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오르는 루비콘의 하늘
그런 하늘만큼 속이 타오르는 한 사내가 있다

핸들러 월터, 강회인간 C4-621 레이븐의 오퍼레이터
그는 지금 불만이 가득인 표정으로 누군가에게 통신을 걸고 있다


"오랜만이네, 월터! 요즘 잘지내?"
RaD의 수장, 신더 칼라가 월터를 반갑게 맞이해 주지만, 월터의 표정은 여전히 구겨져있다

"인사하기전에, 물어보고 싶은게 있다"
"나도 알아, 내방자 말이지?"
다 아는듯한 칼라의 태연한 태도에 월터는 살짝 언성이 높아졌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621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지난번 너의 의뢰를 받고 난 뒤로는 ac 안에 들어가서는 뭐라고 중얼거리다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고!"
월터는 화를 내면서 621의 상태를 보여줬다

"미안해...미안해...에어..."
621은 ac안에서 몸을 웅크리고는 에어에게 계속 사과만 하고 있었다

칼라는 그런 모습을 보고는 잠깐 표정이 굳어졌지만, 다시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모르는게 나을때도 있는 법이야, 월터. 아니면, 내가 직.접 가르쳐 줄수 있는데?"
칼라의 태도에 월터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621에게 의뢰를 주지마라. 그게 내 요구사항이다"
"그렇다면 내방자를 대신할만한 사람이 있어야 할거야. 없다면...어쩔수 없는거고"
칼라는 그렇게 말하며 먼저 통신을 끊었다

"621의 대리인...역시...그놈 뿐인가..."








"아아, 뭐야 당신은? 들개의 주인이 내게 뭔 일인데?"

"간단한 부탁을 들어줬으면 한다. 그 녀석을 대신해서 그리드 086에 가줬으면 한다. 미시간에게는 내가 말해줄테니 혼날 걱정은 안해도 된다"

"쳇, 다 아는듯이 말하네. 그렇다고 해도, 내가 뭐하러 당신같은 염강탱이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이구아수는 귀찮다는 듯이 월터의 제안을 거부하려 했지만, 이내 단말기의 알림이 이구아수를 흔들었다

"ㅁ,뭐야...이 액수는...일십백천...ㅅ,삼십만?! 어이 당신...0 하나 더 붙인거 아니야?!"

"제대로다. 선입금은 그정도. 의뢰주가 일처리에 만족하다면 그만큼 보너스. 이제 말이 좀 통할까?"

월터의 강경한 태도에 이구아수는 살짝 움츠러 들었고, 이내 어쩔수 없다는 듯이 ac에 올라탔다

"보너스 확실히 줘야 할거요, 영감"

그렇게 헤드브링어에 올라탄 이구아수는 그리드 086까지 날라갔다






그날 밤, 621를 진정시킨 월터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의자에 앉았다
단말기에는 신착 메세지가 있었고, 월터는 메세지를 재생했다


"씨X 이거놔! 어이, 내방자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난 여기 원래 오기로 한 놈 대신 온거고 뭐하는 건지 모르는 채로 온거라고!"

"꽤난 반항적이네! 월터 녀석, 꽤나 재밌는 녀석을 데려왔잖아?"

"뭐야, 너. 그 영감이랑 아는 사이였어? 이 새ㄲ들이! 날 속여서 이런 매춘을 벌일려고! 죽여버리겠어! 네놈이랑 그 영감, 들개 전부 다 내손으로 죽여 버리ㄱ"

(전기로 지져지는 소리가 나고, 이구아수는 조용해 졌다)

"좀 얌전해 졌네. 채티, 그녀석을 파티룸으로 옮겨!"

"보스, 새 내방자의 옷깃에 이런게 있었어. 녹음장치 같은데 어떻게 할까? 방금전 대화가 녹음 된것 같아."

"아 그래? 이리 줘봐. 월터! 꽤나 재밌는 녀석으로 데려와 줬는걸? 말 잘 듣게할려면 좀 걸리겠지만 이정도면 합격! 당분간 내방자는 안부를게!"


마지막 메세지를 듣고 월터는 안도감에 대한 날숨을 내뱉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감사한다, 이구아수'





몇 일뒤, 상태가 많이 나아진 621는 ac에 올라타 의뢰가 올라 왔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 때, 월터로 부터 연락이 왔다

"621, 일이다. 이번 일은 레드건에서 직접 줬구나. 내용을 확인해봐라"

"G13 레이븐, 이건...미시간 총대ㅈ 우와아아앗!"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그새 목소리가 바뀌었다

"G13! 땡땡이나 치는 네놈에게 아주 적합한 일을 맡기겠다! 네놈 처럼 땡땡이나 부리는 그 쓸모없는 이구아수! 월터가 그녀석을 어딘가로 보내고 난 뒤로 그녀석은 돌아올 생각을 안하는군! 알겠나! 그 가출한 멍청이를 내몫까지 두둘겨 패서 다시 데려오는거다! 준비 됐다면 움직여! 유쾌한 소풍의 시작이다!"

"...들었지, G13? 부탁이야, 이구아수 선배를 무사히 데려와줘"

621는 이구아수가 그라드 086으로 간걸 이미 알고 있기에 조금 망설였다
아직은, 그 경험을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구아수를 걱정하는 레드의 부탁을 들은 이상, 거부할수는 없었다

"결국 가기로 한건가...621, 가는 김에 이것도 전해주고 오거라. 열지는 마라, 예의에 어긋나니까"





그렇게 그리드 086 입구까지 온 621는 도착하자마자 스캔을 돌려봤지만, 감지되지가 않았다

"보통은 한두명은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없네요. 정문까지 확인해 봤는데 아무도 없어요, 레이븐. 이대로 쭉 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에어의 정찰을 믿는 621는 그대로, RaD의 대문까지 왔지만,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오늘따라 조용하네요...레이븐, 움직임이 감지되요! 저쪽 사람용 입구쪽...?! 저건...이구아수...? 대체...저건..."

에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본 621도 에어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얼굴은 분명 이구아수 지만 옷이나 화장, 그리고 몇몇 장난감이 영 그런 부위에 붙여진 그 모습은 완전히 남창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남창은 621의 ac를 올려다 보았다

"여어...기다렸다고, 들개. 네놈의 주인 덕분에...난 그 어느때보다 행복해졌어...너도...나처럼 행복해 지는거다..."

이구아수의 제안에 감정기복이 적은 621는 칼라에게 쥐어 짜여질때 만큼의 공포를 느꼈다
아니, 그 이상의 공포였다
621은 비명을 지르며 월터의 선물을 이구아수에게 던졌고, 어설트 부스터를 키고 바로 빠져나왔다

그날 저녁, 621은 이구아수를 발견했지만 죽었다고 보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