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ced827ebc8161f13e80c6e558db343af3c2b93c636b82a43791c71ec8




[제 2파에서 보고드립니다! 적성 넥스트의 화력지원 범위에 있는, 적 노멀들과 방어 포대의 포화가 강력합니다! 이클립스의 증원 없이는 돌파할 수...]



파지직, 하는 매서운 하이레이저 소리와 동시에 폭음이 회선에 울려퍼진다. 오르카 여단, 아니. 레이레너드의 핵심 시설인 에렌베르크를 12년 만에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왕 샤오롱은 혀를 차면서 그 시절에는 지켜내야 했지만 지금은 최우선적으로 파괴해야하는 저 거대한 세개의 탑을 보며 잠시 감상에 빠진다. 그리고 그 중요성을 입증하듯, 매서울 정도로 설치된 방어 포좌들은 축차로 투입되는 사일런트 아발란체 병력들을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방금 전의 폭음이 들리자마자 왕 샤오롱은 혀를 찬다. 컬러드가 사활을 건 공세다. 여기에서 기업련의 의중과 반대로 큰 성과를 거둔다면 기업련 내에서도, 컬러드 내에서도 GA의 자회사로 전락해버린 BFF의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을 터. 왕 샤오롱은 현재 그가 원하는 그림이 그려지자 전례없이 안하무인해진 상황이었다. BFF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노인네들이 제 멋대로 그림을 그리다가 우연히 만들어 준 것이니까.



오메르. 뒤가 구릿한 그 노인네들만의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보유한 링크스들이 상당 수 썰려나갔다. 가뜩이나 보유한 암즈포트 전력조차 부족한 이들이었으며 그렇기에 기업련의 가장 큰 골칫거리를 해결할 겸 오메르가 점점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구도를 타개하기 위해 클로즈 플랜인지 뭔지 하는 터무니없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테지. 아마 이 촌극의 대본을 쓴 이들도 바로 그들일게 분명했다.



인테리올 유니온? 링크스 전쟁 시절부터 그 중부 유럽의 천박한 졸부놈들은 항상 간을 봐왔다. 용병 하나에게 야심차게 키워왔던 페르미와 두 오리지널이 썰려나가니 아주 썰물 빠지듯이 전선에서 이탈한 녀석들이었고, 전쟁이 끝나자마자 온존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아쿠아비트와 GAE를 낼름 집어먹은 잔머리까지 가지고 있는 천박한 족속이었다. 그래도 뭐... 그런 잔머리를 가지고 있기에 왕 샤오롱의 요구에 군말없이 이클립스를 내주는 한편, 자회사를 통해 저쪽에 신형기를 넘겨주는 양다리를 놓은 것이겠지.



물론, 기업련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음흉하기로 소문난 족속은 현 BFF의 소유주인 GA였다. 링크스 전쟁 시기에도 GA는 겉으로는 대범하게 행동하는 주제에, 그 악명 높은 용병에게 자회사의 뒤처리를 시킨 후 용변을 본 휴지를 내다버리는 행동을 취하듯 친히 회사가 보유한 최고의 링크스를 배치시켜 숙청을 시도했었으니까. 더군다나 며칠 전부터 왕 샤오롱이 별도로 운용하는 컬러드의 정보 자산들은 봉기한 이레귤러들의 본거지로 구 GA의 본사인 빅 박스를 지목하고 있었다. 



왕 샤오롱의 머릿속에서 도출한 결론은 하나. 모든 세력이 크고 작게 오르카에게 관여하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이는 곧 크레이들 체제를 뒤흔드는 오르카 봉기라는 사건 자체가 바로 어느정도는 기업련의 의중이 섞여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련의 높으신 분들은 다름 아닌 기업련의 선두를 달리는 세력인 오메르 최고의 링크스, 레이레너드의 망령을 저 연극의 주인공으로 삼은 것이 자명했다. 왜 그런 연극을 벌였는가? 뻔하지. 기업련을 이루는 기업들이 행한 멍청한 우행의 결과물이 바로 이 죽어가는 세계라는 것을 왕 샤오롱은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늘을 잠궈놓은 대참사는 일단 덮어놓고 패권을 장악해보자는 의견통일을 이루게 된 기업들은 국가보다 이성적인 지배체제를 자처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힘을 키웠던 마지막 몽상가들의 계략으로 기어코 전쟁을 벌이게 되었고, 그 결과 인류는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코지마 입자로 인해 오염된 지상을 버리고 하늘로 도망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코지마 입자는 지상에 가득차고, 머지않아 하늘까지 메워버리게 될 것이었다. 아마도, 크레이들 체제를 직접 포기하면 큰 여파가 떨칠테니 '남'의 손을 빌려서 크레이들을 내려버리자는 잔머리겠지.



한 때는 그 역시 몽상가의 일원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왕 샤오롱은 링크스 전쟁의 중반 이후부터 철저하게 BFF의 생존을 위해 활동해왔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링크스 전쟁 종전 직후 그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옛 동맹들을 척살하는데 앞장섰고, 그 누구보다도 기업 세력 밑에 바짝 기면서 현재의 BFF를 일구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래, 늘상 하던대로 하는거다. 기업련의 높으신 분들의 의중 따위는 알 바 아니다, 모사꾼인 그는 BFF의 재부흥을 위해 계속해서 계략을 짤 뿐이었다. 인류의 생존 따위, BFF가 패권을 장악하고 나서 하더라도 늦지 않는다.



BFF가 지구라는 이름을 가진 쓰레기 산의 왕좌에 앉는 것이야말로 그의 목적이요, 그의 숙원이었다. 



그렇기에 기업련의 에렌베르크 파괴 지시를 완벽하게 해내고, 나아가 그의 통제하에 있는 컬러드 링크스들을 소집시켜 그가 따로 파악하고 있던 오르카의 본거지인 빅 박스에 대한 공격까지 성공시킨다면 그가 이끄는 컬러드는 대외적으로 더 큰 목소리를 얻게 될 것이요, 그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BFF는 GA조차 옛 GAE에게 했던 토사구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언권이 커질것이 자명했다. 그림을 그렸고, 그 실행을 위해 남은 사일런트 아발란체 병력을 모두 끌고왔더니 순식간에 제 2파까지 전멸당했다. 역시 이 부대도 이제는 안되는가. 하는 왕 샤오롱은 얼마 전 있었던 연이은 스피어 습격이 그의 계획의 발목을 잡는 이 상황에 다시 한번 이를 간다.



스피어에서 상당수의 병력이 이름을 떨치는 스트레이드라는 독립용병에게 궤멸당했고, 그 용병을 제거하기 위해 재빠르게 수배시킨 2인조 독립용병까지 격추당했을 때의 일이었다. 그 망할 독립용병놈. 마더윌에, 제 8함대에, 이제는 사일런트 아발란체까지. 특히 마더윌 때에는 정황상 그 독립용병을 오메르가 고용하게끔 압력을 넣은 것으로 추측되는 짜증나는 레이레너드의 망령놈이 이죽거리는게 회선 건너편까지 들릴 지경이었으니 어지간히 열받는 일이 아니었다.



그 이후, 오르카 봉기와 동시에 추가적으로 스피어 시설이 습격당했다. 그 범인이 누구였느냐고? 바로 이 전선에 배치된 오르카 여단의 넥스트였다. 사전 정보로 파악한 일이지만, 그 링크스의 신원을 확인하자마자 왕 샤오롱은 바로 예전처럼 재떨이를 벽에 던질 뻔 했으니까. 테페스 그 짜증나는 늙은이가 아직도 살아있었을 줄이야. 12년 전 그 코지마 괴인들의 본거지와 함께 비명횡사 했을 줄 알았더니 이제와서 다시 내 발목을 붙잡는건가?



그래서 지금의 사일런트 아발란체는 그 독립용병이 어김없이 BFF를 공격한 여파, 그리고 얼마 전 재침공 당한 스피어를 방어한 여파로 급하게 보충한 전력이 많았기에 이 정도의 방어에 고전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계산 범위 내였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축차투입할 수 있는 병력들은 남아있었고, 어차피 이 정도의 병력만으로는 오르카의 핵심 방어시설을 뚫는다는게 불가능하다는건 왕 샤오롱 본인이 잘 안다. 그가 사일런트 아발란체로 노린것은 에렌베르크가 아니다. 에렌베르크를 노릴 전력은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다.



[왕 대인, 제 2파가 궤멸당했습니다. 월륜은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만... 보유한 무장을 꽤 소모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리고, 2파가 보내 온 영상 자료들을 취합해보면, 048AC-S가 소수 식별되고 있는 듯 합니다.]



망령은 레이레너드에만 있는게 아니었단 말인가, 왕 샤오롱은 릴리엄이 보내온 사진 자료들을 보며 코웃음을 친다. 킬마크가 스나이퍼 캐논 포신에 여러개 새겨져있거나, 각종 도장이 되어있는 옛 사일런트 아발란체 전용의 특수 노멀들. 링크스 전쟁 당시, 퀸즈랜스 격파 이후 사일런트 아발란체는 거의 대부분이 주전파에 속해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왕 샤오롱의 심복이자 그의 지시로 인해 주전파로 활동했던 언실이나, 스피어에 자주 머무르던 월콧 가문의 링크스들을 따라 움직였으니까. 전멸해버린 수뇌부를 대신해 GA에 항복했던 왕 샤오롱은 절대 맨 손으로 항복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양 측 세력 모두에 배팅을 했다. GA에 항복했지만, 왕 샤오롱 역시 레이레너드 세력이 가진 비대칭 전력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그쪽에도 신경을 써서, 그는 바로 그의 심복인 언실로 하여금 상당한 수의 주전파 BFF 세력들을 레이레너드 세력에 합류시켰던 전적이 있었고, 그들은 아주 충실하게 장기말이 되어 링크스 전쟁 끝까지 항전을 했었다. 여러가지 석연찮은 점이 있다면, 주전파들이 항복하고 슬슬 BFF로 복귀할 타이밍인 링크스 전쟁 종전 이후에도 실종 처리되었던 이들이 많았는데, 그 베테랑들이 어디에 있나 했더니.



"주인도 못 알아보는건가. 목줄을 너무 오래 풀었나보구나."



왕 샤오롱은 콧방귀를 뀌며 BFF의 옛 망령들의 호위를 받으며 최전방에서 포화를 쏟아내는, 카메라에 포착된 유선형의 중장 기체를 주시한다. 그 앞에는 분쇄되거나 재가 되어버린 사일런트 아발란체의 노멀 잔해가 수두룩했다. 그리고 그 월륜의 카노푸스 총신은 상당히 격하게 싸웠다는걸 입증하듯, 오렌지 색으로 물들어 있을 지경이었다.



"흥, 던져놓은 보람은 있다는 말이겠지. 기억하고 있겠지, 릴리엄? 급하게 보충한 4파까지의 궤멸은 상정 범위 내에 있다. 바로 3파를 투입시켜라."



[알겠습니다, 왕 대인. 여기는 앰비언트, 제 3파, 전투 배치. 목표는 3기의 에렌베르크 방어 포대의 화력 지원을 받는 적성 넥스트입니다. 이클립스의 증원 하에 에렌베르크 공략에 서둘러주십시오.]



그 말과 동시에, 앰비언트와 스트릭스 쿼드로의 위쪽으로 거대한 AF 한대가 움직인다. 본격적으로 어중간한 링크스들에게 사형을 선고해버린 인테리올 유니온의 걸작, 이클립스였다. 사일런트 아발란체가 미리 출격시킨 헬기 전력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기이한 비행음을 내지르며 순항하기 시작한 이클립스에 의해 고무되기라도 한 듯, 사일런트 아발란체의 병력들이 빠르게 운송 차량에서 하차하며 신속히 산개하기 시작했다.



'토러스에 남아있는 잔챙이들이 용케 살아남아 네놈에게 장난감을 준 모양이다만 그것도 오늘까지다. 잘도 스피어를 부숴놨겠다? 그 장난감과 함께 호수 속으로 쳐박아주마. 네놈이 아끼던 그 천한 루마니아 놈의 모기업이 만든 암즈 포트에 허우적 대는 사이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것을 참고, 왕 샤오롱은 마치 맹수가 쓰러지기를 기다리듯이 스트릭스 쿼드로의 조종간을 붙든 채 사일런트 아발란체 제 3파를 상대하는 월륜을 주시하고 있다. 과연, 링크스들 중 가장 오래된 남자라는 수식어답게 선두에 섰던 노멀을 플라즈마로 튀겨버림으로써 에렌베르크는 절대로 넘겨줄 수 없다고 화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할것이다. 뭐 때문에 사일런트 아발란체를 밀어넣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거기다 평소엔 넥스트에 잘 올라타지도 않던 그 왕 샤오롱이 모처럼 자기 기체를 끌고 최전선에 나온 상황이다. 이 의심암귀에 시달리는 중환자가 몸소 기체를 끌고 여기에 나온 이유는 오직 단 하나.



'그래, 모처럼의 옛 정이다. 내가 직접 네놈의 머리통을 날려주마.'



12년 전의 그 굴욕을 되갚아주겠다고. FCS의 락온 거리 바깥에서 왕 샤오롱은 계속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카메라에 찍히는 월륜은 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이 쪽으로 다가오는 사일런트 아발란체의 노멀들에게서 멀어지며 다시 한번 에렌베르크 방어 포대의 사거리 안으로 도주하면서 이내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공중에 뜬다면 사일런트 아발란체의 먹잇감이 되기 쉬웠으나, 토러스의 야심작인 ARGYROS 프레임은 노멀의 저격포따위 몇발 정도 가볍게 씹어댈 수 있었다.



공중에 뜬 월륜은, 이내 등에 장치된 차륜 모양의 거대한 정파장치같이 생긴 구조물을 전방에 있는 이클립스를 향해 전개시켰다. 불길한 스파크가 튀겨져나오자마자, 릴리엄과 왕 샤오롱은 저것이 바로 스피어를 휩쓸어버린 근원임을 직감했다.



[왕 대인, 월륜의 3번째 무장이 가동되었습니다.]



어썰트 캐논이었다. 릴리엄의 보고와 함께, 어썰트 캐논의 중앙에서 일순간 청명하면서도 불길한 섬광이 크게 터져나온다. 링크스 전쟁 이후의 넥스트들이 탑재하는 일반적인 어썰트 아머와는 달리, 사방으로 퍼지지 않고 마치 포탄처럼 전방에 있는 이클립스를 향해 쏘아진다. 



쏘아내진 입자들은 가히 코지마의 태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느린 탄속은 오히려 전방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는 이클립스를 천천히 삼키려 드는 거대한 뱀을 연상시킬 지경이었으며, 주변의 공기까지 일렁이게 만들던 그 거대한 군집은 이내 이클립스에 착탄하자마자, 눈에 보이지 않는 매서운 손아귀로 화해 이내 암즈 포트의 장갑재를 층층히 뜯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코지마는, 천천히 이클립스의 내부로 파고 들어가 그 안을 천천히 헤집어놓으며 계속해서 폭발하기 시작한다. 연이은 폭발은 처음에는 전면부, 그리고 그 폭발은 이내 이클립스의 동력부와 탄약고에까지 퍼져나가 마침내 하늘에서 찬란한 불꽃놀이를 일으키고 말았다. 발사 직후, 월륜은 바로 프라이멀 아머가 소실했기에 뒤로 기동했고, 월륜을 공격하기 위해 따라붙는 노멀들은 바로 에렌베르크 방어 포좌와 BFF 주전파 잔당들에게 계속해서 소진되어갔다.



[이클립스... 신호 소실. 남은 암즈 포트 전력은 3기입니다.]



"흠, 곧장 쓸 수 있는것은 다른 이클립스겠다만..."



이클립스 뿐이면 다행이지, 왕 샤오롱이 설마, 기업련 몰래 움직일 수 있는 카드를 만들지 않았을리가.



"릴리엄, 스피릿 오브 마더윌 2호기의 도착은 얼마나 남았느냐?"



BFF는 암즈 포트의 명가다. GA와 함께 암즈 포트를 개발하며 넥스트가 지배하는 전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흔들어놓았는데, 그런 BFF가 고작 암즈 포트를 한기만 만들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BFF가 수년간 숨겨왔던 두번째 괴물이 등장했기에 아마 기업련도 꽤나 놀랐을 것이 분명할테지, 왕 샤오롱의 질문에 릴리엄은 바로 시간을 체크한 듯, 빠르게 답신한다.



[스피릿 오브 마더윌 2호기의 발사거리 내 도착 시간은 앞으로 10분 정도라고 합니다. 잔여 이클립스는 앞으로 5분 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만... 그 어떤 시간이라도 제 3파가 버틸수 있는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클립스의 도착에 맞춰 한번에 들이친다. 릴리엄, 4파가 투입된다면 너는 월륜을 상대하거라. 내가 후방에서 지원을 하겠다. 어차피 시간은 우리의 편이니 5분동안 놈을 붙들거나 사살한다면 마더윌이 전장에 도착해 에렌베르크까지 무사히 날릴 수 있을테지만..."



[듣고 있습니다. 왕 대인.]



"하나 당부하마. 월륜과 교전하더라도 월륜의 격추는 에렌베르크의 붕괴 후로 미루도록 하거라."



항상 수치타산을 따지며, 철두철미하게 빈틈을 용납하지 않는 초로의 링크스의 입에서 특이한 요구가 튀어나오자 릴리엄은 잠시 침묵한다. 무언가를 판단하고 있었던 것일까, 위화감을 느낀것인가. 릴리엄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여전히 건조한 말씨로 다시 회선에 입을 떼기 시작한다.



[이유가 있으십니까, 왕 대인?]



"월륜의 주인과는 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단다. 같은 국가 해체 전쟁에 참전한 몸으로써, 먼저 가는 길을 내가 닦아주고 싶구나."



릴리엄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와 테페스의 관계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왕 샤오롱의 바램은 그 어떤 찬란한 포장으로도 제대로 감춰지지 않을 수준의 지극히 사적인 욕망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허나 왕 대인, 기업련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에렌베르크 파괴를 지시했습니다. 월륜의 격추는 필수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릴리엄. 너는 이제 컬러드의 수석 링크스가 된 몸이다. 입만 살았다가 가라앉은 그 멍청한 오메르의 도련님과 달리 너는 신중하고, 자만하지 않지 않느냐. 아무리 오리지널이라고 해도 이미 늙어버린 링크스 정도는 충분히 붙들어 놓을 수 있을 터다. 나는 너를 믿고 있단다. 그러니 나를 실망시키지 말려무나."



[... 알겠습니다.]



누군가 봤다면 왕 대인 여전하다고 평할 정도의 촌극이었다. 왕 샤오롱이 내뱉은 말에 무언가 말을 해보려다 씹어삼킨듯, 가까스로 대답한 릴리엄에게 있어서는 회선 건너편 왕 대인의 입꼬리가 완전히 비틀려있는 꼴을 못 본 것이 다행일 지경이었다. 




*




한참 예전에 썼다가 등장인물들 심리 빌드업 해놓은게 도무지 맘에 안들어서 반쯤 묻어놨다시피 했던건데, 최근 돌았던 fA떡밥들 보고 그럴싸한게 떠올라서 일단 다시 쓰게 됐음

에렌베르크 공방전은 컬러드의 집중 공세라기에는 원작에서 규모가 너무 소규모라서, 여러모로 규모를 좀 뻥튀기 시켜놓은 상태임

뿌딕에서 마더윌이 나왔던걸 토대로 BFF에서 마더윌 몇기는 더 착공했을거라 가정하고 회로 돌려놔서 원작보다 에렌베르크 공세하는 부대가 더 늘어난 상황이지만 우리의 왕 대인 생각대로 작전이 풀릴리가 없을 예정입니다


그건 그렇고 캐릭터 대사마다 캐릭터 상징색으로 해놓은거 불호인 사람이 많음? 이거 보다보니까 가독성이 그닥인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