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7번째 후보생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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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첫번째, 초급 훈련은 블록 운반이다.
훈련의 요체는 반복적인 동작을 수행함으로써 AMS 조작에 숙달되는 것.
무술에서 정권 지르기를 반복하거나 내려치기를 100번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고로, 가장 중요한 건 정확성이다. 속도는 하다보면 점차 붙는다.
시간 제한은 3분. 처음에는 생각보다 잘 안 움직이기도 했고, 시시각각 머리를 찌르는 듯한 두통이 얼굴을 찡그리게 했지만 뜻밖에 나는 기분이 꽤 좋았다.
블록을 하나씩 쌓아가며 점점 더 AMS 조작에 익숙해지는 자신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이「몸」은 지치지 않는다. 조금만 뛰어도, 조금만 무거운 걸 들어도, 금세 지쳐 헉헉대고 땀범벅이 되는 인간의 몸과 다르다.
나의 의지와 배터리의 잔량이 받쳐주는 한 무한히 움직일 수 있다. 그런 사실에 나는 해방감을 느꼈다.
그에 비해 레이븐은 여전히 무감정한 표정을 한 채 묵묵히 작업을 계속했지만, 오히려 일말의 피곤함마저 엿보일 정도다. 그래, 작업이니까. 승부나 경쟁이 아니다.
전고 10m의 AC를 몰다가 고작 50cm 짜리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는 건지.
아니면 꼬맹이를 상대하는 건 일거리도 아니라는 건지. 어느 쪽이든 그닥 마음에 들진 않았다.
그렇기에 조금 조바심이 들었고, 템포를 점차 올렸다.
여기서 속도를 올리는 건 도박이다. 리듬이 깨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저 레이븐이 나를 대등한 경쟁 상대로 인정하게끔 하고 싶었다.
컨트롤러는 다르지만 나도 한 때는 레이븐이었다. 얕보지 말라고.
그리하여 초급 훈련의 스코어. 45 대 37
"칫..."
내가 37이다. 도박은 실패했다. 그에 비해 기계적인 템포를 유지하던 레이븐은 무난하게 승리. 초전은 제압당한 셈이 되겠지.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중급 훈련, 줄넘기가 남아있다.
줄넘기는 다 알다시피 균형을 유지하며 최대한 많이 줄을 넘는 것이 목표다. 맨 몸이라면 어느 정도는 반사신경이 자율 제어를 해준다지만 이건 다르다.
딱 있기만 한 수준의 스태빌라이저와 센서로 계측되어 내 눈 앞에 시현되는 기체의 요동 상태만을 보고 점프와 착지를 반복해야 한다. 제한 시간은 2분.
처음 몇 번의 점프는 어색했다.
기체의 무게와 관성 모멘트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줄을 돌리는 것도 조금 그랬고, 하지만 점차 리듬을 찾기 시작했다. AMS의 두통은 여전히 나를 괴롭혔지만, 그럴수록 더 집중했다.
발 앞쪽만 사뿐히 닿는다는 느낌으로
줄이 뒤꿈치에 닿지 않도록
줄을 돌리는 손은 가볍게.
언젠가 초등학교 체육 시간에서 들었던 세 가지의 조언을 머릿속으로 반복한다.
그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몸이 약했던 편이었던 나는 체육 시간만 되면 얼마 움직이지도 못하고 헉헉대며 나가 떨어졌다.
당연히 줄넘기도 오래 하지 못했고. 조언을 들으며 반복했지만 실패를 반복했을 뿐.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내 몸은 피륙이 아니다. AMS로 연결된 강철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프는 점점 더 자연스러워졌다. 기체의 움직임에 완전히 익숙해진 나는 줄넘기를 계속하며 점수를 쌓아갔다.
레이븐도 여전히 무감정한 표정으로 줄넘기를 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나도 지지 않는다.
피치를 아주 살짝. 점차 올려나간다. 지난번의 문제는 급가속으로 인해 리듬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에 있다.
그렇다면 적응할 간격을 주면서 올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적응하는대로 그 간격을 줄여나간다.
말하자면 언덕에서 페달을 밟는 자전거와 같다. 처음에는 페달을 밟아야 가속이 붙지만 언덕을 내려갈 수록 가속이 계속해서 붙어 더 이상 페달이 필요치 않게 된다.
할 수 있다. 이거라면 승산이 있다.
이대로 승리를 향해 박차를 가하려는 순간─
귀를, 아니, 음향 센서를 의심케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느다란 줄이 공기를 찢어가르는 특유의 소리. 흔히 쌩쌩이라고 부르는 것.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던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던 레이븐이 돌연 2단 뛰기로 스퍼트를 걸어 온 것이었다.
처음으로 든 생각은「어째서」였다.
어째서 갑자기 스퍼트를 걸었지. 경쟁 상대로조차 보고 있지 않았던 게 아닌거냐.
느낀 감정은 당황. 정신적인 피드백이 AMS를 타고 인형 기체에 그대로 전달되어 페이스가 흐트러진다.
그리고 반복의 관성을 이용한 가속에 흐트러짐이 생기면 길게 뻗어지던 실이 꼬이듯이 급격히 감속해버린다.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십수 초.
여기서 승부수를 띄운다 쳐도 이미 스퍼트를 올린 레이븐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아니, 두 인형 기체의 성능 상 차이는 없다. 불가능하겠지.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 저 레이븐이 나를 대등한 경쟁 상대로 인정하게끔 하고 싶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런 다짐마저 간단히 어길 바에는 어떻게 링크스 같은 짓을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까.
'승부다.'
이를 악물고, 나아간다.
머릿속으로 몰려드는 빛의 격류를 전신의 신경계에 스며들게하며 몸을 움직인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마지막 몇 초 동안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
설령 불가능하다 해도 그대로 주저앉아 포기하는 건, 나「레이븐」답지 않으니까.
그 결과. 78 대 72. 또 패배했다. 한 두 끗 정도가 모자랐던 모양이지.
하지만, 격차는 더 좁혀졌다.
ㆍ
ㆍ
ㆍ
"후우..."
머리가 묘하게 상쾌하다.
아직 AMS는 연결된 상태일 테고 2연패를 당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을 텐데도, 오히려 AMS를 연결하지 않았을 때보다도 맑다.
전에 내 AMS 특성을 듣기로는 슬로우 스타터 타입이라고 했었나.
처음에는 결코 좋다고 볼 수 없을 적성치가 시간의 경과나 감정의 고조와 같은 요인에 의해 점차 상승폭을 보이다가 어느 순간 피크에 도달한다고.
아마 지금이 피크인 모양이다.
센서를 거쳐 확장된 인지가 부담스럽긴 커녕 원래 내 것인 마냥 익숙하다. AMS 접속 시에 발생하는 특유의 두통조차 없다.
저 자그마한 인형에 비강이 달려있을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기체 주변 공기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이대로 연결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역시 장기간의 AMS 사용은 위험하다.
마지막 고급 훈련에 앞서 잠깐의 휴식이 주어지자, 잭을 목에서 뽑아냈다.
회선의 절단과 동시에 신경에 피드백의 역류가 올라와 팔다리가 저려온다.
정확히는「이제 없는 쪽」의 팔다리. 고강도 접속 때문에 환상통이 느껴진 것이다.
머리로는 그러리라 알고 있었다만, 직접 체험하게 되니 끔찍한 기분이었다.
저 강철 같은 남자는 AMS 회선의 절단에도 별 문제가 없어보였지만.
아니, 이마에서 땀방울이 조금씩 흘러내리는 걸 보면 저 쪽도 그냥 이 악물고 버티는 것 같기도 하다.
암만 심신이 강인하다고는 해도, 그 또한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뜻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안심이 되는 것 같기도 했다.
목 관절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삐걱임 정도는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AMS 시트에서 내려 아이스박스에서 팩형 에너지 드링크를 꺼낸다.
"방금, 저를 신경썼던 거죠?"
내 목소리에 그가 반응하듯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를 표정이지만, 적어도 그가 이 쪽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짧은 침묵이 물방울이 떨어지는 긴 찰나 속에서 흘렀다. AMS를 통해 기체와 연결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그는 항상 무언가를 대비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런 걸 항재전장의 자세라고 하던가. 전생에서 읽었던 책에서 그런 문구를 보았던 듯한 기억이 떠올랐다. 책이 아니라 정훈 교육 시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 침묵 끝에, 그는 아주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나, 정정할 게 있다."
"정정할 것이라면요?"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
물방울이 떨어져 흩어진다.
마치 연못에 돌멩이가 던져질 때와도 같이, 마음에 자그마한 파문이 일어난다. 그 결과, 나는 한동안 멍한 채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음료 팩을 쥔 손이 조금씩 떨렸다.
처음부터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른다.
시설에 입소했을 때? 첫 강의 때? 아니면 첫 시뮬레이터 전투 때?
평범하게 생각해보면 내가 멋대로 이 줄넘기 대결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정도로 범상한 사내는 아니다.
...그리고, 사실은 이러한 의문조차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과거의 레이븐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레이븐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금의 레이븐에게 인정받고 주목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
척수가 저릿거려 전율이 인다.
그 전율은 곧 나의 의지로 변했다.
그 의지가 모든 것을 바꾼다지 않나. 에너지 음료를 쭉 들이킨 나는 흥분에 주어진 휴식 시간마저 마다하고 곧바로 AMS 시트에 앉았다.
텀을 그다지 두지 않고 재차 접속한 덕인지 머리가 맑을 정도의 접속 상태가 계속된다.
마지막 훈련인 장애물 경주의 특성상 이 피크 상태가 계속된다면 확실하게 레이븐에게 승리를 따낼 수도 있겠지.
두 인형 기체가 출발선에 선다.
동시에 가슴이 뛴다.
맥박이 요동친다.
두근, 두근, 두근하면서.
너는 지금 흥분에 빠져있다는 것을, 전신이 뇌를 향해 신호를 때리고 있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그만둘 수 있겠나.
지금은 그 흥분을 연료로 불태워야 할 때다.
기이이잉ㅡ
모터의 굉음이 울린다.
AMS로 연결되지 않은 채라면 무음에 가까웠을 소리. 하지만 연결된 채라면 다르다. 지금이라면 다르다!
전략은 간단하다. 어차피 스태미나의 구애도 받지 않는 몸이다. 초장부터 최대 속도로 스퍼트를 걸어서 그대로 2바퀴 내내 선두를 차지한다.
각 인형 기체의 성능 자체는 동등하다. 그렇기 때문에 승패는 초반에 스퍼트를 걸어 선두를 잡고, 그걸 2바퀴가 끝날 때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레이븐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 생각하기 무섭게 레이븐도 도주하기 시작했다.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달린다.
첫 번째 장애물은 허들.
연속으로 4개를 뛰어넘어야 하지만 문제는 없다. 가속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가뿐히 뛰어넘는다.
두 번째 장애물은 라바콘.
배치되어 있는 것들을 피해 지그재그로 움직여야 한다. 이번에도 부딪히는 일 없이 통과한다.
세 번째 장애물은 볼풀 점프.
단번의 도약으로 작은 공이 차 있는 구간을 넘는다. 그리고, 동시에 강렬한 위화감을 느꼈다.
'왜 레이븐의 등이 보이고 있지?'
흥분에 차 있던 뇌가 피가 빠져나가듯 급랭된다.
계속해서 달려 넷, 다섯 번째를 무의식에 맡기며 생각한다.
분명 기체의 스펙은 동일하다. AMS가 보내오는 정보는 모터가 전력 가동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내 눈은 거리가 벌려졌다는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 어쩌지?
이미 1바퀴하고도 반에 진입한 상황. 장기적인 플랜은 쓸 수 없다. 단기간에, 단숨에 추격할 방법이 필요하다.
방법은 하나. 전력, 그 이상을 낸다는 수를 쓰는 것 밖에 없다.
피크 상태에 돌입한 시점에서 이미 절호조를 달리는 상태라지만 그럼에도 더 끌어올릴 방법은 있다.
여기서 접속 강도를 더 올린다. 회선 절단 후의 역류가 좀 심해지겠지만 이 일전이 가져다올 것을 생각하면 감수할 만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훈련이다. 링크스끼리의 살육전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죽음이 아닌 훈련이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게 아닌가.
더 이상 장애물은 없다. 최종 직선 구간만을 남긴 상태.
후두부를 타고 들어오는 빛의 유입량을 늘린다.
그것이 전신의 신경계에 퍼지게 한다. 깊숙히 녹아들게 한다. 피크 상태로 한계까지 확장되어 있던 인지능력이 선을 넘는다.
아주 잠깐.
파도를 타는 기분이다.
기세에 몸을 맡긴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앞으로 조금만 더ㅡ
손을 뻗는다. 기계의 팔과 육체의 팔이 동시에.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뜨뜻한 것이 코에서 흘러내림과 동시에 머리에서 느껴지는 격통.
잊고 있었다. 피크가 있다는 것은 곧, 그 시간이 끝나면 적성치가 저하해 버린다는 것이 아닌가.
확장되어 있던 시야가 종이가 접혀지듯이 구겨지고 인형 기체가 급작스럽게 실속한다. 최종적으로는 걸음걸이가 거의 기어가듯이 되어 간신히 골인할 수 있었다.
3 대 0. 전패였다.
순 AMS 적성빨로 다 이겨먹기에는 이곳이 터키틀딱 링크스 격추쇼 2년 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거랑 별개로 암붕이는 좀 편법 쓰기도 했고
레지기가스 주인공 ㄷㄷ 까마귀 아재한테서 터키틀딱의 편린이 보인다
뭔가 했더니 푸키먼이었나.... 그리고 터키틀딱 본인은 당연히 아니고 약간 구작 레이븐들 전반의 대변자 느낌의 인간이다
주인공도 마음가짐은 뤠이븐들의 대변자고 전생도 따지고 보면 진짜 전직 레이븐이긴 했지 ㅋㅋㅋ 기량차이가 있다는걸 감안해도 저양반이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 라고 할 정도인데다 압도적인 격차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비등한 결과를 내고 있었단거 보면 AMS 수저 적당히 쥐고있는거 같네
수저 타고 난거야 전에도 얘기한거지만 지금은 접속 강도를 일부러 높이는 좀 위험한 편법을 쓰고 있으니까.
어느정도 작품 외적으로 보정은 해주는거지?
안하면 학식 먹으면서 패드 딸깍질만 하던 놈이 어떻게 링크스가 되느냐...
어이쿠 끝나고 응급실 실려가겠군 체첼리아가 걱정된다...
아주 기초적인 AMS 훈련 장비니까 실려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체칠리아 보기에는 심장 떨어질 일이 맞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