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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있는 본인이 말하긴 뭣하지만, 기본적으로 레이저 병기란 꽤 불안정한 물건이다.

머스킷 시대 이래 수백 년의 노하우가 쌓여 있는 실탄 화기에 비해 실용화된 지 이제 겨우 수십 년. 피탄으로 인한 작동 불량이 나기도 쉽고 폭발성도 높다.

그래, 폭발성이 높다.

경계심을 한껏 끌어올린 채 예열해두고 조준을 기다리고 있던 레이저 라이플이다.

망가져서 발사가 불가능하다고는 하나 축전 기구에 대규모 폭발을 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EN이 꽉꽉 들어차 있을 테지.

그야말로 건드리기만 해도 터지는 에너지 폭탄.

이 점에 착안하여 딱 한 번. 이번 한 번만 체칠리아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다면 이길 수 있는 묘수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콕피트를 열고 인간의 오감을 전부 쓴다면 모를까, 라고 했었나. 이렇게 빠르게 실천할 줄은 몰랐는데.

레버를 잡고, 돌려서 해치를 연다.

단순 출입구와 코지마 방호를 위한 밀폐 기능밖에 없는 넥스트의 콕피트 해치와 다르게 이 괴퍼르트는 코지마의 독이 하늘과 대지에 뿌려지기 전에 설계된 기종이다.

고로, 파일럿이 고개를 내밀어도 다소 괜찮은 환경을 전제하고 있어 지금처럼 센서가 먹통일 땐 해치를 연 채 고정해서 유시계로 볼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철컥, 기이잉ㅡ 턱!

"켁, 먼지가 무슨.... 큼."

극미량의 코지마가 섞인 먼지가 콕피트 안으로 밀고 들어와 코가 시큰해진다. 짧은 기침.

천천히 숨을 내쉬며, 나는 점차 가라앉고 있다지만 아직도 시야를 짙게 가리고 있는 먼지 사이를 주의 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먼저, 주변의 금속과 콘크리트 파편 등이 부딪히는 소리. 먼지가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 등이 들렸다. 그리고 그 중에서 명백하게 이질적인 소음이 둘.

희미하지만 유압의 구동음. 합성수지제 인공 근육 특유의 꾸드득하는 수축음.

십중팔구 체칠리아의 괴퍼르트가 내는 소리다. 폐시가지의 건물들 사이에서 울리는 그 소리를 따라, 나는 그녀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가늠했다.

또한, 공기 중에 섞인 오존의 냄새.

레이저 병기를 사용하면 대기 중에 특유의 오존 냄새가 남는다.

수업에서 레이저 라이플도 사격 시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들었지만, 이 먼지바람 속에서도 구분해낼 정도의 강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 금방 휘발되지.

고로, 이건 체칠리아기가 장비한 레이저 블레이드의 냄새. 이 냄새가 내 위치에서 가까워지고 있다.

그 뒤로 진동. 접지하고 있는 기체의 외부 장갑에 손을 올려 지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진동을 느낀다. 건물 잔해를 밟는 듯한 약한 울림이 전해져 왔다.

진동의 템포는 점차 더 빠르게, 더더욱 빠르게, 끝마무리를 짓기 위해 접근해오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먼지로 흐릿해진 시야 너머에서 건물 사이로 푸르스름한 검광을 포착했다.

시계 방향으로 이동하며, 폐건물 사이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어림짐작으로 계산한 접촉 예상 시각은 앞으로 10초. 9초.

8초. 나는 속으로 숫자를 외며 한 손으로 콕피트 해치 가장자리를 잡고, 다시 내부로 몸을 숙였다.

콕피트 내부로 몸을 숙이며 심호흡을 내뱉는다.

긴장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감싸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차갑게 맑았다.

7초.

좌완은 망가진 레이저 라이플을 단단히 쥐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아서 불안하지만, 지금은 도박수를 던져야 할 때다. 참는다.

6초.

콕피트 해치가 반쯤 닫히는 동안, 나는 라이플을 앞을 향해 치켜들었다.

지금도 스파크가 파직파직 튀고 있다. 대량의 EN을 머금은 축전 기구가 도신에 닿는 순간 폭발해 체칠리아기의 움직임을 멈추게 할 것이다.

5초.

도신이 먼지 속에서 푸른빛을 내며 뚜렷해졌다. 체칠리아기는 자신이 승리할 것을 확신한 듯, 직선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4초.

손에 힘을 주고, 트리거를 당길 준비를 한다.

"한 번뿐이야..."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콕피트 해치를 단숨에 닫는다.

3초.

레이저 블레이드가 폐건물을 가르며 휘광을 뿜는다. 마침내, 도신이 내 기체의 앞까지 닿으려는 찰나―

"지금이다!"

콕핏을 완전히 잠그고, 레이저 라이플을 투척.

그 광경은 느릿하게 보인다. 아드레날린 분비에 의한 주관 시간의 둔화. 체칠리아기의 블레이드가 라이플에 닿으며 축전 기구가 과부하를 일으킨다.

2초.

폭발. 눈부신 섬광과 함께 엄청난 충격파가 먼지바람을 몰아냈다.

콕피트의 쇼크 업소버들이 굉음을 내며 고동쳤다. 체칠리아기는 예상대로 폭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적잖은 대미지도 입었으리라.

1초.

먼지가 걷히며 체칠리아기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모니터의 잔상으로 인해 잠시 멈춰있던 그녀의 기체는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섬광으로 인해 FCS에 일시적인 과부하가 걸렸음이 분명했다.

나는 큰 피해가 없다. 콕피트 해치를 닫고 모니터가 재부팅되는 순간에 섬광이 터졌다. FCS고 카메라고 모니터고 꺼져 있었는데 어떻게 타격을 받겠는가.

모니터가 재부팅되자마자 보인 것은 우반신이 그을음으로 새까매진 체칠리아기의 당황한 듯한 움직임.

『당신 대체 무슨...?!』

0초.

그리고 당황한 목소리.

"싸움은 임기응변!"

좌완의 레이저 라이플이 총구섬광을 터뜨리며 대기를 불태우는 선을 긋는다. 우측 각부에 직격. 빔의 고열에 발갛게 달아오르다가 융해되어 자세가 무너진다.

허나 그걸로 전의가 꺾일 체칠리아가 아니다.

『다리를...! 하아아아아!!』

과감하게 당장의 자세 제어를 포기하고 추진기를 분사. 몸을 내던진다.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사고의 순간 번득이는 검광.

마치 종이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내 기체의 좌완이 뿌리째 잘려나갔다.

체칠리아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건물에 처박히듯 돌진. 되려 건물 잔해를 기댈 것 삼아 자세를 유지한다.

고열로 녹은 금속과 합성수지가 붉은빛으로 타오르며 역한 냄새와 함께 끊긴 단면을 드러낸다. AMS를 쓰고 있었더라면 의사통각에 의한 쇼크로 의식을 상실했겠지.

경고음이 연달아 울리며 좌완부 파괴를 알렸고, 콕피트에 강하게 울리는 진동이 내 몸을 뒤흔들었다. 자동적인 자세 제어. 한바퀴 회전하며 미끄러지듯 착지.

푸쉬익ㅡ 하는 소리가 난다. 좌완 액추에이터의 절단면에서 새고 있는 유압액이 고열에 증발하며 나는 소리.

서로 한 번씩 주고받았다. 쌍방의 AC도 파손이 커 오래 버티진 못할 터. 그렇다면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승부다."




승부다.

그래, 그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다. 이따금 나이에 비해 조숙한 면모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갓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의 사내아이였으니까.

찰나의 재치로 만들어낸 도박수가 먹혀들어간 모습을 눈앞에 두고 정신이 고양될 만도 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쪽도 비슷한 기분. 아무래도 총싸움이나 칼싸움을 좋아하는 것은 그 나이대 남자아이들만의 특성은 아닌 듯했다.

그다지 품위있는 일이라고는 보기 힘들지만, 나 또한 명백히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었으니까.

입꼬리가 스윽 올라가려는 것을 의지로 억누르고, 뇌의 사고회로를 가속시켜 빠르게 상황판단을 마친다.

루카 리의 기체는 왼팔과 그 무장을 상실한 상태. 적열하고 있는 좌완 절단면의 증기로 보아 유압이 조금씩 누출되고 있는 상태.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상태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그에 비해 내 기체는 심각. 각부가 파손되어 간신히 건물 잔해에 기대어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으로, 지속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그가 취할 상식적인 행동은, 거리를 벌린 뒤 거의 기동력을 상실한 나를 원거리 사격으로 제압하는 것.

이따금 건물 벽을 밟으며 도약하거나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는 기동을 구사하는 등 이해 못 할 행동을 선보이긴 하지만, 그는 그런대로 상식적인 남자다.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합리적」인 이상, 구태여 다른 수단을 취할 이유는 없을 터.

"그 점을 노린다면...!"

좌완의 블레이드를 가볍게 뒤로 젖히고, 활을 떠난 화살과 같이 추진기를 분사해 나간다. 동시에 블레이드를 퍼지. 가속을 실어 기습적으로 투척한다.

그가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유형의 블레이드에는 내장형 콘덴서가 탑재되어 있다.

충전된 상태에서는 퍼지한 후에도 잠시동안 칼날이 유지되기 때문에, 취급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하던가. 조금 전의 레이저 라이플에 대한 내 나름의 찬사인 셈이다.

아직 절삭력이 남아 있는 푸르스름한 빛줄기를 뿜으며 날아간 블레이드는 공중에서 맹렬히 회전하며 루카의 기체를 향해 쇄도했다.

어줍잖게 후방으로 빠지면 그대로 칼날에 피격당하고, 옆으로 빠지면 이미 가속을 시작한 이쪽의 기체에 고스란히 측면을 노출하는 상황.

루카는 블레이드가 날아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방어 태세를 갖춘다. 합리적이다. 선수를 빼앗긴 시점에서 그에게 회피할 방법은 없다. 적어도 나는 눈 앞의 그가 쉽게 도망치게 둘 정도로 무르지 않다.

그렇다면 여기서 체크. 그는 좌완을 잃었기에, 필시 우완으로 대응해야 할 터. 블레이드는 그의 기체 바로 앞에서 작렬한다.

레이저 라이플의 총신이 비스듬히 잘려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린다. 이것으로 우완도 봉쇄. 승리의 포석이 그 형태를 갖춘다.

그 순간, 추진기를 전력 가동하며 루카의 측면으로 급가속한다. 고작 내장 콘덴서 따위의 출력으로 결정타를 날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진짜 공격은 오른손에 쥔 펄스 건. 이번에야말로 체크메이트다.

탄속이 느린 데다가 위력 또한 빈말로라도 높다고는 할 수 없는 펄스 건이지만, 이만한 거리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탄이 샐 틈도 없는 영거리에서 난사한다면, 제아무리 튼튼한 기체라도 중파를 피할 방도가 없다. 이것으로 승리는 확정적.

이라고 생각한 직후의 일이었다.

『지금이다!』

기우뚱, 기체가 크게 기울었다.

예상 외의 충격에 고막에서 윙윙 울리는 소리가 났다. 메스꺼움을 참고 메인 카메라의 시야를 들여다본 후에야, 나는 그가 반쯤 잘려나간 레이저 라이플로 야구라도 하듯 내 기체를 후려쳤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런...?!"

경악하려고 하는 심정을 의식의 반대편으로 내몰며 반사적으로 펄스 건의 트리거를 눌렀다. 전자탄이 뿜어져 나오며 인접한 기체의 표면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승부는 아직 가려지지 않은 채였다.

EN의 잔량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서, 손가락 마디가 으스러질 정도로 트리거를 쥔 손에 힘을 넣었다. 루카의 다음 수가 무엇일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세는 다소 흔들렸어도, 아직까지는 이쪽의 간격 내. 이상적인 승리와는 멀어졌지만, 아직이다. 나는 조금 더. 적어도 더블 K.O.까지는.

어쩌면, 나는 그 시점까지도 그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웅. 직격한 로우 킥이 괴퍼르트의 남은 각부를 정확히 가격하며 자세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펄스 건의 잔탄이 허공을 가르는 잔상만을 메인 카메라에 남긴 채, 내 기체는 중심을 잃고 폐건물 잔해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덜컹. 덜컹. 한참을 구른 후, 금이 간 모니터를 통해 자신의 기체가 더는 움직일 수 없음을 확인했다. 루카의 기체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을 테지만, 적어도 그는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졌어..."

자신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렸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조금 멍한 음색.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루카는 헐떡이는 숨소리 사이에 약간의 기쁨을 담아 대답했다.

『싸움은 임기응변이라니까.』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조금 분하지만, 제대로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드디어 노멀 훈련이 끝났군

다음 훈련은 마그레브다

짐 싸라 아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