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고 있었다.
종은 아마 까마귀일까.
그 날개가 가로지르는 건 구름 한 점 없는 푸르른 하늘. 대기는 어둡고, 바다는 납색으로 물들고, 대지는 붉게 변한 지금의 시대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그럼에도 그 모습은 나의 동공에 보이고 있었다.
언제 생산되었는지 모를 구식 PMP 플레이어의 화질 나쁜 액정 화면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이었기에.
띡, 하는 소리와 함께 PMP가 꺼진다.
동시에 콕피트의 HMD에 스위치를 넣는다.
비추어지는 건 GA 로고의 기동 화면. 복잡한 문자열의 파도가 지나가면 콕피트 내부의 파라노믹 모니터에 수송기 내부의 풍경과 각종 기체 데이터가 시현된다.
이어서 AMS 접속부의 체크. 일명 잭이라고 하기에 금속제의 AV 케이블 같은 것을 상상할 수 있지만 전도성을 가진 실리콘을, 피부 색에 맞추어 형성시킨 것이다.
이걸 기동하여 나와 기체는 하나가 된다.
반대로 말해.
무진장 아프다는 뜻이지만, 머리에 빛이 쏟아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자주 경험하고 싶은 느낌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은 일이다. 기동하려는 순간.
음성이 들려왔다.
"굿모닝 사무라이, 상태는 어떠냐."
형식 상으로는 기업 연합의 링크스 관리 기구 '컬러드' 가 소개시켜주고, 실질적으로는 GA 사가 붙여준 관리관의 목소리는 칠판을 쇠로 된 손톱으로 긁는 듯 했다.
"사무라이?"
"....들리고 있어 영감, 그리고 그놈의 사무라이 타령 언제까지 할거야?"
언제부터였나. 아마 관리관으로 붙여지고, 내 피부를 확인한 뒤로는 계속 그랬던 거 같은데. 제기랄.
"킬킬킬, 생긴 게 딱 사무라이인걸. 부정하지 마라 링크스. 이번 임무를 설명하도록 하지."
전형적인 미국 남부 억양. 국가 해체 전쟁의 생환병인 관리관 '영감' 은 이미 문샤인 한 잔을 걸쳤는지 살짝 취기 있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번 임무는 오메르 사이언스 사 중역의 습격.
농업 콜로니의 현지 시찰 중인 것을 호위로 붙은 노멀 몇 기를 격추하고 그대로 짓부수면 되는 일이다.
본래라면 중역급 인사의 시찰에는 호위로 넥스트가 붙기 마련이지만. 농업 콜로니만은 다르다. 넥스트가 붙었다간 콜로니의 코지마 오염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고로, 호위로 붙은 건 노멀 뿐. 케이크 한 조각을 먹는 것과 같은 작전 난이도다.
너무 쉬워서 도리어 불안할 정도니까.
"알았수다. 오늘 저녁이 뭐였더라?"
"케이준 스타일 소시지 검보다."
"아득히 좋구만."
기체와 탑승자를 이어주는 AMS를 기동하고, 뇌로 빛이 몰려드는 듯한 전신의 저릿한 통각을 억누르며 기체의 각 부위를 체크한다.
액추에이터, 제너레이터, 센서에 이상은 없다.
베이스인 GAN02-NSS는 나름 최신예의 표준기다. 하지만 옛 것이 때로는 더 나을 때가 있기에. 전세대의 모델인 GAN01-SS-L의 부품도 일부 채용하고 있다.
까놓고 말해 조제남조용인 부분이 너무 많다.
무장 리스트를 체크한다. 양 팔에 장비하는 건 언제나의 강화형 바주카와 확산 바주카. 양 어깨에는 BFF제와 오메르제의 미사일들이다.
타 기업의 부품은 어지간해선 쓰지 않는 것이 목줄 매달린 링크스의 비애라지만.
GA의 합리주의는 그것을 허용했다.
"입수한 스케줄대로라면 슬슬 시작할 때군. 강하 포인트 도착까지 30s."
"예이 예이."
"그리고 깜박할 뻔 했는데. 미오염 농지는 귀중하다. 코지마를 덜 흘리고 끝내면 추가 보너스가 책정되어있다. 그럼, 돌아와라."
"....라저."
망할 영감탱이.
꼭 중요한 걸 끝에서 말해요.
AMS 접속 개시.
센서류와 뇌가 직결되어, 강철의 거체가 내가 된다.
"바이퍼(Viper). 나간다."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수송기의 하부 해치가 열린다. 눈부신 빛. 끌어당기는 중력. 황폐한 대지에 부는 바람. 전장의 냄새. 분명 코지마를 덜 사용하면 보너스랬나.
"실력 한번 보이라고, 사무라이."
쿠웅! 십수톤의 중량이 저고도 비행 중인 수송기로부터 자유 낙하해 지면에 내려앉자 모래먼지가 폭산한다.
황혼의 때가 가까워 한껏 붉어진 태양빛이 건메탈색의 기체를 비춘다. 주위를 둘러보니 강하 포인트는 콜로니로부터 조금 떨어진 폐시가지다.
변함없이 임무 전에는 최저한의 정보밖에 제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보란 습득하면 되는 것. 바이퍼의 고감도 센서류가 수집한 정보들이 이미 AMS를 타고 뇌로 밀려들어 시각화된다. '타겟' 은 지금 동쪽에 있다고.
OB를 쓰는 것이 제격, 이라지만 지금은 쓸 수 없다. 그런 코지마 대폭발 기술을 썼다간 농지를 못 쓰게 되어버리고. 내 보너스도 함께 대폭발한다.
"딱 붙어 농지를 피해 호버로 크루징 뿐인가."
생각하자 기체는 지면을 미끄러져 가속한다. 이것도 코지마가 새지 않는 건 아니지만, OB에 비하자면 비교적 낫다. 적어도 이건 정화가 가능한 범위에 있으니.
OB보단 확연히 느리지만 - 그래도 300km/h는 넘는다 - 확실하게 나아간다. 오메르제의 이상하게 생겨먹은 노멀의 센서 범위라면 앞으로 10초 뒤 컨택트다.
물론, 이쪽은 5초 먼저 컨택트다.
FCS에 포착된 건 고급 리무진. 그걸 둘러싼 5기의 노멀. 15기 가량의 MT 부대. 미사일은 확실하게 사정권. 내. 바주카의 사거리는 아슬아슬하게 닿는다.
"저지를 시간이다."
머리 속으로 좌우의 트리거를 당긴다.
쏟아지는 미사일의 비.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바주카의 포탄. 두 가지가 FCS의 조준 지점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죽기 직전에야 이쪽을 포착한 모양이지만.
뭐 늦었다. 이걸로 작전 종료다.
"영감, 타겟 배제했어. 이제부터 귀환한-"
아니, 종료였다고 생각했다.
"함정이다! 이탈해라ㅡ!"
"뭐!?"
그 순간. 춤추듯이 내 앞을 미끄러져 가는 그림자가 두 개 보였다. 센서가 수집한 정보로부터 통합 제어체의 접근 경고가 울리고 그것이 조감 레이더 상에 광점의 형태로 나타나는 걸 볼 필요도 없었다.
넥스트였다.
음감 센서가 낮게 울리는 듯한 에너지 병기의 가동음을 잡는다. 섬광. 충격. 척수 반사적으로 PA를 전개했지만 하전 입자의 광조로 PA가 깎여나간다.
"FUCK! 나 이외의 넥스트는 없댔잖아!"
"컬러드로부터의 통보는 그랬다! 일단 2대1이다. 2대1 상황에서 빠져나오는거다!"
"그럼 증원을 불러!"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코지마 오염이고 뭐고 할 것이 아니다. 나는 급히 뒤로 빠져 발작하듯 QB를 난사하며 시가지를 낀 회피 기동을 실시했고, 놈들의 정체를 통합 제어체에게 촉구했다.
"어차피 오메르 놈들이겠지만....!"
콤마 수초 후. 통합 제어체가 답을 낸다. 바이퍼 안의 데이터에 조회되는 가능성은 각각 46% , 83%로 두 건.
하나, 오메르의 신예 링크스. 오츠달바의 스테이시스.
둘, 로젠탈의 링크스. 다리오 엠피오의 트라센드.
"맞네! 빌어먹을!"
개활지로 가면 기동성이 좋은 둘에게 농락당할 뿐이다. 시가지를 방벽으로 끼고 게릴라로 싸운다. 바주카의 포구를 공중에 향하고, 미사일의 잔탄을 체크한다.
움직이고, 뇌 내의 트리거를 당긴다.
폐허 곳곳에서 플라즈마화된 코지마의 추진광이 번득일 때마다 모래먼지가 일고, 거미줄 같은 산포 미사일과 분열 미사일의 혼합 궤적들이 솟아오르고, 틈새 틈새 바주카의 강렬한 직선이 쏘아졌다.
"넥스트가 땅을 기어가며 싸우다니. 추하군."
"크크.... 또 나님의 실적이다 이거지. 엉덩이 닦고 기다려라. 제럴드 젠들린...!"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게릴라. 약자가 강자에게 저항하기 위해 시간을 끄는 행위. 스테이시스와 트라센드는 미사일 탄막을 몇 번의 QB로 떨쳐내고 돌진해왔다.
"영감! 증원은!? 오래 못 버텨!"
"조금만! 지금 긴급 수배 중이다!"
스테이시스와 트라센드가 돌진해오면 바이퍼는 다시 거리를 벌린다. 놈들은 레이저 라이플. 바이퍼는 바주카를 선택한다.
나는 연소제와 산화제를 압축해 바주카의 약실에 주입. 착화한다. 연소 가스는 폭발적인 팽창력으로 탄두를 뿜어내고, 초속 3000m로 쏘아진다.
놈들은 구세기의 실체탄과 다르게 고기화성 특수액을 전자 가열해 착화시켜 레이저의 형태로 빚어냄으로써, 아광속의 속도로 이쪽을 노린다.
동시에 쌍방을 향해 발사되는 미사일 궤적들.
서로에게 록을 하고, 벗어나고, 접근하며, 포화를 주고 받는다.
"이 새끼들이....!"
다리오 엠피오야 그렇다 쳐도 저 신예 놈. 과연 신예가 맞는건가. 능숙하다. 아니, 꽤나 노련하다. 피탄을 최소화해 주고 받으며 시간을 끌 생각이었지만 PA가 철저하게 깎여나가고 있다.
코지마 기술 경시 풍조 탓에 가뜩이나 에너지 병기에 약한 게 GA제 넥스트의 약점인데.
안 좋다.
아주아주 안 좋다.
지리멸렬한 소모전으로 미사일과 바주카의 잔탄은 거의 없음. 이젠 저쪽이 일방적으로 쏴대는 수준이라 PA도 한계. 시각 데이터화된 각 부위의 손상 상황은 붉게 물들었고. 통합 제어체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언제까지 땅에 달라붙을 생각이지? 개죽음이다. 적어도 하늘에서 죽어라."
"GA의 중견 링크스! 나님의 실적! 떨어져라 떨어져라 떨어져라!"
실수로 켜놓은 근접 음성 회선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신경에 더욱 부하를 가하는 건 덤.
그리고, 이젠 정말 시간이 없었다.
놈이 말한대로 날아올라서 최후의 일격이라도 날리고 죽어야 하는가. 생각해라. 생각하는거다.
나는 링크스다. 목숨과 교환해 삶을 연명하고 몸에 납탄이 박히고 미사일의 불길에 태워지는 용병.
이대로는, 이런 곳에서는, 끝낼 수 없어.
그 때였다.
"ㅡ잘 버텼다!"
"프로일라인, 지원하겠다."
멀리서 보인 VOB의 추진광.
그것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달빛을 머금은 검광이 트라센드를 겹치고 지나갔다.
"끄, 끄아아아악!? 뭐냐! 나님ㅇ-"
정확히는, 레이저 블레이드의 직격 직전. 머신건의 영거리 연사가 트라센드의 PA를 뭉텅이로 날려버렸고. 광검이 옆구리를 깊숙하게 베고 지나갔다.
크나큰 흔들림.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는다.
"끝낼 수는 없단 말이다-!"
포효와 함께 기체는 의지를 받아들인다.
각부의 오버드 부스트가 전력 기동. 코지마 기술을 쓴 가속도 완화 장비가 없었다면 죽을 정도의 G로 가속하며 바이퍼는 치솟아올랐다.
아직, 확산 바주카는 남아있었다.
투쾅! 영거리 사격을 받은 트라센드가 두 동강이 나 추락한다. 동시에 느려진 주관 시간 속에서 콕피트 전개 기구가 움직이고, 링크스가 사출되는 것 또한 보았다.
아마, 놈은 살아남겠지. 이쪽은 글러먹은 모양이다. 손상이 심해 기동 불능. 추락하는 상황. 그런 와중 스테이시스의 레이저 라이플이 바이퍼를 조준했다.
"아아.... 씨발, 요새 사과 파이를 안 먹었더니ㅡ"
붉은 시야, 섬광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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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코지마 오염이 퍼지고, 납색의 농염한 연기를 내며 타닥타닥 불타고 있는 밀밭에는 거인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
거인은 GAN02-NSS라고 불리우기도 했고, 바이퍼라 불리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 이름은 무의미했다. 작동하지 않는 넥스트는 고철더미에 불과하기에.
그리고 코지마 방호 기능을 갖춘 착 달라붙는 바디슈트 형태의 파일럿 슈트를 입은 인영 하나가 연기를 헤치고 거인의 시체 위로 올라서. 회전 레버를 작동시켰다.
기기긱. 구우우웅. 외부의 물리적인 레버를 조작해 콕피트의 전개 기구를 강제 작동시킨 것이었다.
"어떤가. 놈은 살아있나?"
"....바이탈은 문제 없어. 아마 AMS 피드백으로 기절한 거 같아."
"것 참 다행이군.... GA 사를 대표해 감사를 표하지."
"별 말씀을."
전개 기구가 작동하고 드러난 콕피트의 안은 마찬가지로 코지마 방호 기능을 갖춘 커버올 형태의 파일럿 슈트를 입은 남자. 마치 시체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프로일라인의 '소녀' 는 러시안 블루 같은 사뿐한 움직임으로 콕피트 안에 들어갔고. 남자의 파일럿 슈트를 더듬어 가슴팍 부분의 강제 기상 장치를 작동시켰다.
푸취이익. 인체에 무해한 가스가 헬멧 내에 주입된다.
"....켁, 케헥, 이런 씨발. FUCK."
남자는 콜록대며 몸을 일으켜 세웠고. 말했다.
"왜 천사가 파일럿 슈트를 입고 있지?"
소녀는 답하고. 손을 내밀었다.
"아직 안 죽었으니까. ....어떻게 2대1은 피했구나. 피차, 오늘은 운이 좋은 모양이야."
남자는 조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AMS 잭을 분리한 뒤. 손을 붙잡고 일어나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거 튀었어?"
"놈이 두 동강 나자마자. 레이저 한 발 쏘고. 막았지만."
"뒤도 안 보고 튀셨단 말이지.... 쪼잔한 새끼구만."
"동감이야."
그 말에 남자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약간 비틀거리며 거인의 시체에서 내려가 불타는 대지에 발을 디뎠고. 이어서 소녀 또한 발을 디뎠다.
"좋아, 보통 GA의 구원 병력이 올 때까진 빨라야 3시간이니까.... 아가씨."
"왜?"
"혹시 요인 호위 의뢰 받아?"
"비쌀거야."
"법카로 긁을거라 상관 없어."
"못할 것도 없지."
대강 링크스 전쟁 이후 공백의 12년 말기 즈음이 배경임
바이퍼는 뉴 선샤인 대가리랑 코어에 구 선샤인 팔다리 박은건데 어제 플삼이 뒤져서 어셈 남은 게 없다 시발
곧이어 하나 더 올림
창작탭으로 바꿔야할 듯 재밌다
바꿨다
천사와 춤 출 시간이야 ㄷㄷㄷㄷㄷㄷ
다음에 올린 게 짧은 에필로그 겸 프리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