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란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다.
내내 구작만을 붙잡고 있던 10년 만에 나온 게임의 신작을 구매한 것도 선택, 그 신작의 DLC가 나오지 않아 스스로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친 것도 선택.
그 주먹이 영 좋지 않은 곳에 맞아 순간적으로 균형 감각을 잃고 쓰러져 측두부가 철제 프레임 침대 모서리에 찍혀 기절한 것.... 까진 선택이 아니겠지만.
어찌되었든 이것도 선택의 연쇄 끝에 이루어진 결과이리라.
다만 그동안의 결과는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아는 사람에게 들은 유망주 - 개잡주 - 에 투자해 잃었다던가, 다니던 대학에서 학사경고장을 보냈다던가 등으로 어찌저찌 수용할 수 있던 범위였던 것에 비해.
이번의 결과는 조금 많이 당황스러웠다.
"하."
기절에서 깨어나고 나니 익숙한 천장은 보이지도 않았거니와 일단 병원 침대가 아니었다.
누워있는 곳은 크림색 도장이 군데군데 벗겨지고 녹슨 철로 바래지는 중인 파이프베드. 시간은 밤. 천장의 구식 백열전등 하나만이 이「집」의 유일한 광원. 고개를 조금 돌려보니 내부는 마치 달동네의 좁아터진 판잣집이다.
벽면에 총탄 자국도 몇 개 박혀있다. 아마 20년 정도 묵은 낡아빠진 고시원도 이것보다는 나을 테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몸이 내 것이 아니었다. 손은 꽤 고생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크기부터가 다르다. 구체적으로는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정도.
고사리손으로 덮고 있던 스페이스 블랭킷 - 난민 지원품일까 - 을 걷어내고, 꼬맹이 몸 주제에 어제 음주라도 했는지 머리를 난도질하는 듯한 두통과 격투하며 상반신을 일으킨다.
"....좆같은 내 인생."
대충 알겠다. 이세계 전생인가 이거.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나는 일단 세수를 했다.
전신이 땀범벅이라 찝찝한 것도 있었고, 정신의 세척도 필요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집은 아직 수도가 연결되어 있어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왔다. 보나 마나 진작에 단수 조치를 당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의외였다.
뭐, 거울도 없었고 흙탕물이어서 되려 기분만 버렸지만. 그리고 침대로 돌아와 앉은 뒤. 곰곰이 생각했다.
이세계 전생. 하도 인기가 많아 범람하는 탓에 소설이나 만화에서 질리도록 많이 접한 장르다.
주된 패턴으로는 어린아이를 구한 뒤 트럭에 치이고 여신에게 치트를 받아 머리 이상한 라노벨 판타지에서 하하 호호 하렘.
혹은 하던 게임이나 소설의 세계에 주인공이나 모브에 빙의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기.
마지막으로는 별 연관도 없지만, 아무튼 너 이세계행.
"어느 쪽일까."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자세를 완전히 대자로 뻗어 눕는다. 안 그래도 이해 안 되는 것 천지인 상황이다. 몸이 조금이라도 편해야 집중에 도움이 된다.
하여간, 우선 치트 라노벨은 아니다. 기절했을 적에 로리 여신 같은 걸 만난 기억은 없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2번과 3번. 내가 알고 있는 창작물 기반의 세계에 떨궈졌거나, 아예 뭔지도 모를 세상에 연약하기 그지없는 소년의 몸으로 떨궈졌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전자이길 바란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리폼되긴 했지만 명백한 디지털 무늬의 군복이었던 것. 그렇다는 건 여긴 뇌를 빼고 살아도 좋은 판타지 세계관 따위가 아니다.
최소 현실에 기반을 둔 SF. 재수가 없다면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다. 그런 상황에서 조금의 정보 우위도 가지지 못한 채 이 몸으로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불가능하다.
아주 운이 따라봤자 기초적인 임플란트 쓰던 모 남미계 소년 꼴이겠지.
그렇기에.
일단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지금 시간이 새벽 4시라서 한숨 잔 뒤가 되겠지만.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나 띠딕, 띠딕.
언제 세팅해두었는지 침대 옆의 전자 알람시계가 사람의 신경을 긁어대는 비프음을 낸다.
"역시, 꿈이 아니었어."
어젯밤 묘하게 침착할 수 있던 건 어느 정도 지금의 상황을「꿈」이라고 이해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번째로 깨어나도 이 판잣집 천장이라면 이건 꿈 따위가 아니라 현실이 된다.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다시 몸을 일으키니 눈에 들어오는 건 끼릭거리며 돌아가는 25인치 실링 팬. 아침 햇살에 깜빡거리는 전등. 묘하게 심박수가 높아진다.
할 수밖에 없다.
쾅, 팔로 오전 7시 반을 알리는 전자 알람시계를 내리찍어 침묵시킨다.
"....윽!"
젠장, 합금제잖아.
얼얼해진 팔을 붙잡고 침대에서 일어나 흙탕물로 대강 세수를 마친 뒤. 나는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집 밖이 어느 정도의 치안일지 지금의 나는 모른다.
의외로 대한민국급 치안일지도 모르겠지만, 최악의 경우는 멕시코의 갱단 도시급일 터. 그렇다면 최대한 준비를 해둬야 할 터다. 구체적으로는, 무기가 필요하다.
여차할 때는 싸우기 위한 무기가.
21세기의 선량한 한국인이 할 만한 사고가 아닌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여긴 거의 99.9% 확률로 21세기의 한국이 아닌 것을.
현실인 이상 빠르게 적응할 수밖에 없다.
달칵, 구석의 철제 캐비닛이 열리자 보인 것은 삭을 대로 삭아 제대로 작동될지가 의심스러운 콜트 권총과 탄약이 절반 - 정확히는 4발 - 쯤 차 있는 탄창 하나였다.
"....우와, 나이프도 아니고 초장부터 총이냐."
탄창을 탁 쳐서 꽃아 넣으며 혀를 내둘렀다. 콜트 권총이야 군 생활 때 몇 번 만져봐서 쓸 줄 안다지만 문제가 되는 건 이런 꼬맹이 집에 총이 있을 정도라는 것. 밖은 아무래도 어지간히 무법의 땅인 모양이었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장전, 그리고 세이프티를 걸은 채 군복 상의의 안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그럼 나가볼까."
그렇게 판자로 만들어진 문을 연 순간.
쿵.
쿠웅.
기이잉.
저 멀리서부터 인간의 것이 아닌 발걸음이 들렸다.
한 걸음 한 걸음에 내장이 흔들리는 듯한 진동. 모터가 돌아가는 구동음. 반사적으로 고개가 돌아갔고, 나는 그 형상을 직시함과 동시에 나의「위치」를 이해했다.
노멀 AC.
괴퍼르트-G3.
알브레히트 드라이스 생산.
기체 측면에 레오네 메카니카의 로고.
그리고 옆에는 인테리올 유니온의 로고.
즉, 아직 메리에스와 합병 이전의 상황.
거기에 레오네 메카니카의 지배 영역은 유럽.
그렇다. 여긴 아머드 코어 4 시점의 유럽이었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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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하다못해 나이트 시티로 보내주지. 최소한 거긴 코지마 오염이나 넥스트에 탄 사이코패스 살인마에 인한 무차별 학살로 지구 멸망까진 안 가지 않나.
괴퍼르트가 눈에 새겨진 직후. 나는 괴퍼르트로부터 달아나듯이 있는 힘을 다해 거리를 뛰어다니다가 이제는 힘이 부쳐 걷고 있었다.
전신에 힘이 쭉 빠진다.
이 게임만 10년을 한 나이기에 단언할 수 있다. 여긴 어지간히 뒤틀린 세계다. 이런 고아 꼬맹이가 어떻게 미래를 안다고 해서 어떻게 될 세계가 아니다.
"흐으.... 젠장."
그 와중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신문 - 콜로니얼 타임즈라고 한다 - 을 주워 읽어보니「국가해체전쟁 종전 3주년」이라는 헤드라인과 동시에「영웅들의 초상」이라는 부제를 붙여 세 남녀가 정장을 쫙 빼입고 웃는 사진이 나와 있었다.
시간대를 생각해보면 조금 괴팍해 보이는 정장 남자가 아마 Sir 마우로스크. 검은 이브닝 드레스의 미녀가 스틸레토. 지금의 나에 비해 한두 살 많아 보이는 소녀가 카스미 스미카, 셀렌 헤이즈일까.
"....나이 먹었을 때 목소리랑은 영 딴판이네."
그 때는 무슨 여장부가 다 됐는데, 지금은 미소녀다.
국가해체전쟁, 링크스 전쟁과 12년간의 관리전쟁을 겪으면서 맛이 갔던 걸지.
짧게 한숨을 쉰 나는 신문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충격적인 진실에 정신이 나간 채 전력으로 도망치느라 이제야 보인 것이었지만, 콜로니의 모습은 지난 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듯했다. 길거리에는 쓰러진 건물과 부서진 차량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마치 지금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당초의 계획은 모조리 무너지고 그 잔해만이 굴러다니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마른 세수를 한다.
그리고 한 단어가 뇌리를 스친다.
링크스.
신화의 치세에서, 신이란 바로 힘을 뜻한다.
이런 고아 꼬맹이가 어떻게 못 하는 세계라면 말이다.
신이 되면 되는 게 아니겠는가.
다행히 그 방법은 알고 있다.
링크스란 넥스트의 파일럿이니 죽음의 사자니 뭐니 하지만 결국 일반인보다 AMS 적성치가 높은 인간. 그리고 AMS 적성이란 대체로 건강검진 등에서 발견되리라.
링크스 리포트의 미도 아우리엘은 대학 의학부의 AMS 실험에서 우연히 발견됐다마는 아무튼.
기업 입장에서도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심정으로 자신의 통치 영역 내에서 AMS 적성자를 찾는데 혈안일 테다, 분명 콜로니 내 시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같은 것에는 AMS 적성 검사 같은 것이 있을 터.
그러니 일단 건강검진을 받는다. 언제 하는지 몰라도 반드시 받는다. 그것이 첫 걸음이다.
그런데 검사해봤더니 AMS 적성이 없으면?
품속의 권총 물고 뒈져야지.
이 세계에 멋대로 떨궈놨으면 최저한도의 AMS 적성 정도는 주는 게 예의 아니겠나. 그런 것도 없이 던져놨으면 잘해야 코지마 오염에 전신이 찌들어 고통스럽게 죽을 삶이다. 더 살아있을 의미가 없다.
아까 본 신문에 의하면 올해... 2149년이 국가해체전쟁 종전으로부터 3주년. 링크스 전쟁의 개전은 종전 5주년 차에 일어나니 앞으로 남은 건 2년 정도가 된다.
2년 내에 어떻게든 링크스가 된다.
그 쯤이면 아나톨리아의 용병이 링크스 대학살로 한창 날리고 있을 시즌이긴 하겠지만, 기업도 기껏해야 1~2년 차의 링크스를 무턱대고 투입할 정도의 바보는 아닐 터.
적어도, 이번 전쟁에선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13년간의 관리전쟁과 그 뒤의 ORCA 사변은 솔직히 모르겠다마는. 음, 어떻게든 되겠지.
목적이 정해졌으니 혼란스러웠던 마음에 안개가 갠다.
그렇게 조금 시시덕거리며 집에 돌아오고 나니.
문은 열려있는 채. 젠장, 정신을 못 차리고 도망치느라 문 잠그는 걸 깜빡한 모양이다. 귀를 기울여보니 들리는 건 부스럭부스럭 뭔가를 뒤지는 소리.
잽싸게 품속의 콜트 권총을 꺼내 세이프티를 풀고, 두 손으로 잡아 앞을 겨눈 채 급히 뛰어들어간다.
"누구냐!"
집에 강도가 들어있었다.
부제목은 적당히 4나 fA ost에서 따올 예정
아까 암붕이 빙의물 괴문서 적다가 그냥 쓰기로 했다
다음 화
하필 전생해도 아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조제남조도 아니고 그냥 콜로니 고아 스타팅....
제목 The Bloody Honey Cannot Stop 어떰
뭔 음악 패러디임?
fA OST임
머 이건 말 그대로 인트로 파트니까 건강검진 후 연구소로 간 뒤에 후보로 넣어두겠다....
쥔공 넥스트는 무슨 프레임으로 생각하고 있음?
에이뿌랑 동기니까 레오네 소속 링크스, 텔루스 풀프레임이겠지
한방 블레이더 기대해도 되는거냐
4 시대에선 블레이드가 드래곤슬레이어 밖에 없어서....
암붕이가 빙의하면 목숨 건사하려고 성능충짓을 하지 낭만충짓을 할까?
결말은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음? fA 시작 시점?
몰라! 할 수 있으면 오르카 이후에 에이뿌랑 월면 데이트까지 쓰고 싶어!
에이뿌라니 꼴잘알이구나
하루만 기다리면 진흙을 퍼먹는 세상으로 가버려요
머리?를?내리!쳐요!!!!
왜 강도가 뒤지는게 금품류보다는 냉장고일거같지 어째
V계도 아니고 Au는 쓸모가 없다, 통조림이나 가져와라
4계면 햄이나 베이컨도 인공육일려나
마브러브 합성식품 같은게 주류 아닐까 싶음
국해전 전후 시기랑 콜로니 시대에서 그나마 입에 풀칠을 하는 계층도 인공육은 커녕 깡통에 든 멀건한 죽으로 연명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듦
일단 인테리올 산하 콜로니인 만큼 최소한도의 관리는 되고 있어서 영양죽 캔 만큼 어쩌저찌 배급은 되는데 그 이상을 바라긴 어렵다
더써오는 데수옹
이 시대 강도는 돈보단 밥을 노리고 왔을게 분명하다 머리?를! 내리!치?면? 링크스?전!생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