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냐, 어째서인거냐, 레이븐!”



[“네 녀석은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건데…”]



벨리우스에서 프로이트는 레이븐과 사소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라고 하기에는 프로이트의 일방적인 집착에 가까운 상태였기에, 레이븐과 통신을 하려던 오키프는 갑자기 끼어든 불청객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는지 조금 신경질적인 어조로 투덜거렸고.



「음, 그냥 신경 끄셔도 될 것 같네요, 레이븐.」



그렇게 말해주는 에어의 목소리가 주는 울림이 레이븐에게 있어서는 적절한 필터가 되어준 것일까, 통신실의 해방 전선 인원들에게 반 정도는 저지당하고 있는 프로이트의 외침은 어느정도 흘려듣는게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통신 회선 너머로 들려오던 프로이트의 외침이 해방 전선 측과 함께 사라진 것을 느꼈을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레이븐과의 통신을 요청했었던 회선 너머의 오키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터무니 없는 놈을 떠맡겨버린 느낌이라 미안하군.”]



“그런가.”



[“뭐... 큰 사고는 안 치고 있었다니 그것만으로도 감사를 해야 할 지경인 놈이라서.

어쨌든간에, 바스큘러 플랜트의 모든 시스템의 해킹에 성공했다. 러스티에게 미리 말해두긴 했지만, 이 건은 아무래도 자네에게 더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거든.”]



만약 프로이트가 잠자코 있었더라면 같이 들었을 이야기이긴 하지만, 프로이트는 AC 텐더풋의 블랙박스에 저장된 전투 기록을 확인하고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레이븐을 좀 많이 귀찮게 만들었었다. 그나마 수면은 방해하지 않았다는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긴 해도. 뭐 어찌되었든 오키프에게 있어서 프로이트가 듣는 것은 들어도 그만이고 안 들어도 그만인 계륵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취급 같았던건 제쳐두고.


오키프의 바스큘러 플랜트 시스템 장악 작업에 들어가게 된지 13일이 경과, 2주차에 접어들게 되어서야 오키프는 비로소 장악에 성공했다. 그가 러스티에게 말했던 예상 기간보다 사흘이 넘게 늦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러스티와 미들 플랫웰에게 들어서 그 기간을 알고 있던 레이븐에게, 오키프가 조금 심각한 어조로 이유를 밝혔다.



[“외부에서 침입 시도가 있었다.”]



“침입, 시도라면-”



[“그래, 올 마인드가 눈치를 챈 모양이더군.”]



불청객인 올 마인드가 계속해서 바스큘러 플랜트의 입성을 시도했기에 그걸 일일히 차단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는 것. 그 말을 듣고 사태의 심각성이 조금은 높아졌다고 여긴 레이븐이 미간을 찌푸리자, 오키프는 정작 귀찮은 먼지 같은 것을 정리했다고 여기는 듯한 뉘앙스로 말을 이었다.



[“인간을 한심하게 여기는 주제에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방화벽을 못 뚫다니. 눈치를 채는 것과 별개로 능력만큼은 인간에 못 미치는데 어떻게 코랄 릴리즈를 통해서 자신이 세상을 주도하겠다는 건지.”]



「당사자가 들으면 상당히 슬픈 반응을 보일 것 같네요.」



“틀린, 말은, 아니네.”



대화를 가만히 주워듣고 있던 에어의 짧지만 신랄한 평가에 레이븐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내어 답했다. 다행히 통신실 내부는 레이븐과 에어 뿐이었기에 이걸 몰래 훔쳐듣는 쥐 같은 존재는 없었으니 그건 차치하고, 레이븐의 목소리를 들은 오키프가 회선 너머로 의아함을 드러냈다.



[“방금은, 에어의 말에 대답한 건가?”]



“아.”



[“당황할 것 없어, 나는 그녀를 개인 대 개인으로서 신뢰하기엔 어렵다고 해도, 네가 그녀에 대해서 신뢰해도 좋다고 보증하지 않았나. 지금 당장은 난 너를 믿고 있다.

그렇기에 네가 믿는 그녀를 나도 일단은 믿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에어의 존재를 레이븐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된 오키프는 레이븐이 자신의 무의식적인 실언을 내뱉었음에 당황하자 바람빠지듯 웃는 소리를 내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코랄들의 아우성,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코랄 인격체의 존재에 부정적인 인상이 여전히 크게 남아있을 오키프가 레이븐에게 협력을 구하면서도 그의 행동에 대해서 중립을 유지하는건 에어의 존재가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코랄에 대해서 좋은 기억이 없을 자신과 비교한다면 레이븐이 지금 이렇게라도 살아남아 있게 된 결과에 코랄의 도움이 컸다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어찌 되었든, 미들 플랫웰에게 내가 바스큘러 플랜트의 모든 시스템을 장악하고 나면 이 안에 잠들어있는 기술력의 산물들을 루비콘 해방 전선 측에게 제공하겠다고 약조했었지.”]



“그렇다. 그리고, 그 일 때문에, 플랫웰이, 많이, 곤란했다고, 하더군.”



레이븐의 말대로, 미들 플랫웰은 해당 안건을 해방 전선 간부진 회의에 부쳤다. 물론 회의는 엄청난 혼란과 반대에 휩싸였고, 일명 플랫웰 라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러스티와 리틀 쯔이의 변호에 힘입어서 중립을 유지하던 인덱스 더넘도 플랫웰의 손을 들어주었기에 강경한 반대파를 제외하고는 어느정도 설득에 성공했다고 플랫웰이 직접 증언했던가.


적잖은 고성이 오가던 회의장 내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링 프레디는 모든 회의 기록을 정리해서 혼자 들고 나갔다고 했는데, 아마도 그 기록은 그대로 수부 섬 돌마얀에게 전달이 될 것이 분명했다.



[“발람이나 아르카부스였다면 눈이 뒤집힐 일이지만, 난 어디까지나 올 마인드의 방해와 억제가 목적이다. 이 곳의 기술력은 어디까지나 루비코니언들의 것이지, 그러니 나는 그들이 마땅히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었을 것들은 그들의 손에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 소속이었지만, 기업에 소속되었던 사람의 사상이라고는 믿기 힘드네요.」



[“이건 그냥 내 추측이지만, 아마 내 말을 듣고는 많이 의아한 반응을 보였겠는걸.”]



오키프의 말을 들은 레이븐은 대답 대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침묵했다. 저 말이 에어를 향해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자신의 이런 생각을 전해들은 루비코니언들에게 향해서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둘 중 하나에게 하려는 말임은 확실했으니까.


대체 이 남자는, 어째서, 이렇게까지 자신을 돕는 것을 넘어서서 직간접적으로 루비콘 해방 전선, 루비코니언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일까, 라는 생각에 레이븐이 입을 열었다.



“..너는, 우리를, 돕는, 다른, 이유가, 있나?”



[“다른 이유?”]



오키프는 회선 너머에서 잠시 고민하듯 낮게 고심하는 소리를 내었고, 그의 답이 다시 들리기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결국은 나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이고 싶기 때문이다.”]



중앙 빙원 지부에서 했었던 코랄 릴리즈에 대한 이야기의 연장선상처럼, 이와 같이 답하는 오키프의 목소리에는 옅게나마 허탈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일순간의 자신의 욕망에 휘둘려 그릇된 길을 걸을 뻔 했던 과거의 자신을 책망하고픈 미련이 담긴 어조로, 그의 말이 덧붙여졌다.



[“베스퍼의 상위로서 이 행성에 있으면서 좋든 싫든,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간에 나는 루비콘 해방 전선과 그 이외 루비코니언들의 거동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이들의 생활사에도 집중하게 되지, 표면상으로는 그저 감시와 감청의 목적이다.

물론 말만 그렇고, 실지로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평범한 인간으로서 이 땅에서 살아가려고 애쓰는 이들의 모습이 내게 있어서는 동경하게 되는,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그것만으로도 살아가는 가치가 있는 삶을 사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들이 좋았으니까.”]



“살기, 위해서,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생명체로서 당연한 이유이지 않나.”]



이 세상에 태어난 생명체이기에 계속해서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생존 투쟁을 삶의 동력원이자 계기로 삼으며 살아온 루비코니언들의 생활사를 지켜보며, 강화 인간으로서 메마른 삶을 반쯤 강요받았을 오키프는 이미 글러먹게 되었다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살고 싶다는 욕망을 어느 정도 품게 된 것이었다.


아마도 올 마인드가 그와 접촉을 시도한 이유도 그 욕망을 엿보았기 때문이겠지.



「인간으로서, 생명체로서 살아가는 것…」



오키프의 말을 조용히 듣던 에어는 무언가 자그마한 깨달음을 얻게 된 것 같았다.



[“일단은 중요 인사들에 한해서 바스큘러 플랜트에 방문하는걸 권유하겠어, 나는 러스티 쪽으로 이에 대해 한번 더 이야기를 전달하도록 하지.”]



“그럼, 바스큘러 플랜트에서-”



[“그래, 그때 다시 보자고.”]



기약을 마지막으로, 모든 통신은 종료되었다.








“...이게, 전부 다.. 설마, 대체 코랄이 뭐가 어쨌길래 이렇게까지…”



“이건, 신념보다는 광기에 가까운걸…”



아르카부스 코퍼레이션이 워치 포인트 알파의 초입에 바스큘러 플랜트의 별도 출입구를 만들어 두었기에, 그 곳을 통해 일시적으로 출입이 가능하게 된 덕분에 해방 전선 측은 드디어 플랜트 내부에 진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해방 전쟁 막바지에는 그저 보존이 최대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결과적으로는 루비코니언들의, 루비콘 해방 전선의 소유물이 되었으니까.


허나, 그 초입에 쌓여있는 바디백, 밀봉된 시체낭 무더기를 보게 된 미들 플랫웰과 러스티는 경악에 가깝게 읊조렸다. 육안으로 봐도 두 자릿수는 가뿐히 넘는, 세 자릿수는 쉽게 달성했음이 분명한 바디백의 숫자는 프로이트와 레드마저 안색에 일순간 잿빛이 돌게 만들 정도였다.



「바스큘러 플랜트 내부는.... 아이비스의 불 당시에 상당수의 루비코니언을 수용 중이었던 모양입니다. 쉘터의 역할...을 했던 거겠죠.」



비록 밀봉되어 내용물의 확인은 어렵게 되었지만 알 수 있었다. 바디백이 평범한 인간의 체격보다는 작게 압축된 것으로 보아서는 그 안의 내용물은 아이비스의 불 이후 아사 혹은 안락사를 당한 선대 루비코니언들의 시체임이 분명했다. 크기가 줄었다는 것은, 오랜 세월동안 방치되어 미라화가 되었다는 증거라고 이해해도 될 정도였다.



“아르카부스는 바스큘러 플랜트를 끌어올려서 출입의 편리를 위해 약간의 개조를 가한 것 이외에는 플랜트의 설비에 손을 대진 않았다.

다른 말로는, 그저 전원만 켜놓았단 거지.”



“기업에게는 당장의 유의미한 실적이 중요하지, 고대의 기술력이 중요한게 아니니까.”



모든 기업 세력이 루비콘 성계를 이탈하기 직전까지 아르카부스 소속이긴 했던 프로이트의 설명을 들은 레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의 과거 소속이던 발람 역시도 실적을 중요시했으니까. 뭐, 그 덕분에 대표 전력은 전부 분쇄당한채 도망치듯 손을 뗐어야 했다만.



“...오키프.”



[“그래, 듣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숫자가, 전부인가?”



[“아니,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하지만... 지금 거기에 놓여있는 시신들은 잘 쳐줘야 5%에 달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스큘러 플랜트 내부의 공간은 상당히 넓고 복잡해, 거대한 도시 하나의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오키프는 바스큘러 플랜트의 제어실에서 카메라를 통해 그들의 반응을 관측하고 있었다. 레이븐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들려온 오키프의 대답에는 쓴맛이 감돌고 있었고, 일행이 보고 있는 이 바디백들의 숫자보다도 더 많은 시신이 여전히 아무런 조치도 못받은 채 구 시대의 공기 속에서 안식을 취하지 못한 채 널브러져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들은 모두는 침묵으로 이 장소에 있는 모든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의 묵념을 대신했다.


거대한 도시 하나만큼의 기능, 이라는 말은 레이븐과 에어에게 있어선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코랄 집적 지역에 진입하게 되었을 당시 마주하게 된 루비콘 기술연구도시의 잔해, 그 중심에 우두커니 서있었던 바스큘러 플랜트의 하부. 그 거대한 유령도시 이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던 거대한 구조물조차 육안으로 관측하게 된 것은 그저 아래쪽 일부분에 불과했으니까. 오키프가 있는 제어실로 향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면서 신체를 땅으로 끌어내리려는 미약한 중력의 감각을 느낀 레이븐은 그리드에 방문하려는 목적으로 탑승했던 엘리베이터보다도 길게 느껴지는 바스큘러 플랜트의 엘리베이터에 인간으로서, 생명체로서 규격 외의 존재를 보고 경험했을때의 경외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구 시대의 유산이라, 이 곳에 대해서 이해하고자 발을 들이게 될 줄은…”



“그리고, 이 곳이 품고 있는 코랄에 대해서도 말이지.”



미들 플랫웰과 러스티의 말은 일평생을 루비코니언으로서 살아오며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비밀의 장소를, 투쟁 속에서 손에 쥔 생명을 지닌 채 찾아오게 되었음에 감회를 느낀 것 같았다. 프로이트는 입구 쪽에 정렬되어있던 무수히 많은 바디백을 본 이후로 조금 굳은 표정이 되어 침묵을 유지하는 중이었는데, 비록 전투를 사랑하고 그 전투를 통해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나날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죄 없을 사람들이 끝내 세상의 빛을 두번 다시 보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죽어야만 했을 상황은 절대로 가볍게 받아들일만한 주제가 아님을 알고는 있는 모양이었다.



“루비콘, 그리고 코랄... 이 때문에…”



레이븐만이 희미하게 들을 수 있었던 레드의 중얼거림은 의구심과 회의감이 뒤섞여 들렸다.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만 본다면, 이 코랄 때문에 G1 미시간을 비롯한 레드 건의 선배들을 잃게 되었기에 코랄을 향해 증오를 불태워도 될법했지만, 그렇게 무턱대고 증오의 대상을 찾아 감정을 내다버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그 많은 것을 잃은 현실 속에서 다시 살아남게 되면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평형을 다시금 맞추었기에 그러진 않았다.


오히려 과거를 향한 아련함이 진하게 묻어나고 있을 뿐.


그 속에서 레이븐과 에어는 침묵을 유지하다가 엘리베이터가 제어실에 도착, 문이 열리자 그 너머에서 드러난것은 바스큘러 플랜트에 들어가기 전보다 많이 초췌해진 인상의 오키프가 양 팔을 벌려 썩 과장된 몸짓으로 일행을 환영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바스큘러 플랜트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리고... 반갑군, 루비콘 해방 전선의 미들 플랫웰.”



“V.III..... 아니, 자네가 오키프인가.”



오키프는 플랫웰이 먼저 나서서 자신에게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을 보며, 무미건조하게 입꼬리를 틀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초면에 이런 말을 한다면 실례되는게 맞겠지, 하지만…

당신과 러스티를 비롯한 루비콘 해방 전선, 그리고 모든 루비코니언이 꼭 알고 있어야만 하는 사실을 알려줘야만 하니까 이곳으로 부르게 되었어. 그러니, 각오는 되었길 바라지.”










“지금... 지금 뭐라고 한 건가?”



오키프를 통해서 알아보려고 하지 않은, 그러나 만약 알아야만 한다면 알고 싶지 않았을 진실을 들어버린 플랫웰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표정이 조금 굳어있었을 뿐이었지만 분위기에서조차 여유를 잃지 않았던 프로이트 역시 못 믿겠다는 듯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하니 오키프를 바라보고 있었고, 레드는 경악하는 눈초리로 이들이 타고 왔던 엘리베이터 쪽을 돌아보고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제어실을 훑어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의 다른 형태였다.



“오키프, 네 말에 대해서... 책임을 질 생각은 안 하고 생각없이 내뱉은 건 아니겠지?”



오키프를 신뢰했기에 그의 선택을 전적으로 지지해줬던 러스티조차 오키프의 발언에 충격을 금치 못하며 급기야 그를 향해 약간이나마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오키프는 그럴 만도 하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러스티의 심정을 이해한다는듯한 반응을 비추었다.



“러스티, 중앙 빙원에서 내가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나?”



오키프의 말을 들은 러스티는 순간 멈칫했으나.



“코랄, 릴리즈... 그 이야기의 연장선인건가…”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한 오키프가 허무맹랑한 말을 지어낸것이 아님은 마음으로는 이해하고 있었기에, 일전에 그가 언급했던 코랄 릴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살짝 고개를 내밀었던 의심을 다시금 접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코랄로 인해 인생이 뒤틀렸고, 코랄로 인해 고통을 받았기에, 코랄을 등진 구세대 강화 인간.


그런 강화 인간의 시선이 러스티를 향했다가, 프로이트, 레드, 플랫웰을 거치고는 그들에게서 거리를 조금 두고 있는, 자신과 비슷하지만 다른 길을 걷기로 선택한 남자에게 향했다.


코랄로 인해 인생이 뒤틀린 또 다른 강화 인간, 그러나 코랄과의 공존을 선택한 강화 인간.



“레이븐.”



강화 인간 C4-621, 레이븐은 오키프와 시선을 마주했지만, 그의 시선에 담긴 것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였다. 그 의지가 오롯이 개인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의 것을 포함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나는 루비콘 해방 전선의 모든 루비코니언들이, 못해도 지금 여기 있는 이들만큼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건 내 독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네에게 만큼은 묻고 싶군.

자, 대답 할 수 있겠나? 내가 한 말의 진실과 거짓은 자네가 제일 잘 알고 있을테니까.”



그 의지를 지닌 자의 마음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오키프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는 듯이 자기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을 무시하며 레이븐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레이븐, 언젠가는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 예상은 했었습니다.」



그 시선을 받는 레이븐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부드러운 속삭임에, 레이븐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이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 모든 이야기의 전개에서 터닝 포인트가 된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으니까.


레이븐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이해를 하고 싶은 동반자로서.



「루비콘을, 코랄을, 동포를,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그러니까, 저는.

레이븐, 당신이 어떤 말을 하시더라도, 저는 끝까지 당신을 돕겠습니다.」



에어의 목소리가 자신에게 격려가 되었던 것일까. 레이븐은 굳어있던 입술을 띄워 열어 답했다.



“오키프의, 말이, 맞다.”



레이븐은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자신이 부여받았던 번호를, 그 번호를 부여해준 옛 주인이자 상관이 남겨준 흔적인 빛 바랜 군번줄을 꺼내 그것을 바라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코랄은, 생명체가, 맞아.”







올해 두번째 문학은 코랄문학


코랄 먹인 발테우스 전투 기록을 보기라도 했는지 레이븐한테 징징댄 프로이트와 그런 프로이트를 조금 한심하게 취급한 레이븐과 오키프였다


그리고 깨알같이 빡통이 디스하는 오키프랑 그 말 당사자가 안들어서 다행이라고 추가로 까는 에어까지


개인적으로 바스큘러 플랜트는 코랄 추출이나 연구 뿐 아니라 주거가 가능한 도시로서의 기능도 겸했을거 같은 크기여서 여기선 그렇게 설정했다


이제 에어는 레이븐을 위한 혼수를 고려하게 될 상황이 전개되었고 말이지


아무튼 이번 글도 읽어준 모두에게 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