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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스 리포트 - 2149년 10월 11일

안녕하세요.

■■■의 연구소에 오게 된 뒤로 오늘로 8일이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일은 많지만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간 짬짬이 리포트를 올리는 동안 달린 댓글 몇 가지에 대해 답변을 달아 드리겠습니다.

> 쓰리 사이즈
죽어 엎드려 빌어주세요. 저는 게이와 상종하지 않습니다.

> 사람 좋아 보이는 웃는 얼굴은 꼭 조심해라
안 그래도 만사에 의심을 가지고 살고 있긴 합니다. 후보생 중 한 명이 그런 얼굴이더라고요.

> 예의 신경 쓰이는 후보생과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아직도 냉전이 한참입니다. 조만간 한 방 먹여줄 겁니다.

> 그 레이븐 매뉴얼이라는 것이 신경 쓰인다
제가 살던 콜로니의 암시장에서 구한 것입니다.
기본적인「토끼뜀」이나 미사일 회피에 쓰이는「O자 기동」등의 고급 테크닉이 적혀 있어 유용합니다.
이 곳의 실습용 노멀에 OB 유닛은 탑재되지 않아서 안타깝게도「OB 슬라이드」는 못 쓰겠지만요.

> 밥 잘하냐?
재료만 있다면 자신이 있습니다. 특기는 김치볶음밥입니다.

수많은 댓글에 감사합니다.

전부 달아 드릴 수 없는 점에 죄송합니다.

내일은 시뮬레이터를 사용하는 전투학의 시험이 있어서 자기 전까지 외울 것이 산더미입니다.

그런고로 오늘 밤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최초의 교전으로부터 7일이 지났다.

그 동안은 끝없이 강의, 운동, 시험의 삼박자가 반복되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레이븐 매뉴얼을 탐독했다.

체칠리아와 나의 스코어도 1라운드에서 7 대 6이 되나 하면 2라운드에서 즉각적으로 7 대 7로 치고 올라오는 식으로 현재로썬 8 대 8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소 특별한 경쟁이 될 예정이다.

전투학은 백병전의 기본부터 전술의 기초 지식 등을 배운 뒤. 4명씩 나누어 그룹별로 모의 시험장치, 요컨대 시뮬레이터를 통해 시험을 치른다.

시뮬레이터는 노멀 AC를 소재로 한 것을 활용한 것으로 카도르 씨에게 듣기로는「제작사의 기밀 사양까지 자세히 재현해 실제 데이터가 들어간 진짜배기」라던가.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자잘한 시험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성적에 큰 반영이 되는 시험이다. 나와 체칠리아. 확실하게 우열을 가리기에 적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적이 낮으면 링크스 후보에서 탈락해 AMS 실험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피험자로 강등당한다던가. 8번째의 도착이 늦어져 아직 AMS 잭의 형성 수술을 받진 못했지만 끔찍하기 그지없는 소리다.

안 그래도 링크스로써 선택받지 못하게 됐다는 게 속이 쓰릴 텐데 자칫하다간 실험 도중 AMS로부터 빛이 역류해서 뒈져버릴지도 모르잖나. 그건 죽어도 사절이다.

"잘 먹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트레이닝복 위에 야전상의를 걸치고, 숙소를 나온다. 오늘의 아침 식사는 특식이라도 되는지 크로와상에 누텔라가 별첨되어 나왔다.

오랜만에 맛본 진한 당분에 뇌는 기뻐하지마는 이걸 길한 징조로 봐야 할지. 진정한 지옥의 시작으로 봐야 할지. 잡생각을 하며 시뮬레이터실로 향한다.

가면서 읽는 건 딱히 없다. 이미 뇌리에 각인될 정도로 레이븐 매뉴얼과 전투학 교재의 내용은 외워뒀다. 남은 건 기도 정도일까. 아무리 준비를 해둬도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불상사가 찾아올 수 있다.

그게 없기를 바래야지.

총 10층 구조인 스콜라의 지하 시설에서 시뮬레이터실은 8층에 위치해 있다. 4층에 있는 숙소로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듣기로는 1층부터 3층은 소독 설비하고 방위 기구밖에 없다던가.

ㅡ띵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나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발걸음을 옮겼다. 8층의 시뮬레이터실은 이미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른 후보생들도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고, 한 사람 - 레이븐 - 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체칠리아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의욕이 넘치는지 이미 커버올형의 파일럿 슈트 안에 입는 이너슈트까지 착용한 채 여유롭게 팩 음료를 빨고 있었다.

등허리까지 큼지막한 롤빵이 늘어져 있는 걸 보니 나중에 저걸 어떻게 머리망에 집어넣을는지. 아니, 애초에 저게 들어갈 사이즈의 머리망이 있나?

그리고 이거 플■그 슈트나 다름없는 물건인데, 당당히도 입고 앉아있다. 이 여자는 수치심이 없는 건가.

뭐,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나는 그 모습을 힐끗 보고는 곧바로 시뮬레이터실 부속 락커룸의 캐비닛에 걸려 있던 이너슈트와 파일럿 슈트를 챙겨 탈의실로 들어갔다.

탈의실은 흔히 백화점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거울이 딸린 작은 방이었고, 나는 배운 대로 천천히 환복한 뒤. 마지막으로 딸려 있는 노멀용 HMD 헬멧을 옆구리에 낀 채 나왔다. 이거 하나가 아마 그 공장보다 비싸지 않을까.

"...그건 좀 너무 나갔다."

그나저나 잡생각이 계속 드는데, 좋지 않은 징조에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고. 그렇게 탈의실을 나온 순간.

눈에 비친 건 머리망과 레슬링 중인 체칠리아였다.

"에에잇...! 이이익...!"

흡사 전생의 호적메이트를 생각나게 하는 모습이다. 직업군인이었던 내 누나는 쓸데없이 머리를 길게 기르는 게 취미라서 그걸로 꽤 고생을 했었다. 그리고 그 뒷수습을 도와주던 경험에서 단언하건데.

저건 혼자서는 못 묶을 양이다. 그리고 지금 시간은 7시 50분. 시험 시작까지 10분 밖에 남지 않은 상황. 저걸로 시험에 차질이 생긴다면 곤란하다.

나는 팔을 뒤로 꺾다시피 머리카락을 주워담고 있는 체칠리아를 도와 머리망 안에 금발을 채워넣기 시작했다.

"다다당신! 뭘 할 작정인가요?!"

"아니, 조금 거들어주려고."

체칠리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머리망 안에 차분히 넣기 시작했다. 머릿결은 비단결 같지만, 그만큼 무시무시한 부피다. 꾹꾹 눌러 짜듯이 말아 넣어야 간신히 들어간다.

그렇게 어떻게든 다 집어넣으니 손에는 달콤한 꽃향기가 남았다. 무심코 코에 손을 대고 맡아본다. 아마 프리지아. 향수라기보단 샴푸 냄새일까.

"읏, 조력에는 감사하지만... ...그보다도 당신! 무무무슨 머리 냄새를 맡고 있는 건가요?! 추잡하게시리!"

뒤돌아보자마자 그걸 목격한 체칠리아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삿대질을 해댔고, 나는 태연하게 답변했다.

"그냥, 좋은 샴푸 쓰나 보다 싶어서."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부끄러워하는 걸 조금 기대하긴 했지만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이야. 내심 박장대소하고 있던 와중.

탈의실에서 환복하고 나온 메리에스의 청년이 폭탄을 던졌다.

"뭐야. 둘이 사귀냐?"

"뭔 개소리야?!"
"뭔 개소리여요?!"




다사다난한 준비 과정이 끝나고 나는 마침내 시뮬레이터의 안에 들어섰다.

시험의 내용은 가상의 시가지를 전장으로 삼은 4 대 3의 점령전. 적기를 전부 격파하거나 일정 시간 동안 적 진지를 점령하고 있다면 이긴다.

본래는 8명 전원을 상정해 4 대 4의 대전인 모양이지만 사람이 없으니 불가피하게 이리되었다나. 팀원 배정은 무작위로, 내가 배정받은 팀은 4명이 속한 쪽이었다.

낙승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3명 그룹은 각각 샐러리맨, 체칠리아, 무엇보다도 그 레이븐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국가 해체 전쟁의 광풍이 세계를 휩쓸고 간 지금. 레이븐으로써 여태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함을 의미한다.

어쩌면 여기 있는 전원이 덤벼도 저 남자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시쳇더미 위에 서 있을지도 모르지.

"....조금 쫄리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연습대로 계기를 조작한다.

콕피트 해치를 폐쇄.
제너레이터 점화.
기동 프로세스 스타트.

『Goppert-G3』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액정 화면에 알브레히트 드라이스 사의 로고가 한번 뜨고, 문자열이 흘러나오자 콕피트의 4면 모니터와 각종 계기가 점등해 주위가 밝아진다.

안쪽의 토글 스위치를 복명복창과 함께 올린다.

"전압 체크, 유압 체크, 온도 체크, 제너레이터 정상, 산소 공급 정상, 자체 진단 프로그램 스타트, 사출 좌석 정상, IFF 확인, 전술 데이터 링크 활성화. ...시스템 올 그린."

뭐가 이리 많은지. 밤새 외우느라 내 뇌가 AMS를 형성하기 전부터 불탈 뻔했다. 속으로 불만을 토해내지만, 기분 자체는 썩 나쁘지 않다. 언제 이런 걸 해봤겠는가.

콕피트 안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점등해있는 시뮬레이터의 메인 모니터로부터 가상의 시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나에게 있어선 꽤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그리폰이잖아. 이거.'

독립계획도시 그리폰.

GA 사가 호주 북부에 지은 도시로, 아나톨리아의 용병이 여기서 링크스로써 데뷔전을 치른데다 링크스 전쟁 내내 인테리올 유니온이 집적대던 곳이다. 이런 시뮬레이터에도 넣어둘 정도면 환태평양 경제권의 이권을 꽤 예전부터 노리고 있던 건가.

하여튼, 맵 세팅이 이러니 양측의 진지는 도시 중심부를 흐르는 강과 그 하나뿐인 통로인 대교를 사이에 두고 있었고. 무조건 공격하는 쪽보단 방어하는 쪽이 유리한 형세였다. 레이더를 보니 우리가 남쪽. 저쪽이 북쪽인가.

머리 회전이 빠르게 돌아가던 도중. 통신이 울렸다.

「이번 지휘, 내가 해도 될까?」

메리에스의 청년이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머지 둘도 통신으로 침음이 들려오는 걸 보아 생각하는 건 비슷한 모양. 메리에스의 청년이 지휘를 맡겠다고 나선 것은 예상 밖이었다.

이 팀원 구성이 협조성 부족인 건 아니다만은, 누군가 지휘관으로서 총대를 메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좋게 굴러간다면 가산점이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나머지의 책임도 떠넘겨져 그대로 피험자 신세일지도 모르니까.

완전히 양날의 검이다. 그래서 잘해봤자 각자 따로국밥으로 굴다가 어쩌저찌 이기기를 생각했는데. 이렇게 총대를 메어준다면 감사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적어도 레이븐에게 각개 격파당해 끝나는 건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휘관을 맡을 법한 사람이 우리 팀에 저 사람밖에 없기도 했고. 우리는 즉답했고, 메리에스의 청년은 이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좋아, 작전 설명에 앞서 각자 임시 호출 부호를 부여한다. 8일 동안 수업 같이 들은 주제에 이름도 서로 모르는 마당이니까.」

「우선은 내가 01이다.」

다음으로 교수가 02. 알드라의 엔지니어녀가 03을 부여받았고, 내가 04를 부여받았다.

그 뒤로 짧은 전술 토의가 있었고.

「작전 개시!」

기계화된 고함들이 울려 퍼지며 미션이 시작되었다.





링크스 리포트의 댓글 중 몇 개는 작성자가 보일 것이다

아무튼 본격적인 AC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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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슈트의 이너슈트는 우주복의 라이너에서 모티브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