지하에 있는 곳이겠지.

헌데, 난 어째서 살아 있지?

때마침, 문 쪽에서 전자음이 울리고, 문이 열렸다.

"..너..."

"일어났구나. 누나."

상냥한 말투다.

허나, 그의 말투와 이 상황은 묘한 부조화를 일으켜, 나에게 불쾌감과 의아함을 주었다.

난 부르르 떨리는 입을 열어 말했다.

"그렇게 부르지 말아줘."

"한번 불러 보고 싶었을 뿐이야."

역시나, 또다시 상냥한 말투다.

궁금한 것이 잔뜩이다.

"대체, 뭘 한 거야."

"...그냥, 안전한 곳이라고 해둘게."

난 그가 있는 현관 쪽으로 걸어가 문고리를 잡았다. 문을 열고 싶었지만. 이 문은 양쪽에 도어락이 있었다.

"나갈 수 있더라도, 밖으로 나가지 마. 목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거야?"

"뭐?"

그제야 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목에, 무언가 차여 있다.

"폭탄이 심어진 초커야. 이 현관을 나가면, 폭탄은 그 즉시 터져, 너의 목을 날려 버릴 거야."

"..."

"거기에 있어 줘, 너의 목이 날아가는걸 난 보고 싶지 않아."

"...왜..."

죽음을 받아들인 나는, 가슴에서부터 올라오는 울분을 토해냈다.

"왜? 어째서야? 어째서냐고!"

주방에 있던 칼을 집어, 그에게 겨누었다.

"셀렌.."

"그렇게 친근하게 부르지 마!"

"셀렌, 일단 진정하고.."

"왜.. 왜 날 살린 거야?!"

"..."

"어째서.. 어째서냐고.. 날 죽이는 게 두려웠어? 무서웠어? 대답 좀 해!"

손이 떨려왔다.

"왜.. 왜... 난.. 죽음을 받아들였었다고.. 너에 손에 죽는걸 받아들였다고.. 어째서야? 왜 날 이렇게 살리고 냅둔 거야?!"

크게 떨리는 손으로 난 칼을 쥐었지만, 내 손은 결국 조종권을 상실했는지, 칼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뭐?"

"미안해, 더 이상은.. 시간이 없어. 가봐야 해."

"어디로.......?"

"크레이들."

아아.

아아아.

또 그곳인가...

그는, 또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는가...

"제발, 가지 마.."

다리마저 풀려, 주저앉아버린 나는, 다리를 끌며 그에게 다가 갔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미안해."

그는 내 손을 잡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문은, 굳게 닫혔다.


"잡아주길.. 바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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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맛보기로 써봤다.

반응이 좋으면 나중에 후속편 써오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