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드웨어가 술찌인데다 본인도 그걸 알아서 가급적이면 술을 안 마시려고 하지만 술 자체를 싫어하는건 아니라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입에 술을 대는 셀렌은 리미터를 풀어버리면 셀렌 헤이즈가 아니라 누군가 한심해하던 그 철없는 링크스가 되어버리는 셀렌
그런 셀렌 때문에 어지간해서 술은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치워놓는게 목줄의 정리 루틴이었다고
그랬었는데 앤서러 격파 이후 컨디션이 엉망진창이 돼서 하루 이틀정도는 정리를 제대로 못했던 목줄은 어느 날 밤 셀렌의 방문이 열려있길래 아무리 그래도 문은 좀 닫고 주무시라니까 거 참 하고 한마디 툭 던져놓는 겸 문 닫아주려고 문고리를 잡으니까 갑자기 방 안에서 셀렌이 자기 팔뚝 붙잡고 안으로 끌어당기길래 그렇잖아도 컨디션 멀쩡하지 않았어서 갑자기 몸 균형 잃으니까 바로 끌려들어가버린 목줄
자빠졌지만 다행스럽게도 머리랑 목은 침대 매트리스에 닿아서 다치진 않았지만 스승님의 돌발행동에 당황해서 아무 말도 안 하려니 그대로 자기 허벅지 위에 올라타버리자 순간 뇌내회로 쇼트가 나버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데
좀 정신 다잡으려니 방 안에 진하게 배어있는 술 냄새를 맡고는 아 설마 숨긴걸 기어코 찾은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목줄 허벅지 위에 올라탄 셀렌은 고개 푹 숙이고 있더니 갑자기 울먹이고는 평소와 다르게 하이톤 목소리를 내면서 목줄을 보고 맛쨩이라고 부르며 매달리기 시작하고 맛쨩이 누구지 하고 잠시 뇌 비웠던 목줄은 아 설마 마우로스크 말하는건가 하며 당황한채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나? 라고 묻는 목줄
마아아아앗쨔아아앙 내가 잘모태써 화나게 해서 미아내 힝힝 제대로 혀 풀린채 이 세상에 없는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는 셀렌의 술 취한 모습이 정말 칠칠치 못하게 보이면서도 좀 안타까웠던지라 목줄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술 취한 셀렌 아니 술 취한 카스미는 마우로스크로 착각하고 있는 목줄이한테 네가 남겨둔 그 애가 엄청 성공했다는 둥 진짜 강해졌다는 둥 맨정신일땐 딱히 하지 않았던 칭찬들을 청산유수로 늘어놓는 모습에 자기 칭찬을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많이 들어본건 처음이라 얼굴이 예전 누군가의 엠블럼마냥 시뻘개지는 목줄이를 보고 그 시절처럼 빵긋 웃어보이는 셀렌
맛쨩이 만들어준 주먹밥이 인생 최고의 주먹밥이었다면서 요리실력 칭찬하다가 갑자기 다시 울먹이면서 왜 날 두고 먼저 떠나버린거냐고 내가 그렇게 미웠냐고 한탄하는 셀렌에게 아무 말도 못해준채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구나 하며 살며시 안아준채 말 없이 다독여주면서 잠들때까지 기다려주는게 최선이었다고
다음날 필름 끊겼던 셀렌에게 아침밥이라면서 주먹밥에 즉석으로 만든 후리카케 뿌려서 내놓는 목줄과 그런 목줄을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셀렌에게 아 재료 있길래 한번 도전해본거라고 툴툴대며 시선회피하는 목줄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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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받으면 보여주는 모습도 그렇거니와 말투도 누가 들었을때 마우로스크가 살아있었냐고 물어보기 딱 좋은, 조금 다른 마우로스크였지 않을까 대신 성격은 마우로스크에 비해 둥근 편이라 마메대전을 기억하던 사람들에겐 아 확실히 다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고...
앤서러 격파 이후 시점이면 대충 우주에 대한 진상도 어느정도 안 시점일테니 진짜 술 존나 마렵긴 했겠다 마우로스크가 어디에 홀린듯이 자신에게 선민사상까지 섞어가며 설파하던 장광설의 진상이 바로 그런 비참한 현실이었으니 어지간히 씁쓸한게 아니었겠지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너는 지금쯤 그 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이 세상의 하늘을 같이 올려다볼 수 있었을까 하며 술을 한잔씩 홀짝이는 셀렌은 어느 링크스의 스승이나 오퍼레이터 같은게 아니라 그때 그 시절 누군가를 잃은 처량한 링크스 한 명에 불과해보였을지도
더 취하면 레밀이 되어버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