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아머드 코어 fA 팬픽 단편집
· 아머드 코어 fA 팬픽 - Shall we dance · 아머드 코어 fA 팬픽 - Unfortunate Son
· 아머드 코어 fA 팬픽 - Fly me to the moon
두통과 현기증 너머. 곡의 시작과 함께 피아노의 선율이 아스라히 흐른다. 그 섬세한 음색 위를 덧칠하듯, 색소폰은 같은 멜로디를 깊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인다.
가수는 비애, 사랑, 의존이 되어 곡의 손을 붙잡는다. 우아하게. 그리고 애절하게. 그녀는 처절하게 속삭이고, 그 무엇보다 아름답게 토혈한다.
서서히 침잠하는 의식 속에서 이 짧은 대기 시간이 최소한 노래가 끝날 때 까지는 이어지길 빌지만, HMD에 나타난 출격 대기 신호는 나를 차가운 콕핏 속으로 되돌려놨다.
신경질적으로 mp3의 이어폰을 뽑자 익숙한 두통과 긴장이 나를 반겼다. 덤으로 질릴만큼 들은 남자의 목소리도.
"들리나? 아가씨."
"들려. 몇 분 남았지?"
"이제 2분. 생각보다 움직이는게 빠른데. 쫓아다니려면 고생하겠어."
나는 오퍼레이터의 말에 더 대꾸하지 않고 등받이에서 허리를 뗐다. 그도 내 생각을 이해한 듯, 목표 재확인 운운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목표는 재확인할 필요도 없을 만큼 하늘에서 당당히 날고 있을테니.
임무 자체는 간단하기 그지없었다.
섬멸 대상은 단 하나인데다, 주변 피해의 고려나 적측의 증원같은 자질구레한 제한 조건도 없었다. 다만, 그 섬멸 대상이 막 실전배치된 참인 따끈따끈한 암즈 포트라는 것이 유일하게, 그리고 심각하게 곤란한 요소였다.
당연하지만, 내 손에 들어온 녀석의 정보는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목표의 이름이 '이클립스'라는 것과, 고고도의 비행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테리올과 토러스의 합작품이라는 것이 전부. 오퍼레이터의 말처럼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고 싶어도, 부정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어떻게 봐도 내 깜냥에 맞는 의뢰는 아니었다. 내게 암즈 포트를 격파한 전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스피릿 오브 마더 윌' 같은 괴물들을 상대로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었다.
그런 녀석들과 동격이라 말하기엔 민망한 양산형 암즈 포트 몇 대. 그게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몇 안되는 전과이자, GA가 나를 써먹기로 결정한 근거였다.
하지만 나의 낮은 생환 가능성에 반비례하듯, GA가 부른 보수도 의뢰 내용처럼 파격적이었다. 유의미한 정보만 갖고 돌아와도 20만 크레딧에, 격파까지 성공한다면 30만 추가.
거기에, 성과에 따라서는 크레이들의 거주권까지 조항에 넣어 전속 계약서를 써올 의향이 있다는, 뒷통수를 칠 준비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의 이야기였다.
뭐, 이만한 보수가 붙은 의뢰니. 아무리 승산 없는 도박이라도 내 목숨을 판돈으로 내놓을 가치는 충분했다.
사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이번 임무가 그저 과하게 공을 들인 자살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었을 뿐이었지만.
그 때,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다시금 나의 상념을 깼다.
"강하 포인트에 도달. 나갈 준비는 됐나?"
"아니. 잠시만."
그 목소리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답답한 파일럿 슈트 위로 채워진 벨트를 더욱 조였다. 꽉 눌린 흉부 탓에 호흡이 조금 힘들었지만, 허용량 이상의 충격에 머리가 다진 토마토 꼴이 되는 건 사양이었다.
무장은 언제나의 블레이드와 머신건, 그리고 분열 미사일 2정과 연동 미사일이었다. AMS 연결 상태도 양호. 이걸로 할 수 있는 체크는 전부 한 셈이다.
"이제 됐어. 문 열어."
"라저. 무사히 다녀오라고. 아가씨."
그 말을 끝으로 수송 헬기의 하방 해치가 열렸다. 먼지를 머금은 탁한 햇빛과, 지평선까지 펼쳐진 숨막히는 모래밭. 비행 중일 이클립스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프로일라인. 출격한다."
'다리'를 움직여 해치 밖으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검고 붉은 프로일라인이 땅에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프로일라인의 프레임을 이루는 TYPE-LANCEL은 깃털처럼 가볍다고 할 수 있을 물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너레이터를 바꾼 덕에, 나는 그럭저럭 고도를 유지하며 전진할 수 있었다.
주변의 시야를 확인하자 2시 방향에서 멀어지고 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실루엣이 작아지는 속도는 심상치 않았지만, 고도를 약간 낮추며 QB로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컨택트까지 20초. 아직 아가씨를 눈치챈 기색은 없어."
그리고, 마침내 그 거체의 크기를 어림잡을 수 있는 거리에 들어왔다.
하늘에 뜬 이클립스는 그 덩치에 어울리는 구동음과 함께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다른 암즈 포트에 비하면 비교적 아담한 사이즈였지만, 내 시야의 하늘을 가리기엔 충분한 크기였다.
"이래서 이클립스란 이름인가?"
태양을 가린 채 날아가는 놈을 보곤, 무심코 한가한 소리를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등과 어깨의 미사일로 무장을 교체했지만.
앞으로 QB 한 번이면 미사일의 사거리 안. 접근에 제너레이터의 에너지를 소모했다곤 해도 앞으로 QB 두 번 정도는 쓸 수 있었다. 이클립스도 내 존재를 눈치챈 기색이었지만, 실속을 각오하고 무리하게 선회를 시도한다면 미사일에 직격될 위치.
그렇게 계산하고, QB로 재가속하며 미사일을 조준하던 때였다.
"....어."
하부의 주포와 미사일 포드가 기잉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회전했다. 가까스로 상황을 이해했을 때에는, 주포는 나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나를 구하는 것은 언제나 이성이 아닌 감각의 몫이었다. 나는 좌측 대각선으로 재가속해 파고들어 양 쪽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눈부신 푸른 빛이 가속 직전까지 내가 있던 허공을 꿰뚫었다. 포격의 플라즈마에 깔끔하게 증발한 모래바람의 궤적이 직격한다면 결코 무사하지 않았을 것임을 보여줬다.
하지만 안도할 틈도 없이, 하늘에 쏟아진 이클립스의 미사일의 유폭이 프로일라인의 장갑을 때리기 시작했다. 간신히 주포를 피해도 미사일에 일방적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아가씨! 이대로 교전을 유지하는 건...."
"나도 알아!"
치밀어오르는 욕지기를 참으며, 나는 재차 미사일로 반격하고, QB로 후퇴해 이클립스의 폭격의 사선에서 벗어났다.
급격한 코지마 입자의 소모에 제너레이터가 불길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바닥을 보인 EN에, 결국 프로일라인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무방비하게 낙하하는 나를 노릴 주포에 대응하기 위해 이클립스를 올려다봤을 때였다.
"....하?"
시야에 들어온 광경에,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프로일라인의 미사일이 이클립스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지나치게 빠른데. 이제 어쩌지, 아가씨?"
사방에서 날아드는 미사일은 내게 뭐라 대답할 틈도 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추격을 포기하고 조금이나마 모인 EN으로 미사일의 회피에 집중했다.
허공에서 사선으로 전진하길 수 번. 프로일라인은 낙하 끝에 사막 한가운데에 착지했다.
"지금 갱신된 정보는.... 하부 포대. 속력. 거기에 주포의 위력인가. 이만하면 GA도 만족할텐데. 돌아올 생각은?"
"없어. 저 녀석이 그냥 보내줄리도 없고."
남은 AP는 3만을 약간 밑돌 정도. 멀어질대로 멀어진 이클립스는 내 숨통을 완전히 끊을 생각인지, 프로일라인을 향해 선회하고 있었다.
"승산은 있는거지? 아가씨."
"아마도."
걱정하는 오퍼레이터의 말에 짧게 대답하며, EN을 아끼기 위해 지면에서 미끄러지듯 호버로 전진한다.
까마득한 하늘에서 나를 겨누는 주포가 보인다. 그리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미사일도.
호버링의 속력을 올려 쫓아오는 미사일을 제치고, 푸른 빛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에 QB로 급가속한다. 몇 발 맞은 탓에 남은 AP는 26000.
주포가 충전에 들어간 순간. 당장은 쓸모가 없을 미사일을 모두 퍼지하고, 도약한다. 날개짓하는 새의 깃털처럼, 미사일의 플랫폼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까마득히 높이 뜬 이클립스를 향해 부스터의 속력을 서서히 높인다. 하지만, 다시 다가오는 나를 미사일의 비가 맞이했다.
무장을 퍼지해 무게를 줄였다곤 해도, LANCEL을 기반으로 한 프로일라인에게 만족스러운 공중전은 무리였다. 거기에, 언제 다시 날아올지 모르는 주포의 존재.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날아드는 미사일의 회피를 포기하고 직진했다. 오른손의 블레이드까지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 대가는 결코 싸지 않았다.
AP는 순식간에 2만까지 깎였고, PA도 반토막이 났다. 뒤이어 각 부위의 손상 상황의 얼러트도 초조히 울렸다. 콕핏 전체를 뒤흔든 진동은 덤이었다.
그리고, 거대한 구동음이 귀를 울릴 거리까지 접근했을 때. 각오하고 있던 푸른 빛이 쏘아졌다.
첫 사격보다 가까운 거리. 미사일의 반동 탓에 제어가 약간 곤란해진 기체. 하지만, 피하지 못할 포격은 아니었다.
QB 한번으로 포격의 궤도에서 벗어나, 고도를 더욱 올린다. 남은 EN을 고려하면 미사일은 피할 수 없겠지만, 이대로 블레이드의 거리까지 접근하면──같은 생각을 할 때.
"....바보같은."
세 번째 포격이 시야 가득히 다가왔다.
푸른 섬광은, 내게 반응할 틈을 주지 않았다.
직격의 데미지로 남은 AP는 1만도 넘지 못했고, 전면부만 간신히 지키고 있던 PA도 깔끔히 날아갔다. 카메라나 통합 제어체에 문제가 생겼는지, 시야에도 탁한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포격을 버틴 시점에서 승부는 났다.
무리한 연사 탓에 이클립스의 주포는 과열되어 붉게 녹아들기 시작했고, 추진부의 에너지를 당겨 쓴 모양인지 고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걸로 나와 이클립스는 같은 고도에 놓였다.
추진부를 복구시킬 틈을 주지 않고, QB로 급가속해 접근한다. 미사일 포드에는 이상이 없는지. 열린 발사구가 일제히 나를 겨누는 것이 보인다. 유감스럽게도, 다시 발사할 틈은 없겠지만.
코앞까지 온 이클립스를 향해, 후면의 부스트로 가속을 이으며 프로일라인의 오른팔을 비스듬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나와 이클립스가 접촉한 순간.
07-MOONLIGHT. 일명 월광. 창백한 광선의 날이 피어나, 이클립스의 전면부를 깊이 베었다.
동체의 절반까지 갈라진 이클립스는 검은 연기를 토하기 시작했지만, 녀석의 상태나 회수 따위를 생각할 틈은 없었다.
무의식에 가까운 판단으로, 월광에 생긴 균열에 머신건을 박아넣어 방아쇠를 당겼다. 5초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이클립스의 유폭이 프로일라인을 거세게 흔들었다.
이클립스의 신호가 레이더에서 사라졌지만, 확인사살을 위해 월광으로 동체를 찌르고, 포대와 동체 사이에서 프로일라인을 떼냈다.
"이클립스 격파! 해낼 줄 알았다고, 아가씨!"
"뻔히 보이는 거짓말은 관두고. GA쪽에 계약서나 들고오라고 해줘."
"아이(Aye), 아이."
김새게 만드는 오퍼레이터의 아부를 넘기며, 검은 연기와 함께 추락하는 이클립스의 모습을 바라본다. 제너레이터에 한계가 온 탓에, 추락하고 있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이걸로 아가씨도 자이언트 킬링 달성인가. 소감은 어때?"
"....글쎄. 더 빠르고, 더 가벼운 넥스트가 필요하겠는데."
내가 생각해도 싱거운 감상에, 오퍼레이터는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렇다고 뭔가를 더 말할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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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들 06의 상점가. 그 한구석의, 앤틱하다는 표현을 쓰기엔 조금 추레한 바. 낡은 조명이 비추는 불빛은, 나와 눈 앞의 남자의 유리잔에서 부서져 테이블에 그 파편을 흩뿌리고 있었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잠자코 듣고 있던 남자는 잔을 들어 데킬라로 목을 축였다. 말을 길게 한 탓에 목이 말랐는지, 아니면 그 모습에 휩쓸렸는지. 나도 잔 안의 위스키를 홀짝였다. 그 대가로 머리에 핑 하고 도는 감각이 찾아왔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남자 쪽이었다.
"고생했구만."
"링크스 싸움에 끼어든 레이븐에 비하면야."
"아니, 운이 좋았을 뿐이니까. 그건."
별 이유없이 피식 웃으며, 나는 잔을 내려놨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래도 계산은 내가 할게. 내기는 둘째치고, 예전에 진 빚을 들었으니까."
"행운의 여신께서 원하신다면야."
이번의 주인공은 지난번에 다리오 엠피오에게 칼빵을 먹인 프로일라인의 링크스.
챕터 1 시작 직전. 화이트 글린트가 스피릿 오브 마더윌에 무작정 꼴아박기 바로 앞 시간대 즈음이 될 듯.
마지막에 바에서 대작하는 남자는 전편을 보면 누군지 알거다.
노래 이름으로 제목 지으니까 찾는 것도 일이더라
월광은 안제 전용이었을탠데 어떻게 얻은거지? 레이레너드 각 지사에 남은 대체품인가 아니면 오메르에서 재생산이라도 시작했나?
적당히 오메르제 레플리카 정도로 생각해둠. 안제가 쓰던 것의 재고라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고, 알리야도 생산 대행한 적 있는 와중에 월광이라고 못 만들 거 있나 싶어서
뉴 오더 오브 넥스트 인터뷰 파트에서 '원래 넥스트의 부품은 대량 생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그 자리에서 만듭니다. 지금은 레이레너드 출신의 기술자가 현장에 있기 때문에 괜찮지만, 조만간 그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더욱 높은 쪽으로 올라간다면 고칠 수 없게 되겠지요.' 같은 발언 나온 거 생각하면 주문제작한 레플리카가 되겠지
뭐야 오메르가 알리야도 라이센스 생산 했었어? 그건 몰랐네
레이레너드 붕괴 이후 잠깐 생산 대행했던 모양임
주인공이 크레이들에서 살 수 있게 되는 건 다행이지만 올드킹 루트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죽어버리지 않을까 씁쓸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