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아머드 코어 fA 팬픽 단편집
· 아머드 코어 fA 팬픽 - Shall we dance · 아머드 코어 fA 팬픽 - Unfortunate Son
· 아머드 코어 fA 팬픽 - Fly me to the moon
"....정말, 바다내음이 안 나네."
북미 동부, 체서피크 만 인근 해역. GA-08이라는 도장이 측면에 큼직하게 박혀 10척이 조금 못 넘는 이지스 구축함과 보급함으로 구성된 소함대를 거느린 채.
유유히 부유하고 있는 수륙양용의 강철 성채. 기가 베이스의 갑판에 서서 납색의 파도가 철썩이며 부딪히고 부서져, 포말을 일으키는 걸 보고 나는 중얼거렸다.
"바다에서 냄새가 났었나?"
갑판 위에는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넥스트 '프로일라인' 의 - 지난번하고는 어셈블리가 전혀 달랐지만 - 링크스. 은발에 가까운 플래티나 블론드의 그녀가 물었다.
"옛날에는 났어. 생명의 비릿한 냄새가."
"비릿한 냄새는 싫은데. 좋아진 거 아냐?"
"나빠진거지. 순 기분 나쁜 냄새가 아니라, 비릿함 속에 아련함이 녹아있었거든."
"....잘 모르겠는데."
철썩, 철썩. 침묵 속에 파도 소리만이 일 뿐이다. 국가 해체 전쟁 이전, 지구 온난화의 폭주로 인한 금성화와 링크스 전쟁으로 인한 코지마 오염의 무질서한 확대로 바다는 이제 더 이상 생명을 품을 수 없게 되었다.
아주 깊숙한 심해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인간이 관측 가능한 영역의 바다는 하나도 빠짐 없이 납색의 죽음으로 덧칠되었고. 지금도 그 영역은 확대되고 있다.
당장 오늘의 작전도 그것에 일조하게 될테니.
그 때, 귓속의 전술 인컴에서 통신이 들려왔다.
『링크스. 이쪽은 함교, 방금 인테리올 유니온의 함대가 자사의 경제 수역을 무단 월경한 걸 확인했다. 요식 행위를 시작할테니 그 사이 준비를.』
"알았어, 정중하게 퇴거 요구하라고."
『물론, 아주 정중하게 할 생각이다.』
나는 인컴을 한번 톡 쳐 통신을 끊었고, 그녀와 얼굴을 한번 마주보고는 서로 고개를 한번 까딱이는 걸 신호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본래의 스케줄' 대로라면 북미 동부 해안을 위에서 아래로 쭉 훓으며 패트롤할 예정이었기에 기가 베이스의 함수는 남쪽을 향하고 있었고.
서쪽, 접근해오는 인테리올 함대의 정면을 향해 급속 회두하자 갑판이 조금 흔들렸다.
하마터면 삐끗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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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 행위는 짧고 간결하게 이루어졌다. 아군 이지스 구축함이 접근해 스피커로 너희들은 GA의 경제 수역에 무단 월경을 어쩌고 한 순간.
인테리올 유니온의 함대가 쏜 장거리 레이저 캐논이 그대로 이지스 구축함을 가라앉히는 걸로.
"어이쿠."
나와 그녀는 그새 기가 베이스의 격납고로 들어가 넥스트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나는 콕피트의 파라노믹 모니터로 영상을 전송받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저쪽도 작정하고 온 모양이다.
『그럼, 다시 한번 미션의 개요를 설명하지.』
영감이었다.
『미션의 타겟은 체서피크 만으로 접근 중인 인테리올 유니온 함대. 그 배제다. 놈들은 지난 달의 미미르 군항 습격으로 기함인 티탄을 포함해 대타격을 입은지라 함대 그 자체의 규모는 결코 크지 않다.』
동시에 브리핑 화면에 2개의 CG가 떠올랐다.
하나는 지금은 이미 크레이들로 이전해 버려진 구 GA 본사 건물. 빅 박스.
다른 하나는 처음 보는 타입의 수상형 AF.
『그러나 우리들의 배후에는 빅 박스가 자리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크레이들로의 본사 이전 이후 버려졌다고는 하지만 현재는 모종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인테리올에게 들키면 상당히 곤란한 것이지.』
"....영감, 그거 '저쪽' 에는 말했어?"
당연히, 프로일라인의 쪽이다.
『말했을 리가 있겠나. 바보 같은 놈. 하여간, 그 점에 유의하고 다음은 이거다. 인테리올의 AF. 이전의 미미르 군항 습격에서 목격된 바가 있는 놈으로 교전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격침된터라 상세한 건 불명.』
『아까의 장거리 레이저 공격 직후 통신 방수를 통해 이게 '스티그로' 라고 불리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스티그로는 본사로부터 격파 시 보너스가 책정되어 있긴 하지만 영문 모를 놈이다. 무리는 하지... 후우.』
영감은 그러고선 잠깐 숨이 찼는지 살짝 숨을 골랐고, 이어서 VOB를 탑재한 2기의 넥스트가 함대 중앙을 돌파해 무수한 X자를 만들어내고 유유히 남쪽으로 빠져나가는 CG를 띄우며 말을 이어나갔다.
『....마라. 함대 간 교전 거리가 먼 만큼 VOB를 써서 놈들의 진형에 돌입한다. 그리고 5분 내에 때려부술 만큼 때려부수면 남동쪽으로 이탈해서 북상 중인 BFF 제8함대에 회수되는 걸로 작전은 종료된다. 이상. 빌어먹을. 나이가 드니까 설명하는 것도 빡세졌군.』
"요컨대 로켓티어가 되서 한바탕 탭 댄스를 추고 오라는 거지? 댁이야말로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노땅."
브리핑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이미 기가 베이스의 소함대와 인테리올 함대는 서서히 거리를 좁혀가며 초장거리에서 서로 포화를 주고 받고 있었고.
우우웅, 기이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기가 베이스의 양쪽 동체 측면이 열리며 마침내 2기의 VOB와 케이지를 연상케 하는 그 간이 발사 시설이 드러났다.
본래 최대 200기에 달하는 노멀 부대 수송용의 격납고였던 걸 개조한지라 공간은 넉넉했다.
나는 프로일라인과의 통신 회선을 열었다.
"브리핑 들었지? 스티그로는 맡기겠어."
"나야 고맙지만. 왜 보너스를?"
"이 무장으로 AF 상대는 영 메롱이거든, 게다가 난 어차피 GA에서 월급도 나와. 사양하지 말고 받아가라고."
"과연."
대형 크레인 암에 의해 넥스트와 VOB의 조인트 유닛이 결합하고 락이 걸려 고정되자 AMS로부터 꼬리가 달린 듯한 기묘한 감각이 느껴짐과 동시에.
시이이잉.... 간이 발사 시설에 부속된 전자 사출 캐터펄트가 내려와 '발끝' 에 닿는다.
『각 넥스트와 VOB의 결합을 확인. 고정 체크. 클리어. 코지마 로켓 점화 및 캐터펄트의 사출 타이밍을 링크스에게 인계, 언제든지 갈 수 있다.』
날아오를 때다.
"바이퍼." "프로일라인."
""발진.""
순간, 기가 베이스의 양현에서 로켓 추진의 굉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코지마의 빛이 터져나왔다.
천사가 밀어주는 듯한 감각이다.
그러나 천사와 악마는 종이 한 장 차이.
속도를 체감하는 순간. 오버드 부스트를 따위로 취급할 수 있는 살인적인 가속도가 덮친다.
코지마 기술을 사용한 넥스트의 관성 중화 장치로도 전부 막을 수 없는 중압감이, 전신을 짓누른다.
속도계는 콤마 초만에 음속의 장벽을 깨부수고 마하 16을 가리킨다.
마치, 모든 것이 멈추어있고 나 자신과 옆의 프로일라인만이 움직이는 듯한 감각이다.
이래서야 시계 비행은 할 수 없다. 계기 비행에 의존할 수 밖에. 바이퍼의 통합 제어체가 짧은 순간 AMS를 통해 내 의사를 읽어내 시야에 조감 레이더를 표시한다.
교전 에리어 도달까지 5, 4, 3, 2, 1.
"퍼지!"
투웅. 얼어붙었던 시간이 풀린다.
본래 사양에 비해 항행 거리가 짧았던 만큼 넥스트와 분리된 VOB는 한참 코지마 연료가 남은 상태.
그대로 2기의 대형 코지마 미사일이 되어 함대에 직격한다. 작렬하는 녹색의 입자 폭풍.
이 시점에서 인테리올 함대는 반파되었다.
성과는 남은 걸 얼마나 재주껏 주워먹느냐에 따를 뿐.
"미션 개시." "미션을 시작한다."
동시에 바이퍼 - GAN02-NSS - 와 프로일라인 - TYPE-LAHIRE - 는 재가속한다.
기체 각부의 오버드 부스트가 기동. 중력의 속박을 떨쳐내는 코지마의 바람을 타고 두 줄기의 섬광이 된다.
그리고, 두 줄기 섬광의 정면에 무수한 광점이 점멸하고. 궤적이 되어 쏟아지기 시작했다.
"헷, 덩치 큰 것들이 여럿이라 양 하나는 끝내주는구만. 미사일은 내가 유인한다. 아가씨는 선행해."
"신세 좀 질게. 이 신형, 장갑이 워낙 종잇장이라서."
궤적의 대부분은 미사일. 간간히 스티그로가 내뿜는 레이저 캐논이 섞여있다.
바이퍼의 무장은 바주카와 미사일 2종. 맞출 수 있는 상대라면 사격전에선 지지 않는 GA제답게 실탄 방호는 충실하다. 플레어도 장비했다.
프로일라인의 무장은 머신건과 블레이드. 일회용으로 쓰고 버릴 산포 미사일. 장갑은 오메르제답게 종잇장. 플레어도 장비하지 않았다.
그럼 상황판단이다.
"흐읍....!"
함대를 향한 견제로 분열 미사일을 쏘아올린다. 뒤도 안 돌아본 채 QB를 연달아 터뜨리며 주위를 빙 도는 지그재그 급가속. 순간순간 높은 G가 가해지고.
동시에 뇌 내의 트리거를 당긴다.
플레어를 무더기로 사출하며 미사일을 유인한다. 윙 팁 볼텍스에 의해 허공에 천사의 날개가 생긴다. 미사일들은 군체를 이루어 참치 떼처럼 끌려 들어온다.
넥스트 꽁지에 미사일 군체를 달고 마치 치킨 레이스다. 유인하는 와중에도 미사일은 더욱 발사되어 참치 떼는 큼지막하게 몸집을 불렸고, 때가 왔다.
"ㅡ제로니모!"
순간 제동. 갑자기 머리를 치켜드는 코브라를 연상케 하듯 넥스트가 기동한다. 미사일 군체가 오버슛. 데드 식스를 잡았다.
사선 상에 우글우글한 미사일 군체. 무장 선택. 확산 바주카. 망설임 없이 트리거를 당긴다.
콰과과과광! 흩뿌려지는 포탄에 직격당한 군집은 일제히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공중에서 소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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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프로일라인은 OB를 유지한 채 함대 정면을 향해 일직선으로 가속하고 있었다.
함대가 발사한 미사일의 대부분은 바이퍼가 끌고 간데다 몇몇 함도 분열 미사일로 가라앉혔다.
피해야 하는 건 기껏해야 AF의 레이저 캐논 정도. 이전의 LANCEL이면 몰라도 이 LAHIRE의 상대는 아니다.
이쪽은 지나가는 길에 산포 미사일을 뿌려대며 크루징. 직진일보로 스티그로만을 노리면 되는 것이다.
궤도 상의 GA 관측 위성이 어렵사리 전장을 관측해 실시간으로 기가 베이스 쪽으로 전송하고, 통합 제어체를 경유해 스티그로의 정보가 AMS를 통해 흘러들어온다.
거대한 금색의 수중익선 같은 형태. 넥스트에 비해 수십 배는 더 커보인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미확인 AF는 이미 한번 잡아보았다. 두 번 못 잡을 것도 없다.
시야가 스티그로의 칙칙한 금색 동체로 가득 찬 순간.
쓸모가 끝난 미사일을 모두 퍼지하고, 도약한다. 날개짓하는 새의 깃털처럼, 미사일 포드가 사방으로 비산한다.
동시에 프로일라인의 완부에 창백한 달빛이 깃든다.
"사정권 내. 어디, 이클립스보다 튼튼할지 볼까."
노리는 건 스티그로의 정면. 비스듬하게 휘둘러진 팔을 따라 사선으로 달빛의 궤적이 그어진다.
하지만.
"레이저 반응? 잠깐, 이건.... 꺄아아악!"
레이저 블레이드가 장갑판을 가르려는 순간. 스티그로는 달빛을 집어삼키는 날카로운 빛을 발했다.
PA는 그것을 막아내지 못했고. AP가 뭉텅이로 빠져나가 간신히 5000 가까이에서 멈춘다. AMS의 빛이 역류해 피드백이 그녀를 덮치고 비명이 새어나온다.
레이저 블레이드를 단 AF라니 전대미문이다.
무장은 아까의 레이저 캐논과 수직 미사일이 끝이 아니었나? 근접 무장을 가진 AF라니. 말이 안되잖는가.
AMS의 피드백으로 머리를 난도질하는 고통이 엄습하는 가운데.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어 느려진 주관 시간 속에서 그녀는 돌진하려는 스티그로를 보았다.
이대로라면 들이받혀 두 동강이 나 죽는다.
하지만, 어째서, 몸 - 넥스트 - 이 움직이지 않는거지.
답답할 정도로 서서히, 그리고 그 무엇보다 확고히. 내 목을 향한 단두대의 칼날은 영원같은 시간 속에서 내리쳐진다.
피해야 한다. 움직여야 한다. 다시 날아야 한다.
오로지 그 생각만이 젤리처럼 뭉개진 게 아닐까 의심스러운 두뇌에서 메아리친다.
"빌어먹을....! 움직여, 움직이라고!"
순간 충격으로 다운되었던 통합 제어체가 리부팅. 의지를 받아들여 발작적으로 QB를 켜고, 메인 부스터를 억지로 기동시킨다.
기체의 여기저기에서 불꽃과 스파크가 튀는 프로일라인이 사선 상에서 빠져나간다.
누구의 사선인가.
기가 베이스였다.
『쏴라!』
콰아앙!!! 함교 양 옆의 대구경 2연장 스나이퍼 캐논. 탄속 6000m/s의 초고속 탄체가 스티그로에 직격해 무시무시한 폭발이 인다.
그리고.
'내' 사선이기도 했다.
미사일을 끌고 달리는 치킨 레이스가 끝난 뒤.
놈들의 시선이 돌진하는 프로일라인과 스티그로 쪽으로 돌려진 순간. 나는 그대로 예정된 파괴 활동을 개시.
시나몬 롤을 돌려서 뜯어먹듯이 함대 외곽부로부터 배를 격침시키며 안쪽으로 나아갔고. 마침내 도달했다.
포격에 흔들리는 스티그로. 놓치지 않는다. 흔들리는 걸 맞추는 건 내 전문이다.
다 쓴 미사일과 플레어를 전부 퍼지해 가벼워진 바이퍼는 스티그로가 발악하듯 쏴대는 레이저 캐논을 우직하게 받아내며 근거리에서 바주카를 쏟아붓는다.
"생각보다 단단하구만! 아가씨! 괜찮아!?"
"큭, 미안. 방심했어."
프로일라인의 기체 본체의 데미지도 큰데다 아까의 격돌로 머신건을 놓쳤는지 레이저 블레이드만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다시 접근전을 벌이는 건 어렵다.
내가, 여기서, 격침시켜야 한다.
『ㅡ지금 당장 교전 에리어에서 이탈해라!』
결의를 다진 순간. 뇌리를 깊숙히 찔러 들어오는 칠판을 쇠로 된 손톱으로 긁는 목소리. 영감이다. 어째서.
『미처 관측하지 못한 인테리올의 분함대가 하나 더 있었다! 광학 위장을 풀고 그쪽으로 접근 중. 추가로 넥스트도 2기 확인.』
『하나는 랭크 7, 로이 써랜드. 다른 하나는.... 토미 유니언잭? 이놈은 영문 모를 떨거지지만 앞의 놈이 극히 위험하다. 이쪽 증원도 가고 있으니 즉시 이탈해라!』
"로이 써랜드!? FUCK!"
컬러드 랭크 7. 그것도 독립 용병이 얻어낸 랭크라면 그야말로 괴물 새끼다. 동수로 싸웠다가는 필패다.
거기에 스티그로는 과반수의 기능을 정지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장갑이 단단해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이대로 완전히 격파하고 도망칠 수 있는가. 나는 고개를 돌려 프로일라인을 보았다.
"....무리겠구만. 아가씨, 들었지? 이탈하자."
"....."
프로일라인은 말없이 OB를 가동해 그대로 남동 방향으로 이탈했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로이 써랜드, 마이 블리ㅅ...."
"YEAH!!!!!! 쳐넣어주...."
오자마자 이탈하는 걸 보고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회선을 타고 흐르는 대음량의 락 넘버와 함께 멀어져갔다.
Smoke on the Water. 딥 퍼플인가. 과연, 지금과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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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예정대로 북상 중이던 BFF 제8함대와 랑데부. 기함인 기가 베이스 01에 착함해 넥스트는 격납고로 옮겨졌고, 우리들은 별도로 BFF의 046CV1180급 항공모함에 올라타 개인 선실을 배정받았다.
제8함대 본대는 이대로 빅 박스가 있는 체서피크 만의 방위로. 기가 베이스 01과 우리들을 싣은 분함대는 방향을 틀어 멕시코 만에 진입. 베라크루즈에 입항해 뉴멕시코의 콜로니 산타페로 향할 예정이다.
하지만 항해 이틀 째. 그녀는 식사도 거른 채 여전히 선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 아가씨, 못 잡아서 상심한 건 알겠는데 말이지. 슬슬 밥은 먹자? 영국 요리 맛없어서 그래?"
그쯤 되자 나도 두고만 볼 수는 없었고. 마침 저녁 식사가 나오자 - 뜻 밖의 자연식이었다 - 식판을 받아 그녀의 선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똑, 똑, 똑, 똑똑똑.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
끼익. 문이 열리자 보기만 해도 저기압인 얼굴을 한 소녀가 보였고, 식판을 건네자 낼름 가져가더니 그대로 문은 끼이익하고 다시 닫혔다.
달칵. 소리 들으니 안에서 잠근 거 같기도 하고.
어찌되었건 밥은 먹겠지.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뚜벅뚜벅 워커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정각이 넘어 이제 새벽이라 불러야 할 시간이 되었을 무렵.
나는 함 내의 무인 PX에 서 있었다. 옛날에는 PX 물건 값이 굉장히 쌌다지만 이젠 별 차이가 없다. 기업의 경제 조작질로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 탓이다.
나도 그 일원이긴 하다만. 키오스크를 띡띡 눌러 캔맥주 - 보리 함유율 10% 미만의 합성주다 - 와 안주로 단백질 칩을 골랐고.
GA 로고가 박힌 링크스용 신용카드를 꽃자 즉각 결제되어 덜컹하고 물건이 나온다. COAM은 보통 안 쓰인다. GA 달러로 결제된다.
허리를 굽혀 물건을 꺼내자, 익숙한 인기척이 들렸다.
"아가씨?"
이런 곳에서 마주치는 것은 예상 밖이었는지. '아가씨'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그녀는 한참 동안 키오스크를 들여다 봤다, 옆을 -그러니까, 내 쪽을 - 힐끔거렸다 한 끝에. '아가씨'는 입을 열었다.
"....여긴 무슨 일이야?"
"안주랑 술이 떨어졌거든. 마시고 잘거야."
나는 방금 뽑은 캔맥주와 단백질 칩을 보이며 말했다. 전투 후에도 AMS의 피드백은 미미하게 잔류한다. 알코올로 치료하는 것이 직빵이다.
"....그렇구나."
아가씨의 짧은 대답을 끝으로,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녀의 정신사나워 보이는 갈등도.
키오스크의 화면을 무의미하게 두드리길 몇 번. 뭔가를 찾고 있는 것도 아닌 듯한데, 뭐가 그리 오래 걸리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할 때, 그녀가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
"....미...-어."
....워낙 작게 꿍얼거린 탓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대충 짐작은 갔다.
"보니까 아직도 지난 일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건 불가항력 아니겠어? AF에 레이저 블레이드 같은 걸 달 생각한 놈들이 제정신이 아닌거지."
캔따개에 손가락을 걸고 힘을 주자 달칵, 소리가 나고 탄산이 새어나오는 소리가 난다. 한 모금 들이킨다. 버드와이저 제로보다 못하다.
"아니, 그래도-"
그녀는 반박하려는 듯, 고개를 홱 돌려 내 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건 맞고...."
말을 잇지 못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갈 곳을 잃은 그녀의 시선은 멍청히 키오스크 화면으로 되돌아갔다.
"뭐가 맞다는 건지 원."
까다로운 아가씨일세. 나는 다시 한번 캔맥주를 홀짝이곤 그녀의 양 어깨를 탁 붙잡아 한바퀴 휙 돌려 마주보았다. 우물쭈물거리면 대화는 성립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앞에서 해야지.
"다시 한번 말해주실라우?"
"....."
화끈거리는 얼굴에, 어째선지 평소보다 촉촉한 눈. 거기에 놀라서 잔뜩 굳었을 표정.
틀림없이 꼴사나운 모습일텐데. 어째서일까. 그가 '나'를 붙잡은 지금은, 고개를 돌려서 감출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내가, 실수하고, 방심한 건. 맞다고...."
무의식중에 흘러나오는 대답. 정말로 어째서일까. 이렇게 정신없는 기분 속에서도, 혼자서 말할 때와는 다르게 또렷한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 인정하고, 다음에 안하면 그만이지. 뭘 밥까지 굶고 있어? 참내. 이 시간에 여기까지 왔다는 건 또 배고프다는 거 아냐. 받아둬라."
그런 그녀의 심정을 알 리 없는 나는 피식 웃고는 갖고 있던 단백질 칩 봉지를 건넸다. 버팔로 맛이다. 버팔로 고기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이거 먹고. 가서 푹 자. 그러면 잡념도 사라져. 남겨두면 나중에 큰일난다."
"....알았어, 먹을게. 대신...."
"대신?"
"대신, 맥주도 한캔 줘."
"허어...."
신용카드는 아직 키오스크에 꽃혀있었다. 나는 화면을 조작해 캔맥주를 뽑았고. 건네려는 순간 멈칫했다.
"....잠깐, 아가씨, 나이가?"
그런 농담이 가소롭다는 듯, 그녀는 장난스레 미소지었다.
"아아, 미안. 홀애비 냄새가 날때부터 여자랑 연이 없었던 건 알았어야 했는데. 그래서 여자 나이는 제대로 볼 줄 모르지?"
돌아왔군. 나는 그제서야 피식 웃으면서 캔맥주를 건네줄 수 있었다.
동시에, 함대가 작전 해역을 벗어났다는 사이렌이 울리면서 무전 침묵이 해제되어 키오스크 옆의 TV 화면이 켜져 CNN이 나왔다.
『암즈 포트, 스피릿 오브 마더 윌 파괴.』
"....." "....."
아무래도 항해가 길어질 것 같았다.
빅 박스에서 이루어지는 모종의 작업이란 당연히 ORCA
토미 유니온잭은 공식 소설인 For Embrasure에 하리랑 콤비를 이루던 중년 록 오타쿠 링크스임
미미르 군항 습격과 스피릿 오브 마더 윌 격파 보면 알겠지만 지금 시점은 챕터 1 끝자락임
또 COAM 공식 설정이 1만엔이라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냥 GA , 오메르 , 인테리올의 3대 기업 그룹이 일상 통화는 따로 발행하는 걸로 설정함
그리고 바이퍼의 링크스 네임은 '사무라이 보이' , 프로일라인의 링크스 네임은 '에리카 무스터만' 이고 바이퍼 쪽은 영감이 부르다 못해 그냥 자포자기한 느낌
에리카 무스터만은 독일 공문서에서 임의의 여자 이름으로 쓰이는 이름으로 한국으로 치면 홍길동 같은 느낌임
콜로니 산타페는 링크스 리포트의 화자인 미도 아우리엘이 양성 기관에 있을 무렵 쇼핑하러 간 곳이고 살사가 굉장한 음식점이 있다고 함
사무라이 보이는 챕터 1 기준 32세. 아저씨가 맞다.
그리고 띵곡이니 한번 들어봐
쓰다보니 9700자나 나오네 씹
마더월 파괴면 fA 챕터1 때구나 본편 전 시기인줄
ㅇㅇ 미미르 군항 습격 언급도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