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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 지났다. 몸이 무겁다. 죽을 거 같다.

꾀병이 아니라 정말로 전신 근육통으로 죽을 것만 같다.

내가 배정받은 중앙 시가지의 제2공장은 영양죽 통조림을 만드는 공장이었다. 그래, 그 맛대가리 없는 소금간도 어설프게 된 멀건 옥수수 죽 말이다.

대부분의 공장 시설은 자동화가 되어 있어 크게 머리 쓸 일은 없었고, 하는 일은 단 하나. 2교대로 리치랜드로부터 수입된 10kg짜리 GMO 옥수수 포대를 짊어지고 2층 건물 크기의 교반기에 쏟아붓는 일이었다.

문제는 옥수수 포대가 적재되어 있는 곳은 1층에 있고, 교반기의 입구는 꼭대기 부분에 있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데다 계단뿐.

거기에 근무 시간은 6일 근무에 8 to 8. 외곽에 있는 내 판잣집과 중앙 시가지와의 거리를 생각하면 6시 반에는 기상해야 한다. 휴식 시간은 11시부터 12시까지의 단 1시간. 조금이라도 늦으면 그 주의 배급표를 받지 못한다.

요컨대, 현명한 경제 주체 엿이나 처먹어라.

비효율적인 작업 동선을 짜두고 휴식도 거의 없이 중량물을 들고 나르는 일만 12시간 내내 시킨다. 영유아라고 봐주는 것도 없다. 느릿해지면 곧장 호통이 날아온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니, 성인도 아닌 이 몸은 점점 지쳐갔다. 근육통과 요통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밤마다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이대로는 링크스고 자시고 횡문근융해증으로 픽하고 뒈져버리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토요일에 쥐여지는 배급표 때문이라도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마냥 언젠가 올 정기 건강검진을 기다리며 뻐팅기기엔 그게 정확히 언제 올지도 모르거니와 COAM 같은 화폐가 없는 콜로니의 생활에 있어서 이 배급표야말로 통용되는 유일한 대체 화폐였으니까.

무엇보다도, 암시장에 들어가려면 이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어쩌다가 친해진 작업반장 에반제 씨에게 들었다. 듣기로는 자칭 전 레이븐이라던가.

"끄으윽...."

하여간, 오늘은 일주일에 단 하루 있는 휴일이었다.

그간 공장에서 받은 배급표는 정확히 2주 치. 딱 그날그날만 먹고 살아있으라는 수준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중대한 계획이 있지 않나. 그래서 일주일 내내 하루 한1끼씩 굶고, 재수 없는 공장 관리자의 주머니도 살짝 털어 여유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지금, 근육통에 시달리는 몸을 끌고 암시장으로 향하는 내 손에는 6개의 칸에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3일치 배급표가 3장. 즉 18개의 영양죽 통조림이 들려져 있었다.

암시장은 콜로니 외곽부의 뒷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은 어둡고 음침했지만, 꽤 다양한 물건들이 거래되는 곳이었다. 나는 몸을 이끌고 그곳으로 향했다.

“꼬맹이, 여기서 뭘 찾는 거야?”

그렇게 입구에 들어섰을 무렵. 험악한 얼굴을 한 남자가 나를 보며 물었다. 아마 암시장의 바운서로 보였다. 기업의 주둔군이 가끔씩 단속을 해대는지라 서 있는 거겠지.

“....이 배급표를 팔고 싶은데요."

나는 힘겹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바운서는 고사리손으로 내민 배급표를 슥 훑어보더니 대답했다.

"가짜는 아니군. 통과."

고개를 살짝 까딱이고, 암시장 안으로 들어간다. 살 것은 미리 정해두었다. 진통제, 종합비타민제, 그리고 책이다.

진통제는 당장을 위해서다. 전신이 찢어질 것만 같은 근육통과 요통에 시달리는 이 상황에서 진통제라도 씹지 않으면 앞으로 잘해야 3일 정도가 한계겠지.

종합비타민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멀건 영양죽 캔으로 연명하다 보니 피골이 상접해지고 있다. 뭔가 추가적인 영양 서플리먼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책. 아직까지는 하나하나가 기업의 중요 기밀일 넥스트의 매뉴얼이야 당연히 없겠지만, 향후를 대비해 노멀 AC의 매뉴얼을 손에 넣고 싶었다.

그 뭐냐, 링크스 리포트에서도 노멀의 조종 기술은 넥스트에 타서도 도움이 된다지 않나. 시뮬레이터도 없고 순전히 책 내용을 암기하는 정도겠지만 안 해보는 것보단 낫겠지.

암시장의 내부는 어둡고 복잡했다. 각종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거래를 하고 있었다. 나는 먼저 진통제와 종합비타민제를 팔 법한 약재상을 찾기 위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각종 물건들이 널려 있는 암시장의 복잡한 구조는 처음 방문한 나에게는 미로와도 같았다. 혹시 이거 일부러 이렇게 배치해둔 걸까 생각이 들 정도로.

"무턱대고 오기야 했지만, 애초에 약재상은 어디지...?"

나는 중얼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건 말린 약초와 현대적인 약병들이 같이 진열된 암시장의 한구석을 차지한 작은 가게.

진열대 앞의 카운터에는 낡은 닉시관 라디오가 있어 구시대의 음악 - 샹송 같다 - 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가게 주인은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로 색이 바랜 의사 가운을 입고 있었고, 나이에 비해 눈빛이 날카로웠다.

이 시대의 생존자인가.

"저기, 근육통에 잘 듣는 진통제랑 종합비타민제 하나씩 주세요."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조금 경계하는 듯하더니 나를 한 번 훑어본 뒤. 경계를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딱 봐도 다 죽어가는 고아로 보일 테니. 할아버지는 진열대에서 약병 몇 개를 꺼내며 말했다.

“근육통에는 이 진통제가 좋을 게야. 그리고.... 종합비타민제? 남아있는 게 이거밖에 없구나."

나는 할아버지가 건네준 약병들을 받아들고 성분표를 살펴보았다. 2020년대로부터 80년이나 지났음에도 뜻밖에 의약품은 크게 바뀐 게 없었다.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 요컨대 타이■놀. 종합비타민제도 내용물 자체는 비슷했다. 반대로 말해 익숙한 약효라서 안심 안전인가. 가격을 묻는다.

"얼마인가요?"

할아버지는 흉터투성이의 앙상한 손으로 의사 가운에서 안경을 꺼내 쓴 뒤. 잠시 생각하더니, 가격을 말했다.

"각각 티켓 반 장이 되겠구나."

나는 곧장 배급표 한 장을 꺼내 할아버지에게 건넸다. 조금은 흥정을 해볼까 고민했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이 암시장에 있어 첫 방문자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보단 첫 거래를 잘 마치는 게 낫겠지.

할아버지는 배급표를 받아들고, 꼼꼼히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비닐 봉투에 두 약병과 종이 곽에 담긴 뭔지 모를 약 2개를 덤으로 담아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건?"

약 봉투를 건네받은 나는 곧바로 그 뭔지 모를 약들을 꺼냈다. 이것들만은 평소에 알던 약이 아니다. 뭔가 전문적인 의약품 부류인 건가.

"아, 그건 근이완제랑 위장보호제란다. 값은 따로 안 받을 테니 가져가려무나. 진통제랑 같이 먹으면 효능이 있을 테야."

나는 잠깐 멍한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나를 안쓰러운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이런 부류의 사람이 있었구나.

일단, 호의에 감사하며 약 봉투를 챙긴다. 아마 성인인 몸으로 전생했다면 없었을 호의다.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겠지.

이제 남은 것은 책이었다. 암시장의 복잡한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책을 팔 법한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




거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찾았다고 해도 좋을 약재상과 다르게 책을 파는 가게는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책이란 곧 지식을 기록하기 위한 매체고, 지식이란 내일을 향유하는 사람의 것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살아남기도 바쁜 이런 시대에서 내일을 찾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운이 좋아 배움을 받는다고 해도 기껏해야 기초적인 문자나 사칙연산이 끝. 고등 지식도 기업이 세운 전문학교에서 아주 편중된 범위의 것을 배울 뿐이다. 뭐, AC 매뉴얼도 따지고 보자면 그「편중된 범위의 지식」이지만.

어찌되었든 암시장의 다른 한쪽 구석에서 오래된 책들이 쌓여 있는 서점을 발견했다. 가게 주인은 보라색의 앞치마를 한 40대 즈음의 여자로, 책을 정리하며 나를 맞이했다. 뭐라고 할까. 딱 도서관 사서라는 느낌.

"책을 찾는 거니?"

아니, 전언 철회. 가까이서 잘 보니 얼굴에 큼지막한 흉터가 하나. 눈 한쪽은 사이버네틱 의안으로 대체했는지 초록색 안광이 빛난다. 마치 도서관 사서긴 사서지만 그보다도 전직 역전의 용병이라는 느낌이다.

번쩍. 조금 오줌을 지릴 뻔했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노멀의 매뉴얼을 찾고 있는데, 있을까요?"

그러자 그녀는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AC'의 매뉴얼을?"

그야 의심스러울 만도 했지만, 잘해야 13살의 꼬맹이가 대뜸 암시장에 와서 군용 병기의 교본을 사고 싶다고 하는 판이다. 세상이 아무리 미쳐 돌아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정보로 레이븐이라도 되고 싶은 거면 그만두렴. 이제 우리.... 그들의 시대는 이미 끝났어."

질린 듯한 목소리. 어라, 이 사람. 에반제 씨하고 다르게 진짜 전 레이븐이라도 되나. 그렇다면 설득할 방도가 있다.

나는 그녀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마주하며 진지하게 대답을 시작했다.

"아뇨, 끝나진 않았죠."

"끝났어. 단언할게."

"레이븐이란, 고액의 보수와 교환하여 의뢰를 수행하는 용병.

지배라고 하는 이름의 권력이 횡행하는 세계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예외적인 존재라고 들었어요."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그 눈빛은 여전히 의심스러웠지만, 그 속에 약간의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단 한 명뿐이라도 지배에 순응하지 않고, 자유를 원한다면. 그리고 계속해서 살아간다면.

레이븐이라는 건 절대 끝나지 않는다고 봐요. 설령 그 형태가 레버를 잡는 게 아닌 AMS 잭을 꽃는 식이라 해도.

....뭐, 제 꿈은 잘 먹고 잘 살기라서 이왕 되고자 한다면 링크스지만요."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리고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

"요 맹랑한 꼬맹이가, 벌써부터 그런 말이나 주워듣고 말이야. 하지만 네 결심이 확고하다면, 내가 막을 수도 없는 일이지. 값도 치르겠다며 온 모양이고.”

그녀는 책장 뒤쪽에서 오래된 책 한 권을 꺼내왔다. 괴퍼르트 같은 기업의 표준 AC 매뉴얼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조금 이전의 물건. 여기저기 포스트잇과 개인적인 팁이 수기로 적힌 국가해체전쟁 시대에 사용되던 하이 스펙 노멀의 매뉴얼이었다.

지금에 이르러선 유물이나 진배없는 물건. 기업의 링크스 양성 기관에선 기업제 노멀을 사용할 테니 온전히 활용하긴 어렵겠지만, 이건 말하자면 한 레이븐이 살아있었다는 증거다.

잘해야 솔라윈드나 괴퍼르트의 매뉴얼을 생각하고 왔거늘, 뜻밖의 수확이었다.

"이걸로 네 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티켓 한 장만 줘."

나는 기꺼이 배급표를 건넨 뒤. 책을 받아들고, 그 무게를 느꼈다. 오래된 종이와 잉크의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그 안에 담긴 지식은 지금의 나에게 있어 천금의 가치다.

시간도 이제 슬슬 10월. 때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대비해야겠지.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언젠가 사신은 찾아오고야 만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암시장을 나선 순간.

몇 명의 기업 병사와 함께 괴퍼르트 1기가 등에 대형 전광판을 장비한 채로 거리를 순회하고 있었다.

『콜로니 정기 건강검진은 10월 2일부터, 필수 참여』

내일이었다.





건강검진 건강검진 노래를 부르더니 드디어

암붕이라면 서점 주인은 대강 누군지 예상이 갈거다

한1끼가 왜 금지어야 시발



https://m.dcinside.com/board/ac/16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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