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랄문학) 해방 이후의 이야기 -41-
· 코랄문학) 해방 이후의 이야기 -42-
· 코랄문학) 해방 이후의 이야기 -43-
불을 지펴라.
타고 남은 모든 것에.
레이븐, 강화 인간 C4-621은 자신이 세상을 향해 달려가고 날아오르고자 제 힘으로 끊어낸 금속 목줄이 자신의 목에 채워지는 것 같았다. 사냥개로서 제 주인이 이 세상에 남기고 가버린 마지막 유산이자.
거기 있는 것은... 너냐....?
나는... 너를...
...지워야만 한다.
이 세상에서 최후의 비행을 하고자 날아오른 괴조에 몸이 묶인 채로 스스로의 의지에 반하여 자신을 죽이고자 마지막 모든 것을 쥐어짜내야만 했던, 얻은 것 하나 없이 잃기만 해온 사내의 처절한 단말마.
강화 인간 C4-621은 자신의 몸이 이 AC를 향해 기우는 것은 본능적인 끌림 같은 것이 아님을 잘 알았다. 보이지 않지만 느껴졌다. 자신의 목에 채워진 금속 사슬이, 끊어졌던 목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이어붙여져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 말이다.
그래, 이건 본능이 아니라 스스로가 잊고자 했던 죄책감이 채워버린 족쇄이자 사형수의 형틀이다. 스스로의 자아를 깨우쳐 강화 인간 C4-621이 아니라 레이븐의 삶을 선택한 자신이, 그랬던 자신이 최후의 관문으로서 넘어야만 했던 과거의 흔적인 주인이자 스승 되는 존재. 그 존재를 강화 인간 C4-621 자신이 직접 죽였다는 것은 그의 심상에 지울 수 없는 흉터로 남아, 검게 썩어들어간 상태였다. 그리고 이 AC는.
네게도... 지인이 생긴 건가…
최후의 최후를 마주하고 나서야 진심으로 자신을 인정해 준 존재의 피로 물든 AC였다.
쿠웅-
강화 인간 C4-621은 자신의 상념을 뒤흔드는 충격음에 흐릿해진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로쿠몬센의 새로운 시노비는 주인 되는 파일럿의 몸 상태가 분명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다 못해 폭풍우 앞의 등불 마냥 불태우며 단신으로 MT 중대를 상대하고 있었다. 레이저 대거와 할데만 샷건 뿐인 지극히 가벼운 무장 구성. 그러나 저 MT들은 그런 시노비를 막아세우지 못한 채 천천히 사냥꾼에게 무력화당하는 사냥감처럼 스러져갔다.
그렇다면, 강화 인간 C4-621에겐 차례가 오지 않는다. 아니, 차례를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다른 상대를, 이 사태를 자초한 근원을 뿌리뽑으면 될 일이다. 근원을 밝혀내고, 뿌리 채로 뽑아내고, 자르고, 불태운다.
그래.
‘불을 지피겠습니다. 월터.’
강화 인간 C4-621은 홀린 듯이 잔해 아래로 내려가, 제 역할을 다 하고 최후를 맞이해버린 주인의 선물, AC 로더 4를 올려다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팔과 어깨 부분만은 비교적 멀쩡했는데, 그 모습을 본 강화 인간 C4-621은 자조하듯 떫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최후의 순간, 그 순간을 지키지 못하고, 손을 잡아주지 못하고, 구하지 못했기에 추하게 도망친 자신의 선택을 비꼬는 것 같았으니까.
“...네, 그 선택 때문에, 돌아왔습니다.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 중얼거리며 강화 인간 C4-621은 IB-C03: HAL 826의 콕핏에 몸을 실었다. 인체공학적인 디자인과는 별개로 탑승자를 고려하지 않은 듯한, 마치 바늘로 이루어진 왕좌에 앉는 것 같은 기분.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가 탑승하게 된 이 AC는 원본 그대로의 상태가 아니다. 그저 최소한의 보수만 이루어져 있고, 콕핏 내부는 아르카부스 코퍼레이션이 파일럿이자 생체 CPU를 담당시킨 핸들러 월터를 통제하기 위해 개조를 가한, 세상에서 가장 숨 막히는 고문실.
이런 고문실을 철거하는 것은 강화 인간 C4-621의 선택이면 진작에 철거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랬다간 구하고 싶었던, 그리고 그런 식으로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지 않았던 존재의 흔적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그가 콕핏 시트에 등허리를 밀착시키고, 고개를 뒤로 바짝 붙이는 순간 생체 신호를 감지한 콕핏 커버가 밀폐되어 그 안은 찰나의 암흑이 드리워졌다가, 섬뜩한 붉은 빛을 내는 조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세대 강화 인간 감지됨]
철컥!
시스템 음성이 나오기 무섭게 강화 인간 C4-621은 사지의 자유를 박탈당했다. 콕핏 시트에서 튀어나온 금속 재질의 구속구가 팔다리를 붙들었으니까. 구세대 강화 인간이라니, 뇌 심부 코랄 디바이스를 적출했음에도 그 흔적이, 전신의 신경계를 좀먹은 코랄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인걸까. 그래, 무슨 짓을 해도 강화 인간이라는 이름표는 떨어질 생각을 않는구나. 그가 헛웃음을 짓는 순간이었다.
[체내 코랄 농도 낮음, 농도 재조절 실시]
푸욱-
섬찟함이 드는 음성이 끝나기 무섭게, 강화 인간 C4-621의 목덜미 뒤에는 네 개의 굵은 바늘이 박혔다. 아주 절묘하게 필요 없는 신경과 근육을 꿰뚫고 동맥을 피해 큰 고통을 주되 치명상은 피하게 하는 위치. 그러나 입에서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것은 전혀 예상 못한 바늘 때문이 아니라, 바늘이 박힘과 동시에 몸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끓어오르는 쇳물 같은 작열통을 가져다주는 정제 활성 코랄 때문이었다.
활성 코랄이 체내로 들어오면 생기는 현상은 잘 알고 있었다. 온 몸의 감각이 강제로 깨워지는 기분이 들고, 실제로도 모든 감각이 깨워진다. 시각이, 공감각이 인간을 초월하게 되며 일순간 눈 앞의 모든 상황들이 느릿하게 보이는 비현실적인 환각까지 동반한다. 그 환각은 눈으로 감지된 모든 것들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서 느릿하게 보이는 것. 거기에 제한적인 근력 향상까지.
이를 제외하고도 장점은 많을것이고, 혜택도 많을것이나 코랄이 루비콘 3의 도저들에게 마약으로써 유통되고 소모되고 있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 때문. 한번이라도 비정제 코랄을 신체에 주입하게 된 육체는 실시간으로 신경이 타들어가는 환상통을 겪게 된다. 실제로는 잔여 코랄이 신경계에 축적되며 발생한 면역 반응의 일환이지만,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도저들은 그 고통을 줄이고자 코랄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것.
그런데, 한 차례 정제된 코랄이라고 해서 비정제 코랄보다 안전할까?
강화 인간 C4-621은 그 누구도 쉽게 파헤칠 엄두를 못 냈을 진실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안전하지 않다. 비정제 코랄이 사람의 몸 속에 축적되어 언젠가 죽음으로 이르게 할지 모를 독이라면, 정제 코랄은 사람을 죽음의 문턱으로 끌어당기는 자석이라는 점을.
심지어 그 자석은 저항해도 소용없다는 듯, 그 마지막 실선을 넘어가기 직전에서야 상대를 멈춰세운다.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이름의 실선 위를 밟게 만들고 나면, 자석은 그 힘을 다하여 멈춘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어진다. 그런 느낌을 경험하게 된 강화 인간 C4-621의 선택지는 단 하나 뿐.
‘균형을, 잃으면 안 된다.’
이 회색 실선 위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라도 몸이 기울어져 떨어지는 순간 죽는다. 이미 실선을 밟게 된 이상 끌려왔던 반대 방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미 실선 이외의 다른 공간들은 전부 죽음이, 삶의 종말이 차지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실선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으면 안전하다는 것도 아니다.
그의 몸 안으로 스며들어온 코랄은 이미 신체 말단의 신경계를 좀먹어 태우고, 강한 산성액이 금속을 녹이듯이 소멸시키기 시작했으니 손 끝의 감각이 사라지는 것은 멈출 수 없었다. 이건 매우 빡빡한 시간 제한이 걸려있는 달리기와 같다. 신체의 감각이 사라져가는 이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기 직전까지 해야만 하는 일을 완수해라.
그런 말을 속삭이듯, IB-C03: HAL 826의 콕핏 안이 환하게 밝아지고 시야가 트였다. 일방적으로 초시계의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한 현 상황에서 쓸데 없는 생각들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진작에 깨우친 강화 인간 C4-621은 자신이 몸을 일으키듯 쓰러져있던 AC의 거체를 일으켰고.
“한 번만.”
도와주세요.
그 남자의 의지를 이어나가지 못한 자기 자신을 향한 조소처럼 이어지지 못한 뒷말, 이제 자신의 수족으로써 함께 해왔던 AC 로더 4였던 구형 AC의 잔해를 몸으로 밀어냈다. 외장 프레임과 내장 유닛, 그리고 모든 무장 체계까지, 마치 이 순간에 날아오르라고 종용하듯이 전부 멀쩡하지 않은가.
이 인간형인 쇳덩어리의 관절 곳곳을 붙들고 있는 서보 모터들이 소리 없이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숙이게 만들었다. 마치 사람이 제자리 도약을 하기에 앞서 몸을 웅크려 반동을 만들어 낼 준비를 하듯 AC가 움직이고, 강화 인간 C4-621의 눈이 잠시 침잠하였다가 뜨이는 순간.
‘!!!’
그저 눈을 감았다 뜨며 AC를 이동시켜야겠다 마음먹었을 뿐이었지만, 방금 전까지 땅을 밟고 서있던 AC가 하늘에 떠오른 채 하늘에서 저 지평선과 수평을 이루고 있음에 입을 살짝 벌리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말단 신경계를, 그리고 손발 끝을 산채로 불태우고 있는 코랄로 인한 작열통조차 일순간 잊혀질 정도로 몽환적인 경험.
‘내 몸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기술연구소의 유산이 낼 수 있는 능력인가, 아니면 자신이 코랄에 불태워지면서 느껴지는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의도한대로 움직여준다면 아주 잘 드는 칼이 손에 쥐여진 것과 진배없으니.
그 누구보다도 칼을 휘두르는 법을, AC를 조종하는 법을 잘 알고 있을 그에게는 의미 없는 잡념조차 심상을 헤집고 들어올 수 없었기에 그대로 목적지를 결정했다.
“..그리드.”
IB-C03: HAL 826에 탑승하게 된 이상, 강화 인간 C4-621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강철로 된 새장을 부수고, 강철로 된 목줄을 끊어버리고 레이븐이란 이름으로 자유롭게 날아올랐으나.
불사조의 형상을 취한 거대한 새장 안에 스스로 갇히는 것을 선택했고.
제 손으로 끊어버렸던 목줄을 다시 매고 그 새장 안에서 절대로 탈출할 수 없도록 스스로를 몰아세웠다.
이 AC는 그를 위한 새로운 감옥이자, 거대한 코랄 디바이스 그 자체.
이 기체와 함께하는 이상, 자신은 그저 인간형으로 생긴 동력원에 불과하리라.
그러나, 그런 건 의미가 없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피우는 불씨.’
얼굴도 목소리도 없는 기이한 존재가 비명을 내지르는 것 같이 공기를 찢어가르는 소리가 하늘에 울려퍼지며, 연소된 코랄 특유의 붉은 궤적을 남긴 채 붉은 빛의 AC는 그대로 코랄의 진홍빛이 도는 상공의 기류를 유영하듯 고속으로 가로질렀다.
심장을 잃었던 불사조가 새로운 심장을 얻은 채 세상 위로 비상하여 하늘을 가로지른 그 순간.
“해방 전선 안에서 내전이 벌어졌다고? 게다가 레이븐의 소재 파악이 불가능이라니.”
바스큘러 플랜트에서 이번에도 에어의 실험이 실패하기 직전의 상황을 감시하던 오키프는 자신에게 긴급 전달된 전신을 확인하며 혀를 찼다. 단편적인 내용이었지만 상황 파악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것보다도 벨리우스의 벽이 붕괴당했다는 점과, 하나같이 특이한 형상의 AC가 벨리우스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은 오키프의 미간에 옅은 골이 형성되게 만들었다.
‘올 마인드, 아주 화재 현장에 기름을 들이붓는군.’
[방금, 다시 한 번, 다시 말씀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단말을 통해 전신을 확인하던 오키프는 인공 합성 음성을 듣고는 시선을 돌려, 실험의 현장이었던 대형 시험관을 바라보았다. 그 안을 가득 채운 투명한 산소 용해액, 그리고 그 안에 떠있는 인간을 모방했던 것으로 보이는 일종의 잔해. 그 잔해에게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시설 내의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음성이었지만, 오키프는 마치 이 음성이 저 잔해의 열리지 않은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환청처럼 느껴졌다.
“해방 전선의 방침을 받아들이지 못한 세력이 내전을 일으켰다는군, 그 과정에서 레이븐의 소재 파악이 불가능해졌다는 소식이다. 실종이라기보단, 추적이 일시적으로 끊긴 모양이다만.”
[다시, 다시 하겠습니다.]
착각이었을까, 오키프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저 음성에서 떨림이 느껴진 것 같았다.
불안함과 초조함이 묻어나오는 그 떨림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하겠다는 말은-
“잠깐, 잠깐! 다시 하겠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하는 건가?”
[예, 알고 있습니다. 이게 실패하면 앞으로의 기회는 없을겁니다.]
코랄 인격체, 에어의 존재 자체의 기로에 들어서겠다는 의미.
그렇잖아도 앞서서 여러 차례 실패한 실험이고, 그 실험에서 사용되는 코랄은 오직 에어 혼자 뿐이었다. 체력을 논하기에는 의미가 없어보이는 코랄이라 한들 그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을 가져다주는 실험이었기에 연속 실험을 시도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오키프는 시험관 안에 있던 잔해가 흩어지고, 그 자리를 희미한 코랄의 잔영이 메우는 것을 보았다. 전혀 궁금증을 가진 적 없었던 상황인 코랄이 자기 자신으로 실험을 하는 광경을 수 차례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면, 공기중에 색을 노출하게 된 코랄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마치 인간의 심박을 표현하는 그래프가 부드럽게 물결치는 것과 비슷한 형상이 눈 앞에서 스쳐지나간 오키프는 직감했다.
스스로를 에어라고 밝혔던 이 코랄 인격체가 갑자기 자기 자신의 안위를 내다버리는 돌발행동을 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레이븐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설마, 코랄도 육감을 느낀다는 건가?’
그의 생각대로라면, 지금 에어는 자신의 육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거다.
시험관 안에 코랄이 한 개의 실선으로 나타나고, 그 실선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일종의 틀을 잡는 행위. 인간의 신체를 건축물로 친다면 골격계는 철근이고, 근육은 콘크리트이며, 신경계와 장기는 그 안에 매설될 각종 배선과 배관, 피부는 콘크리트의 부식과 노화를 방지할 마감재다.
인간의 신체를 코랄로 모방하는 행위를 일종의 건축으로 비유하여 적용하는 것일까, 골격의 형상으로 뻗어나간 코랄의 실선들 위로 또 다른 얇은 선들이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저것은 아마도 모방한 신경계나 혈관이겠지. 그리고, 그 위로 근섬유를 모방한 형태의 코랄이 층을 이루어 쌓이기 시작했다.
문제라고 할 것은 없지만, 이전의 실험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빠르다. 두 배.... 아니, 두 배 같은 두루뭉술한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말 그대로 공장에서 인간이 찍혀 나오듯, 코랄을 이용해 인간 신체를 모방해 구성하고 근육이 채워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전에는 그토록 신중하게 실험을 시도했던 에어는 방금 전에 보았던 잔해 비스무리한 것을 만드는데에 거의 반나절의 시간이 걸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키프 그가 코랄의 잔영을 육안으로 관측하게 된지 2분 남짓한 시간만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그 시간이 지난 현재, 근육의 형성이 끝나고 그 위로 루비콘 3의 빙원을 연상시키는 새하얀 빛을 띄는 피부가 덮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그 하얀 들판을 가르는 활성 코랄의 격류가 눈 덮인 대지에 금이 가게 만든 것 처럼 곳곳이 억지로 코랄을 기워 만들어냈단 흔적이 역력했다.
저 연결이 흩어진다면, 그대로 소멸한다. 그건 확실했다.
소멸이라는 것은 에어의 소멸을 의미하면서, 실패를 의미한다. 그 실패는 레이븐에게 있어서는 돌이킬 수 없을 죄책감과 자기파멸을 안겨다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만큼, 오키프 자신에게 내재된 미약한 희망의 흔적이 다시 몸집을 키울 기회가 박탈 당할 것이다.
레이븐, 그리고 에어. 이 둘을 보면서 어쩌면 인간과 코랄의 관계는 이들의 주도 하에서라도 평화롭게 형성될지도 모르겠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오키프는 자기도 모르게 에어를 마음 속으로나마 응원하고 있었다.
레이븐을 위한다는 그 말이 인류를 위한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다면, 어디 한번 그 결과물을 보여달라고. 그런 결과물 정도는 보여줄 수 있으니까 날 이렇게 곤란하게 만든 것이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시험관 안에 있는 존재는 이전의 ‘잔해’ 같은 것이 아니었다.
흰 빛의 피부에 흰 색의 머리카락, 그러나 피부와 머리카락에는 코랄로 만들었음을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 불규칙하게 코랄 빛을 띄어 갈라진듯한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시험관 개방됩니다]
“...뭐?”
아직 저 시험관 안에 생성된, ‘코랄이 모방한 인간의 신체’ 상태가 어떨지 알고 개방한다는 건가, 최소한의 안정화는 거쳐야하는게 맞지 않냐는 생각을 오키프가 하고 있을 찰나에 이미 시험관이 기울어졌고, 아이비스의 불로 인해 유실된 시간을 버텨냈던 시험관이 개방되며 산소가 든 액체를 쏟아냄과 동시에 그 안에 담겼던 인간의 신체, 에어가 자기 자신을 갈아넣어 만든 신체도 쏟아졌으나.
퍽!
그 신체는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실험실 바닥에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그 팔을 움직여 바닥을 짚어 몸을 지탱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상에, 내가 미쳐버린 건가?”
오키프가 이 갑작스런 상황 변화 속에서 헛웃음 지으려는 찰나.
“아닙니다.”
인공 합성 음성 따위가 아니라, 생명체의 목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잔잔한 울림이 들려왔다.
“당신은,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 울림을 낸 존재는 양 팔을 이용해 지탱하고 있던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고, 숙여져 있던 머리를 들어올려 액체로 젖어있는 흰 머리카락 사이로 고농도의 코랄이 낼 수 있는 선명한 핏빛이 담긴 눈동자가 오키프를 또렷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키프 : 이야 죽지 않고 살다보니까 이런 것도 보네
에어 등☆장
그동안 실험을 여러번 실패했는데도 급하게 다시 한 실험이 성공했다는건 그만큼 621이 중요하다 뭐 그런거다...
이 문학을 쓰면서 621의 심상이 흔들리지 않으면 레이븐이라고 서술하고, 흔들려서 다죽인다맨 모드가 되면 강화 인간 C4-621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에어가 몸 얻은건 괜찮은데 문제는 상대역 되는 남자 몸 상태가 지금 말 그대로 정말정말정말 안 좋다는 점
암튼 이번 편을 기다린 사람도 있겠지만 이러든 저러든 읽어줬다는 그 사실만으로 정말 감사하고 있다
다음 편도 노력해서 써올게
이제 재회하는 일만 남았구만 크으 그나저나 HAL 탑승씬 파프너 콕핏마냥 바늘꽂고 하는거 살벌하네 ㄷㄷ
쓰기 전에 에스카플로네 전투씬과 콕핏 장면을 봤고, 비슷한 느낌을 주는 파프너 같은 SF메카들 콕핏 설정도 몇번 봤었어 아무래도 기연에 있던걸 그대로 꺼낸게 아니고 아르카부스 손을 한번 거친거라서 아르카부스가 파일럿을 생체 배터리나 컨트롤러처럼 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르카부스가 콕핏에 손댄걸로 설정함
이제 621과 에어의 ㅇㅆ볼수 있는 거지?
아니라곤 말 못하겠군 젠장
젠장 기연 이 소체는 뭐냐
젠장 기연 (이런 미친 연구성과를 남겨놓다니) 난 네가 좋다!
???울어라 코랄 참마도
젠장 기연 난 네가 좋다 - dc App
그나저나 콕핏 묘사 참 살벌하네 - dc App
아무래도 아르카부스 손에 넘어갔던 물건이라 아르카부스가 좀 마개조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음
이제 에어랑... 으흐흐...
같이 죽어주세요=백년가약을 맺자
로꾸니이찌, 에어를 보러 가자
마누라한테 몸이 생겼다는데 남편 될 사람 몸이 너무 안좋아지고 있어...
이제 621과 에어의 농후하고 엣찌한 므훗한 장면을 써조
그랬다가 정지먹기가 싫다
야호 다음편 나왓다
눈물과감동의재회야스 - dc App
사람과 코랄의 가능성을 봐버린 오키프 이것은 사랑과 코랄의 가능성이었다고...
가능성이 저런 가능성이었을줄은 진짜 몰랐지만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끌어낼수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냅뒀다고(아무말) '사랑이란! 벽을 초월하는 법이야!'
순애다 순애, 인간과 코랄의 '가능'성이 온다 - dc App
가능'성'일지도
너무 재밌어 빨리 써와!!! - dc App