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아머드 코어 fA 팬픽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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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63번 고객님.』
크레이들 08, GA 산하의 어느 종합병원. 무기질적인 합성음이 아직은 한산한 로비에 울렸다.
어제, 그저께, 그리고 4주 전. 그가 그레이트 월에서 혼수상태로 돌아온 그 날과 똑같이. 나는 이어폰을 외투의 주머니에 쑤셔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그가 전장에서 몇번이고 봤듯이, 넥스트의 경이적인 성능이 따라줌에도 AMS 기술의 특성상 링크스의 사망률은 그 성능 이상으로 경이적인 수준이다.
물론, 전장에서 이름 모를 누군가를 벌레 잡듯이 죽인 주제에 링크스만은 예외이길 바라는 것은 망념이다. 오히려 그만은 혼수상태로나마 생환한 것에 기뻐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치는 그럴 것이다. 내 오퍼레이터도, 그의 영감도 그리 말했으니. GA가 그레이트 월의 절반과 링크스 둘을 잃은 지금. 여기서 깨어나지 않는 그를 기다리며 시간을 버리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하염없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접수처로 걸음을 옮기자 매일 이 시간 얼굴을 맞댄 접수원이 보였다. 그녀는 나를 알아보곤 쓴웃음을 지어보였지만, 나는 언제나의 용건을 간단히 말했다.
성가신 고객에겐 조금 짜증을 내는 것도 당연할텐데, 접수원은 언제나처럼 약간 흐뭇한 기색으로 나를 친절히 응대했다.
어쩐지 평소보다도 기뻐보이는 얼굴에 설마 하는 기대를 품었지만, 그리 형편 좋은 일이 있겠냐며 속으로 스스로를 타박했다.
그리고, 당연히 형편 좋은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병실에 들어가니 그는 여전히 혼수 상태다.
침상 옆 홀로그램 모니터의 규칙적인 선형 그래프를 보니 호흡과 맥박은 정상이지만 AMS 역류의 충격으로 의식이 깊은 곳에서 전혀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 일어나는거야. 바보."
"그건 내가 묻고 싶군. 아가씨."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때. 또각또각 지팡이 짚는 소리와 함께 미국 남부 억양의 쇳소리 같은 목소리가 내 말에 답했다. '영감' 이다.
그의 오퍼레이터지만 GA 내에서 상당한 정치력과 지위를 가졌다고 한 노년의 베테랑.
요즘은 바빠서 오퍼레이터 일도 그다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용케 시간을 낸 모양이다.
"무슨 일이야? 이제와서 링크스 간수도 제대로 못한 걸 곱씹으려 오기라도 했어?"
영감은 주머니에서 시가를 꺼내려다, 이내 그만두고 한숨을 옅게 쉬며 답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만. 윗선에서 일이 내려왔다."
그가 내민 것은 GA 사의 기밀 도장이 찍힌 작전 계획서였다. 그것도 바이퍼가 깨어난 것을 상정한. 아직 깨지도 않았건만. 무슨 짓인지.
".....!"
구역질처럼 치밀어오르는 의사를 언어로 바꾸기 직전, 마지막 자제력으로 어금니가 비명을 지르도록 입을 닫았다. 명백한 GA의 시설에선, 아무리 명목상 외부인인 나라도 '항명'이 될 언사를 저지를 수는 없었기에.
"안다. 무슨 심정인지는. 하지만 슬슬 인사 이동 시즌이다. 윗선은 자기 목숨줄을 부여잡기 위한 실적이 필요하다는 거겠지."
"만일 작전 개시일인 한 달 뒤까지 녀석이 깨지 못한다면, 뇌에 아스피나의 '장치' 를 연결해서라도 투입할 생각인 거 같다."
영감이 말하길, 아스피나 기관에서 비밀리에 개발이 진행 중인 '디자인드' 계획의 산물로써 나온 그 장치는 AMS와 뇌에 직접 간섭해 링크스를 단순한 고성능 CPU화 시킨다.
당연히 의식 없이 컴퓨터로 제어되는 만큼 그만큼의 전투력 저하는 일어나지만 사내 파벌 경쟁이 심화된 지금. GA의 상층부는 자신의 보신을 위하여 그것조차 도외시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저기, 영감님. 어디까지나 가정인데, 내가 링크스를 때려치고 저 바보랑 같이 지상으로 도망치면 어떻게 될까?"
대답은 들을 것도 없었다. 희망적인 관측을 보고 싶어도, 도저히 희망 비슷한 무언가를 찾을 수 없는 가정이었으니.
그럼에도, 나는 그 가정을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영감이 말한 최악의 경우가 다가온다면, 얼토당토않은 그 가정은 내가 고를 수 있는 마지막 길이 될테니.
"죽겠지."
영감은 딱 잘라 말했다. 넥스트에 타지 않은 링크스 따윈 기업에게 있어 간단히 짓밟는 게 가능한 벌레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자사의 자산을 들고 도망쳤다면, 가능한 한 철저히 밟아죽이려 들거다.
"....그렇겠지. 그래도, 최소한, 저 바보한테 인간답게 죽을 기회는 줄 수 있잖아."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것도 특권인 세상이 되어버려서 말이다. 노친네가 미안할 따름이다."
영감은 쓰고 있던 중절모를 푹 눌러쓰고. 물병에 넣어두고 다 시들어버린 꽃을 새 꽃으로 갈은 뒤. 몸을 돌려 나가며 씁쓸하게 말했다.
희망은 정녕 없는 걸까.
그 생각이 뇌리를 훓고 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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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AMS에서 빛이! 흐으아아아악!"
넥스트의 AP라 함은 곧 링크스가 버틸 수 있는 정신 부하의 한계.
그것이 스트레이드의 일격에 다해버렸으니 시야가 암전된 순간. 나는 AMS로부터 흘러나오는 끔찍한 빛의 역류를 체감하고 의식이 깊은 곳에 가라앉아 버렸다.
순간의 기억이 선명하진 않다. 부모님 얼굴, 여동생 얼굴, 스미레 얼굴, 영감님 얼굴, 아가씨 얼굴이 휙휙 보이던 주마등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가긴 했던 것 같지만.
결국, 정신을 차리고 보니 - 밖에선 AMS 피드백으로 혼수 상태일텐데 조금 이상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 눈에 들어오는 건 끝도 없는 무저갱의 암흑 속이었다.
처음에는 드디어 죽었구나 싶었다.
세상만사가 인과응보. 죽이고 있으면 죽임당할 때가 올 거라 각오는 하고 있었다. 이제 사신이든, 저승사자든 뭔가가 와서 지옥으로 보내리라.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3일이 지나도 - 체감 상의 시간이었다 - 사신이나 저승사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딱히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혹시 연옥에 와버린 걸까하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죽기 전에 LA에서 팔던 살사를 끼얹은 타코라도 먹고 싶었는데. 라고 생각한 순간 그게 내 손에 들려져 있던 것이다. 명백한 자의식에 따른 공간 변화였다.
나는 타코로 하여금 이 '연옥' 이 내 무의식의 아주 깊은 곳임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공간은 잡생각에 따라 천변만화하기 시작했다.
두 손에는 어느새 카라멜 팝콘과 얼음을 넣지 않은 콜라. 갖고 싶은 것. 보고 싶은 사람. 이뤄내고 싶은 모습. 온갖 것들이 영화관의 심야 상영처럼 비추어진다.
월급을 받아 - 빌어먹을, 여기도 GA 취직인가 - 밝은 얼굴로 로티세리 치킨을 사들고 가족에게 찾아가는 나.
스미레와 집에서 맥주 캔을 왕창 까다가 오바이트가 올라와 화장실에서 무지개를 쏟아내는 나.
영감과 한적한 강가에서 낚싯대를 늘어놓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다 월척을 낚는 나.
그리고ㅡ
"....?"
문득, 왼어깨에 묵직한 무언가가 얹혀졌다. 돌아보니 그것은 옆 좌석에 앉은 채 내게 머리를 기댄 아가씨가 되었다.
그녀를 닮은 그것은 씁쓸한 듯, 안심한 듯, 애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때? 여기서 나가봤자, 결국은 서로 죽고 죽이기만 할 텐데. 계속 쉬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
나는 그 말에 답했다.
"나쁘지 않겠지. 꽤 유쾌하다고, 이 영화."
"그럼-"
"하지만 말이다. 결국에는 영화야. 인생이라는 필름으로 만드는, 끝이 있는 영화. 소재가 내 머릿속에서 나온 만큼 결말은 간단히 예측할 수 있지."
그것에게 카라멜 팝콘을 한 주먹 쥐어 건네고, 그걸 받자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똑같아. 암전되는 걸로 끝. 그럼 재미없잖아. '여기서 나가봤자' 라고 했었지? 나가는 법 알고 있겠네. 내보내줘. 다음에 여기 올 때는 결말을 바꿔주지."
"....바보."
그리고, 추락하는 듯한 감각과 함께. 나는 긴 꿈에서 깨어나 병실의 침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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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으어."
천장의 강렬한 형광등 빛이 눈가를 때리고, 흰색 일변도의 인테리어가 보인다. 너무 눈부신 탓에 왼팔을 들어 가리려 했지만 팔이 움직이질 않는다.
AMS 역류로 인한 신경계의 일시적 마비다. 아마 스트레이드에게 왼팔을 당했겠지. 다행히 오른팔은 멀쩡히 움직였고, 그제서야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눈부셔."
시야가 조금 넓어지며 침상 위에서 보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빛이 눈에 적응되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아가씨를 닮은 형체가 그 옆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형체에게 뭐라고 말을 걸기도 전에. 그녀는 침상에 뉘인 내 품으로 달려들었다.
"크허억!"
질량이 쇠약해진 몸을 덮친다.
환자한테 무슨 짓이냐고 항의하려던 순간, 품 속의 그녀에게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손을 놓으면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지. 나를 단단히 끌어안은 갸날픈 팔은 조금씩 떨고 있었다.
"너무.... 너무 늦었잖아.... 흑, 흐윽. 두 번 다시 이렇게, 이렇게 얘기도 못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그리고 억지로 참고 있던 듯한 울음을 터뜨리며 그녀는 다시 내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옷 더럽혀진다. 돌아왔어."
"돌아왔냐! 바보같은 놈!"
콰앙! 동시에 인정사정 없이 문을 걷어차고 들어온 거구는 당연히 영감이었다.
컬러드의 관리관은 상시 링크스의 바이탈 사인을 체크할 권한이 있다. 그걸 보고 헐레벌떡 달려온 거겠지.
"여어, 애간장 좀 졸이셨-"
"멍청한 놈!"
"끄악-!"
오자마자 멀쩡한 걸 보고 날아드는 영감의 코지마 꿀밤. 측두부가 얼얼했지만 나는 실실 웃었다.
아무렴, 나는 살아있다. 빌어먹을 저승의 영화관에 처박혀 인생 31부작을 무한히 돌려보고 있지 않다.
누구였더라. 로마 시대의 사람이 말한 말이었을 것이다. 그래, 아마 키케로.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어도 죽어있는 것보단 낫다.
"....얼마나 지났어?"
나는 삐걱대는 고개를 돌려 아가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의식 속의 시간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시간이 정확히 얼마나 흘렀는지는 물어봐야 알겠지.
"훌쩍, 한 달 정도. 더 늦었으면 당신 뇌에 아스피나의 장치가 달릴 뻔 했어."
"....엿될 뻔 했군."
안 그래도 심란했을텐데 그걸 굳이 알려줘야 했었나. 나는 눈가 근육을 힘겹게 움직여 영감을 쏘아보았고, 영감은 괜히 헛기침을 했다. 너구리 같으니라고.
"헛기침할 시간 있으면 저기 TV나 좀 켜줘. 지금 좌반신이 마비된건지 안 움직이거든."
영감은 머쓱하다는 듯 간병인석의 시트에 올려진 리모콘을 주워 TV를 켰고.
『라인아크에서 랭크 1, 오츠달바와 화이트 글린트가 공멸. 랭크 17, CUBE 또한 격파를 확인. 생존자는....』
액정 화면에 띄워진 속보에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아까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어도 죽어있는 것보단 낫다라고 했었나.
취소, 죽어있는 게 나았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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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밀리앙 테르미도르는 예정대로 라인아크의 잠수함에 회수되었습니다.』
"그런가. 클로즈 플랜의 최종 준비다. 힘써주게."
드디어 챕터 2가 끝났다
원래는 전투까지 쭉 이어 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별개의 편으로 분할하기로 했음
그리고 제목은 음악이나 영화에서 따오는 편이니까 (일부 변형한거 있음) 한번 찾아보는 거 추천함
디자인드 계획은 컬티베이터 계획과 병행된 조디악과 사신부대에 적용된 판타즈마 계획의 선행 연구임
그 산물로써는 대표적으로 프라질, 아마 바이퍼가 장치를 꽃혔다면 빼도박도 못하고 621 꼬라지가 났을거다
베이더 3 프로 백버튼 패드 샀는데 이거 확실히 쓸만함?
프라질 뜬 거 보니 일단 기업 루트는 확실히 물 건너갔노 - dc App
비닐인간 주인공 보고 흑화하는 여자 보고 싶었는데 ㄲㅂ - dc App
근데 볼때마다 생각드는게 여자 파일럿 슈트는 어떻게 생겼을까
플러그 슈트
적어도 GA의 남성용은 3계의 레이븐이 입는 슈트랑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음
여자 슈트가 오메르 회사 물건이라고 했으면... 설마 혹시 오츠달바도 바디슈트로 윤곽선 다 드러나는 게이븐이냐?
이제 앎?
으악 씨이발
여성용 쫄쫄이 슈트? 바로 폭딸 가야겠노 - dc App
프라질? 아이고난 설마 올드킹이냐? 제발 오르카라고 해줘...
쿠키 영상처럼 방금 하나 더 끼워넣은 문장이 있으니 그걸 보셈...
외전으로 올드킹 루트 내줌? - dc App
왜 올드킹이 외전이라 생각하는거지?
뭐야 라인아크의 잠수함? 라인아크랑 짜고 친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