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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교수였다.

교수는 장이 앉아있던 자리의 왼편에 앉아있었고, AMS 형성 수술의 후유증인지 안 그래도 군데군데가 희던 지난번보다 흰머리가 곱절로 늘어난 채. 수전증까지 왔는지 커피잔을 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

뭐랄까. 그새 10년 정도 늙었다고 할까. 노인의 몸에 좋은 수술은 아니니 당연하겠지마는. 마침 장에게 들은 말도 있겠다. 이참에 통성명이나 해둘까. 겸사겸사 듣고 싶은 것도 있고.

나는 식사 트레이를 들고 조심스럽게 교수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내가 옆자리에 앉자 교수는 나를 바라보며 힘겹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자네야말로 괜찮나? 어린이가 버틸 법한 수술은 아니잖나."

나는 교수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그야 알맹이는 어린이가 아니니 어쩌저찌 버틸만했으니까. 하지만 교수의 걱정이 담긴 눈빛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요. 콜로니에서 공장 일 할 때에 비하면 좀 아프긴 해도 밥도 주고 옷도 주는 걸요. 거기에 링크스가 되는 거잖아요? 오히려 감내할만하다고 할까요."

"감내, 인건가."

교수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나저나, 교수... 교수 맞으시죠? 뭔가 그런 사람처럼 보이셔서 마음속으로 그렇게 부르고 있었거든요."
"...선생이면 충분하네."

"그럼 선생님은 좀 괜찮으신가요? 어린이가 버티기 힘든 수술은, 선생님에게도 꽤 버거운 수술일 테니까요."

교수는 내 질문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의 눈에는 피곤함과 고통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은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나도 쉽지 않네. 모두 끙끙 앓고 있는 판에 나라고 오죽하겠나. 아까의 프랑스 청년은 조금 괜찮은 모양이네만. 이 노구로는 등에 식은땀이 흐를 정도야."

"그럼, 선생님은 어째서 이런 힘든 수술을 받을 결심을 하신 건가요?"

그리고 이어나가는 말에 질문을 던진다. 자칫하면 위험한 구석을 건들지도 모르지만, 꽤 궁금했던 것이니까.

"저야 뭐, 콜로니에서 썩는 것보다야 링크스라도 하는 게 먹고살기 편할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라지만."
"선생님은 언뜻 봐서는 이런 걸 할 이유가 없는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첫 수업 때도 딱 봐도 교수라는 느낌으로 옷을 잘 차려입고 있었고, 나랑 아일린 같이 피골이 상접한 느낌도 아니었다. 오히려 난로 앞의 안락의자나 교단 쪽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왜 AMS 잭을 몸에 심고 기업의 용병 같은 게 되려고 했을까.

솔직히 의문이 들었다.

교수는 내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의 동공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입을 연다.

"...자네, LA라는 도시를 아나?"
"세계지도에서 보긴 했네요. 옛 미국의 서해안에 있는 도시랬죠."
"옛 미국, 인가."

교수는 식사 트레이에 올려져 있던 자두를 한 입 우적 씹고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LA는 내 고향일세, 그곳에서 나는... 그래, 자네 말대로 교수 일을 했었지. 의학부였어."

"의사 선생님이셨군요."
"조금 다르지. 대뇌 생리학자라고 부르는 게 맞을걸세. 아무튼, 나쁘지 않은 삶이었네. 처와 자식도 있었고 밑에는 훌륭한 제자들도 있었지. 하지만."

"...하지만?"
"내전이 벌어졌지. 당시의 LA는 리버럴계 활동가와 소수파 단체의 활동 거점이어서 말이네. ...조금 어려운 말일 텐데, 이해할 수 있나?"
"그럭저럭요."

교수는 조금 침음을 흘렸다.

"...내전이 시작되고 나서는 폭발이나 테러 보복, 거리에서의 무차별 저격 등, 꽤 심각한 상황이었네. 그래도 나는 교단에 계속해서 섰지. 월반한 아이마저 그 포화를 뒤집어쓰고 가르침을 받겠다는데 어른이 도망칠 수는 없잖은가."

그리고 그 월반한 아이가 누군지 이제 슬슬 짐작이 가는 바였지만 나는 침묵했다. 꽤 진지한 이야기일 테니.

"하지만 어느 날, 기갑사단이 침공해 리버럴계가 고용한 레이븐과 시가전이 벌어졌네."

교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아마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듯했다.

"지독한 전투였지. 그 와중에 아들놈은 민병대로 나가 무모하게 전차에게 덤벼들어 죽어버렸고, 처와 딸애의 가족은 피난을 보냈지만 합류하지 못했네."

그렇게 말하며 교수는 손아귀에 힘을 꽉 쥐었다. 커피잔을 든 손가락에 어찌나 힘이 들어갔는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올라와 있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나만이, 살아남아 버렸지."

조금 전까지,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커피잔을 떨고 있던 노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끔찍한 일이었네요."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렇게까지 깊은 이야기를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을 꺼내게 한 이상 끝까지 들을 의무가 있다. 계속해서 듣자.

"그 후에는 어떻게 되셨나요?"

교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어찌저찌 기업의 구호소에 도착해 목숨만은 건졌네만. 그 후로 나는 모든 것을 잃었네. 가족도, 제자들도, 내가 사랑했던 도시도. 빈 껍데기가 된게야.

그 다음 해에 국가해체전쟁이 일어나고 내전이 끝났지만 나는 다시 교단에 설 수가 없었어. 그저 동네 의사로서 오는 환자를 진료하는 정도의 일 밖에 할 수 없었지."

"그리고, 운명이 날 찾아왔네. 팍스로부터의 정기 검진에서 AMS 적성이 있는 것이 밝혀진 거야.

처음에는 번민했지. 링크스라고 해봤자 결국에는 무기를 휘두르는 쪽. 결국에는 그때의 레이븐이나 기갑사단과 다를 바 없는 살육자가 되는 길이 아닌가 하고 말이야.

하지만 여기서 안주해버리면 질서의 확립은 더욱 늦어질 것이고, 나와 같은 슬픔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 버려. 그래서, 링크스가 되기로 한 걸세."

"...질서 아래에서도 슬픔은 있을 텐데요."

"적어도 나와 같은 슬픔은 없겠지."

"그런가요. 참, 사실은 선생님 이름을 물어보려 했던 건데 말이죠. 까먹을 뻔했네요."

"알폰소. 내 이름은 알폰소면 충분하네. 대화 즐거웠네."

마지막은 13살 다운 질문은 아니었을까. 대화가 끝나자 나와 교수의 식사 트레이는 텅 비어있었고, 교수는 그걸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어쩐지 체칠리아와 아일린이 옆에 다가와 듣고 있었다. 이 녀석들, 언제부터 와 있던 거지.

"...언제부터 듣고 있었어?"

체칠리아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으음, 시작할 때부터? 선생님의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답니다."

아일린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보다도 당신. 다른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고 싶지 않나요?"

"칫, 네가 듣고 싶은 거겠지."

"후후, 글쎄요. 이왕이면 사우 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우호적 교류를 희망한다고 해 둘까요?"

기업 귀족의 영애님답게 혓바닥이 길다. 따지고 보면 아직 제대로 입사도 안 했는데 사우는 무슨 사우.

"...그러든가."

하지만 아일린도 듣고 싶어하는 눈치긴 하니, 그리고 살짝 투덜거리긴 했지만 사실 정곡이다.

교수에게 한번 물어봤다가 미도 아우리엘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낸 마당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우리 셋은, 링크스 인터뷰를 개시했다.




교수에 이어 마이크 - 마이크가 있을 리 없으니 숟가락으로 대신하긴 했다 - 를 들이민 것은 샐러리맨이었다.

샐러리맨은 식사 트레이가 반쯤 남아 있었고, 초췌한 얼굴을 한 채 후줄근한 환자복 차림이었다. 그는 3초 정도 멍하게 들이밀어진 숟가락을 바라보다가 씁쓸한 미소를 짓곤 입을 열었다.

샐러리맨의 이름은, 귀도 베니니라고 했다. 밀라노 콜로니 태생에 첫 수업 때 당당히 사무용 정장에 자사의 배지를 달고 있던 것처럼 레오네 메카니카 사의 사원이었다.

링크스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지극히 심플. 어쩌면 전생에서도 몇 번 봤을 이유였다.

"그게 말이죠. 하하, 전 사원 대상의 정기검진에서 AMS 적성이 발견되자마자 HR 부서에서 말이 들어오더라고요. 링크스가 될 거냐. 해고될 거냐.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할 판에 선택지가 없잖아요?"

"높으신 분들이 나빴네요."
"그죠?"

"...."

힐끗 체칠리아를 쳐다보자 체칠리아는 말없이 내 허리를 꼬집었다. 높으신 분의 폭거였다.

다음으로 숟가락을 들이민 건 알드라였다.

오다가 다리의 감각이 마비되어 복도에서 한번 구르기라도 했는지 안경테가 삐뚜름하게 휘어진 채. 맛을 느끼지도 않고 숟가락으로 위장 속에 기계적으로 토마토 뇨끼를 퍼넣는데 열중하고 있었고.

숟가락을 들이밀자 하마터면 물려고 하길래 그녀가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조금 기다려 인터뷰를 따낼 수 있었다.

알드라의 이름은, 클라우디아 베커라고 했다.

바이에른 콜로니 태생에 알드라의 로고가 프린팅된 녹색 작업용 점프슈트를 입고 있던 만큼 기술자 부류가 아닐까 어렴풋이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그냥 엔지니어도 아닌, 현직 넥스트의 아키텍트였다.

링크스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다소 기괴했다. 범인의 사고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넥스트란 간단하게 말해 신의 육체잖아. 육체를 만드는 것에 그칠 뿐이던 인생에 신이 될 기회를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어? 없지. 적어도 나는 거절 안 해. 그래서 링크스가 되려는 거고."

"그, 그렇군요."

나는 조금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넥스트가 신의 육체라니, 신화의 치세에서 신이란 바로 힘을 뜻한다는 것일까.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게임 캐치프레이즈가 아닌가.

클라우디아는 그 뒤로도 10분 가량 넥스트에 대한 예찬을 계속했고, 우리는 급히 자리를 벗어나 마지막 인터뷰 대상에게 향했다.

아마 최고 난이도의 인물이리라.

마지막으로 숟가락을 들이민 건, 전 레이븐이었다.

사실 레이븐에게 숟가락을 들이미는 건 갑론을박이 조금 있었다. 걸어 다니기만 해도 내뿜는 살기에 식물이 시드는 인간에게 말을 걸었다간 산 채로 뼈와 살이 분리될 것만 같느니 어쩌느니. 우리 셋은 꽤 겁을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아일린이 가장 먼저 용기를 내어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하나같이 얼굴이 초췌하거나, 어깨가 흘러내리고 있거나, 옷이 흐트러져 있거나, 슬리퍼를 신고 있거나, 얼이 나가 있던 다른 후보생들과 다르게 레이븐은 잘 닦인 군화에, 각 잡힌 군복 차림이었다.

역시 전쟁의 베테랑이라는 걸까. AMS 형성 수술의 고통도 그럭저럭 버틸만한 모양이었다.

....아니, 취소.

고개를 조금 들어보니 머리 위에 까치집이 지어져 있었다. 아니, 레이븐이니까 까마귀 집이라고 해야 할까.

평소라면 응시하는 사람을 즉시 심장마비로 보내버릴 수 있을 것 같던 안광도 머리 위의 까마귀 집을 한번 보니 그냥 뚱한 눈빛으로 보였고, 문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러자 레이븐은 그 뚱한 눈빛으로 우리 셋을 몇 초간 응시했다. 얼굴에 띈 건 무표정. 총탄으로 깎아낸 조각상을 연상케 했다. 잠깐 실실 웃던 게 다시 움츠러들 정도로, 그는 그러고선 슬쩍 자리를 피했다.

"...갔지?"
"...간 것 같사와요."
"역시 무서운 사람이에요..."

레이븐이 떠나고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에 사람 없음. 그새 전부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복귀한 모양이었다.

"너무 놀았나..."

그렇다면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도 없음. 돌아갈 시간이다. 나는 아직도 식당을 근면하게 돌아다니는 서빙 로봇에게 숟가락을 반납했고, 이어서 체칠리아와 아일린도 반납하며 복도로 향했다.

식사 시간도 끝물이라 복도는 한산하기 그지없었고, 혹여나 셋 중 하나가 다리에 감각을 잃고 쓰러질 때를 대비해 우리는 전원 팔짱을 낀 채 걷고 있었다.

뭐, 키 차이 때문에 체칠리아가 나와 아일린을 끌고 간다는 것에 더 가깝겠지마는. 아무튼.

"...그러고보니 체칠리아."
"예?"
"체칠리아는 어쩌다가 링크스가 되려고 한 거야?"

둘의 시선이 집중됐다. 하나는 위에서, 다른 하나는 아래에서 뻗어져 나온다. 도착지는 똑같다.

"우리처럼 빈궁한 것도 아니고, 딱히 전쟁에 가족이 휘말린 것도 아냐. 그런데도 목숨 걸고 하는 일에 자원했다면 뭔가 대단한 목적이 있을 것 같아서."

체칠리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바로 대답했고.

“목적, 인가요. 제 이야기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습니다만, 궁금해하신다면 말씀드리겠사와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레오네 메카니카 사의 지배 구조에 대해 알고 계시는지요?"
"아니, 알겠냐고."
"당연히 모를 거라 예상은 했지만 뻔뻔하게 구는 게 좀 열받사와요. 아무튼."

"레오네 메카니카 사는 기본적으로 분열된 조직이랍니다."

체칠리아는 팔짱을 살짝 느슨하게 풀었다가, 도로 조이며 말했다.

"...입사할 곳을 잘못 정했나."
"말은 끝까지 들으시길. 분열되어 있다고 했지 나약하다곤 하지 않았사와요? 굳이 비유해보자면... 그래. 옛 베네치아에 가깝답니다. ...베네치아는 아시는지?"

"그건 알아. 중세의 공화국이었나 하는 그거지?"
"...이상한 곳에서 소양이 있군요. 당신은."

그야 전생에 사학과였으니까.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고, 내 뚱한 표정에 체칠리아는 잠시 웃음을 터뜨렸다가,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사와요. 옛 베네치아처럼, 레오네 메카니카 사는 회사의 지분과 이사회의 의석을 유력 가문 여럿이 나누어 갖고 있답니다. 제가 속한 카스틸리오네 또한 그 중 하나고요."

체칠리아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메리 셸리 공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죠. BFF의 젊은 여제. 가문들이 난립하던 BFF를 일통시키고 군주로서 군림하는 걸물. 뭐랄까."

체칠리아는 손뼉을 짝하고 쳤다.

"뇌리에 번개가 팍하고 온 것이와요."

"그녀처럼, 회사를 가문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위에 서겠다고. 그래서 링크스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와요. AMS 적성이 있다고 밝혀지기 전까진 조금 모호한 꿈이었지만, 비로소 구체화가 되었다고 할지."

"...의외로 무지막지한 이유구나. 너."
"후후, 당연한 것이와요."

회사를 손에 넣기 위해 링크스가 된다. 보통 결심으로는 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체칠리아 카스틸리오네라는 이름의 링크스는 아머드 코어 4에 존재하지 않는다. 계획은 성공한 걸까. 아니면 실패한 걸까.

어느 쪽이든 지금 정해질 일은 아니겠지만.

"그럼, 내일 보자."






한번 즈음은 후보생 전원 소개할 회차가 필요하다 싶었다

인테리올은 말법 좆소 (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