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진다... 진짜 뒤진다...’

 

루비콘 3 독립전쟁이 종전한지 1년째, 마테를링크는 문서의 폭풍 속에서 지내느라 겨울이 가고 여름이 오고 다시 겨울이 오는 것마저도 인지하지 못 하는 나날들을 보냈다. 해방기념일에도 업무는 물밀 듯이 들어와 주말마저도 잠시 정비하는 시간일 뿐이지 무언가 쉰다는 개념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성탄절이 되고 나서야 잠시 쉴 짬이 생겼다.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은, 이거로 1년을 버틴 것만으로도 용하다는 생각이었고, 또 다른 생각으론 더 이어간다면 임플란트들이 과부하를 못 이겨서 아마 튀김이 되지 않을까란 것이었다. 주중 무휴로 문서업무들을 이어가는 상황은 이미 스네일의 밑에서 구르는 시간 동안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루비코니언들의 열약한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거나 쓰이고 있는 구식의 통신체계는 또 다른 것이었다.

 

인간의 체력을 소통 비용의 일부로 쓰는 통신체계들 덕분에 말라죽을 것같은 나날들에 더해서, 무엇보다 더 끔찍한 것은.

 

자 오늘도 열심히 일한 우리의 마 대리를 위해서 건배!”

건배...”

우리 행정과의 보람찬 일과를 위하여 건배!”

건배...”

루비코니언들의 앞날을 위해 건배!”

건배...”

 

이럴 것을 예상했으면 월급을 좀 써서 간도 강화 받을 것을 후회했다. 베스퍼에서의 일과에서 회식같은 건 없었다. 스네일이 회식하자고 하면 프로이트가 그런 비능률적인 일 대신에 부대의 능력과 단합에 더 도움이 되는 모의전을 하자며 막아댄 통에 결국 스네일도 포기하였는데, 행정과에서는 그런 것도 없었다.

 

이에 더해서, 가끔씩은 주말에도 연락을 해서 상사들이 근방의 산에 데려가는 날도 있었고, 그리 되면 그 다음날은 하루 종일 다리의 근육통과 싸워야했다. 조금이라도 지치면 젊은데다가 강화까지 받아놓고 고작 이정도 올라왔는데 지쳤냐면서 핀잔을 주는 것은 또 어떠한가. 평생을 눈 내리는 험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체력과 등산 능력은 절대로 무시하지 말란 것이었다.

 

그나마 성탄절이 온 것에 더해서 대략적인 정부 업무들은 점차 정착해온 단계였기에 더 이상 다른 과에서 시작된 업무들이 행정과라는 두루뭉술한 이름 덕에 끌려와서 끝나는 일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기에, 일주일은 휴식할 시간이 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런 시간을 가볍게 소모할 생각은 결코 아니었다. 정부 인트라넷에서 AC 파일럿들을 특채로 뽑는 특수치안유지과모집 공지가 올라온 것을 봤고, 자신 정도면 그래도 충분히 뽑힐만한 처지가 아닐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트라넷의 노획장비 일람에서 AC들을 검색했다.

 

“... 없어?”

 

자신의 AC, 인펙션을 검색해보았다. 1년간 벌어진 일들 덕에 루비코니언들의 능력을 의심하였고, 또 설마 하면서 계속 비슷한 철자들을 바꾸면서 검색했지만, 인펙션이란 이름의 노획 AC는 없었다. 이에 설마하는 불길한 생각으로, 러스티에게 연락했다.

 

, ... 마르크스? ?”

마테를링크입니다. 러스티 각하. 혹시 제 AC는 어찌 되었는지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 그게... ... 잠시만, 그건 왜 물어보는건데?”

이번에 특수치안유지과 모집에 응시하기 위해서 물어보고 있습니다.”

, 잠시만. 마테를링크, 내일 오후 쯤에 시간 나지? 내가 헬기 하나 타고 데려갈게. 시간은 괜찮겠지?”

“13시에서 15시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 내일 데리러갈게.”

 

제발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BAWS 1공창, 기술분석 및 해석 부서. 기업과 PCA, RRI가 남긴 모든 유산들과 노획품들을 활발히 해체하고 내부의 기술들을 해석하기 위해 설립된 신설 부서로, 해방전쟁 3개월 이후에 설립되었다. 마테를링크는 러스티와 함께 그 안쪽으로 향하면서 여러 가지 기체들을 보며 불안함을 느꼈다. 이를테면 스네일이 남긴 오픈 페이스 AC 소체라던가 하는 것들이 눈에 띄었기에.

 

그리고 이 불안감은 결국 확신이 되었다. 자신의 AC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불안감에 오래 얽메어있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위안이 되긴 했을까 싶었다.

 

, 미안하다. 마테를링크

 

자신의 AC, 인펙션은 이미 세부 부품 단위로 모두 해체되어 BAWS의 노동자들과 기술자들에 의해 해석되고 있었다. 중점으로 작용할 부분은 펄스건과 플라즈마 캐논, 그리고 제네레이터였다. 그래도 베스퍼 부대에 입단해 처음 받은 AC였고, 나름대로 애정을 가지고 굴린 기체가 볼트와 너트 단위로 분해되기 직전의 단계에 있는 것을 보니까 눈물이 흘렀다.

 

마테를링크, VP-40SVP-422는 구하기 쉬우니까 걱정 마라. 팔이랑 머리 부분은 스틸 헤이즈에서 떼어다 주지.”

 

비록 처음부터 배반할 생각으로 베스퍼에 입단했다만 그래도 동료 부하였던 사람이 완전히 넋이 나간걸 보니까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다. 플라즈마 캐논과 펄스건, 그리고 20C 제네레이터는 구하기 어렵겠다만, 대체제는 금방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름은 어브레이션(Abrasion, 염증) 정도가 괜찮으려나? 어때?”

네 알겠습니다.”

 

마테를링크는 완전 넋이 나간 상태에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