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고 선명한 하늘이 돌아왔다. 낮에는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운 모래도 지금은 선선하다. 바람도 상쾌하다.

이사미는 트레일러 캐빈에서 휴대용 스토브를 꺼내 모래바닦에 놓고 홍차를 넣는다. 알루미늄 컵 안에 따뜻한 물이 티백으로 붉게 물들자 이사미는 컵에 입을 대고 만족스럽게 하늘을 본다.


“진짜 맛있어보이는데?”


스토브에 레이션을 데우고 있는 캐러밴의 리더가 이사미를 본다.

이사미는 만족스럽게 홍차를 마시고, 이번엔 레이션에 손을 댔다. 옛 군대의 방출품으로 유통기한은 지났지만 누구나 당연한듯이 먹고 있다. 배고 고파서야 싸울 수 없다.

아침을 끝내고 캐러밴은 목적지인 아무르 콜로니를 향해 출발한다.

오늘도 이사미는 트레일러의 캐빈 위에서 경계를 이어간다. 이 부근은 최근까지 콜로니 간의 분쟁이 있었다. 지금은 퍽스가 제압을 하고 있지만, 아직 넥스트가 있는 거 같다. 불쾌한 증거다.


“훈쿰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리더가 캐빈에서 얼굴을 내민다. 훈쿰은 이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퍽스 직속 콜로니다.


“어차피 시시한 일이죠?”

“그렇지도 않아, 봐라”


이사미는 리스트 인터페이스에 전송된 미션 데이터를 보았다.


[무장 세력 토벌. 작전영역 도착 후, 상공의 무인 정찰기에 데이터 등록. 보수는 격파수에 준함. 상세는 별도 참조. 작전 영역은….]


“이 근처잖아요. 보수도 나쁘지 않네요”

“일석이조지?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태니 이사미는 정리하고 와 줘. 그러면 모두 행복해진다는 거야”

“그거 좋네요”


“이사미는 뒤쪽 AC 캐리어로 옮겨 차양을 떼고 애기(愛機) “AZ”를 바라본다. 그건 반쯤은 전설로 변한 [푸른 유령]과 같은 모습, 같은 색을 하고 있다.


세라는 “블루 넥스트”의 콕핏에서 시트에 파묻혀 기체 각부의 점검을 하고 있다. 넥스트의 드라이버 “링크스”는 목 쪽의 잭으로 기체와 연결하여, 자신의 신체 이상으로 이해하고 제어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극히 높은 정신, 육체적 부하를 받는다. 이 맨 앤드 머신 인터페이스를 AMS라 부른다. AMS의 적성을 가진 인재는 온 세상을 뒤져도 아직 삼십여명 밖에 찾지 못했다.

사피러스 포스에 구해진 어린 소녀, 세라는 4년이 지난 지금, 레오네 메카니카 소속의 링크스가 되어있다.

그 전투 후, 마을을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세라였지만, 퍽스가 설치한 난민 캠프에서 AMS의 적성이 판명되어, 운명은 크게 변했다. 그녀는 착취당할 뿐인 약자에서 기계신의 대리인이 된 것이다. 그 신이 비록 사신이라도 신은 신이다.


“세라, 이제 됐어”

제어실의 니나 관제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출동할 수 있겠어?”

“아직 무리야, 레오네 본사라면 바로 고칠 문제도 여기선…”


니나의 목소리는 원망스러워 보인다.

여기 훈쿰의 AC 정비시설은 노멀용으로 넥스트용 정비기계는 최저한의 기기 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들이 이 지역에 파견된 것은, 화석자원을 둘러싼 분쟁을 진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세라는 하필이면 노멀에 중파당하는 대실태를 보여버렸다. 그 정보가 이 지역에 삽시간에 퍼져, 지금은 반 퍽스 세력이 들끌고 있었다. 세라에겐 그것을 진압할 책임이 있지만, 넥스트의 수리가 완료되지 않았다. 넥스트는 최첨단 기술의 결정이다. 정비불충분으로는 성능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훈쿰은 결집된 무장세력의 토벌에 현상금을 걸었어. 레이븐도 몇인가 있는 거 같고, 당분간은 눌러 놓을 수 있겠지.”

“또 쓸데없는 피가 흐르겠네”


세라는 중얼거리며,목 부분의 잭을 뽑았다.


“상황을 보고 싶어.그 쪽으로 가도 돼?”

“홍차를 끓여놔줄게”

“고마워”


블루 넥스트의 등쪽이 유닛째 슬라이드하여 콕핏 해치가 열린다. 세라는 행거 유닛으로 옮겨가, 블루 넥스트의 헤드 유닛을 바라보았다.


“이제 곧 움직일 수 있게 되니까…”


헬멧을 벗자 짧은 웨이브가 진 금발이 날렸다.

제어실에선 티포트를 한손에 든 니나가 세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니나는 링크스의 연구소에서 세라의 담당이 된 이후, 그녀와 함께 하고 있다. 세라에겐 언니, 엄마와 같은 존재다.

세라는 최고급 실론티로 한숨 돌리며 멀티 모니터로 눈을 옮긴다. 훈쿰 사령부로부터의 영상인 거 같다. 복수의 무인정찰기가 전개해 있는 듯 화면은 자주 바뀌었다. 비춰진 것은 사막뿐이지만 한순간 트레일러 캐러밴이 찍혔고, 또 다른 영상으로 바뀌었다.

사막의 말라버린 계곡 바닦에 커다란 천막이 줄지어 있고, 수송차량이 모여 컨테이너가 내려져 있다. 무장세력의 보급 베이스다. MT 등이 여러 대 보였다. 오늘날에는 대규모 전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세라는 분한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모니터를 바라보았지만 갑자기 작게 소리를 냈다.

영상은 바뀌고 능선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푸른 AC가 비춰지고 있었다. 기체 그 자체는 노멀이지만, 그 푸른색은 세라의 기체와 같은 아즈라이트 블루다.


“푸른 유령? 또 가짜겠지?”


니나는 의아하게 보고있다.


“가짜라기엔 어셈블이나 마킹이 꽤 유사해. 니나, 데이터는 없어?”


니나는 손에 든 휴대단말을 두드린다.


“등록명은 AZ. 레이븐 명은 이사미. 등록이력도 있네.”


푸른 AC의 모습은 모니터에서 사라졌다.

나갈 수 없겠어?”


니나는 곤란한 듯 미소를 짓는다.


“보고 싶어?”


세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니나는 한숨을 쉬더니 휴대단말을 접어 겨드랑이에 넣었다.


“갈까?”


세라는 미소를 지으며 니나와 팔짱을 꼈다.


“대장 아저씨! 뭔가 추가 정보 있어?”

“지금까지는 너만이 임무등록했다. 무인정찰기 하나가 격추당했다. 기다리고 있을거다. 상대는 AC 2기, MT 5기. 혼자서 하게 되겠지만, 조심해라”


“고마워. 죽지 않을 정도로 힘내볼게”


이사미는 AZ를 정지시키고 사막으로 내려가 보병휴대용 60미리 자동 장전 박격포를 설치, 타이머를 세팅한다. 그리고 다시 AZ에 올라타 무장세력의 보급베이스를 크게 돌아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이번 무장은 스나이퍼 라이플에 레이저 블레이드. 그리고 양어깨에 오비트 캐논이라는 중장비다.

“자, 가볼까!”

오버드 부스트(OB)를 발동.

AZ는 자갈과 모래 사막을 뛰어올랐다.



세라는 니나와 수송용 VTOL에 블루 넥스트를 격납하고, 그대로 작전영역에 향했다. 성능을 제대로 낼 수 없어도 저 정도의 전력이 상대라면 문제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출격할 가능성도 만일의 경우 있다.

VTOL 내의 정보관리석에도 무인 정찰기의 영상이 보내지고 있고, 둘은 비행 중에도 푸른 AC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푸른 AC는 무장 세력의 경계망에 발견됐지만 그대로 돌격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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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 베이스 바로 앞에 배치된 십여대의 대 AC 차량에서 미사일이 하연 꼬리를 달며 날아간다. 푸른 AC는 귀신과 같은 회피 기동을 보이며, 모든 미사일이 사막에 착탄한다.

 원거리 요격라인을 벗어나자 다음엔 두기의 노멀이 접근했다. 전위는 경량 2족형의 머신건 장비, 후위는 4족형에 캐논 장비다. 4족이 캐논으로 견제한 후 경량 2족이 머신건으로 데미지를 주는 전법이겠지.

 푸른 AC는 부스트를 멈추고 4족의 기동을 보고 캐논포를 경계하면서 조금씩 거리를 벌린다. 그리고 갑자기 백부스트를 걸자 4족이 쏜 캐논 포탄이 발 밑에 떨어진다. 푸른 AC는 확실히 4족의 공격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그 타이밍에 이번엔 경량 2족이 스피드를 살려 머신건을 뿌리며 돌격해 온다.


 푸른 AC는 돌격에 응하며,OB를 켰다.

 직선상으로 돌격하는 AC는 좋은 표적이다. 4족은 그 장소에 머물며 타겟 록을 완벽히 한다. 하지만 4족은 뒤쪽에서 무언가의 포격을 받아, 순간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원호가 있었어?”


 세라는 눈살을 찌푸린다. 무인 정찰기의 데이터에는 그런듯한 게 없다. 데이터를 해석하자 공격은 보병용 자동 박격포라 판명했다. 활과 같은 괘도를 그리는 박격포탄을 그 타이밍에 AC에 명중시키는 건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그것 만으로도 놀랍지만, 해석을 더 진행한 니나는 말을 잃었다. 박격포는 무인 자동 포격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이라 한다면 푸른 AC는 미리 설정해놓은 착탄점에 4족을 유도했던게 된다.

 푸른 AC는 피탄을 각오하고 경량 2족에 돌진한다. 그와 동시에 자동병기인 오비트 캐논이 팔방으로 뿌려지고 섬광을 뿌린다.

 경량 2족은 그 공격을 정통으로 맞아, 기체 각부에서 불을 뿜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경량 2족도 쓰러지지 않는다. 푸른 AC는 스쳐지나가며 레이저 블레이드로 베었다. 2족은 코어에 손상을 입으며,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찰나의 시간도 허용하지 않고 푸른 AC는 4족을 향해 스나이퍼 라이플을 연사. 4족은 연속 피탄으로 움직임을 멈춰, 반격도 하지 못하고 중파했다. 푸른 AC는 불을 뿜는 4족 앞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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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항하던지, 후퇴하던지 선택해! 하지만 개죽음을 원한다면 상대해 주겠어”


외부 스피커에서 들린 건 소년의 목소리였다.


육지전에서 AC는 결정적인 전력이다. 무장세력은 그것을 잃어버렸다. 이대로라면 유린당할 뿐이다. 그들은 저항 의지를 잃고, 거미 새끼를 흩뜨린 것처럼 철수해 갔다. 그 자리에는 노멀 2기가 남아있고, 결국에는 탑승자도 기체를 버렸다.

훈쿰의 행정부는 임무완료라 인정을 내리고, 속속 무인 정찰기를 복귀시킨다.


“서둘러 줘”


세라는 수송 VTOL 파일럿에 재촉하며, 굳게 눈을 감았다.


“.....너무 부수었나”


기의 ac를 발 밑에서 올려보며, 이사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유지보수 파츠를 확보할 샘이었지만 이래서는 너무 나갔다.

대장이 연락을 하는 거 같아 리스트 인터페이스를 보자 경고 표시가 나왔다.


<넥스트 수송용 VTOL 접근・주의!>


로터 음이 멀리서부터 들려오며, 이사미는 몸을 추스렸다. 상대는 세간에서 사신이라고 불리는 링크스다. 갑자기 공격해 올 수도 있다. 이사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거대한 VTOL을 지평선 끝자락에서 발견했다. AC를 투하하기에는 고도가 너무 낮다. 아무래도 공격의지는 없는 것 같다.

얼마 후 60미터 이상은 될 수송VTOL이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이사미 옆에 착륙했다. 그리고 2중반전 로터가 멈추자마자 기수의 탑승문이 열리고, 안에서 금발 미소녀가 나타났다.

그걸 본 이사미는 입을 딱 벌리고 만다. 하지만 금발 소녀는 그런 것도 상관 않는듯 쏜살같이 달려오고, 엄청 무섭게 이사미에게 고함을 쳤다.


“당신은 진짜? 아니면 역시 가짜? 하지만 어떻게 AZ-01을 알고 있는거야! 거기에 저 기동은 노멀이라곤 생각할 수 없어. 이 푸른 AC는 대체 뭐야?”


금발의 소녀는 호박색 눈을 크게 뜨고 이사미를 올려봤다. 이사미는 영문을 모르겠지만서도 대답한다.


“어,어찌됐든, 진정해”


하지만 소녀는 들은 척도 안하고, 이사미에게 손가락을 뻗으며 말했다.


“이게 진정할 일이이야? 왜냐면 이 AC는 4년전에 행방불명이 된 「푸른 유령」 그 자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